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은 아무리 다른 가치관을 지녔더라도 앞으로 말할 아주 기본적인 두 가지 원칙은 공유한다고 생각한다……첫 번째 원칙인 '본질적 가치의 원칙'은 모든 인간의 삶은 특별한 객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잠재성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일단 인간의 삶이 시작되면 그것이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중요하다……이것은 단순히 주관적 가치가 아니라 객관적 가치의 문제다. 곧 인간의 삶의 성공과 실패는 당사자에게만 중요한 것이거나 오로지 그 사람이 성공을 원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도 아니다. 모든 인간의 삶의 성공과 실패는 그 자체로 중요하며, 누구나 바라거나 아쉬워할 이유가 있는 어떠한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인 '개인적 책임의 원칙'은 누구나 자기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특별한 책임, 어떤 종류의 삶이 자신에게 성공적인 삶인지에 대한 판단을 포함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런 개인적 가치를 지시하거나 동의 없이 강요할 권리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어떤 가르침을 따르던 간에) 판단을 맡기는 것 자체는 자발적인 결정이어야 한다. 자기 삶의 독립적 책임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 본인 스스로가 결정한 깊이 있는 판단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도널드 드워킨의 《민주주의는 가능한가》에서 인용)

 

 

 

자유주의 정치사상가이자 법철학자로 존 롤스와 쌍벽을 이루는 도널드 드워킨이 《정의론》과 《자유주의적 평등》에서 정립한 이 두 개의 원칙은 '존엄의 원칙 혹은 조건'이라고 한다. 이 두 개의 원칙들은 '개개의 인간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책임을 부과한다는 면에서 개인주의적'이지만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전통의 가치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공통 기반으로 적절'해 보인다. 일종의 신뢰가 개인들 사이에 구축되는 것이다.

 

 

'평등의 이상'을 추상화한 첫 번째 원칙과 '자유의 이상'을 추상화한 두 번째 원칙의 조화는 '평등과 자유는 서로 경쟁하는 가치라서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거부한다. 대다수 정치철학자는 '보수는 정치에 평등을, 경제에 자유를 적용한 데에 비해, 진보는 정치에 자유를, 경제에 평등을 적용'하는 바람에 극단적 양극화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는 마이클 센델의 주장(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인용)에 동의한다(어느 진영이 올바른 적용을 했는지는 별도의 문제. 극단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기준으로 하면 당근 진보가 옳지만^^).

 

 

이처럼 민주주의의 두 축인 자유와 평등이 서로 충돌하는 가치라면 민주주의를 작동불능의 지경까지 떨어뜨린 현재의 상황이 필연적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두 진영의 이런 차이가 정치·경제·사회를 넘어 낙태·동성애·성평등·인종차별 등으로 대표되는 문화전쟁으로까지 확전 양상을 띠게 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두 진영이 민주주의와 헌법의 틀 안에서 벌어야 하는 정치적 논쟁과 권력 투쟁이 상대를 죽여야 끝나는 전쟁의 차원까지 치달은 것도 이해(수용이 아니다!)할 수 있다.   

 

 

드워킨은 이런 통념에서 벗어나 양 진영이 수용할 수 있는 공통의 합의점(신뢰의 구축)에 동의하면 작동불능의 민주주의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너른 합의만 있다면 심각한 정치적 논쟁이 없더라도 민주주의는 건강할 수 있고, 합의가 없더라도 논쟁 문화가 있다면 건강할 수 있는데, 극단적인 분열만 있고 진정한 논쟁이 없다'면 정치적 다수가 되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는 무법천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로 이것, '권력을 잡아 다수의 횡포를 부리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는 것'이 전 세계에서 표퓰리스트 정치인과 정당의 득세로 이어졌다. (신자유주의 통치술의 결과이기도 한)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가 양산한 온갖 병리현상들에 치명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좌절과 절망, 분노, 피해의식 등에 영합하는 차별과 혐오, 증오와 분열, 갈등과 폭력, 심지어는 물리적 복수를 부추기는 발언들을 쏟아낸 트럼프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근대민주주의의 원조국이자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기애가 극단에 이른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트럼프와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따기 보다 어렵다. 그 프로젝트가 인류사의 거대한 전환에 해당할 정도로 중대하고, 아직까지 누구도 성공하지 못해서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도 또다시 두드려 보아도 모자랄 만큼 민감하고, 아주 작은 오해로도 중단될 수 있는 신뢰 구축과 상호합의의 과정이라면 성공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할 수 있다. 그와 신뢰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정치의 신이라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푸틴과 두테르테처럼 트럼프와 특별한 이익을 공유하는 지도자들도 언제든지 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다.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워 상대적 약자들에게 억지 희생을 강요하고 떠넘기는 트럼프를 상대로 세계의 거의 모든 지도자들이 미국 대통령 직위에 대한 예의를 표하면서도 트럼프라는 개인에게는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국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외교 영역에서 그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다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 할 수 있다.

 

 

 

 

헌데, 전 세계에서 오직 한 사람,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만이 그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것도 주변의 강국들의 이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남북 공동 번영의 프로세스를 트럼프와 함께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다. 한국의 기레기들과 수구 진영의 집요하고 악랄한 흔들기와 가짜뉴스의 범람에다, 트럼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유수 언론들의 부정적 접근과 오보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의 신뢰관계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상대와의 협상에서 국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마키아벨리적 국제정치와 외교무대라는 특성과 본질까지 고려할 때 두 지도자의 신뢰관계는 유례를 찾기 힘든 '신화의 창조'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진정성과 투명성, 공정성, 원칙에 기반한 유연성 등을 바탕으로 하는 문프의 리더십이 의심과 질투, 돌변과 뒤통수치기의 아이콘인 트럼프와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트럼프에 못지않은 의심과 질투, 변덕의 아이콘이자 누구도 믿지 않는 김정은과의 신뢰관계도 유지하면서. 

 

 

두 사람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문프의 진정성에 마음을 연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처럼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별히 믿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으리라. 그런 선입견을 갖은 채 문프를 만났을 것이고, 통화하고 조정하고 협상하며 다시 만났을 것이다. 그런 과정의 모든 순간과 단계마다 일관된 진정성과 투명성,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유연함에 감복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마음을 열지 못했으리라.

 

 

더욱 더 놀라운 것은 트럼프와 김정은을 싫어하고 믿지 못하는 각국의 지도자와 유력 정치인은 물론, 교황과 UN사무총장, FIFA 회장, IOC 위원장 같은 종교와 국제기구의 지도자들로부터도 존경과 지지를 받는 것은 경의롭기까지 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맹렬하게 비난하고 흔드는 사람과 집단은 그가 실패해야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보수 진영과 태극기부대, 구좌파, 양대노총, 일베, 손가혁, 급진적 페미니스트밖에 없다. 예수가 "선지자는 고향에서 존경받지 못한다" 했는데 문프가 바로 그러하다.

 

 

누구에게도 완전함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이라면, 문프 같은 지도자는 민주주의 역사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힘들다. 전 세계 학자와 지식인들이 촛불혁명(이대생의 위대한 투쟁 포함, 그러나 이들은 환의의 노래를 부르기는커녕 악질적인 기레기들과 기득권의 연합공격에 두둘겨 맞고 조리돌림을 당해 지옥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촛불혁명의 발판을 마련해준 이들에게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을 칭송하는 것처럼 신뢰의 리더십을 구축한 문프에 대한 존경과 지지 표명이 줄을 잇고 있다.

 

 

문프는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보유하게 된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리더다. 다시 말해 외교무대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면서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인류사적 전환을 이끌어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뜻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초국적기업, 김연아와 손흥민 같은 스포츠 스타, 비틀즈와 롤링스톤즈, 퀸의 역사를 재현하고 있는 BTS와 전 세계를 즐겁게 만든 싸이 같은 한류 스타를 제외하면 문프처럼 널리 알려진 정치지도자는 없었다.

 

 

필자가 문파를 고집하는 이유가 이것 말고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할까? 구축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구축되면 좀처럼 깨지지 않는 리더십이 신뢰의 리더십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문재인과 노무현의 리더십은 다르다1

  1. 카사바 2018.12.06 19:09

    문프의 진면목을 깨우쳐 주신 선생님의 글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문파가 되기로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란 생각이 더욱 굳어지네요!
    "두 사람(트럼프와 김정은)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문프의 진정성에 마음을 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프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너무 뿌듯합니다. 대통령님, 자랑스럽습니다👍👍

    • 늙은도령 2018.12.07 12:22 신고

      다시 나오기 힘든 대통령입니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이런 식으로 정치와 외교를 해내는 지도자는 없었습니다.

 

억압받는 자들은 좋은 행동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며, 희생자가 되는 것이 권리를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ㅡ 필립스, 키이스 포크의 《시티즌십》에서 재인용

 

 

필자는 많은 글에서 밝혔듯이 진보적 자유주의자입니다. 정치·사회·문화적으로는 성인남성 위주의 권리와 법에 따른 의무를 중시했던 고전적 자유주의와, 민족과 국가를 중시했던 근대적 자유주의가 아닌, 페미니스트들의 위대한 노력으로 소수자 배려와 상호인정의 공감 능력, 그에 따른 연대성과 자발적인 책무 개념이 풍성해진 현대적 자유주의를 추구합니다. 경제적으로는 물질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절대평등의 구좌파보다는 개인의 욕구와 선호에 따른 정의로운 분배와 생태·환경·삶의 질 등을 중시하는 신좌파의 급진적이면서도 공정한 진보를 추구합니다.

 

 

 

 

다시 말해 2008년의 미 소고기 수입 전면개방 반대 촛불집회와 2016~2017년의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와 상당 부분 겹치는 '노무현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삶과 정치의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안철수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새정치를 포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지몽매함을 드러냈었다). 제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것도, 유시민을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이며, 신좌파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해 갈수록 몰락하는 진보정치가, 노무현의 참여정부 동안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 동안 화려하게 부활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정의당을 지지했던 것입니다(구좌파적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노무현처럼 화려한 토론능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민주주의 지도자의 최고덕목인 듣는 귀를 가졌으며, 그것을 통해 당면한 과제를 임기응변이 아닌 원칙적이고 투명한 차원에서 해결하는 능력을 가졌기에 그를 지지합니다. 조중동의 악질적인 프레임 때문에 반문정서의 핵심(말을 잘 바꿔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이라는 것)으로 뒤집혀졌지만, 임기응변적 거짓말을 하느니 차라리 진실을 말하고 욕을 먹겠다는 문재인 특유의 '신뢰의 리더십'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진보정당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유시민의 자유주의적 성향도 노무현보다 더 좌측(경제)에 자리한 진보적 성향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좋아합니다.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현대국가를 이해하려면 무조건 참조해야 하는 미셀 푸코의 《안전, 영토, 인구》와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을 인용하지 않은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에는 많이 실망했지만, '썰전'과 강연 등을 통해 진보적 자유주의를 멋드러지게 풀어내는 모습에서 노무현의 정신을 떠올리곤 합니다. 

 

 

유시민이 문재인을 지지하면서도 정의당에 당적을 두고 있는 것(최근에 당적을 정리했다)도 진보적 자유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정의당 당원이 아니지만 진보정당의 부활을 간절하게 희망하기 때문에 정의당을 지지합니다. 아니, 지지했습니다. 마르크스에서 연원하는 구좌파적 노동운동에 지나치게 경도됐으며,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기본소득이 만능인줄 아는 심상정(이재명의 한계이기도 하다)이 시청료 기생충 KBS 주최의 토론에서 문재인의 인격까지 저격하는 막말을 쏟아내기 전까지는 그러했습니다.

 

 

 

 

메갈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심상정이, 여성을 비하한 홍준표를 공격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문재인의 복지청책 후퇴(서울대의 팩트체크선터에 따르면 심상정의 주장이 대체로 거짓이라고 나왔고, 문재인의 답변은 진실이라고 나왔다. 유승민이 문재인을 공겨하며 주장했던 국민연금과 주적 발언도 거짓으로 나왔고, 문재인의 답변은 진실로 나왔다)를 정제된 언어로 공격하며 증세 논의로 이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문재인에게 '믿지 못할 정치인'이라며 조중동 프레임을 들이댄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정의당에 당비를 꼬박꼬박 내고있는 당원인 제 친구들도 탈당하겠다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습니다. 

 

 

1차 토론으로 상당히 고무된 심상정은, 문재인을 공격하는 것으로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하면 지지율이 오르고, 그것이 정의당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 판단한 것 같지만, 과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그런 성찰로는 정의당과 진보정치를 죽일 뿐입니다. 촛불집회의 시대정신에서 '노동의 신성함'을 추출했다면 그것은 마르크스적 구좌파다운 해석이겠지만, 시민주권 행동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고 '노동의 종말'이 언급되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노동'이 대표하는 상징성과 구체적인 표가 너무나 모호하고 한정적입니다.

 

 

미래학자들이 초인공지능과 나노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본궤도에 오르면, 마르크스가 추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는 일체 언급할 수 없었던 '노동생산성'과 '자본 축적'이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내부로부터 무너지는 않는 대신) 기본소득이 도입될 것이라는 희망사항에 빠지면 진보정치는 고사하고 맙니다. 경제학은 물론 과학기술, 특히 인공지능의 핵심인 반도체(저장능력)와 나노·로봇·생명공학 등에 대한 현장의 이해가 부족한 미래학자(특히 레이 커즈와일 같은 특이점주의자들)들의 주장을 믿는다는 것은 진보정치인으로써는 자살행위에 다름아닙니다. 

 

 

현재의 4차 산업혁명 붐은 일종의 마케팅으로 그 분야에 종사하는 자들이 대규모 연구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암묵적인 담합에 이른 지적사기에 가깝습니다. 이들의 말을 믿고 초고율의 누진세가 선행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기본소득에 함몰되면 진보정치가 설 수 있는 땅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심상정이 명심해야 할 것은 마르크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보수적이며 엘리트주의적인 구좌파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것이지, 도를 넘은 언어로 문재인의 인격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문재인이 개혁시킨 현재의 민주당이 정의당보다 진보적 가치의 실현에 적합하지, 자신의 정체성을 구좌파적 '노동'에 집중시키는 현재의 정의당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성인남성 위주로 이루어진 모든 정치철학에 도전한 페미니스트의 활약상이 전무하다시피했고, 박정희식 개발독재가 한국적 신자유주의로 고착화된 특수성 때문에 마르크스적 구좌파에 경도된 진보정치의 역사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정부 10년 동안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면 답은 없습니다.

 

 

심상정과 정의당은 신좌파의 짧은 성공(선진산업국가들의 기득권과 권위적인 기성세대를 저격했던 68혁명)과 기나긴 좌절(참여민주주의를 구체화하지 못한 것과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급진적 폭력성에 빠져 고사된 것)에서 기초를 다졌으며, 인권·사회·페미니즘·반전·환경운동 등으로 발전한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젊은피의 수혈이 쉽지 않을 것이며, 대권이나 연정을 주도할 정당으로 발전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며 파격적인 양성평등 공약(문재인의 공약 중 최고!)을 발표한 것에서 보듯, 현재의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꿈꾸었던 진보적 자유주의가 상당히 구현된 21세기적 정당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의당을 지지할 이유가 그만큼 사라진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구좌파적 성향이 강한 이재명이 민주당 대선후보로써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래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번 글을 늙은도령이란 한 명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세계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미국과 유럽은 물론 많은 나라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와 촛불집회)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상정과 정의당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합니다. 정의당의 목표가 심상정의 대선 완주인지, 아니면 그것을 발판으로 정의당의 부활에 성공하고 민주당과의 연정을 꿈꾸는 것인지 정확한 현실판단이 선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사람소리 2017.04.22 06:36

    베를린 아카마 호텔 호스텔 저렴하게 예약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ㅠㅠ 그래서 따라 들어왔다가 웬 헛소리만 읽고. 바빠요 ㅠㅠ

  2. 수원 2017.04.22 10:55

    윗 댓글이 너무해서 남겨요.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3. 김준호 2017.04.22 11:44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 늙은도령 2017.04.22 18:18 신고

      문재인과 심상정이 동시에 잘돼야 하는데... 그래야 진보적 가치가 더욱 많이 실현될 수 있는데... 심상정이 욕심이 생겼던 모양입니다.

  4. 애효 2017.04.22 22:16

    이제 마지막입니다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우린 역사속으로 퇴장 하는것이 운명입니다.

  5. 송인철 2017.04.23 00:51

    동감합니다
    정의당 다원입니다
    지난해 쉬지도 못하고 토요일이면 광화문으로 작은 촛불하나들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목청것 외치면서
    한철 겨울을 보냈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꽃피는 봄이되었습니다
    바귀어야합니다
    마음속으로는 정의당과 민주당이 협치하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정의당으로서는 세상을 바꾸기엔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전 그부분이 민주당이라고 생각하고
    민주당 또한 정의당의 민족적 당위성을 지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으로는 내가 선택한 주권의 한표는
    아니 내가 아는 내가 만나는 모든이에게 사표를 만들지말고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선택을 위해 내가 던지 것이 사표되지 않아야된다고 말하고있습니다
    정의당은 대의를 위해
    자기의주장만 앞세워 정권교체의 반하는 결과를 만들지말자고
    말하고싶습니다
    다시한번 선생님의말씀에 동의하면서
    저의 이런 의겨니 나쁜것인지 조언있길바람니다
    늙은 아이입니다

    • 늙은도령 2017.04.23 01:52 신고

      님 같은 분들이 많아져야 정의당이 민주당과 당대 당 연정이 가능할 만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조차 마르크스적 구좌파는 한계에 처했습니다.
      마르크스적 구좌파는 너무 물질적인 면, 즉 경제의 평등에 집착하느라 정의와 시민권 같은 비물질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가치에 적대적이었습니다.
      정보통신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발달은 공동체의 규모를 1인 가구까지 줄여갔지만, 대신 공감이란 연대성을 구축할 수 있는 다양성의 평등과 협치, 공감의 네트워크를 넓혀감으로써 새로운 민주주의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헌데 구좌파는 목표하는 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집단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대동단결을 중시하기 때문에 숨막히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내부에서의 민주주의가 죽어가는 것이지요.
      개인과 집단 간의 적절한 균형과 긴장이 있을 때 권리와 책임이 함께할 수 있는데, 구좌파는 전위나 지도자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권위주의에 의해 돌아갑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자유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탈물질주의적인 청춘으로부터 외면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 구좌파가 대표하는 산업노동자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시민이 대신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노동을 외치면 시민주권이 빠져나갑니다.
      정의당이 대표할 수 있는 구성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결과는 이렇게해서 발생합니다.
      정의당이 구좌파를 넘어 신좌파를 연구하고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한 갈수록 축소될 것입니다.
      결과의 평등이 절대적 정의가 아닙니다.
      마르크스가 예언한 자유의 왕국은 그 실체가 너무 모호하고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종교적 교의는 현재의 세상에선 통하지 않습니다.
      심상정과 노회찬처럼 구좌파의 노동운동에 경도된 사람들이 2선으로 후퇴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의당은 살아남습니다.
      민주당 정부 때 세를 넓혀야 하고, 그래야 유럽의 노동당처럼 주요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의 오류를, 추상의 총체적 문제를 인정해야 합니다.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채 유토피아를 아무리 떠들어도 그것에 귀를 기울일 청춘은 더 이상 없습니다.


필자는 '문재인과 노무현의 리더십은 다르다1, 2, 3' 과 '문재인의 백의종군과 신뢰의 리더십에 대해' 등을 통해 노무현과 문재인 리더십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다루었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 불평등과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 인권과 정의, 공정과 사회적 평등, 자아 실현과 높은 삶의 질, 탈물질적 가치, 남녀평등, 소수자 보호, 환경과 생태 등을 중시하는 진보적 자유주의입니다(반기문의 진보적 보수주의는 뭐지?).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부독재에 맞서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 공안통치의 피해자들을 지켜왔던 두 사람이 현실정치를 통해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섰던 것은 박정희와 최태민 가문으로 대표되는 부패한 기득권세력이 망쳐놓은 대한민국을 바로잡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 부패 기득권세력과의 싸움은 고난과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들은 두 사람을 감옥에도 보냈고, 주변을 탈탈 터는 등 온갖 공갈협박을 남발했지만 두 사람을 꺾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두 사람의 올곧고 끈질긴 투쟁은 많은 서민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고, 지치고 힘들 때마다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비타민 같은 친구가 됐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명제도 이런 경험에서 나온 민주적 성찰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권변호사였넌 노무현이 사법연수원을 2등으로 졸업한 문재인에게 일을 함께 하자고 제의한 것이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의 시작이었다면, 문재인이 대통령에 오른다면 한국현대사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돌파해내는 노무현과 모든 것을 품에 안는 두 사람의 차이점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부마항쟁, 4.19혁명, 5.18광주항쟁, 6.10민주항쟁 등과 함께 이땅의 민주화를 이루어내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습니다. 현실정치에 뛰어든 노무현 대통령이 '사람사는 세상'을, 뒤늦게 뛰어든 문재인 전 대표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추구하는 것도 이런 가치들을 중시하는 공통점에서 나온 민주적 이상향입니다. 



민주주의와 헌법에 기초한 두 사람의 투쟁은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독재정부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고, 그들에 기생해 호가호위를 한 부패 기득권세력에게는 '가시 돋힌 방석'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모든 기득권세력과 제도권언론(좌우를 가리지 않았다)의 집중포격을 받아야 했고, 조작과 선동질에 시달려야 했고, 그것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비극적인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여기에 문재인 지지율의 느리지만 꾸준한 상승의 숨어있는 1인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노풍'으로 대표되는 노무현의 지지율은 변방의 외침에 불과한 1~2%에서 수직상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람이 갖는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바람을 탄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돌파력과 설득력, 진정성에 관한 한 천하제일고수였던 노무현은 일단 바람을 타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태풍까지 순식간에 커질 수 있습니다. 정치는 말인데, 진정성까지 갖춘 노풍이 태풍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람은 뿌리가 약합니다. 방향이 바뀌면 역풍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악질적인 친일부역에서 비롯돼 미국유학파와 시장 우파 및 안보상업주의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한 부패 기득권세력이 노무현을 집중 공격했고, 새천년민주당 내의 기득권세력(후단협)이 이에 화답했습니다. 이들의 연합공격에 뿌리가 약한ㅡ정치적 지지세력이 없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하자 노무현의 지지율은 무서운 속도로 하락했고,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무현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를 도왔던 문재인은 모든 것들을 옆에서 지켜봤고, 현실정치의 추악함에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이때의 기억들은 문재인의 뇌리에 깊게 각인됐을 것입니다. 노무현의 운명을 짊어지고 현실정치에 뛰어든 문재인이 소극적인 형태의 유세를 고수했던 것도, 왜곡과 조작을 넘어 사실관계까지 틀린 상대의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것도, 당의 최종후보가 되기 전까지 자신의 자금 안에서만 유세를 하는 것도 노무현의 굴곡을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문재인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언론이 없는 것에서 보듯, 문재인은 스스로의 힘으로만 지지율을 올려야 했습니다. 조기숙 교수나 유시민, 필자처럼 문재인을 대신해 변호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도 문재인에게서도 되풀이되는 부패 기득권세력의 '노무현 죽이기'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이 그런 악의적인 공격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나서야 했던 것이며,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도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문재인의 지지율 상승은 노풍과 같을 수 없습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도 문재인의 지지율이 느리게 상승하는 것도 노무현의 정치일생을 돌아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문재인의 지지율이 대단히 느리지만, 확실하게 기반을 다지며 야금야금 상승하는 것을 대한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당과 후보를 합친 리얼미티 여론조사



문재인에게 노무현은 선배이자 친구이며 동지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스승이며 반면교사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반기문이 대선불출마를 선언한 오늘(필자의 예상은 2주 정도 더 가는 것이었다), 문재인을 꺾을 만한 정치인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의 지지율이 40~50%까지 수직상승하지는 않겠지만 35%까지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것은, 지독히 답답하고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가장 튼튼한 대세론을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당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을 고려해, 이번 대선은 당 중심으로 치루겠다고 한 것까지 더하면 문재인은 노무현의 파란만장한 정치여정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다 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과의 공통점을 기반으로 그 나름의 리더십을 구축해내는데 성공한 문재인이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노무현보다 더 큰 일을 해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시작했으나 부패 기득권세력의 격렬한 저항에 끝내지 못한 일도 해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고요. 



문재인 지지율의 느린 상승 속에 숨어있는 1인치가 바로 이것입니다. 반기문의 조기불출마도 결국은 문재인을 뛰어넘을 현실적 방안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온실 속에서 자란 전문관료 출신 외교관인 반기문이 현실정치의 높고 추악한 벽(박근혜로부터 어떤 협박을 받았을까?)을 넘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팩트라고 알려진 23만달러 수수설도 반기문의 조기탈락을 예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요. 반기문이 보수세력에 휘둘렸던 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시민이 반기문에 대한 비판에 날을 세우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요? 문재인은 노무현처럼 폭발적인 모습은 보여줄 수 없지만, 지속적인 지지율 상승을 유도하는 신뢰의 리더십으로 부패 기득권세력의 융단폭격에 맞서 하루하루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부동의 지지율 1위의 후보를 당이 도와주지도 지원하지도 않는 진풍경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문풍은 그런 형태로 태풍이 되고 있습니다.  



#새누리다가박근혜다

#박근혜는하야하라    

#바른정당도박근혜다

#삼성이박근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인존무상 2017.02.01 22:05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써서 문재인과 민주개혁세력을 지켜주신 선생님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2. 둘리토비 2017.02.01 22:36 신고

    어떤 누구누구의 판이라는 것 보다
    본질적인 민주주의와 삶의 질을 놓고 더욱 생각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저도 그렇지만 예상하신 분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넘 안타깝습니다. 그냥 조건없이 오셔서 이 사회의 큰 어른이 되어 주시면 좋았는데.....
    촛불집회에 대한 폄하발언, 전 여기서 단언했습니다. 역린을 건드렸다고....

    • 늙은도령 2017.02.01 23:29 신고

      전 세계적인 평이 일치되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반기문에 관한 글을 두 편밖에 쓰지 않은 것도 어차피 조기탈락할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전문관료 출신의 외교관이 정치에서 성공하기란 하늘에서 별따기입니다.

      그냥 UN사무총장으로 머물렀으면 최고였는데 23만불 수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희생양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7.02.02 09:02 신고

    헌재 인용 결정이 3월초에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릅니다

    주우울 밀고 나가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7.02.02 17:56 신고

      이번 주 촛불집회가 중요합니다.
      반드시 100만 명을 넘겨야 합니다.
      그러면 게임 끝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정말로 오랜만에 출연한 오늘의 뉴스룸 인터뷰는 참으로 답답한 시간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손석희가 알려진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친박계의 꼼수(박근혜의 질서있는 퇴진)를 문재인에게 물어본 것에서 시작됐다. 문재인은 친박계의 꼼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손석희의 질문에 즉각적이고 조건없는 퇴진이면 탄핵보다 낫다고 말했다. 이에 손석희는 박근혜의 퇴진이 이루어지면 조기대선으로 가는 것이냐고 물었고, 문재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문재인은 박근혜의 퇴진 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면 일부 정당이나 후보들이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시일을 더 늘리라는 국민의 뜻이 모아지면 그에 따를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문재인이 이런 말을 덧붙인 것은 조기대선이 치러지면 지지율이 1위인 자신이 최대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국민이 공정한 경쟁을 원할 경우 대선 유세기간을 늘리는 불리함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헌법은 모든 국민이 지켜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국민이 국가에게 지키라고 명령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의 발언이 반헌법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국민의 뜻이 헌법보다 앞서며, 개정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과 심도있는 토론이 필요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모아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손석희는 세간에 떠도는 얘기들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던 문재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가 한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조기대선이 늦어지면 JTBC가 방송재허가 심사에서 보복당할 것이 걱정됐을 수도 있다. 그래서 손석희는 헌법에 나온 대로 조기대선을 치르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계속해서 되물었다. 손석희는 인터뷰의 마지막에도 똑같은 질문을 문재인에게 던졌던 것도 이 세 가지 이유 중 하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손석희 앵커가 손님으로 나온 문재인에게 불편할 정도로 똑같은 질문을 집요하게 던질 이유가 없다. 문재인 전 대표가 선의로 한 말을 손석희는 의심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손석희의 입장에서는 문재인의 선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수 있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지독하게 답답했지만, 그가 문재인의 말을 선의로 해석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필자가 이번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말의 무게. '정치는 생물'이라며 어제 한 말도 오늘에는 얼마든지 뒤집어버리는 박지원과 일반 정치인들과는 달리, 문재인은 말 한마디에도 무제한적인 책임을 강요 받아왔기 때문에 두려움없이 내놓아도 되는 말에도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오늘도 대선에서의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자신의 말을 손석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결정할 수 없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자신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터놓고 말하면 될 것을 끝내 마음에만 담아두었다. 





문재인은 아마도 조기대선이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을 위해 경선일정을 늘리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하면 이미 대통령이나 된 듯한 교만함으로 비칠까 걱정했던 것 같다. 어떤 말을 하던 무제한적인 책임을 강요받거나 무한대로 왜곡되기 일쑤이니 터놓고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치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고, 자신의 리더십이 신뢰에 바탕하기 때문에 말의 무게는 문재인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벽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노무현이 거의 모든 (허벌나게 무식한) 기득권으로부터 융단포격을 받은 것은 서민의 언어를 고집했다는 것에 있었지 않은가. 어떤 대통령도 노무현처럼 말의 무게에 짓눌려본 적이 있었던가. 그런 노무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성공과 좌절의 모든 것을 지켜보았던 문재인마저도 똑같이 말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으니 속을 터놓고 말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극복하기 힘든 장벽임에는 틀림없다. 



바로 이런 이유들로 해서, 필자가 문재인에게 바라는 것은 말의 무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라는 것이다. 문재인의 리더십을 파괴하거나 무너뜨릴 정도가 아니라면 말의 무게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더더욱 정치란 확정되지 않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그 시작이 말이라는 점에서 말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은 최악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위대한 정치인도 자신이 한 말을 모두 다 지켜야 했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며, 이는 노무현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은 뻔뻔해질 필요도 있다. 정확히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로 자신의 기회주의적 처신에 자가면죄부를 발행하는 것이 특기인 박지원 같아서는 안 되지만, 거침없이 말해야 할 때는 말의 무게는 잠시라도 내려놓아도 된다. 노무현 같은 폭발력(이런 정치인은 다시 나오지 못할 것이기에)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열정을 토해내는 모습을 보다 많이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말의 무게에 짓눌려 있기에는 청산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한비자 2016.11.29 04:19

    저는 손석희씨가 문대표를 믿고 재차 물음으로 신뢰를 확인하고, 증명하고자 한듯 생각합니다. 넘어갈만한 분이 아니란 믿음이 깔려있다 생각합니다. 괜한 오해를 역으로~~

    • 늙은도령 2016.11.29 04:26 신고

      허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손석희가 문재인에게 가혹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JTBC 보도부문 전체를 보면 문재인에게는 매우 빡빡했습니다.
      그 때문에....

  2. 참교육 2016.11.29 06:17 신고

    지나친 겸손은 상대방에 대한 결례이듯이 문재인의 지나친 신중은 유권자둘이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는 과단성 있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는데 문재인에게는 그런 면을 볼 수 없습니다.

    • 늙은도령 2016.11.29 19:40 신고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면 누구보다 잘할 것입니다.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것인데, 문재인은 이 부분에서 부족합니다.
      그것 때문에 제가 안타까운 것이고, 지지를 거두지 못하는 것입니다.
      문재인만큼 대통령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수 있는 사람은 없는데....

  3. 개혁 2016.11.29 08:52

    대통령이 되려면, 예상치 못한 질문에도 능수능란해야 되지 않을까요? 성인군자로는 문재인이 1등이지만 대통령으로는......

    • 늙은도령 2016.11.29 19:41 신고

      성인군자이기 때문에 더욱 더 대통령이 되야 하지요.
      그런 사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만 대통령까지 가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문제인데, 그것은 문재인이 극복해야 할 것이지요.
      저는 비판적 지지를 통해 문재인이 그런 능력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요.

  4. 야인 2016.11.29 09:13

    저는 괜찮게 생각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보는 인터뷰에서 마냥 사이다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원론적으로 답변햇다고 생각해요

    • 늙은도령 2016.11.29 19:42 신고

      일단 대통령에 올라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것이 걱정인 것이지요.
      대통령으로서는 최고의 정치인이니 반드시 대통령에 오르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5. 공수래공수거 2016.11.29 12:45 신고

    저 시간을 놓쳤군요
    보지는 못했지만 대략의 가늠은 됩니다

    어쨌거나 물러날 생각이 없는듯 하니 빠른 탄핵조치와
    탄핵결정이 될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6.11.29 19:46 신고

      탄핵보다는 하야가 여전히 앞섭니다.
      그것과 상관없이 다음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합니다.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국민이 뜻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은 아직 부족합니다.
      그는 차차기를 노려야 하는데 순서가 바뀌면 대한민국은 대혼란에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좌파 중에서도 잘못된 정책을 펼치는 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우파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세상을 망친 자들 중에는 좌파도 상당합니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교조적인 망상에 빠져있기 때문이죠.

  6. 지스카드 2016.11.29 14:00

    좋은 글 잘보고 있습니다.
    딱 제 생각인데 글쓰기의 수준은 천지차이네요~~
    어쨌든 어제는 좀더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6.11.29 19:47 신고

      문재인은 대통령으로서 역사상 최고의 인물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대통령으로 올려야 합니다.
      헌데 그 과정에서 문재인이 말의 무게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질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지요.

  7. 대구류 2016.11.30 00:27

    저도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노무현대통령과는 다른 스타일로 매우 잘해낼것이라 생각하지만

    항상 그의 성격상 대통령이 되기까지가 매우 힘들것이라 생각했지요.. 대중들은 좀더 폭발적이고 감동적인 모습을 지도자에게 바라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참. 운명이란걸 믿지 않고 지금 이것 또한 새눌당의 업보와 국민들의 열망이 쌓여 만든 결실이란걸 알지만

    문재인에게 또한 대한민국에 마지막으로주는 하늘의 기회인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어쩔수없네요.

    • 늙은도령 2016.11.30 02:23 신고

      네, 맞습니다.
      이번이 대한민국과 문재인에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체제를 바꾸려면 강경파만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폭넓은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8. 김윤란 2016.11.30 06:46

    저희들도 뉴스룸에 문대표님의 답변에
    좀 답답하긴 했습니다 충분히 손앵커님의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해 주실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는데 끝내 속시원한 답을
    못하시는데는 분명 그분의 깊은 뜻이 깔려 있으셨겠죠, 손앵커님의 집요한 질문에 좀 안타깝기도 했고 아무튼 답답한
    인터뷰였어요,에휴~~두 분을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건지 ,,,ㅎㅎㅎ

    • 늙은도령 2016.11.30 21:06 신고

      문재인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한 노무현에 필적할 만큼 최고의 정치인 중 한 명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누구보다도 잘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것들을 끝내기만 하면 되니까요.
      모든 것은 이미 참여정부에서 다 다루었고 만들어두었습니다.
      그저 대통령에 오르기만 하면 됩니다.
      대한민국은 그러면 천지개벽의 변화를 보일 것입니다.

      손석희는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보도부문 총괄사장이라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박근혜가 내년 3월까지 버티면 JTBC는 방송재허가를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이재명 등을 배려한 문재인의 발언에 화들짝 놀란 것이지요.
      본문에 언급하려다 고군분투하는 손석희를 위해 뺐습니다.

      둘은 잘 할 것입니다.
      문제는 더민주의 탄핵 강공이 얼마나 신속하고 확고하게 이루어지느냐에 있습니다.
      자꾸 삐딱선을 타려는 국민의당을 잘 달래며 2일에 탄핵을 강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쳐다볼 필요도 없고요.

  9. 2016.11.30 20:02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6.11.30 20:23 신고

      JTBC의 재허가가 걸려있기 때문에 손석희가 도를 넘었던 것 같습니다.
      문재인이 끝까지 참아내는 것에 또 한 번 감탄했지만, 터놓고 얘기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손석희가 머리 회전이 빠른 천재형은 아니라 어제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조금은 건방졌던 손석희도 문제였지만, 오랜만에 뉴스룸에 나온 관계로 문재인도 많이 조심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무너져가는 제1야당을 살려내고, 지지율의 폭등을 이끌어냈으며, 참신한 인재들을 영입하고, 당내에서 새누리당2중대 역할에 충실했던 비주류들(모두가 '예'할 때 나 혼자 '아니오'를 말할 수 있는 정당한 비판자와 다르다)을 내보내고, 그 사이에 온갖 비난과 조롱을 감수해가며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한 뒤 백의종군을 선언함으로써, 똥줄이 탄 박근혜를 거리로 나서게 만들고,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외에는 탈출구가 없도록 만들어놓은 문재인 리더십에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된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무려 한 달 남짓 필자도 흔들렸었다)은 문재인이 노무현 같은 폭발적인 리더십이 없다며 그를 노무현과 별도의 정치인으로 보는 경향이 강화돼왔다. 지금처럼 박근혜 정부의 폭정이 통치의 금도를 넘어 나라를 말아먹을 지경에 이르렀고, 그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인데도 노무현의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제1야당의 대표로서 막장 정국을 뒤집어버릴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문재인은 국정원 불법적인 대선 개입이 밝혀졌고 개표 조작의 증거들이 넘쳐나는 데도, 그래서 문재인이 가장 억울할 노릇인 데도 비주류의 압박과 대선불복 프레임에 갇히면 그나마 미래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욕과 비난을 감수했다. 그 때문에 헌정파괴범이니, 이명박근혜와 함께 대힌민국 3적이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난을 퍼부은 어리석은 자들의 분노까지도 감내하면서 때를 기다려야 했다. 문재인이 물러 터졌다는 세간의 비판과 조롱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은 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 것은, 문재인만의 리더십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이들은 눈에 보이는 증거들로 해서, 문재인이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 대선불복 프레임에 갇혀 노통의 가족은 물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다칠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은 외면해왔다. 노무현의 수족을 자르고, 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한 이 땅의 친일수구세력의 압도적인 힘의 우위는 고려하지도 않은 채 문재인까지 정치판에서 퇴출시키고 싶어했다. 이들은 문재인과 정체불명의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것을 덤으로 개표 조작만 밝히려 했을 뿐, 그 다음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개표 조작이 인정되면 가장 민주적인 지도자가 뽑힐지, 새누리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인지, 쓰레기 방송들이 퇴출될 것인지, 나라를 팔아도 35%의 지지를 받는 박근혜의 콘크리트지지층을 와해시킬 수 있을지, 개표 조작을 밝혀낸 다음의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을 띨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는 듯했다. 이들은 박근혜를 끓어내린다는 명분으로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운동권세력과 친노 패권주의를 구태정치의 정화로 만들어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승격시켰다.





이들은 지정한 지도자라면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세력에게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되면 어떤 비난도 감수하며 물러날 줄 알아야 하며, 다시 도약하기 위해 내부의 힘을 다지는데 집중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마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박근혜만 아니라 노무현까지도 개표 조작으로 당선된 가짜 대통령이고, 그것을 묵과한 문재인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와 함께 타도의 대상이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문재인이 친노 패권주의에 함몰된 계파의 수장에 불과하다며 당내의 분란뿐만 아니라, 첨예한 여야의 갈등을 유발하는 주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문재인이 비겁하다고 몰아부쳤다. 그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우측으로 옮길 때만이 외연이 확장돼 제1야당이 살아날 수 있다며, 끝없이 문재인을 흔들어대는 비주류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들 모두가 주장하는 것들이 이루어지면 한국정치판에 어마어마한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그곳으로 새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정치는 진공을 싫어하고 기득권의 힘이 거기까지 지켜보고만 있지 않는다는 역사의 진실을 무시했다. 새정치의 주인공을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차피 젊은이들이 혁명을 이루면 늙은이들이 기어나와 그 자리를 차지해왔던 역사의 되풀이 속에 얼마나 거대한 기득권의 힘이 자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고찰이 부족했다.  



물론 필자도 문재인이 대표에 오른 초반에는 그의 리더십이 노무현처럼 폭발력이 없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그가 노무현 같은 리더십을 가졌다면, 작금의 정국은 많이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풍이 거침없이 제도권의 높은 벽을 타고 넘었기에, 문풍도 그러하기를 바랐던 것도 사실이다. 비주류 탈당파들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2중대가 됐고, 문재인의 리더십이 발휘될 공간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제는 다시 말할 수 있다, 문재인에게는 평생을 걸쳐 구축한 신뢰의 리더십과 모든 곳으로 파고들 수 있으며 모두를 품을 수 있는 크기를 가졌다는 것을. 지금까지 알려진 문재인의 삶을 하나씩 되돌아보면, 그는 행동이 필요할 때는 단호했고, 어떤 위협에도 물러섬이 없었으며, 그렇다고 해서 정치쇼나 벌이는 인위적인 조작을 극도로 꺼려했음을 알 수 있다. 문재인의 셀프디스처럼, 폭발적인 파괴력이 없어서 그렇지 그는 물처럼 흘러, 끝내는 모든 것을 담아낼 그런 리더십을 구축했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면(정치는 유권자와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먼저 들어야 하고,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뒤, 그에 맞춰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 물과 기름을 섞어내야 하는 정치적 설득은 상대에게 스며들 수 있다. 노무현은 누구라도 설득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재능과 에너지를 소유했지만, 문재인은 귀에서 진물이 나도록 누구의 말이라도 들을 수 있는 넓은 그릇을 키워왔다. 정치인이 말을 잘해야 하는 족속이라면, 노무현의 장점을 수십 년 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문재인 대표는 정반대의 방법을 갈고 닦아왔으며 최고의 지도자에 오를 수 있었다. 



필자는 현대의 리더십이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 안는 여성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세상과 현상의 이면을 보기 위해 통섭적 시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들과 논문을 섭렵하면서, 여성적 리더십과 가장 근접해 있는 신뢰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초국적기업과 선진국, 인류 전체의 0.01%밖에 안 되는 거대금융자본과 상위 1%의 슈퍼클래스들은 그들만의 생존 전략을 수립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와 대부분의 서민들은 하루하루의 삶에 치여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적 리더십과 신뢰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아니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들을 탈출시키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대처나 박근혜처럼 성별만 여성일 뿐, 사실상의 독재를 강행하고 가부장적 권위에 기반한 통치를 보여주며, 정치적 권모술수와 폭력적 공권력 집행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지도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의 폭발적인 카리스마보다는 문재인의 여성적이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리더십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가 2016년의 대한민국이다. 위험사회가 폭발 직전에 이른 작금의 현실을 고려할 때, 묵묵히 신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마다 자리해 모두를 포옹해주는 그런 지도자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물처럼 유동하는 액체의 리더십은 어느 곳이든 스며들어 상대를 포용하고, 때로는 거대한 벽도 무너뜨릴 수 있는 더 거대한 힘을 보여준다. 물처럼 스며서 마침내 대지의 모든 것을 촉촉하게 적시는, 그런 리더십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여성적인 리더십이며, 보편적인 신뢰가 있을 때만이 작동할 수 있는 리더십이며, 성별만 여자인 박근혜에게 바랐지만 1%의 교집합도 찾을 수 없었던 순정한 리더십이며, 노무현의 동반자이자 친구였던 문재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유의 리더십이다.





세월호 유족들의 비통함을 안아주고, 밀양의 할머니를 위로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비오는 밤에 청와대 앞에 앉아 연좌시위를 벌이고, 유민 아빠의 생명이 염려스러워 단식을 말리려다 단식을 함께 하고(살아있어야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은가), 위안부협상을 원천무효라 선언한 후 위안부할머니를 찾아간 것에서 문재인만의 리더십을 본다. 지금은 폭력적인 혁명이 필요한 시기일 수도 있지만, 한 마리의 양을 챙겨야 하는 모세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작금의 세상이란 지독히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며, 폭력적인 신자유주의 통치술이 만들어낸 최악의 결과이며, 그 자체로 지옥이다. 그것을 역사의 이면으로 퇴출시키려면 한 사람의 목숨이 그 어떤 대의보다 앞선다는 어머니의 마음이 필요함과 동시에, 더 이상의 피해를 용납할 수 없기에 압도적인 집권세력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불굴의 용기와 치밀한 전략도 요구된다. 청산이라는 것이 희망이나 열망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형오씨의 공동 단식에서 그런 문재인을 봤기에, 그런 모습에서 이 시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소통과 포용, 정의와 평화의 리더십을 봤기에 필자는 그 빌어먹을 1%의 희망을 본다. 새롭게 정한 당명처럼 더불어 가는 리더십이야말로 온갖 위기를 최대한 키운 이명박근혜 정부의 8년을 바로잡을 수 있다. 정체성과 무능력이 속속 드러나면서 깨놓고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러브콜을 보내는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퇴행적 정치로부터 안철수 현상으로 표상되던 진정한 의미의 새정치를 되찾아 올 수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막아야 할 것은 신자유주의 우파로 변신해 이 땅의 지배엘리트를 독식하다시피한 친일수구세력의 장기집권이며, 이명박근혜 8년만에 구체화된 헬조선의 연장이다. 지난 8년은 어떤 부차적인 형용사를 동원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지옥이었음을 하위 95%의 국민들은 알고 있다. 권불십년이나 화무십일홍을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그들의 장기집권을 막아야 하는 것은 이 땅의 주인이 하위 95%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고, 문재인의 리더십에 표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오도일관지 2016.01.19 16:29 신고

    문대표의 리더십 저해요소 중 큰 비중은 중진의원이라 봅니다. 그들을 보면 민주정부에서 행정부, 당의 요직을 맡을 분들 입니다. 문대표 재신임 투표 과정을 보면 문대표께서 그들을 너무 존중하셨고 그들은 이점을 이용했다고 생각합니다.

    • 늙은도령 2016.01.19 17:44 신고

      네, 그들이 문제입니다.
      민주주의는 다선의원들이 자연적 귀족으로 자리잡으며 무력화됩니다.

  2. 오도일관지 2016.01.19 16:43 신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여성적 리더십은 엘리트 여성 중심사회로 이루진 정치판에서는보여주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약자의 편에 서서 행동하시는 여성분들 있습니다. 문대표께서 보여주는 리더십은 카톨릭 신자로서의 모습으로 현 교황이 하시는 종교적 리더십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늙은도령 2016.01.19 17:46 신고

      여성적 리더십과 여성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성적 리더십은 어머니 리더십과 비슷한 것입니다.
      신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살피는 리더십이 여성적 리더십입니다.

  3. base 2016.01.19 17:24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노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곁에서 한걸음 물러나 그를 지지했으나, 그 공간을 내부적으로는 노대통령을 팔아 자신의 이속을 챙기려는 사이비 친노 세력들이 채워갔지요. 김한길과 안철수, 가짜 친노세력 그리고 이미 자신의 정치적 욕심만으로 무장된 호남 국회의원등등.. 그들은 문재인대표를 철저히 흔들었고 무시했습니다. 외부적으론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노무현대통령의 시대와는 너무도 달라진 상황에서 그를 견주어 문대표에게 똑 같이 요구한 제 자신을 요즘 돌이켜 보면서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이 자꾸 드네요..

    • 늙은도령 2016.01.19 17:47 신고

      원래 그런 것입니다.
      대통령에 올린 분들에게는 책임이 없습니다.
      다만 그 분의 가치와 사상, 노력들을 되살려내는데 힘을 합쳐야 함은 우리의 몫입니다.
      그날을 위해!!!!!!!!

  4. Elisa 2016.01.19 18:04

    이번에 대표직까지 내려놓으면서 야당을 살리려는 모습. 정말 뜻있게 보고,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기대와 희망이 되는 것 같아서 안심도 했습니다.

    알고보니 제 주변에 35%의 콘크리트 지지층들이 정말 많더군요.

    위안부 문제, 그것이 최선이었다.
    새누리가 옳바른 정치의 길이니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말이나 됩니까. 복창터져서 죽는 줄 알았어요.

    일일이 설명해도,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 리포트 뽑아주고 그것만 질문해.
    일 있을 때마다 연예 문제 터트린것 하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한 수법까지.
    역사교과서 숨기고 만드느라 급하고, 문재인 끌어내리는데 아주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그래도 안 들어요.

    이래저래 설명하면 말이 막히면서도, 안 들어요.

    그게 최선이래요. 와, 진짜.

    지금의 경제 난을 왜, 누가 만들었는데, 나라를 팔아먹어도 정말 지지할 기세에, 그냥 입을 다물었습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설명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서, 지금 그러고 있어요.

    그래서 더 감사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뭘 어떤 시각으로 봐야할지 모를 때 이렇게 좋은 글,
    시대를 바로 보는 블로그를 알게 해주심에, 또 선생님을 알고 그 글을 읽수 있음에.

    (저 정말 야당, 여당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살기 힘드니까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글을 써주시는 선생님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늙은도령 2016.01.19 18:43 신고

      님 같은 분들이 늘어나면 민주주의와 민생은 살아납니다.
      35%의 믿음은 하늘이 무너져도 바뀌지 않습니다.
      최대로 바뀌어도 박근혜에게서 다른 새누리당 후보로 옮겨갈 뿐입니다.
      박근혜의 범죄들이 낱낱이 밝혀지면 5% 정도는 정치 무관심층으로 돌아서 투표를 안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최대치임은 분명합니다.
      님의 경험이 말해주듯이, 중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상황판단에 따라 진보와 보수를 오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진실을 말해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입니다.
      그들보다 우리가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되니까요.
      보내준 책은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글을 쓰기 위해 예전에 읽은 책들과 새로 구입한 책들을 찾아보느라 하루를 풀로 투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 읽는 대로 서평은 올릴게요.
      파이팅!!!!!!!!!!!

  5. 2016.01.19 18:51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6.01.19 19:14 신고

      아, 다른 분이었군요.
      요즘 이상한 놈들이 말도 안 되는 댓글을 달아 헷갈렸습니다.

  6. 2016.01.19 22:27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6.01.19 22:34 신고

      저는 최상의 선택이라 봅니다.
      비주류 잔류파들이 넘볼 수 있는 김종인이 아닙니다.
      문재인은 더 멀리 봐야 합니다.
      많이 지치기도 했을 텐데, 한 호흡 쉬어가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어차피 총선에서 선전하거나 승리하려면 김종인 같은 사람이 필요하고, 문재인이 야권통합에 올인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내년 대선까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대표에 있는 것보다 총선 승리를 위해 현장을 누비는 것이 몇 배는 잘한 선택입니다.

  7. 해탈 김찬수 2016.01.20 16:22

    문제인대펴의 수가 보통이 아닙니다.
    우리같은 범인들은 고수의 수를 절대 읽을 수 가 없지요.
    하지만 느낌은 있습니다.
    정말 하수는 작은 움직임에 날뛰고 보통 중수는 지켜보고 고수는 진중하지요.
    그 모든 과정을 잘 정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늙은도령 2016.01.20 18:30 신고

      도움이 돼었다니 다행입니다.
      문재인과 친노 인사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거저 정권을 잡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인재들 중 상당수는 그들에 몰려 있습니다.
      문재인이 내부정리부터 시작해 대선까지 멀리 내다본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사퇴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올리지 않았는데 곧 글로 올릴 생각입니다.

    • 늙은도령 2016.01.20 18:30 신고

      도움이 돼었다니 다행입니다.
      문재인과 친노 인사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거저 정권을 잡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인재들 중 상당수는 그들에 몰려 있습니다.
      문재인이 내부정리부터 시작해 대선까지 멀리 내다본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사퇴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올리지 않았는데 곧 글로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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