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글을 최대한 쉽게 쓰려고 한다. 글을 읽는 분들을 모두 다 이해시키려면 구체적인 예를 들어 경제학 지식들을 총동원해야 하는데 그러면 필자가 먼저 죽는다. 경제위기니 뭐니 하는 것들을 모조리 배제하고, 오로지 몇 년을 이어온 경상수지 흑자행진이 내수경제 활성화와 근로자의 임금상승 및 가계소득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것만 다루려고 한다. 다른 조건이 같다는 전제 하에, 수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자본수지(외부에서 들어온 돈과 나가는 돈의 차이)는 경상수지(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의 흑자 만큼 늘어난다. 





그러면 국내에 돈이 넘쳐서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가고, 최저임금도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라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던지, 투자가 늘어 고용이 늘던지 해야 하는데, 정반대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상위 3%가 독점하는 고가의 상품을 빼면, 대부분의 내수시장은 질식상태에 이르렀다. 자본수지의 흑자가 상당함에도 물가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다. 20~30대달러 대에서 머물러 있는 저유가가 아무리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해도, 물가와 경제성장률의 동반 하락은 불황형 흑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첫 번째는 재벌과 대기업이 이익의 대부분을 내부유보금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중후반부터 몰아칠 경제위기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두어야 한다는 것이 재벌과 대기업의 주장이다. 살아남아야 다음이라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사실관계는 차치하더라도). 재벌과 대기업은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규모의 해고잔치를 벌였다. 



10대 재벌에 한정한다고 해도 천여 명에 이르는 고액연봉의 임원들이 추풍낙엽처럼 잘려나갔다. 수십 년 동안 회사에 충성을 바쳤던 고액 연봉의 임원들을 잘라냄으로써 재벌과 대기업들은 어마어마한 인건비를 내부유고금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박근혜 관심법'의 핵심인 노동5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모든 직원의 임금을 깎는 것을 넘어 무차별적인 해고가 가능해지니 어떤 경제위기도 넘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외국으로 나간 자본보다 국내로 유입된 자본이 엄청나게 많은 데도, 근로자의 임금은 동결되기 일쑤고, 그 때문에 중하위층의 가계소득은 뭉턱뭉턱 줄어들었다. 임금 상승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내수경제의 침체로 이어졌다. 경상수지 흑자가 그렇게 많은데도 근로자와 서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돈이 넘쳐나야 하는데도 물가가 떨어지고, 소비는 줄어드는 디플래이션의 현상들이 양산되고 있다. 





그 많은 돈들은 어디로 갔을까? 실질임금과 가계소득이 줄어들든 만큼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까지 더하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나도 모자랄 판인데, 시중에서 돈이 사라져버렸다. 재벌과 대기업의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민간 차원의 외환보유고라 할 수도 있지만)과 갈수록 줄어드는 국민의 저축액을 합쳐도 유입된 자금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니, 일본이 20년 동안이나 되풀이하고 있는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외에는 남은 것이 없다. 



박정희와 박근혜 부녀가 양성화에 나서 세수를 늘리겠다고 호언장담한 지하자금이 정반대로 (그것도 무지하게) 활성화됐거나, 대한민국 대통령, 정치인과 고위공무원, 재벌과 대기업의 오너와 대주주, 다이아몬드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슈퍼리치들의 특기 중 하나인 조세도피처로 어마어마한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봐야 한다. 지하자금 활성화(박근혜가 양성화와 자꾸 헷갈려 했던)는 5만원권 지폐의 70% 정도가 한국은행에 돌아오지 않는 것에서 보듯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재작년에 조세정의네트워크는 한국에서 조세도피처로 빠져나간 금액이 무려 890조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중에서 3~400조는 수출기업의 현지결제로 이용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제한다 해도 무려 590~690조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갔다고 봐야 한다. 정부의 2년치 예산과 맞먹는 돈이 조세도피처로 빠져나지 않았다면 현재의 내수침체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우주적 차원에서 지하자금 활성화와 조세도피처로의 자금 유출이 이루어졌다면,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경상수지 흑자행진과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는 자본수지의 낮은 포복을 설명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 차원의 외환보유고 증가, 주식배당률의 확대 등으로 반박을 한다면 신의 능력에 준하는 분식회계가 이루어져야 '흥. 치. 뽕'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다. 



이명박근혜 정부가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한 채, 담뱃값과 술값과 공공요금의 인상 등 온갖 종류의 서민증세를 멈출 수 없었던 것도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차이를 숨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하위 99%의 삶은 영원히 헬조선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도 일본의 모델에 집착한 것에서 이론 추론이 가능하다.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그 지식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경제전문가라면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불균형에 숨어있는 진실부터 밝혀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재명과 박원순의 복지실험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경제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올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제위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반등의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려면, 노인에 준할 정도의 사회경제적 약자로 전락한 이 땅의 청춘들에게 힘겨운 시절을 버틸 수 있는 청년배당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하에 숨기고 해외로 빼낸 돈들을 회수해서 기본소득제의 실시까지 갈 수 있다면 최상일 것인데, 지자체들의 세수가 열악한 상황에서 전국적 실시가 어렵다고 한다면 이재명의 성남시와 박원순의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복지실험의 성패를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최근에 들어 이재명과 박원순 죽이기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는 것은 상위 1%를 위해 하위 99%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동일한 반국가적이고 반민주적인 초대형 범죄다.         




P.S. 실패할 수밖에 없는 초이노믹스라를 떠받치니라 '유동성 위기'와 '가계부채 급증'을 유발한 한국은행의 무책임한 통화정책, 재벌과 대기업들의 해외투자액과 국내의 금융기관으로 유입된 투기자본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레버리지 손실 등은 이번 글에서 제외했다. 이것들이 들어가봤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통계를 모두 다 반영해 글을 쓴다는 것은 필자의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 



글이 너무 복잡해지고 금융에 치중된 전문적인 내용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도 있었다. 일본의 장기불황을 정확하게 따라가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똘짓을 경제학적으로 파고들고 싶다면 폴 크루그먼의 《불황의 경제학》과 모타니 고스케의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이 제일 무난할 듯하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지금까지의 경제학적 경험과 성찰이 무용지물이 된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라 세계의 어떤 경제학자도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고려하시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6.02.06 08:09 신고

    두말하면 입이 아픕니다
    대통령직은 5년이지만 재벌은 세습됩니다

    • 늙은도령 2016.02.06 13:41 신고

      조세정의만 제대로 세워도 됩니다.
      전 세계국가들이 어디에서 기업이 일하던 돈 버는 곳에 토해내게 만들면 이런 문제는 해결됩니다.

  2. Ilearn 2016.02.06 10:06 신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만 답답합니다.
    뭔가 바뀌어야 하는데..

    • 늙은도령 2016.02.06 13:42 신고

      그러게요.
      지미 헨드릭스나 지미 페이지, 에릭 크립튼, 산타나 같은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즐겁게 사는 것이 힘든 세상입니다.

  3. 2016.06.10 20:34

    혁명이 필요해요 지금



미국이 사우디를 끌어들여 치킨게임 형태로 벌이고 있는 유가전쟁이 파국의 지점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중동산 원유가 50달러 이하로 떨어진 지금, 세일가스를 앞세워 유가전쟁을 주도했던 미국과, 미국의 세일가스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사우디의 대응이 세계 경제를 파탄 직전까지 내몰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두 나라가 주도하는 유가전쟁이 러시아와 이란,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같은 반미 성향의 산유국들을 죽이는 효과를 넘어, 이제는 두 나라 모두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아직까지는 미국과 사우디가 유가 하락을 감당할 수 있지만, 50달러 붕괴로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채굴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미국 세일가스(현재의 균형재정 60달러)의 마지노선이 50달러 이하로 떨어지기 힘듭니다. 석유의 독점권을 행사하는 대신 국민에게 현재 수준의 돈을 나눠줘야 하는 사우디(현재의 균형재정 90달러)와 UAE(현재의 균형재정 75달러)의 왕족들도 추가 유전이 발견되지 않는 한 50달러 이하의 유가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저유가는 대규모 개발이 넘쳐났던 70~80년대에는 세계 경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세계 경제가 그물망처럼 얽혀있는 현재는 상황이 다릅니다. 사우디가 20달러까지 유가를 하락시킬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 것도 엄청난 과장일 뿐이지만, WTI 20달러에 베팅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이 공포를 키우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유가전쟁은 러시와 이란,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를 국가부도로 내모는 것을 넘어 중국과 유럽의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중국과 유럽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강력한 경기부양책(양적완화)을 내놓는다 해도 그것이 실물경제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란 보장도 없습니다. 





만일 유가가 40달러 이하로 떨어진다면, 모든 산유국이 국가부도의 위기로 내몰릴 것이기에 세계 경제는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파탄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모든 것에는 적정가격(균형재정을 이루는 가격)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런 인위적인 가격파괴는 모두가 패자가 되는 최악의 경제 전쟁입니다.



인플레이션에 의한 경제공황보다 디플레이션에 의한 경제공황이 피해가 크다면, 두 개가 혼합된 스태그플레이션에 의한 경제공황은 파국적 결과로 이어집니다.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환율전쟁과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유가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의 발생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럴 경우 국가의 부도로 이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삶도 불가능해집니다. 





반미 성향의 산유국이 국가부도에 처하면, 그 부정적 파급력이 나 홀로 호황인 미 주가에 영향을 미치면 세계 경제는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듭니다. 이미 유가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코스피의 폭락에서 보듯이, 원유를 가공해 수출하는 품목이 가장 큰 한국경제에 치명상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익의 낙수효과는 일어나지 않아도 손해의 낙수효과는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서민들이 받는 충격이 가장 큽니다. 



게다가 유가하락이 반영되는 속도에 비해 유가상승이 반영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서민이 받아야 할 충격은 유가의 변화폭보다 클 수밖에 없습니다. 유가하락이 제품 원가에 반영되기 속도는 느리과 상승이 제품 원가에 반영되는 속도는 빠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정유회사를 압박할 가능성도 제로인 상태라 서민들은 이중삼중으로 손해를 보게 생겼습니다.





경제위기에 따른 대규모 추가 피해를 제외한다고 해도, 대부분이 서민들이 얼마 있지 않으면 반등으로 돌아설 유가상승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유가상승은 모든 제품의 상승을 불러와 물가를 급속하게 올려 서민의 지갑을 털어갑니다. 끝을 모르는 전월세가 상승과 담뱃값인상 등 각종 서민증세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유가가 80~100달러 선까지 급반등한다면ㅡ얼마 지나지 않아 이루어질ㅡ지옥이 곧 현실이 됩니다.



외부충격에 허약한 한국의 경제구조를 바로 잡지 않으면 대부분의 피해는 서민이 감당해야 하고, 하층민에 속할수록 피해의 크기는 눈덩이처럼 늘어납니다. 미국과 사우디가 주도하고 있는 유가전쟁은 99%에게만 피해가 돌아가는 1%의 파티이자, 슈퍼클래스의 치킨 게임입니다. 그들은 선물식 투자로 변동의 차액을 누리지만 개미는 종잣돈마저 날리기 일쑤입니다. 



이래저래 서민들만 죽어나가게 생겼습니다. 제가 경제문제를 더 이상 파고들지 않는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어차피 세계 경제는 이판사판의 차원에 들어섰고, 국제 공조와 국내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 해결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규모 경제 손실은 언제나 하층민의 삶부터 털어가기 때문에 유가하락과 상승의 움직임 속에 서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5.01.08 06:37 신고

    상황이 이 지경인데 박근혜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화약을 지고 불섶으로 뛰어드는 정부...만용도 이런 만용이 없습니다.

    • 늙은도령 2015.01.08 17:12 신고

      유가전쟁은 미국의 탐욕이 만든 전쟁입니다.
      석유화학업체들이 죽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금융기관들은 대규모 베팅에 나섰습니다.
      박근혜는 유가 하락을 제때 반영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국민만 이중삼중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잠깐 좋을 뿐 그 이후의 피해는 감당하기 힙듭니다.

  2. *저녁노을* 2015.01.08 06:53 신고

    제2의 IMF가 온다는데...ㅠ.ㅠ
    걱정이네요

    • 늙은도령 2015.01.08 17:13 신고

      더 심할 것입니다.
      그때보다 더 길고 더 파장이 클 것입니다.
      부자승세와 법인세 증세를 통해 복지비용을 확보하지 않으면 답이 없습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5.01.08 08:56 신고

    정말 이러다가 유가가 제 자리로 돌아 오면
    어찌할려고 그러는지..

    • 늙은도령 2015.01.08 17:16 신고

      이런 유가전쟁이 6개월 이상 가지 못합니다.
      그 이후의 피해가 너무 걱정입니다.
      대기업들은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그 외에는 피해를 피할 수 없습니다.

  4. 뉴론7 2015.01.08 09:38 신고

    다시 시작하는거라요 ㅋㅋ

  5. 새 날 2015.01.08 13:03 신고

    이래나 저래나 죽어나가는 건 결국 서민들뿐이로군요. 기업들은 이틈을 이용해 돈을 벌겠고요. 참 불편부당합니다.

    • 늙은도령 2015.01.08 17:21 신고

      대기업은 가능합니다.
      그 이하는 중견기업도 죽어나갑니다.
      대공황으로 접어들면 다 망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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