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알고나 죽자'고 시작한 지난 12년의 여정은 신자유주의를 이해하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 동안의 노력 덕분에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분명한 이해를 구축했고, 최대한 쉽게 풀어내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등처럼 인류의 마지막 기술혁명(4번째 특이점 돌파)을 이해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데, 이 또한 권위주의적 시장우파의 신자유주의를 종식시키기 위한 확장적 노력의 일환이다. 





주류경제학은 인구절벽과 기술혁명을 반영하지 않기 (정확히는 못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적용하기 힘든 그들만의 지적유희로 변질됐다. 70년대와 80년대 전 세계를 정복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의 야합과 협박에 짓눌려 '잃어버린 20년'으로 추락한 일본에서 이 두 가지를 적용한 현실경제학(필자가 명명했기 때문에 티끌만한 권위도 없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변방의 외침에 불과하다. 



번역된 책들이 너무 적어 아쉽지만 20년의 경험을 녹여낸 이들의 성찰은 미래의 경제학(인공지능이 추월하기 전까지)이 나갈 방향을 제시할 것은 분명하다. 한국의 경제학자 중에서는 이런 성찰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최근에 <김용민브리핑>에서 발견(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친구의 추천이 있었다)한 이완배 '민중의 소리' 기자는 이름께나 날리는 경제학교수나 박사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이념적으로는 좌파적 시각을 베이스로 하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가 탁월해서 구체적 각론으로 들어가면 진보적 자유주의(노무현의 추구했고 문재인과 유시민이 확장하려는 이념적 지향)에 가까운 관점도 드러냈다. 기자 생활을 통해 얻은 현장지식과 폭넓은 독서로 얻은 탄탄한 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것이 이땅에서 사라진 진짜 전문가의 모범을 보여준다.



슬라예보 지젝이 《새로운 계급투쟁》에서 제시한 '난민경제학'을 인용해 이재명 시장의 복지정책(보편적 복지)을 분석하고 칭찬한 부분에서 이완배 기자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이병철과 조홍제의 관계에서 시작해 효성그룹 경영분쟁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우병우를 까발린 것도 흥미로웠다. 대한민국에 이 정도 수준의 진보좌파적 경제기자를 본 적이 없어서 '민중의 소리'의 경제기사를 보다 많이 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필자가 많은 영향을 받은 지그문트 바우만과 함께 21세기 최고의 석학으로 꼽히는 지젝의 난민경제학은 (그의 성찰들이 항상 그러하듯) 상당히 도발적이다. 바우만과 달리,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의나 선이 아니라는 그의 주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브랙시트를 선동한 자들이 노렸던 것으로 규제가 많은 EU에서의 탈퇴)를 극복할 수 있는 통찰이 담겨있다. 이완배 기자는 이것에 착안해서 중산층과의 연대에 성공한 이재명의 복지정책을 분석했고, 보편적 복지로 가는 길을 제시했다. 



이번 글은 특정한 주제를 다루려는 것이 아니기에 숨어있는 진주였던 이완배 기자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칠까 한다. <김용민브리핑> 중에서 '경제의 속살'이란 파트를 다운로드하면 그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현장을 반영한 진보적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시간을 투자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념적 지향에 근거하되 현실에 천착하는 살아있는 '경제의 속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6.08.29 07:53 신고

    이완배 기자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2. *저녁노을* 2016.08.29 09:38 신고

    보물을 몰라뵜군요.ㅎㅎ

    즐거운 한 주 되세요^^

  3. 참교육 2016.08.29 10:16 신고

    저는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는데 도령님이 추천하는 기자. 특별히 는여겨봐야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6.08.29 10:37 신고

      상당한 실력을 갖췄습니다.
      저도 최근에야 알게 됐는데 상당합니다.

  4. 포미 2016.10.26 00:28

    정말 이완배기자님은 쉽게 재미있게 그리고 탁웛하게 풀어주십니다. 왕팬입니다.

    • 늙은도령 2016.10.26 01:13 신고

      어지간한 경제학박사나 교수보다 뛰어납니다.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사이비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된 책 하나 출판하지 못하니 이완배 기자의 실력은 상당한 경지라 할 수 있습니다.
      정치와 과학에 대한 공부가 늘어나면 훌륭한 석학이 될 수 있는 자질이 있습니다.
      현장을 이해하면서도 이념적 지향이 분명하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지요.



쌍용차의 티볼리 출시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마힌드라 그룹 회장이 티볼리가 많이 팔려 쌍용차가 흑자로 돌아서면 2009년 해고자들이 복직할 수 있을 것이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은 쉽게 말해서 해고자들의 복직을 원하면 쌍용차가 흑자(?)로 전환할 만큼 티볼리를 많이 사라는 뜻입니다.





통계를 보면 2,646명이 정리해고 된 2009년에 3만5000여 대의 판매량을 보였던 쌍용차의 총 판매량은 2014년 약 14만대까지 늘었습니다. 대규모 정리해고와 판매량 증가 때문에 회사는 빠르게 정상화됐지만, 흑자 전환을 이유로 해고자들의 복직은 늦어지기만 했습니다.



무려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정리해고의 후유증을 안타까워한 국민과 언론의 관심, 슈퍼스타 이효리 덕분에 최고의 무료 광고 효과를 누렸음에도 마힌드라 회장은 ‘너희들이 티볼리를 사주지 않으면 해고자의 복직은 없다!’며 한국 소비자들을 재차 협박하고 나섰습니다.





일본 아베 내각의 엔저 정책 때문에 수출과 내수시장에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2014년에 이어 2015년의 전망도 좋지 않은 가운데, 이효리의 무료 광고 제안도 거절한 채 해고노동자들을 포로로 내세운 마힌드라 회장의 발언은 비열함을 넘어 다국적기업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소형 SUV인 티볼리는 무료 광고 효과 덕분에 현대차의 아반떼와 투싼, 기아차의 신형 스포티지와 K5, 르노삼성의 SM5 노바, 한국GM의 신형 쉐보레 스파크, 아오디의 소형 해치백 A3 스포트백과 S3, 볼보의 V40 크로스컨트리 등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음에도 비열한 판매 전략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필자의 이번 글은 전적으로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복직과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한 것이지만, 티볼리의 판매를 돕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용될 수 있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마힌드라 회장이 노린 것이기에 주인을 잃은 26짝의 신발이 더욱 가슴을 저미어 옵니다.



마힌드라 그룹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한 인도의 대표적 석학 스피박을 비롯해 노엄 촘스키와 슬라예보 지젝 같은 세계적 석학과 국제노동기구, 인권단체와 행동가들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쌍용차 경영진들은 티볼리를 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에는 대선 후에 쌍용차 정리해고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것이 포함돼 있음을 상기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요. 표를 얻기 위해서 쏟아낸 공약 중 실천한 것이 거의 없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에게 공약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소귀에 경 읽기'보다 못한 일일 것입니다. 



기자회견을 연초에 딱 한 번만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체불명의 경제라는 단어를 42차례라 반복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정조사는커녕 영하 십도를 훌쩍 넘은 고공에서 목숨을 걸고 농성 중인 해고노동자를 끌어내리지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것도 박 대통령에게는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일지 누가 알겠습니까?  





박근혜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앞세워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장그래 방지법(비정규직 대책)이 제9, 제10의 쌍용차 해고자들을 양산할 수 있음을 알기에, 이승과 저승 어디에서도 주인을 찾을 수 없는 26짝의 신발과 엄동설한 속 70m 상공에서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2명의 해고자가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1.14 08:51 신고

    쌍용차 문제는 마힌드라 이전에 정부의 책임이 더 큽니다

    그리고 흑자 나면 다시 팔고 도망갈지도 모릅니다

    • 늙은도령 2015.01.14 13:31 신고

      마힌드라는 쉽게 도망가지 않을 것입니다.
      제규어도 사들였고, 전 세계적인 메이커로 나갈 생각이 있기 때문에 쌍용자동차를 SUV 위주의 생산기지로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의 시장은 예측이 불가능해서....

  2. 바람 언덕 2015.01.14 11:25 신고

    박근혜의 마음에 한 터럭이라도 쌍용차 해고자의 자리가 있겠습니까!
    찢어진 게 입이라고 나오는 것 마다 거짓말인데요.
    그나저나 저 추운 곳에서, 어찌 견딜지...
    마음이 짠 합니다..

    • 늙은도령 2015.01.14 13:33 신고

      전 세계적으로 노동단체와 운동가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사상 초유라 노동단체와 인권기구, 운동가들이 하나의 노동운동 사례로 키워나갈 생각이 있는데, 언론이 꾸준히 이 문제를 다뤄져야 해결이 가능합니다.
      헌데 언론이 가장 문제가 많으니....

  3. 새 날 2015.01.14 11:32 신고

    주어없는 분의 공약은 이제 말해 봐야 입만 아플 지경이로군요. 그냥 자기 멋에 살다 레임덕의 뜨거운 맛이나 좀 봤으면 싶습니다. 어쨌거나 쌍용차의 판매전략은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군요

    • 늙은도령 2015.01.14 13:34 신고

      기업이란 다 그런 것입니다.
      사람이 아닌 기업과 자본이 문제입니다.
      기업에 들어가면 착하던 사람도 살벌해지는 것이 기업논리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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