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리스 정부와 골드만삭스가 담합해 저지른 천문학적인 분식회계(국채사기)이며, 나머지는 부정적 세계화의 필연적인 결과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독일(금융위기의 피해를 곧바로 만회했다)을 제외한 유로존의 경제가 치명타를 입었기 때문이다.





2001년 3월 그리스 정부가 골드만삭스가 제안한 분식회계를 바탕으로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장부상의 그리스 재정 상태는 양호해졌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하려면 임금인상과 복지확대, 구조조정(연금 수요가 급증한 이유) 등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추가로 국채를 발행해야 했다.  



사기를 통해 유로존에 가입했기 때문에, 그리스 부유층의 자산은 4배 이상 상승했지만, 물가가 그만큼 상승했고 그 반작용으로 저축액이 급감했다. 그리스 국민을 먹여 살리던 중진국 수준의 제조업과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제조업은 독일과 프랑스와 경쟁할 수 없었고, 관공산업도 유로화라는 단일화폐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최소 4배의 경쟁력이 상실됐다.



공무원의 임금이 상승하고 복지가 늘어남에 따라 그리스 정부는 늘어나는 연금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공무원들을 조기 퇴직시켜야 했지만, 이는 연금수요를 늘리는 것으로 작용했다. 유로존 가입이란 잘못된 출발 때문에 수출은 줄고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국가 적자는 계속해서 늘었다. 유로화로의 화폐통합 때문에 독자적인 재정정책도 펼칠 수 없었다.





결국 유로존 가입 이후의 그리스 정부들은 높아진 국가신용도(분식회계의 힘이라 더욱 위험했다)를 이용해 저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다. 불완전한 유로존 통합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벌게 된 독일과 프랑스 금융기관이 이를 사들여 이자놀이를 할 수 있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중진국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은 자살행위였지만, 독일과 프랑스 입장에선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최상의 장사였다. 골드만삭스와 그리스 정부의 분식회계를 유로존 국가들(이들의 재무장관들이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이 몰랐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설상가상으로 2008년 월가 신용대붕괴는 그리스를 지옥으로 내몰았다.



유대계 고리대금업자가 지배하는 월가와 미 연방정부(특히 미 재무부와 연준)의 합작품인 2008년 신융대붕괴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독일을 제외한 모든 유로존 국가들을 끝을 모르는 경제위기로 내몰았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마저 극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그리스는 원금은커녕 이자도 낼 수 없는 만큼 경제가 악화됐다.





그리스 경제규모가 유로존 전체 GDP의 2%밖에 안 되지만, 그리스가 국가부도사태를 맞아 유로존에서 퇴출되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도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는 유로존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에 독일의 독주도 한계에 처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 부채탕감에 찬성하는 이유도 유로존이 붕괴되면 유럽 전체가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제2, 제3의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나올 수 있고, 실제 그런 방향성이 강화되고 있다.



독일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리스를 퇴출해도 별로 타격을 받지 않을 독일이지만, 유로존이 붕괴되면 이중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특히 위험도 높은 그리스 채권을 사들인 후 높은 이자놀이를 할 수 있었던 독일의 금융기관이 입을 피해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독일이 울며 겨자 먹기로 그리스를 지원한 것이 아니다. 유로존이 불완전한 통합을 유지할 때 독일의 이익이 가장 크고, 유럽연합 차원의 그리스 구제금융비용의 대다수가 독일(과 프랑스)의 금융기관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원을 한 것이다.



메르켈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늘리며, 동시에 독일의 독주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란 그리스 국민이 죽어나던 말든 가혹한 긴축을 강행하거나, 일시적으로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그렉시트)시키는 것뿐이다. 2008년 신용대붕괴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리스가 이자라도 갚으며 시간을 끌 수 있었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독일로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그리스의 국가부도사태로 유로존이 붕괴되면 경제위기에 내몰린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히틀러제국처럼 독일 중심의 유럽도 불가능해진다. 독일의 독주가 종말을 고하고 유럽이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면 메르켈의 정치생명도 끝날 수밖에 없다.





메르켈이 그리스 부채탕감을 강력하게 거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선 정부의 잘못 때문에 정권을 잡게 된 그리스 좌파정부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보너스에 불과하다. 메르켈과 독일의 욕심이 미국의 탐욕을 닮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며, 히틀러 제국의 부활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왔다.



독일이 배출한 세계적인 사회학자 울리히 벡(올해 1월1일 작고)과 현존하는 최고의 지성 중 한 명으로 유럽연합의 정치철학적 기초를 제공한 하버마스가 메르켈 총리의 마키아벨리적 통치술을 비판한 것처럼, 독일의 국내 여론이 그리스의 부채탕감에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그리스 부채탕감에 찬성하는 독일의 여론환경이 50대 50인 것에서 보듯, 메르켈의 '엄마 리더십'의 이면에서 히틀러의 망령을 보는 독일인도 상당히 많고, 세계적인 정치학자와 사회학자, 경제학자로 넘어가면 더더욱 많다(오바마가 그리스 부채탕감에 찬성하는 이유).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P.S. 아래 링크한 미디어오늘의 기사는 골드만삭스의 그리스 국채사기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참조하시면 그리스 사태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입니다. 메르켈의 통치술에 대해 좀 더 깊은 지식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올해 1월1일에 작고한 울리히 벡의 《경제위기의 정치학》을 권합니다. 유럽 통합에 대해서는 제러미 리프킨의 《유로피언 드림》과 하버마스의 《아, 유럽》을 권합니다.  



골드만삭스 ‘국채사기’가 불러온 그리스 채무불이행






                                    


  1. 공수래공수거 2015.08.06 08:24 신고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많이 합니다
    국민들을 이 정부가 좋은 기회다 생각하고
    호도하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8.06 17:03 신고

      예,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박근혜가 이명박보다 더 지독한지 알았어야 했는데...



연금은 이미 수행한 노동에 대한 지연된 급여다. 이는 연금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진실이며, 거의 전혀 언급되지 않은 진실이기도 하다‧‧‧내가 취업을 하고 여기에 연금이 붙을 때, 이 연금은 내 급여의 일부이며 내 고용 조건의 일부다‧‧‧이는 고용 계약의 일부다.


                                                           ㅡ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인용




국민의 대다수는 자신의 연금불입액의 반은 기업(국민연금)이 내주거나, 정부(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가 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필자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글을 아고라에 올릴 때도 많은 분들의 댓글을 보면 이런 잘못된 지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레이코프가 지적했듯이 연금불입액 전액은 노동의 대가입니다. 기업과 정부가 불입액의 반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전액을 노동자가 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노동자의 연금불입액이 30만원이라면, 월급에서 30만원을 빼면 너무 커 보이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가 15만원, 노동자가 15만원 내는 것처럼 제도화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떤 노동자라고 해도 노후의 안전을 위해 불입하는 연금액은 전액 노동의 대가이며, 노동계약에 포함된 사항입니다. 기업이나 정부가 반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이게끔 만든 것입니다. 이는 지배엘리트들이 합작해서 만든 프레임으로서 레이코프는 다음과 같이 까발립니다.



연금이라는 개념 뒤에는 회사(정부)가 노동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봉급을 덜 지불하고 남은 돈을 가져다 투자한 뒤 그 투자 수익을 훗날 연금을 지불하면서 되돌려준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연금이 있으면 직원들을 고용주에게 더 충성하게 되고, 그러면 고용주는 신규 노동자를 교육할 돈을 절약할 수 있으며, 따라서 신규 노동자보다 더 효율적이고 실무에 밝은 노동자들을 붙잡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연금은 피고용인(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 전혀 아니다. 이는 이들이 일해서 번 것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피고용인뿐만 아니라 고용주의 이익을 위해서 마련된 것이다.



위의 폭로에서 보듯이 현재의 연금제도란 피고용인의 노동의 대가를 당사자가 아닌 고용주(기업과 정부)를 위해 구축된 것입니다. 마땅히 지불했어야 할 월급 중 연금불입액의 반을 때내서 노동자의 충성을 강요하고, 심지어는 그 돈(직원이 많을수록 액수는 늘어난다)을 굴려서 돈벌이까지 합니다.





필자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찬성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무원연금도 정부가 반을 내준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모두 다 낸 돈이기 때문에, 투자를 잘못해 이익을 남기지 못한 정부가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세금으로 보존해주게 된 것입니다.



공무원연금이 부실해진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지지 공무원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들은 오랜 기간 동안 월급의 일부를 정부의 돈놀이를 위해 지급받지 못한 것인데, 정부의 투자실패를 대신 매워주기 위해 지급액까지 줄어든 것이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의 본질이고, 총선 승리와 레임덕 방지를 위해 국민연금마저도 손보기 위해 연금전문가 문형표를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한 것입니다.  



공무원연금을 처음 설계할 때 현재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도 정부의 책임이지 공무원의 책임도 아닙니다. 연금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조세수입이 계속해서 줄 것으로 가정한 상태에서 몇 십 년 후의 미래를 현재로 끌고 와 적용한 것입니다(위안부협상에 대한 여론의 후폭풍을 예측하지도 못한 자들이 수십 년 후의 일을 말하다니!!).





처음에 설계를 잘못하고 투자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은 어떻게 받아내야 합니까? 더구나 정부는 국가도 아닙니다. 그들은 행정부를 5년간 운영할 권리를 위임받은 조직에 불과합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정부는 거의 언제나 면피합니다, 국가와 국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채. 위안부협상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났듯이 불법과 부정으로 권력을 잡은 정부는 더더욱 국가와 다릅니다.  



명심하십시오, 연금은 전액 노동의 대가입니다. 기업이나 정부가 반을 내주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매달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고 먼 훗날 노인이 되고 나서야 받게 되는 대단히 오랫동안 지연된 월급의 일부입니다. 미국이 기준금리을 올리고, 중국경제의 위축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문형표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이사장으로 임명해 주가라도 떠받치겠다는 것은 모든 근로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입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면 무조건 찬성하는 정신적‧물질적 노예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이들에게는 진실을 알려줘도 소용이 없다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아니라면 당정청이 추진하는 모든 연금 개혁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해 억울하게 빼앗기는 내 돈을 지켜내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 속고 있지만, 최소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챙기는 어이없는 개혁은 거부해야 마땅합니다. 상황이 이 지경으로 악화될도록 대한민국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따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부와 명예를 축적한 자들에게 부실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경제위기와 주가하락을 땜질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제멋대로 사용될 경우 연금도 제대로 수령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6.23 08:37 신고

    소위 말하는 4대 보험..
    매년 알게 모르게 인상되어 갑니다

    인상되어지는 만큼 돌아오는 혜택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눈뜬채 돈을 빼앗기는 그런 구조..그런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6.23 15:05 신고

      정말 잘못된 프레임들이 있습니다.
      국민을 속이기 위한 프레임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더욱 이것이 심합니다.
      완전히 기업국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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