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반을 돌아보면 실정의 연속이었다. 손대는 것마다 망쳐버렸고 북한과의 합의에서도 재발방지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받아내지 못했다. 김무성 대표는 자질 미달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새누리당은 꼴통들의 천국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이명박이 국정원을 중앙정보부로 되돌려놓았고, 방송장악에 성공했고, 종편을 무더기로 허용해줬고, 검찰을 정치화했고, 사법부를 보수화시켰고, 헌재를 우경화시켰고, 노조를 파괴했고, 기업국가를 강화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여당이 선거에서 연정연승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가 한 일이란 표를 얻기 위해 남발했던 공약을 파기하고 뒤집어버리고, 기어오르는 자들은 들어내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이명박이 구축해놓은 체제가 알아서 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초 실종, 세월호 참사, 메르스 대란, 국정원 해킹논란 등도 그렇게 처리됐다.



의문투성이 DMZ 지뢰폭발사건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전면전 위기까지 치달은 후, 사전약속이라도 있었다는 듯이 극적인 합의로 끝나면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도 이명박이 남북관계를 개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근혜 3년차는 이명박 8년차인 것이다.





야당이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던 것도 박근혜와 새누리당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의 망령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퇴임한 자와 싸워서 이길 방법이란 없다. 야당 지지자의 상당수가 지난 대선에서 벌어진 일들 가지고 지금까지 치고받으며 분열돼 있으니 연전연패는 당연한 결과다.



문재인은 이런 어이없는 현실이 고착화된 다음에야 당대표가 됐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필자도 최근에야 이것을 깨달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물갈이에 실패하고 지리멸렬해진 이유도, 억울해하는 지지자들처럼, 지난 대선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개표 조작부터, 18대 대선 전체가 한 편의 각본에 의해 돌아갔다는 것까지 야권은 지난 대선에서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박영선과 금태섭의 출판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으며, 급기야 안철수와 문재인의 진실게임과 손학규의 정계복귀설까지 이어지고 있다.





퇴행도 이런 퇴행이 없다. 앞으로 나가도 모자랄 판에 야권은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가지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래를 얘기하는 자들의 목소리는 몇 주를 가지 못한다.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혁신위도, 야심차게 영입한 손혜원도 보이지 않는다.



지역에서도 패한 손학규가 문재인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호남에서도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는 천정배가 정계개편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정원 해킹논란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안철수가 오래 전에 멈춰버린 ‘안철수 현상’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지자도, 야당도 필패의 길로만 가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무력해진 야권은 처음 경험해 본다. 서로 자신의 진지를 구축한 채 ‘우리에게 정통성이 있다’고만 외칠 뿐 야권 내에서도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의 불통은 야권에 비하면 세발의 피다.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오래 전부터 구축돼 있었다. 그들은 전체 유권자의 37.5%다. 투표율이 80%가 되던, 90%가 되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37.5%의 콘크리트를 뚫을 방법이란 없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동시에 환생한다 해도 이 상태로는 필패다.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곳은 야권이지, 여권이 아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적어도 37.5%와는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한다. 여당이 연승하고 야당이 연패하는 이유를 멀리서 찾을 필요란 없다. 문재인의 정치력이 문제가 아니라, 누가 해도 정치력을 발휘할 수 없는 야권의 분열이 문제다. 



문재인 체제로는 안 된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미 한물 간 손학규 말고 다른 대안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분열만 부추겨서 자신의 입지만 다지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진검승부 2015.08.31 08:23 신고

    똘똘 뭉쳐도 안될 상황인데, 내자리 지키려고 앞으로 좀 더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분명히 이기는 선거를 할 수 있는데, 왜 매일 지는지 연구대상입니다.

    • 늙은도령 2015.08.31 17:18 신고

      연구는 많이 돼 있는데 야당의 기득권 의원들이 자신의 현재 위치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물러나야 그 다음을 할 수 있습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5.08.31 09:11 신고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 7년도 암흑 세상입니다
    좋은 세상 만나기 어렵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5.08.31 17:18 신고

      네, 갈수록 그럴 것 같습니다.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이 체제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3. 耽讀 2015.08.31 12:12 신고

    여당은 이미 국회의원 선거에서 30석은 앞서 출발합니다. 경상도와 전라도 의석수 차이가 37석정도 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치지형 깨지 않고는 누가 나와도 총선은 이기기 힘듭니다.
    이를 알고 야권은 선거전략을 짜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5.08.31 17:20 신고

      정당명부제를 하면 되는데 기득권 의원들이 이것을 하지 않으려 하니 답이 없습니다.
      반드시 제3, 제4당이 나와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하나의 방법입니다.

  4. base 2015.08.31 18:03

    저도 최근에야 문재인대표가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없을때 큰형을 인정하고 존중하여 집안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서로 잘났다고 난리치고 있으니 답답하죠..

    • 늙은도령 2015.08.31 18:14 신고

      박영선이 총대를 매고 신당창당에 나선 것 같습니다.
      특히 수도권 중심으로 하는 것 같은데, 차라리 분당이 날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문재인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의원들이 있고, 그들을 문 대표가 끌어안고 갈 수 없다면 분당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상태로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역사상 최악의 총리로 기록될 이완구의 행태가 조폭에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완구는 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야당의원을 비롯해 여당의원을 향해서도 검찰의 칼날이 휘둘러질 것이라고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새빨간 거짓말과 언론 탄압(경향신문에 일정 기간 기사를 내보내지 말라는 엠바고를 걸었다)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을 건들면 너희들도 죽을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남발하는 것에서 그가 대한민국의 총리인지, 정치 깡패인지 구별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완구의 행태를 보면서 그를 총리로 지명해서 임명까지 밀어붙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총리로 지명하는 사람마다 이런 하자가 넘쳐나는 사람들만 고를 수 있는지, 대통령의 인선 기준과 철학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완구는 ‘비리백화점’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대한민국의 총리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민주주의의 핵심인 언론에게 외압을 행사하는 것까지 서슴지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이완구의 지명철회는커녕 총리로 임명했습니다.



세월호 1주기에 맞춰 외국으로 떠나버리는 박근혜가 지저분하기로 치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비리백화점’ 이완구에게 부패척결의 지휘를 맡긴 것은 아카데미상을 휩쓸 만한 불멸의 코미디입니다. 박근혜는 이완구가 워낙 다양한 비리를 저질러서 그 분야에 있어서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국민 전체와 미래세대까지 고려해서 인사를 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다른 누구보다도 열린 소통을 요구하고, 인사와 정책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박근혜가 이런 대통령의 기본적인 덕목도 실천하지 않으니 나라가 극심한 혼란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박근혜는 아직도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무력화시킬 해수부의 시행령도 거둬들이지 않았고,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있는 자신의 최측근들과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무려 12일간이나 국가를 비웁니다. 



그 12일간 이완구가 국정을 수행하는 책임자가 됩니다. 수사를 받아야 할 당사자가 국정을 책임지는 말도 안 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이 됐습니다. 이완구에게는 천금보다 더한 12일이라는 특혜 중의 특혜가 주어졌고, 조건부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법과 정의, 상식이 살아있는 국가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됐습니다. 



어쩌면 대선자금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처한, 그래서 무슨 짓인들 못할 것이 없는 이완구에게 살고 싶으면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도대체 이렇게 비겁하고 무책임하며 비정상적인 대통령이 어디 있습니까?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 있지만, 책임지는 대통령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경유착의 정화인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을 파헤치는 검찰 수사가 전 방위적으로 진행될 12일 동안, 수사 대상자인 이완구가 수사사항을 보고받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시를 내리고 증거 인멸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월호 1주기에 맞춰진(얼마든지 날자를 조정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고, 그러며서도 출발을 2시간 반이나 늦췄다) 박근혜의 남미순방이란 이완구에게 주어진 천재일우의 기회일 수 있겠으나, 세월호 유족과 국민에게는 유신독재처럼 정치적·민주적 정당성을 잃은 정부가 얼마나 뻔뻔하고 비열한지 뼈저리게 경험할 수 있는 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박근혜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는 지도자라면 해외로 나가기 전에 이완구를 경질해야 합니다. 세월호 인양도 확정지어야 하고, 검찰의 무리한 수사도 특검을 통해 조사해야 합니다. 워낙 꼬리자르기에 능한 대통령이니,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여행쟁이 김군 2015.04.15 21:33 신고

    편안한 밤 되세용
    잘보고 갑니다~^^

  2. 에쏘 2015.04.15 23:20

    꼭 수사는 경향이랑 jtbc가 하고 검찰은 던져놓은 증거 쓸어담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걱정도 되고 궁금도 하고.. 복잡미묘하네요.... 나오는 한숨은 어쩔 수 없는듯.......

    • 늙은도령 2015.04.16 00:25 신고

      성완종의 발언을 백 퍼센트 믿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빨뺌하는 이완구, 이를 방치한 채 자신만 몰라라 하는 박근혜까지 정말 썩어도 너무 썩었습니다.
      이참에 정치판을 갈아엎어야 합니다.
      정말 추하고 역겹기만 합니다.

  3. smm 2015.04.16 00:15

    부패로 같이 연결되어 있으니 진퇴양난에 빠진 듯 보입니다. 추악한 맨얼굴의 끝을 보는 듯 하네요.

    • 늙은도령 2015.04.16 00:26 신고

      정말 대통령이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 대통령이 되니 이런 일이 일어나나 봅니다.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부터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4. 참교육 2015.04.16 07:14 신고

    차떼기당 새누리당의실체입니다,
    뒤집어 보면 멀쩡한 사람이 없습니다.
    물러나야 합니다.

  5. 공수래공수거 2015.04.16 08:45 신고

    총리가 되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더만
    혹시가 역시입니다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 주더군요

    • 늙은도령 2015.04.16 13:01 신고

      입에 거짓말을 달고 사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남을 죽이고 속이는 일에 능숙한 자입니다.
      대통령은 그런 자를 뽑았고요.

  6. 노노 2015.04.16 10:32

    12일후에 돌아와서는 본인이 알아서 잘할지도 의문이죠.

  7. 마리암 2015.04.16 20:00

    한국이 참 답답하네요.다음 선거 잘 합시다 모두들.

    • 늙은도령 2015.04.16 20:23 신고

      선거도 잘하고 감시도 잘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노력하는 만큼만 돌려줍니다.

  8. 동화 2015.04.16 20:03

    별로 늙지도 않은 도령이, 생각은 고산에 오르셨습니다. ~^^
    손석희씨 관련 글 읽고 링크 따라 이 글도 읽었네요.
    반대에 초연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 늙은도령 2015.04.16 20:44 신고

      감사합니다.
      반대는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우상화는 안 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저는 손석희를 아끼기 때문에 그가 실족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손석희가 제 글에세 제기한 문제를 답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제가 5시정치부회의를 여러 번 비판한 것도 손석희를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중앙일보 출신들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자그마한 실수도 큰 타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삼성과 중앙일보가 계열 분리됐다 해도 삼성의 조직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에 살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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