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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아가 雅歌(아가) 한 개쯤 단추를 풀어헤친 저물녘 바람과 노을을 한 아름 가슴에 담아 네에게 간다 아가야, 바람 속엔 한낮의 열정이 있고 노을엔 새벽 햇살로 이어질 빛나는 약속이 있단다 네 두 눈이 머무는 곳에선 늘 새순이 돋고 사랑이 비가 되어선 달빛에도 꽃이 핀단다 아가야, 두 팔 벌려서 달려오는 너의 몸짓에 내 하루는 피로를 벗고 아직 주지 못한 것들로 마음만 바빠진단다 너는 벌써 품에서 웃고 있는데 더보기
삶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이렇게 숨이 차면서 흐르는 땀을 훔쳐가면서 비로소 나이를 책임질 수 있음을 나보다 어딘가의 내 반쪽보다도 어미가 먼저 코를 다신다. 전생에 원수였다는 그 가당치 않음이 병이 되어서 업보란 삶보다 무거운 형벌이라는 어미가 더 절뚝여 살아온 어미가 지금 문을 나서려 한다. 다음 세상엔 제가 먼저 원수가 되겠나이다. 극락왕생하시면 저는 문지기나 청동의 고리라도 되리오리니 길은 크고 단순하온데 저만이 요철이 되어서 지금도 채이며 쓰러지는 당신 너머로 앞 선 사람마저 붙들고 있나이다. 더보기
두 눈에 햇살이 두 눈에 햇살이 첫 밤의 조명처럼 아직도 꿈인들 흘려서 밖을 보니 눈이 내렸다. 새 해 연휴를 술로 지새고 아침을 다 보냈거니 텔레비전 지직대는 소리에 일어 섰는데 창문 너머엔 겨울이 아이들 소리로 가득히 오고 하늘은 행인들 속에서 발을 구르며 연신 비벼대는 손끝에 살짝 얼어 있다. 때로는 취기에 저당 잡힌 새벽이 꺼진 방바닥에 단내로 돋아오고 꽁초 수북한 재떨이에 너를 잡아두기가 뒹구는 빈 병처럼 흩어져 가도 오늘은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설 수도 있을 것 같다. 네가 떠나간 그 길 위로 지금 영하 10도의 기억들이 숨을 고른다 온종일을 언젠가는 터져나올 그리움으로 더보기
난지도에서 난지도에서 ㅡ 6.10 항쟁의 날에 부쳐 그날의 태양은 너무도 순결하여 지상의 생명들은 모두가 추했다. 비가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날부터 나의 젊음은 지고 가끔은 쓰레기 위의 햇살 같은 오후만 길어져 갔다. 내일이나 희망이라 하는 것들 그 미약한 약속의 축언 속에 또 얼마나 쓰러지고 피 흘렸던가. 그날엔 만 리 밖에 꽃이 피고 그 길에서 떠나가더니 오늘은 이곳 쓰레기 천국에도 비가 내린다. 그날의 외침처럼 그날의 벗들처럼 더보기
신촌에서(1) 신촌에서(1) 질긴 내 젊음의 세월만큼 나는 이 거리에 얽매여 있다. 투명한 그릇의 바람이 되고 싶었던 다 떠나간 뒤의 노을처럼 이 거리를 증거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대의 슬픔이 되어서는 가장 외로운 사람의 독백이라도 들어주고 싶었다. 그때는 열망이 장대히 흘러갔고 사람들은 정말로 꽃잎 같았다고 그 뒤에서 나는 숨죽인 눈동자로 그날의 영혼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참으로 많은 몸짓들이 아무 의미도 없이 뒤엉키고 있다. 더보기
봄나들이 봄나들이 더듬어 읽는 한 줄의 글에 어머님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바람에 걸어논 슬픔 하나의 목련과 하나의 진달래, 나의 봄은 늘 손끝으로 오고 느낌이 햇살 같아서 마음을 풀어 놓았다 언젠간 하늘도 만져 보리라 지금 같은지 이렇게 더듬는 봄나들이 어머님의 눈물은 무슨 색인지 더보기
다시 일어서는 아침에(2) 다시 일어서는 아침에(2) 비가 눈발처럼 떠나가던 12월, 몇 가닥 햇살에도 서둘러질 때 지난 3년이 젖은 화장지처럼 풀어져 갔다. 세상은 44년을 내내 문밖에 있어 혈행 장애의 나는 얼굴도 볼 수 없었다. 비에라도 섞여 다가가려 하면 언제나 그만큼 흘러갔음으로 그년는 내게서 떨어진 만큼의 여신(女神)이었다. 다 거두어 간 들녘에 볏짚 단 쓰러지듯 피 흐르고, 내게도 외출이 허락됐을 때 그녀를 가슴에 품었던 그 한없는 뒤뚱거림. 날카롭게 인대를 잘라오는 희망 곁에서 하얗게 튕겨나던 내 어깨 위의 햇살도 한 올의 모공 속으론들 스며들려 하지 않았다. 하늘은 혈액을 빼 놓고도 완강히 떠 있었고 문밖에서는 늘 등을 보이는 자(者)가 바람 같았다. 주어진다면 남은 반 생(生)을 담보로 한들 내 이름 석 자로 서.. 더보기
다시 일어서는 아침에(1) 다시 일어서는 아침에(1) 햇살이다. 다시 나를 깨우는 것은 천국문을 갓 나온 한결같음이다. 긴 장마 끝에 하루쯤은 걸러도 좋을 다 쓸려나간 뒤의 첫 구호품, 멈출 수 없는 우리네 하루살이다. 神은 함께 흘러갔음으로 인간의 이름으로만 다시 서야 한다는 노아의 방주 그 다음의 축복이다. 스물여섯 언저리 그쯤에선 물을 빼지 않았다. 가슴에 담아둔 분노가 비가 되어선 다시 사일 밤낮을 퍼부으며 가로수건 담장이건 지붕 위에서 나는 범람하며 함께 울었다. 神은 그만큼 멀리 있음으로 뼈저리며 일어서는 어떤 모습에도 나는 범람했었다. 사랑했음으로 눈을 들어 하늘을 보지 않고 다시 사일 밤낮을 神의 주변에서 피기 어린 거역으로만. 등으로 코끝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 그 안에 햇살이 있다. 그래 그런 것이리라. 스물여섯 .. 더보기
시(1) 詩(1) 내 고통의 몫만큼 내 피 속엔 꿈들이 있다 자라서 업보가 될지언정 꽃으로 피지 못하는 세상 밖의 갈망들 스물 이전에 망울을 맺어선 서른일곱에 폐기처분된 다음 일년은 덤으로 주어졌고 다 보내니 이제야 내 병들이 내가 되었다 조금은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단절된 시간들의 춤사위 알맞은 미열과 단내가 익숙한 이 새벽의 뒤척임도 내가 되었다 더보기
봄 몇 날을 주저하던 하늘이 문을 열었다 꿈틀꿈틀 비를 따라서 땅 위로 솟아오는 지하의 꿈 파릇한 기다림이 나무에 스며 잊었던 기억들이 하나씩 움터나온다 무조건 떠날 수 있었던 시절의 누군가 꽃으로 피어선 윤회의 업보 속에 그리움을 담는다 저렇게 사랑했었지 빗물이 흘러가는 길마다 한 잎씩 추억이 되살아오고 얼마 만인가 비속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더보기
당신이 내게 다가왔을 때(4) 당신이 내게 다가왔을 때(4) 편지를 씁니다 봄비 그친 후 첫 햇살로 당신 이름을 쓰고 당신 닮은 목련의 향기들로 인사를 하고 4월 바람 속 온기들만 모아서 첫 줄을 씁니다 다음 한 줄은 5월의 나무들에 기대어 물오른 초록들을 빌리렵니다 봄볕에 하나 씩 익어가는 딸기의 당분으로 내 떨림을 적으렵니다 지금 방안엔 숱한 꽃들과 바람 잎새들로 넘쳐 있는데 4번째 줄에서 멈춰 있는 말들이 당신 모습만큼 아름답지 못해서 더보기
당신이 내게 다가왔을 때(1) 당신이 내게 다가왔을 때(1) 바람이 붑니다 하늘에서 땅까지 하나의 향기로 바람이 붑니다 지금까진 막연한 그리움이었습니다 언제고 내 피가 뜨거운 중에 아니 어쩌면 안개 속에 있었기에 있었는지조차 미더웠던 왜 바람이 부는지 그 속의 향기는 나만의 것인지 어찌하여 새벽 동틀 무렵엔 내 영혼은 산란기의 연어가 되는지 지금까지는 내 몸에서 빠져나간 내가 저기 어디쯤 있을 거라고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 호흡처럼 스며들 것이라고 삶 속의 숱한 우연들처럼 당신이란 의미가 내 앞의 햇살이 되기 전까진 더보기
겨울 어느 날의 눈처럼 겨울 어느 날의 눈처럼 1 하늘에서 버린 것이 내게는 있다 예수도 외면하여 떠돌아 가는 그래서 인간의 이름으로 묶어놓은 것 2 또 떠나고 있다 이 땅에 흐린 느낌만 남기고 노을보다 더 남루한 빛깔로 투벅투벅 삼일 밤낮의 혼돈과 피로 산 자들의 과잉포장 속으로 그저, 겨울 어느 날의 눈처럼 내려오다가 문득 깨달은 듯 홀연히 떠나고 있다 3 당신이 자꾸 떠나려 한다 세상 밖으로 초라한 현실 밖으로 더보기
사십구제(1) 사십구제(1) 그리움은 아직 떠날 수 없어 제자리만 맴도는데 멈출줄 모르는 시간은 넘치도록 흘러서 더 흐를 수 없다고 믿고 싶었답니다. 그날부터 저는 시간이 흐르지 않도록 움직이지 않았고 모든 고요함의 흐름 속에서 끝없이 서성이며 흔들거렸습니다. 햇살보다 먼저 일어난 저는 꿈의 흔적을 찾기에 힘이 들지만 느낌은 연저히 생생해 이밤이 지나면 당신을 잊어야 한다는 어떤 말에도 저항하렵니다. 몇 평의 방이었어요. 작은 바람의 스침에도 묻어나는 당신의 향기가 너무 슬퍼보여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한 뺨의 온기에도 가득히 웃던 당신에게 제 사랑만 남겨둔 채 . 지금 창가엔 달빛이 내리고 있습니다 저 무념의 하늘가 구석진 곳에 자리를 깔았을 당신의 침상, 아직도 개지 못한 그날로 돌아가고만 싶었습니다 잠들지.. 더보기
그곳에도 그리움은 영그는지 그곳에도 그리움은 영그는지 길게 늘어진 시간이 석양에 걸려 7년 전의 그날이 되면. 하나도 놓칠 수 없는 하루의 끝자락으로 외로이 흘러가는 너희들의 아픔들이 보인다. 번성하는 어둠, 그 안에 자리한 잔혹한 권력의 위선 너희가 흘린 눈물이 바다 위의 공포가 되고 깊고 차가운 물속의 소용돌이치는 두려움이 되도 우리는 어떤 파도에서도 너의 울음을 듣지 못한다. 너희는 꿈으로 와선 잠시 머물다가 홀로 떠난 너희 뒤론 간절한 외침, 너희들의 통곡을 듣는다. 이 못난 부모들은 . 끝이 될 수 없는 사연들이 마지막의 몇 시간을 낮게 드리워진 슬픔들로 물결친다, 멀어진다, 흩어진다. 수면 위에 떠있어 흔들리는 달맞이꽃은 너희 닮은 주검처럼 찢기고 가라앉아 멀어지고 젖어간다. 아이를 가슴에 묻은 부모는 기억을 살아남은 .. 더보기
퍼저가는 모습이 퍼져가는 모습이 그렇구려, 사랑이라는 것이 보낼 수 없다는 것이 떠나는 사람에겐 한없는 부담이라는 것을 그래서 떠나는 순간까지 몇 번이고 흔들린다는 것을 몰랐구려 바람을 타는 그대가 내 손끝에서 날아오를 때 퍼져가는 모습이 너무 자유로워 보여서 나는 내 손에 남아 있는 온기에도 울지 못했소 죽음이란 남는 자의 것이라 생각했는데 떠나는 사람에겐 선택조차 없었다는 것을 몰랐구려, 지는 노을 속을 떠가는 당신의 모습이 슬프도록 아름다워 보여서 오늘도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돼서 더보기
내 몸이 미열처럼 내 몸의 미열처럼 너는 10월 들녘의 햇살에도 있었고 멋적게 키만 커서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거렸다 그날로 떠나는 가을 여행 홀로 거니는 걸음마다 너는 낙엽이 되고 둘이 부르던 그날의 노래 속에 간밤의 취기처럼 깃들여 있다 잊는다는 것은 한 올씩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놓는 것 네가 남겨놓은 약속의 말들 속에 너는 흐르지 못하는 눈물이 되어 내 몸의 미열처럼 머물러 있다 이 미열이 감기라도 되는 날 너는 또 어떻게 풀어질련지 더보기
행여 그대 저 문 밖에 행여 그대 저 문 밖에 내 그리움이 너에게로 가면 슬픔이요 너의 잔소리라도 내게로 오면 기쁨이다 떠올릴 수 있다면 어디선가 지금은 기억의 단편에도 없는 처음의 다툼 상처조차 되지 못한 말들도 기쁨이려니 어떻게 인들 아침을 해치우고서 습관처럼 물을 끓이는데 꺼내 놓은 잔이란 아직도 두 개라오 행여 그대 저 문 밖에 지금이라도 더보기
하늘(1) 하늘(1) 하늘이 한 칸씩 비어져 갑니다 아직도 영혼은 깨어 있지 못하여 저 푸른 빈 칸을 무슨 言語로 채워야 하는지 하늘이 한 칸씩 비어져 갑니다 때로는 산길 떠도는 낙엽과 햇살 바람 따르는 눈길만 같고 서른 여덜의 하루 실피줄 터지는 웃음만 같은 하늘이 한 칸씩 비어져 갑니다 막무가내로 펴놓은 원고지엔 그 어떤 날의 향기이던가 차마 옮기지 못하는 사연들만 찾아와 입안을 맴돌고 맴돌단 지쳐서 손끝의 슬픔이나 되는데 하늘이 한 칸씩 비어져 갑니다 나는 새벽까지 깨어선 하늘만 보고 여명이 다가와 나를 적시면 비로소 떠오르는 몇 마디 말 망설이다가 영혼의 원고지에 끄적이다가 찢고 또 찢는 내 안의 갈망들 이승은 어찌하라고 저 구겨진 속됨은 어찌하라고 하늘만 한 칸씩 비어져 갑니까 더보기
성에(1) 성에(1) 창문엔 지난 밤 내내 나를 부르는 너의 영혼이 하얗게 얼어 있다. 얼마나 애태웠으면 온몸이 이렇게 갈라졌을까. 다시 열리는 하늘에 어느 어둠이 있어 승냥한 이승의 한 밤을 빙꽃처럼 지새웠을까.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나에게 너는 얼마나 목청이 터지고 그리움의 이름으로 또 얼마를 추위 속에 서성였을까. 창문에 손을 대본다 살을 에는 한기 그랬었구나, 너의 슬픔과 외로움이 그대로 돌아갈 수 없어서 꿈도 없는 밤을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이렇겐들 불러 보지 않으면 잠들 수 없어 한 밤을 꼬박 거기서 울어옜구나. -------------- 세월호 아이들의 진혼곡 갈갈이 찢겨진 너의 흔적들 사이로 아침 햇살이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어지러움 속에 너의 마지막을 담은 스마트폰의 영상들이 하나씩 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