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언제나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하위 30~50%의 지갑(시장 전체로 보면 부실채권에 해당한다)을 털어 위기에서 벗어나곤 합니다. 사상 최고의 대침체를 불러온 2008년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주 피해자도 중하위층이었습니다. 현재 상위 10%의 재산은 완전히 회복됐고, 최상위 1%는 재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자본주의라는 것이 모든 계층을 파멸로 이끌고 가지는 않습니다. 경기의 확장국면에 저질러진 숱한 부패와 비리, 부실 대출과 투기 등이 경기의 축소국면에서 하위 30~50%의 지갑을 털어 다시 확장국면으로 전환되도록 만듭니다. 자본주의 역사는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이런 현상을 되풀이됐습니다. 



이것을 전제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안심전환대출을 뒤집어 보겠습니다. 그러면 폭발 직전에 있는 가계부채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며 ‘선착순 로또’에 비유됐던 안심전환대출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것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2.6%의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1차 안심전환대출의 승인건수는 18만9184건, 금액은 19조8830억원입니다. 오늘 개시된 2차 안심전환대출 첫날의 승인건수는 2만2000건, 금액은 2조2000억원입니다. 오늘까지의 총 승인건수는 21만1184건, 금액은 22조830억원입니다.





지금까지의 승인건수 평균으로 보면 대략 1건당 1억원 정도가 배정된 것이므로, 2차 안심전환대출이 만료되면 총 40만 건(위의 표에서 보듯 예상 가계부도 위험과 비슷하다) 정도가 승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전체 주택담보대출(460조6천억원)을 기준으로 할 때 약 9% 정도에 해당합니다.



1~2% 정도의 평균연체율을 기준으로 볼 때 이 정도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건수 중에서 상당 부분이 구제받았을 것입니다. 아직 이에 대한 통계가 나오지 않아 확실하지 않지만, 최소한 은행(제1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최악의 경우를 피할 만큼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을 반대로 말하면, 미친 전세(안심전환대출 때문에 잊혀진 문제가 됐다)와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인해 주택 매입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주택가격의 꾸준한 상승까지는 몰라도 하락을 막기에는 충분합니다.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사람들이 원금상환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위의 표에서 보듯 가계의 실질소득이 부채의 증가율보다 낮았기에 가계부채의 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여지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루어지기 전에 상위 50%의 가계부채를 안정화시킨다면, 자본주의가 경제위기를 터는 방식이 되풀이 되도 기존의 체제가 흔들릴 확률은 줄어듭니다.



미국의 금리인상(향후 2년간 0.5%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시기가 올해를 넘긴다면, 가계부채 폭발을 미루기 위한 추가적인 금리인하도 단행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가 금리인상을 늦추려는 경향이 강하기에, 운이 좋으면 내년 총선에 맞춰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박근혜 정부는 총선 승리와 함께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결국 안심전환대출처럼 가계부채를 줄여주는 관치금융(박근혜 정부의 입장에서 다음 정부가 떠안을 금융권의 부실까지 걱정할 이유는 없다)이 목표로 하는 것은,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를 완화시켜주지 못하는 한, 작금의 신자유주의 체제(기득권에 언제나 유리한)를 유지하는데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가파르게 단행하던, 세계 경제가 대공황으로 접어들던, 하위 30~50%의 지갑을 털어가는 자본주의 역사가 신자유주의 정부에 말해주는 것은 악마의 먹잇감마저 보호하려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금융위기는 막차를 탄 채무자를 악마의 먹잇감으로 던져주었듯이, 안심전환대출도 그 정도의 선에서 추진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경제적 약자의 입장에서 체제를 뒤집어버리는 혁명이 아니면, 의미 있는 수준의 일괄적 탕감 같은 혁명에 준하는 조치를 선거를 통해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정부와 국회가 법인세 인상과 부자증세 및 부가가치세 인상을 단행해 저소득층을 위한 안심전환대출의 재원을 마련하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민주공화국에 살면서, 한 번쯤은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는 정부와 국회를 가져봤으면 합니다. 안심전환대출 같은 관치금융이 단행됐을 때, 그 속내에 우리가 모르는 검고 음흉한 정치적 거래가 숨어 있는지 까뒤집어보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4.01 10:04 신고

    겉으로는 서민을 위한 정책같지만 알고 보면
    기득층을 위한 정책임이 분명합니다

    • 늙은도령 2015.04.01 16:04 신고

      네, 1차는 기득권층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2차도 거의 대부분 그럴 것입니다.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2. 최홍대 2015.04.01 10:20 신고

    그렇죠..저금리로 돈을 풀어대는 것은 결국 중하위층을 약탈하죠. 돈이라는 것은 희석하면 희석할수록 기득권에게만 이득이 되니까요.

    • 늙은도령 2015.04.01 16:05 신고

      지금의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영원히 이런 식이 되풀이 될 것입니다.
      정말로 혁명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의 원래의 의미를 실현해야 합니다.

  3. 덕산 2015.04.01 15:11

    무신불립.. 정부가 어떤 조치를 내놓아도 의심부터 하게 되네요.

    • 늙은도령 2015.04.01 16:06 신고

      좋은 정책을 나쁜 정책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들의 목표가 문제입니다.
      정말로 도와주려면 모두를 도와줘야 하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을 키우러면 그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강행해야 합니다.
      재벌이 뭐라하던 밀어붙여야 합니다.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가히 폭발적입니다. 가계부채에 짓눌려 살던 사람들에게는 한줄기 햇살처럼 반갑기 그지없을 것입니다. 대출 개시 이틀 만에 두 달 배정한도가 다 찼을 정도니 그 인기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의 연간 배정액 20조원도 며칠이면 바닥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사람들이 한정돼 있다는 점입니다. 서민의 가계부채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분명 좋은 정책이나, 선별적 복지처럼 일부(주로 연말정산 대란의 피해자와 겹친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곳곳에서 불만이 속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도 예상 못할 정도의 인기는 정말로 부채탕감이 필요한 저소득층을 위해 연간 배정한도를 늘려달라는 압박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담보대출이 500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늘릴 수 있는 배정한도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적정선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2.6%의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연간 배정한도 20조원이 모두 소진될 때 은행권의 손실이 1400~16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적용대상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제2금융권까지 확대되면 시중은행과 최종대부자인 한국은행이 감당해야 할 손실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인상에 돌입하면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우리도 금리를 인상(변동환율제에선 무조건 인상된다)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금융권에 가해질 압력은 계산이 불가능합니다. 적용대상이 한정됐다는 것 때문에 분할통치적 요소가 강한 안심전환대출이 금융권의 총체적 부실로 이어지면 제2의 IMF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부가 연간 한도액을 증액할 수 없다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이럴 경우 국가경제의 탄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모든 경제위기는 금융위기가 선행하기 마련인데, 안심전환대출이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안심전환대출에 들어가는 자금은 MBS(주택저당증권)를 판매해서 마련하는데, 판매가 부진하면 재원 마련은 금융권이 책임져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2008년 미 월가 발 금융위기의 주범이 MBS 같은 파생상품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길게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스티글리츠와 크루그먼 같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주장처럼) 가계부채는 전체를 대상으로 일정 부분 탕감해주던지, 아니면 소득을 늘려 주는 방향(최저임금의 생활임금화와 직원임금의 인상)으로 가야지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면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반발과 부작용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안심전환대출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산간 다 태우는 격입니다. 최경환이 수장으로 있는 기획재정부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독립성을 잃어가는 한국은행마저 연간 배정한도를 정치적 이해에 따라 대폭 확대할 생각이라면, 그에 따른 금융권의 부실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좋은 정책(원금상환이 조건으로 들어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도 울부짖는 소비진작 효과는 없다)이라고 해도 그것이 특정 조건을 지닌 사람에게만 이익이 되는 차별적 성격을 지니면, 국민 전체로 볼 때 어떤 피해를 불러오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안심전환대출입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융권의 부실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말로 힘든 사람들이 그들이며, 하루살이처럼 사는 그들을 빈곤의 악순환에서 구해내지 못한다면 안심전환대출은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낸 갈등의 진원지가 될 수 있음을 박근혜 정부는 명심해야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5.03.27 07:06 신고

    ㅎㅎ 우리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바람에 이런 혜택도 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집값 거품빼기부터 해야합니다

    • 늙은도령 2015.03.27 14:22 신고

      집값거품 빼기를 연착륙시키며 소득을 올려주고, 복지를 확대해야만 살아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내수를 강화시키는 방법밖에 탈출구가 없습니다.

  2. 뉴론♥ 2015.03.27 07:39 신고

    가계부채는 점점더 늘어나고 살긴 어려워지는 세상이죵 어떻게 해야될지 아마도 해결책은 없을거에염.

    • 늙은도령 2015.03.27 14:23 신고

      부자증세를 하면 달라집니다.
      우리가 그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3. 耽讀 2015.03.27 08:51 신고

    폭탄은 다음 정권 때 터집니다. 박그네만 인기 얻고, 책임은 지지 않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것 해결하다 시간 다 보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대중-노무현이 수구세력이 망친 경제 해결했는데도 그들은 오히려 경제를 망쳤다고 해야죠. 아마 다음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 늙은도령 2015.03.27 14:28 신고

      민주정부10년을 그렇게 이용해 먹었지요.
      10년이면 정권의 문제들도 쌓이고 그래서 정권이 교체됩니다.
      기본적인 교육과 언론의 보도가 정확해야 합니다.

  4. 공수래공수거 2015.03.27 09:34 신고

    지인도 대상인데 일과시간중에는 나갈수가
    없어서 눈뜨고 넘어간다 하더군요

    벌써 소진 다 되간다고 하더군요

    • 늙은도령 2015.03.27 14:31 신고

      좋은 정책은 맞습니다.
      헌데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반발이 심할 것입니다.
      한도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고....

  5. 바람 언덕 2015.03.27 11:34 신고

    정말 이러다가 아이엠에프 꼴 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됩니다.
    각종 경제지표들은 그 당시의 악몽을 예시해주는 것 같은데,
    거꾸로가는 경제정책들은 점점 더 끔찍한 전철을 예고해 주는 것만 같아 불안하기만 합니다.

    • 늙은도령 2015.03.27 14:32 신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근혜가 집값 올리기에 올인하는 것도 그것을 다음 정권으로 미루기 위함인데, 그 전에 경제가 호전되면 좋겠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저소득층은 그것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6. Cong Cherry 2015.03.27 15:17 신고

    참,, 살기 힘든 세상이예요,,

    • 늙은도령 2015.03.27 15:57 신고

      정부가 전체를 위한 정책을 내면 되는데 그렇게 하질 않아요.
      그래서 늘 문제가 커집니다.

  7. Chris 2015.03.27 20:55

    정말 앞으로가 염려됩니다.

    • 늙은도령 2015.03.27 22:08 신고

      인류가 지금보다 조금 가난해지거나 불편해지는 것을 받아들이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이를 위해 가진 자들이 풀어놓아야지요.

  8. smm 2015.03.28 21:08

    안심대출은 표면적으로는 일부 계층에 헤택을 주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 먼저 저소득층에서 이자도 못내서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속출하고 부동산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하면서 자산가치의 하락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금융권은 더 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손해를 보고서라도 조금이라도 원금을 갚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고정금리로 일단 묶어 주고 서둘러 원금을 걷어들이기 위해서 안심대출을 시행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

    • 늙은도령 2015.03.29 01:16 신고

      안심전환대출은 가계부채 관리의 일환입니다.
      분명 좋은 정책인데, 문제는 그 혜택을 일부만 누릴 수 있다는 것이며, 그것도 중산층 이상이어야 합니다.
      원금을 매달 나눠갚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소득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결국 자격요건을 낮추지 않으면 저소득층에 대한 역차별이 됩니다.
      그래서 제가 요구하는 것은 안심전환대출로 금융권 부실을 초래하느니 가계부채 탕감이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금융권도 부실채권을 터는 것이라 손해날 것이 없습니다.
      박 정부가 정말로 가계부채를 관리하려면 지금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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