마땅한 대선후보가 없어 반기문에 구애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더민주 내 김종인계와 안희정이 은퇴를 요청한 손학규 등이 제3지대론과 반문을 기치로 개헌 몰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개헌의 필요성은 9~10개 조항(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는 것, 지방분권 강화, 검찰과 사법부의 민주화와 독립을 위해 지방검찰총장·대법원장·지방법원장의 직선제 명시, 고등법원 내 상고심 설립이나 대법원판사 숫자 확대, 국민참여재판의 강화, 결선투표제 도입, 대통령 연임제나 책임총리제 도입, 경제민주화 조항 확대, 의무교육 확대 등)이면 충분한데, 조기대선이 분명해지자 퇴출과 청산의 대상들이 촛불의 명령에 반하는 정치공학적 개헌 논의를 수면 위로 띄위기 위해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필자가 9~10개 조항을 바꾸는 개헌에 찬성하는 것은 보수층과 무당파(정치혐오와 정치냉소 모두를 포함한)층, 중도층이 진보층을 앞도하고, 주류와 비주류 언론 모두가 비판하는 상황에서 독일과 프랑스의 장점을 혼합한 비례대표 정당명부제(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날 수 있지만 특권을 줄이면 나쁠 것이 없다)를 들고나온, 그 당시의 노무현의 원포인트 개헌에 한해서입니다. 이명박근혜 9년의 역주행과 박근혜 게이트의 반작용으로 촛불집회가 체제혁명의 수준까지 고조된 지금에는 노무현의 원포인트식 개헌도 진보적 정권교체 이후로 미루어야 합니다. 





헌법은 국가와 국민이 지켜야 할 '기본권 규범'이자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규범'이지 기득권의 권력회득 수단이 아닙니다. 87헌법이라 회자되는 현 헌법의 문제점도 대화와 토론에 의한 협치의 정치가 힘든 상황에서 단임제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들면 레임덕에 빠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5년 단임 때문에 임기 초반에 무리한 정책을 남발하도록 만들고, 대법원장과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을 대통령이 임명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로 빠질 가능성과 이에 병행하는 지방분권의 약화, 시대에 뒤쳐진 노동권 보장의 협소함, 허울뿐인 사회적 기본권 보장, 토지초과이득세법·택지소유상한법·종합부동산제제처럼 불평등을 줄이는 토지공개념 불인정과 협소한 해석 등에 집중돼 있지, 나머지 조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개헌은 이런 것들에 대한 정치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을 줄줄 외고, 행간의 뜻까지 꿰뚫고 있는 김제동이 주장하는 것처럼, 현재의 헌법만 지켰어도 대한민국은 청춘과 미래세대, 전업주부의 희생, 불평등성장의 피해자인 상당수 노인들의 빈곤을 특징으로 하는 헬조선에 이르지도 않았습니다. 개헌을 이렇게 쉽게 말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일이며, 기득권세력이 집권이 불리할 때마다 들고나오는 장난감도 아니고, 자유와 평등과 정의 등을 증진시키는 만병통치약도 아닙니다. 



현 헌법에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허용하는 내용이 전무합니다. 검찰과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민주화 이후의 모든 성과를 모조리 뒤엎어버릴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이것도 깨어있는 시민들의 연대와 정치참여가 활성화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이 좌절했던 부분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쓰레기 언론들과 타락한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거짓말과 선동에 놀아나 이명박 같은 사기꾼과 박근혜 같은 후천성 지진아에게 표를 주지 않는 한 현 헌법으로도 훌륭한 민주공화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나오지만, 이 또한 어떤 내용의 민주주의와 어떤 시기의 개헌에 찬성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개헌을 하려면 한국정치의 문제가 헌법에서 기원하는 것인지, 그것보다는 선거법·선거제도·정당제도의 문제·민주주의와 헌정주의(법의 지배 또는 법치주의를 말하며 공화국의 핵심이다. 대통령이 검찰과 사법부를 동원해 독재를 펼치는 '법에 의한 지배'와 정반대에 위치한다)의 부조화·높은 선거연령·극단적인 정경유착 등에서 나오는 것인지, 헬조선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정치경제적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인류 역사상 사례를 찾을 수 없고, 정당정치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완벽하게 극복하고 있으며,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상당 부분 극복하고자 하는 촛불혁명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에서 다음 대통령을 임기 3년의 과도정부로 만드는 개헌은 최악의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사회(공동체)의 회복, 불평등과 차별의 축소, 정경유착의 종식, 언론의 자유, 무한경쟁 타파, 지역주의 퇴출 등을 목표로 내세운 촛불혁명의 꿈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촛불혁명의 꿈을 실현하려면 개헌보다는 선관위에 의한 자의적인 제한과 단속이 가능하고(표현의 자유 억압),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부패한 기득권세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법부터 개편해야 합니다. '돈은 막고 입은 푼다'는 취지와 정반대로 작용하고 있는 선거법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촛불의 꿈을 이루는 것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진보정당의 약진과 다당제의 출현을 가로막는 선거제도(지역주의를 강화하고 비례대표성을 약화시킨 승자독식의 소선구제)도 개편해야 합니다. 



반기문이 소선구제를 중대선구제로 개편하자고 한 것에는 비례대표성이 빠졌기에 정치적 꼼수에 불과합니다. 상당한 시간과 토론이 필요한 개헌은 촛불혁명의 꿈을 무위로 돌릴 최대의 장애물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더민주 내부의 개헌파 의원들(열린우리당 시절 내부에서 노무현의 개혁을 끊임없이 흔들고 방해하다 탈당했던 의원들이 연상된다!)은 도대체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어떤 개헌을, 어떤 시기에 하겠다는 것인지 그것부터 확실하게 밝혀야 합니다. 개헌을 공론화하는 것이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함께 밝혀야 합니다.   





불평등과 차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종이 한장 정도의 차이라도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진보적 방향으로 기울어지면 개헌이 아니더라도 협치의 정치는 물론 보편적 복지가 안정적으로 시행되는 세계 최고의 민주공화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유시민이 썰전을 넘어 JTBC 신년특집토론에서 또다시 언급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와 그의 부역자들이 문제였던 것이라면 개헌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장기적인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도 늦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부와 권력의 독점이 가능해지고, 한 번 구축되면 뒤집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네트워크효과로 국가 단위의 경계와 제도, 법률, 규범, 관습에 구애받지 않는 초국적기업들의 횡포가 극에 달한 지금(무엇보다도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근대》와 《유동하는 공포》를 보라), 미시적 접근과 거시적 접근을 구분하는 것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소 50만 명이 모이는 촛불집회가 오래갈 수 없다는 것과 촛불집회의 화두에 개헌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것이 아니라면 개헌은 시급한 것이 아닙니다. 



헌법에 담기기 마련인 이념과 가치는 거시적으로 접근하되, 선거법과 선거제도, 선거연령처럼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법률과 제도는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촛불혁명의 꿈을 실현하는데 훨씬 유리합니다. 87민주혁명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지만, 이명박근혜 9년의 역주행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른 한국정치는 나라 전체의 정치문화가 유럽의 선진국들에 미치지 못하고, 시민사회가 약하고, 지방분권이 무늬 뿐이고, 언론의 자유가 대단히 허약한 것들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한 편의 글에 개헌과 선거법, 선거제도, 정당제도, 정치의 사법화, 정치문화 등을 모든 다 담을 수 없지만, 미래는 미래세대에게 맡기고 60대 이상은 그들을 믿어주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밀어주는 것이 최선이라면, 기득권세력의 이합집산과 그를 바탕으로 정권재창출의 동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개헌은 정권 교체 이후로 미루고 청춘과 미래세대, 여성 등에게 기회를 주는 선거법과 선거제도, 선거연령 개편에 집중하는 것이 촛불혁명의 꿈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7.01.03 10:28 신고

    개헌 필요하지만 당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당장 할수도 없지만 바꿔야 할 내용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 차차기 대통령 선거전에 하는것이 제일 맞다고 봅니다

    • 늙은도령 2017.01.03 17:07 신고

      네, 그러합니다.
      개헌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적 지식이나 공부가 깊어야 합니다.
      역사도 마찬가지고, 경제와 사회, 교육에 대한 것도 알아야 합니다.
      개헌이 너무 쉽게 얘기되고 있습니다.
      극히 일부의 문제 때문에.....

  2. 둘리토비 2017.01.03 22:04 신고

    넘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정치인들이 개헌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처럼 촛불민심이 개헌이 아닌데,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을 하는지....

    오죽하면 제가 <지금 다시, 헌법>이란 책을 보고 있을 정도에요~

    • 늙은도령 2017.01.03 22:08 신고

      네, 우리 헌법은 몇 가지 점만 빼놓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잘 만들어진 헌법입니다.
      몇 가지도 정치문화가 성숙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답답합니다.
      더민주 내부에서 김종인이 흔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개헌을 말할 때가 아닙니다.

  3. 낭중지추 2017.01.04 10:17

    도령님 의견에 동감입니다 손대야 할것은 헌법이 아니라 선거법이죠 대폭 수정해야 합니다 투표연령 투표시간 심지어 투표함도 투명으로 바꿔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중학교를 졸업한 나이면 선거권을 줘도 된다고 생각됩니다 17세!!! 아이들은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어른이 되어가기도 하니까요

    • 늙은도령 2017.01.04 16:19 신고

      네, 백 퍼센트 동감합니다.
      이것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4. mangrove 2017.01.04 10:27

    적극 공감 합니다.

    새누리의 개헌의 명분은 현재 국정농단 및 파행이 대통령제의 문제이지 당사자인 박근혜 및 최순실, 그리고, 새누리당 자신들의 잘못은 아니다라는 데서 출발합니다.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 특히 새누리당이 헌법을 무시하고 유린 했으며, 권력을 사사로이 사용하여기에 생긴 문제를 대통령제라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라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왜곡시키고자 하는 야비한 술책입니다.

    백번양보해서 대통령제가 문제라면, 결국은 대통령제를 선택한 나라는 모두 같은 문제를 겪어야 했고, 미국은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졌어야 합니다.

    특히, 이 시점에서는 어떤 개헌에 대한 논의도 주장 되어서는 안되며, 자칫 걱정이 되는 것은 대통령 중임제에 대한 개헌논의가 왜곡되어 새누리가 주장하는 개헌에 찬성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저는 어떤 개헌논의도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 합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대통령 탄핵이며, 탄핵 후 정권교체후 촛불민심을 반영한 철저하고도 피비린내나는 개혁 및 숙청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그 후 어느정도 안정화가 되고 국정이 정상화 된다면, 대통령 중임제에 대한 개헌과 공수처 신설 및 검찰총장 직선제, 국정원 해체등 말씀하신 폐해가 되는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개헌을 논의 해야한다고 생각 합니다.

    특히 무엇보다도 개보수당은 철저하게 응징해야 합니다. 유승민이 JTBC 신년토론에서 한 소리는 절대 납들할 수 없는 발언이었습니다. 당시 대선에서 이명박은 최순실에 대한 개입과 비선 실세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어서 보고서까지 만들었는데, 유승민이 비서실장으로 그것을 몰랐다는 것은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개돼지로 보는 소리 입니다. 저는 오히려 친박보다도 개보수당이 더 악랄하다고 생각합니다.

    • 늙은도령 2017.01.04 16:23 신고

      네, 맞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님의 주장에 동감합니다.

      유승민과 개보수당도 하나 다를 것 없는 놈들입니다.
      헌데 그들은 국민의 손으로 퇴출시켜야 하는 것이라 국민이 깨어나야 합니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청산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장점이자 한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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