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본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기 때문에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입자에 대해서는 앞선 글에서 어느 정도 설명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힉스입자가 어떻게 다른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지에 대해 설명 드릴까 합니다. 그 전에 힉스입자의 발견에 대한 글의 말미에 남긴 것을 설명하기 위해 경상대학교 물리교육과 조교수인 이강용이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을 올립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LHC에서 발견된 힉스 보존은 힉스가 예측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힉스와 다른 사람들이 해결하려고 한 것은 강한 핵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입자는, 미국의 스티븐 와인버그가 1967년에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하나의 이론으로 기술하는 표준모형의 방정식을 만들면서 약한 핵력에 힉스 메커니즘을 적용해서 나타나는 힉스 입자다. 게다가 대칭성이 깨질 때 전자와 같은 물질이 질량을 얻는 과정은 힉스 메커니즘과는 상관없이, 와인버그가 만든 표준모형에서 처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에 발견된 힉스 보존의 정확한 모습을 제안한 사람은 사실 와인버그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장(field)이란 운동하는 물체들에 영향을 미치는, 공간의 비가시적 성질”을 말합니다. 즉 입자는 존재하는 물질이기에 눈에 보이지만 입자들의 운동으로 만들어지는 장이란 눈에 보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MRI를 찍을 때 기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구 자기장의 1만 배 이상이나 되는 자기장을 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신 인 인체 내부 사진은 필름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주로 의사)는 내부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입자들은 아무런 성질도 갖지 않고 특별한 목적도 없이 존재합니다. 기본입자들로 이루어진 원자(전자가 하나인 수소원자는 제외)까지 이런 경향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런 원자들이 모여 분자를 이루는 화학반응(원자의 최외각을 돌고 있는 전자들이 양자비약을 통해 다른 원자의 궤도로 들어가면 두 원자의 상태가 변해 다른 원자와의 화학적 결합이나 분리를 이루는 것)이 일어나면 비로소 성질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어떤 현상을 만들어내는 공간적 개념이 물리학에서 말하는 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전류(전자의 흐림) 때문이 아니라 누적된 전하(에너지 준위)에 의해 전기장이 생기듯이 힉스장도 힉스입자와 다른 기본입자 간의 양자역학적 운동과 반응이 일어나는 장입니다. 물리 법칙들을 결정하는 이런 장들은 입자들의 운동과 반응, 숫자와 밀도, 환경에 의해 변화하기 때문에 물리법칙들 역시 변합니다. 특히 가상입자들이 실험을 통해 새로운 기본입자로 발견될 때마다 물리법칙들도 일정 부분 변합니다.

 

 

마찬가지로 서스킨드의 《우주의 풍경》에 나온 것처럼, 다양한 우주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우주마다 작용하는 물리법칙들도 다를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우주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인류원리(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우주가 내가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물리법칙에 의해 생긴 유일한 행성이라는 원리)’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전체 우주에서 유일하다는 뜻입니다.  






위의 설비가 이만큼 길게 만들어진 것이 입자가속기이다ㅡ구글이미지 인용

                                                                                                    

 

허면 힉스장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해서 나왔을까요? 사실 힉스장을 발견하기 전까지 물리학자들이 만든 표준모형은 수학적으로 정합적인 결과(주어진 조건에서 벗어나지 않는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힉스장이 없는 경우 파인만의 규칙들은 무한대 또는 심지어 음숫값의 확률 같은 무의미한 결과들”이 나옵니다. 즉, 빅뱅시 방출된 기본입자들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무한대의 우주나 모든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반우주가 나옵니다. 무한대의 우주를 형성할 입자의 수와 에너지의 양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장이 없으면, 기본입자들은 (질량이 없는 에너지 덩어리를 방출해 운동의 동력을 만드는)은 광자에 의해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또 다른 광자를 흡수하지 못하는 한 움직이지도 못할 것입니다. 이럴 경우 우주를 만들어낸 물질, 반물질, 암흑물질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정반대의 결과도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어떤 과학자도 영원히 그 비밀을 풀 수 없겠지만. 

 

 

다시 말하면 힉스장이 없으면 모든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은 에너지적 성질만을 갖게 되기 때문에 물질의 성질을 절대 가질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는 텅 빈 우주가 됩니다.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인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모든 기본입자들은 입자적 성질(위치)과 에너지적 성질(궤도)을 동시에 갖는데 이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물질의 최소단위인 기본입자는 질량적 성질은 사라진 채 에너지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물질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완벽한 무의 상태로 귀결됩니다. 모든 우주에는 오직 에너지만 존재할 뿐이지 물질적 근거가 되는 입자는 단 하나도 없는 완벽한 무의 상태가 됩니다. 더욱 쉽게 말하면 선풍기로 바람을 만들었는데 선풍기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현상은 있는데 존재는 없는 시공간, 즉 신조차 존재할 이유가 없는 완벽한 무를 말합니다.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기본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고 힉스 교수가 힉스입자의 존재를 추론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파인만이 만든 기본입자들의 표준모형에서 빈 상태로 있는 마지막 공간이 채워지게 됐습니다. 뉴턴역학과 상대성이론으로는 풀 수 없는 우주 탄생의 신비에 다가갈 수 있는 양자역학의 기초공사가 마무리된 것입니다.

 

 

원래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발견한 우주상수를 설명하며 아주 미미한 우주에너지(양자요동에 의해 발생하는 극히 미세한 에너지)가 우주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작기 때문에 아예 무시해버렸습니다. 그는 광자론을 통해 빛의 성질(입자와 에너지)을 밝혔으면서도 그것이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인 불확정성 원리와 같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이 판단하기에 양자요동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우주의 70%를 이루고 있는 에너지로 너무나 작아 어린아이 입김보다 작을 것이다)의 총합이 너무나 미미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너무나 불명확해 우주의 법칙을 계산 불가능한 우연에 의존하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말년의 그는 양자역학과 일반 상대성이론을 통합해 양자중력(끈이론의 핵심)이란 대통일 이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빅뱅이라는 우주의 탄생 원리도 베타원리와 불확정성의 원리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니 그 우연의 연속을 받아들이기에는 우주의 질서와 아름다움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애정이 너무나 컸을 것입니다. 물리학자들은 곧잘 E=MC2이라는 공식처럼 우주의 법칙을 아름답게 표현하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아인슈타인도 이런 면에서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겨레신문에서 인용

 

 

다시 힉스장으로 돌아와서, 물리학에서는 크게 두 개의 장이 있습니다. 하나는 전기장과 장기장처럼 “그 장들이 공간의 각 점에서 크기뿐만 아니라 방향도 가지고 있는” 벡터장(vector field)합니다. 반면에 크기는 있지만 방향이 없는 양을 나타내는 스칼라장이 있습니다. 힉스장은 자기장과 매우 비슷하지만 기본적으로 스칼라장에 속합니다.

 

 

 

질량이 관성과 같고 힘을 가속도로 나눈 것이 질량이듯이, 기본입자를 이루는 “전자, 쿼크, W와 Z 보손과 같은 입자들의 실제 질량은 힉스입자들의 흐름(힉스장)을 통과할 때 그것들이 어떻게 운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힉스입자들의 흐름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기본입자들의 속도에 변화를 줌으로써 입자들마다 개별적인 관성을 부여합니다. 관성은 질량과 같음은 앞에서 말씀드렸고요.

 

 

기본적으로 스칼라장에 속하는 힉스장을 각종 기본입자들이 통과하게 되면 힉스입자들의 흐름에 의해 각각의 관성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곧 기본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됩니다. 빛의 속도에서는 어떤 질량도 갖지 못하는 순수한 에너지적 성질만 갖지만 속도에 변화를 줘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입자적 성질인 질량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힉스입자가 원자를 이루는 기본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의 입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결국 양자역학의 탄생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과 광자론이 없었으면 몇십 년은 미뤄졌을 것입니다. 물리학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추앙받는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시간이 되는 대로 파인만의 표준모형과 인류원리에 대한 글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땅의 정치인들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1. 태봉 2014.07.21 13:10

    제가 50프로나 이해할 수 있을까 모르지만 글 너무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마지막 멘트 이 땅의 정치인들이 도와주어서 늙은도령님이 빨리 글을 오려야 그럴 가능성이..^^

  2. 태봉 2014.07.21 13:14

    패스워드를 모르겟네요
    오타 수정 합니다
    ........늙은도령님이 빨리 글을 올리 수 있을텐데 그럴 가능성이...^^

  3. 요셉 2015.06.07 07:07

    "물리학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 천재로 추앙받는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좋은 글입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물리학과 출신으로 학부때부터 남다른 두각이 보이기 시작했었다는 군요.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학 기본만 있으면 누구든지 힉스이론은 이해되지 않겠습니까?

    • 늙은도령 2015.06.07 20:18 신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힉스 이론은 힉스장과 기본모형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베타원리와 불확정성의 원리도 함께 알아야 하겠지요.

  4. 어니 화이트 2015.06.07 20:04

    저 또한 관심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렵지만 지식의 즐거움은 느낄수 있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6.07 20:19 신고

      조금이라도 쉽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쉽지 않습니다.
      물리학에 대해 추가로 얻은 정보를 글로 옮겨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네요.

  5. 백순주 2015.08.14 06:33 신고

    김용택 선생님께서 제 블로그를 만들어 주시면서 선생님 블로그를 링크해 두셨는데... 그 이유를 여기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사 운영에 요령이 생겨 허덕임에서 빠져나와 마실도 다녀요~^^
    여기서 계속 머물러 빠져 나갈 수가 없네요. 참 매력 넘치는 분이십니다.
    방문록을 찾을 수 없어 여기에 글 남깁니다.
    저도 자연과학도입니다.

    • 늙은도령 2015.08.14 16:58 신고

      반갑습니다.
      저는 자연과하도는 아니고 기본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면 물리학과 화학, 분자생물학, 진화론, 뇌과학, 생명공학 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판단했기 때문에 취미로 공부한 것입니다.
      목표는 대학원생 수준에서 박사 사이입니다.
      독학으로 하려니 힘드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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