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에서 말한 ‘사탄의 맷돌’은, 존재하는 모든 가치들을 맷돌에 집어넣어 경제적 이익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탐욕)만을 내보내는 자기조정시장의 본질을 압축한 말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치가 존재함에도 오로지 경제적 이익만이 유일한 가치가 된 것도 ‘사탄의 맷돌’이란 허구의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어제 K팝스타4에서 최종 3인에 든 이진아를 보며 ‘사탄의 맷돌’이란 허구의 아이디어가 통념처럼 굳어진 과정(낙수효과도 마찬가지)이 떠올랐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아이돌그룹의 난립으로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통념, 즉 청중을 압도하는 가창력이 가수의 첫 번째 덕목으로 굳어진 것이?



아마도 ‘나는 가수다’를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세대가 음악시장을 장악하면서, 미디어적으로 잘 훈련된 아이돌그룹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들은 대중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군무에 집중했고, 그러다보니 생방송 중에도 MR을 틀거나, 립싱크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대중가요가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바뀌면서 이런 경향이 강화를 거듭했고, TV에서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에 따라 가창력을 지닌 가수에 대한 갈증이 커져갔고, 이런 대중의 욕구를 풀어준 것이 ‘나는 가수다’였습니다.



뒤를 이어 ‘불후의 명곡’이 나왔고, 이런 추세는 방송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인기프로그램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가수는 가창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강해지면서 비디오적인 아이돌그룹의 안방 점령도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대중가요의 다양성을 되살려낼 것 같았던 이런 추세는 경연프로와 오디션프로의 흥행돌풍을 통해 청중을 압도하는 가창력의 전성시대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가수가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면, 가창력이 기본적 덕목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사탄의 맷돌’과 동일한 효과를 고착화시킵니다.





특히 오디션프로에서 이런 효과는 정점을 이룹니다. 오디션프로에서 가창력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것이 너무 강조되다 보면 가수의 다른 덕목들이 묻혀버립니다. 청중을 압도하는 가창력은 가수가 아닌 청중의 기호와 선택ㅡ대중가요는 이것 때문에 존재한다ㅡ을 극도로 축소시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진아의 성공은 ‘악동뮤지션’과는 조금은 다른 성격의 혁명이라 할 만합니다. 그녀에 대한 유희열과 박진영의 극찬이 그들의 선택을 역으로 옥죄었을 수도 있지만, 이진아의 3강 진출은 노래(특히 대중가요)란 기본적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으로 하여금 듣게 만드는 것이 먼저임을 깨우쳐줍니다.





K팝스타4가 가수의 상품성만 중시한다면 ‘사탄의 맷돌’과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음을 말해주지만, K팝스타4가 청중의 다양한 선택을 중시한다면 한류의 다양성에 혁명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시즌2에서 악동뮤지션이 우승한 것과 시즌4에서 이진아가 최종 3인에 든 것이 K-pop의 진화를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가치가 살아있는 사회, 다름이 틀림이나 열등이 아닌 창의성이 되는 사회,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헌데 통념의 함정을 돌파하고 있는 이진아 양은 어느 별에서 왔나요?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5.03.30 19:01 신고

    저는 어쩌더 한번씩 보는데... 가수들의 실력이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경쟁이란 이런 경우는 의미가 있겠지요. 그러나 무한경쟁 특히 승패가 결정난 경쟁은 경쟁은 역자를 들러리로 세워 승자를 정당화시켜주는 역할을 하지요.

    • 늙은도령 2015.03.30 20:53 신고

      네, 선의의 경쟁은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경쟁은 최악입니다.
      지독한 경쟁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연구는 심리학, 행동학, 경영학, 경제학 등등에서 상당히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이진아는 통념을 깬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을 중요시 여깁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5.03.31 08:43 신고

    저도 가끔 보는데 이진아의 목소리가 저한테는 좋게 들립니다
    분명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뛰어난 아티스트라는데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천재들입니다

  3. 이씨 2015.03.31 19:22

    자료조사 덜 하고 글을 쓰셨나 보네요.
    어딘지는 직접 찾아보시라고 하려다가,
    악뮤는 시즌2우승자에요

  4. 알아야산다구 2015.04.01 01:28 신고

    항상 느끼는거지만, 늙은도령님은 정말 글을 잘 쓰세요.
    항상 한수 배워갑니다.
    저는 릴리가 사실 더 좋더라구요
    하지만 신선한 이진아 양도 항상 응원합니다.
    인터넷 없던 시절에 꽉 막힌?? 한정된 언론에서
    인터넷되고 쇼셜로 소통되는 시대에 따른 변화가 이처럼 즐겁다니 오홍홍~~!
    암튼 4월이 시작 되었네요
    더더욱 행복 하세요~^^항상 감사합니다.~

    • 늙은도령 2015.04.01 01:56 신고

      릴리는 모든 기획사가 하루라도 빨리 데려가려 하기 때문에 힘에 부친 경연보다 대형기획사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며 크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릴리가 4강에서 떨어질 것이라 예측했었습니다.
      양현석과 박진영 등이 앞의 두 주 동안 그런 암시를 심사평을 통해 했었습니다.

  5. 알아야산다구 2015.04.01 01:58 신고

    아하 그렇군요 두주 놓쳐서 동영상노래만 들었어요^^
    얼렁 주무세요^^☆☆☆



중고등학교 시절, 첫 번째 별명이 '테돌이(텔레비젼을 끼고 산다 해서)'였던 필자가 ‘K팝 스타’를 보게 된 것은 두 명의 조카 때문이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스런 조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려면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아이돌그룹을 섭렵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가 ‘K팝 스타’까지 보게 됐다.





조카들의 시선으로 보려고 안간힘을 썼던 ‘K팝 스타’가 시즌4에 이를 동안 필자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K팝 스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갈수록 늘어났다. 싱어송 라이터를 비롯해 실력이 뛰어난 참가자들이 늘어났지만,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대한민국이 비약적 발전을 할 때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학에 매달렸다. 박정희의 공으로 돌려지기 일쑤인 압축성장은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노력한 수많은 노동자들과 나와 누군가의 부모님들과 함께.



지금까지 수천만 명이 현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비약적 발전ㅡ단 부의 재분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ㅡ을 할 수 있었듯이,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K팝 스타’에 도전하기 위해 노력하니 질적 상승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확률적으로 뛰어난 영재들이 나오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한 것이다.





그들이 성공하기 위해 투자한 것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바람에 공학이나 기초과학 같은 분야에 도전하는 아이들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매스미디어의 발전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대중문화에 집중되기 마련이라, 미디어적인 것에 열광하는 이런 현상은 상당 부분 필연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K팝 스타’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출연자들의 기술적 발전(대중적 상품성)은 눈에 띄게 상승했다. 앞선 시즌에서 탈락한 도전자들도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K팝 스타’는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대중적 상품성에 집중하다 보니 신선함과 창의성이 줄어들었다.



단 하나의 예외란 악동뮤지션이었지만, 그들의 천재성은 그 나이 또래의 미디어적 감수성과 사춘기 특유의 상상력을 풀어내는데 성공한 트위터(재잘거림)적 가사가 더해져 가능했다. 악동뮤지션의 등장은 신선했지만, 그들의 음악이 얼마나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을지는 미지수로 보였다.





헌데 말이다, 정말로 대단한 물건이 나왔다. 주인공은 당연히 이진아를 말한다. 천재라는 단어가 정말 어울리는 아티스트의 발견이랄까. 음악에 대한 지식은 턱없이 부족한 필자지만, 위대한 <미학이론>의 저자들(칸트,벤야민, 아도르노, 브르디외 등)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천재의 요소들을 이진아는 가지고 있다.



인류 최고의 석학들이 말하는 천재의 조건은 타고난 재능의 독특함과 무궁무지한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그런 유일무이한 영감의 산물을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표현으로 담아내는데 있다. 아무리 뛰어난 창작이라 해도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그것은 천재의 산물이 아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에디슨의 말도 이것을 담고 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함과 창의성에 있어서 이진아는 천재의 전형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진아는 천재적 영감을 쉽게 풀어내는 능력(보편성, 즉 대중성)이 놀라울 정도다. 그녀의 노래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그렇다고 그녀의 천재성에 압도당하지 않는다.





독창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지닌 정말로 특이한 아티스트가 이진아다. 그녀는 대단히 뛰어나지만, 뛰어나게 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목소리 때문이 아니면서도, 목소리 때문이다. 음악적 재능(작곡, 작사, 연주)을 가수로서는 치명적인 목소리에 담아냈다는 것이 그녀의 천재성을 말해준다.



‘K팝 스타’가 추구하는 대중적 상품성만 놓고 볼 때, 이진아의 시장성은 그리 높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늘렸다는 점에서 이진아는 ‘K팝 스타’가 낳은 최고의 천재ㅡ최소한 시즌4까지는ㅡ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진아는 절대 기획할 수 없는 상품이다. 



그래서 이진아의 천재성에 집중한 박진영, 천재성 속의 노력을 강조한 유희열, 둘을 상업적으로 포장하는 것을 얘기한 양현석, 이들 3인의 도움이 더해지면 조금 색깔이 다르더라도, 원석 같은 보석ㅡ이미 상당 부분 완성된ㅡ이진아는 돈 맥그린 같은 대형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냠냠냠’과 ‘빈센트’를 번갈아 들어보라, 필자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테니.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5.02.17 08:21

    아이들 때문에 젊어지십니다.
    저는 이 친구들 세계는 잘 모른답니다. 손주들이 더 커면 저도 배워야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5.02.17 15:41 신고

      조카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제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
      조카가 내년에 들어오는데 그때 맞춰서 얘기거리 많이 만들어둬야 합니다.ㅋㅋㅋ
      헌데 이진아는 조금 다릅니다.
      가수로서는 불가능할 목소리로 특이한 영역을 열었어요.
      이한구의 이중성이 천재성을 지녀 비교하라고 썼습니다.

  2. 耽讀 2015.02.17 09:02 신고

    텔레비전을 거의 안 봅니다. 일주일 한 시간 정도. 이진아 씨 같은 분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문화도 진보합니다.

    • 늙은도령 2015.02.17 15:42 신고

      네, 다양함이라는 것이 민주주의를 살찌우느데 우리는 그런 것을 실제로는 싫어해요.
      대부분 주류의 문화에 젖어들지요.
      그래서 통치가 쉬워지고요.

  3. 공수래공수거 2015.02.17 10:07 신고

    저도 가끔 보는 방송입니다
    이진아는 일단 상품으로 나오게 되면 호불호가 갈릴겁니다

    매니아들이 생길수 있겠지만
    상업화되서 일류 스타화 되기는 힘들듯 합니다

    저도 괜찮게 보는 뮤지션입니다

    • 늙은도령 2015.02.17 15:43 신고

      다양성이라는 것이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도 실제로는 다양성을 싫어하죠.
      폐쇄적인 민족구조가 민주주의를 힘겹게 만듭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요즘 젊은이들은 민주주의에 익숙해요.
      그들이 주역이 될 10년쯤 후에는 많이 좋아지겠죠.

  4. Hansik's Drink 2015.02.17 10:29 신고

    정말 너무너무 대단한것 같아요~^^

  5. 꼬장닷컴 2015.02.17 10:35 신고

    아.........
    도령님께서도 k팝스타를 시청하시나 봅니다.
    저도 일요일 집에 있을 땐 k팝스타와 런닝맨을 보는데
    특히 k팝스타는 시간이 안 맞아 못 봤을 때 다시보기로 꼭 챙겨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꼴찌들이 뭉친 스파클링걸스를 응원하지만 이번
    이진아의 '냠냠냠'을 듣고 이진아에 확 빠져 버렸습니다.
    솔찍히 그 전에는 그다지 매력을 못 느꼈었거든요.
    이는 취향의 문제겠지만 좀 독특하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지난주에 이진아에게 완전 매료되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2.17 15:46 신고

      그런 목소리로 그런 노래를 만들어 전문가들까지 녹다운시킨 것은 대다한 일입니다.
      천재란 자신의 창작물이 대중이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창작물에는 천재성이 엿보이는...
      이진아는 이런 미학이론을 잘 모르겠지만, 거기에 나오는 천재의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6. 꼴찌PD 2015.02.17 20:30 신고

    이진아씨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오랜 시간 유지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늙은도령 2015.02.17 21:47 신고

      다양성이 살아있는 대중문화가 되려면 이진아 같은 친구들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토양이 조성돼야 합니다.
      그래야 한류도 이어질 수 있고 문화적으로도 성숙한 나라가 됩니다.

  7. base 2015.02.17 22:19

    올 한해 건강하시고 잠시라도(안타깝지만) 평안하고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 늙은도령 2015.02.17 23:06 신고

      네,님도 그러하십시오.
      건장한 설 연휴 보내시고, 충전된 새해 되십시오.

  8. 덕산 2015.02.17 23:54

    이전에는 정말 호불호가 갈리는 음악이였는데..
    냠냠냠은 남들몰래 혼자 흥얼흥얼 거릴만큼 대중성도 있는것 같던군요^^
    늙은 도령님덕분에 점심 시간에 짬을 내어 다시 한번 들어봅니다.
    행복한 설날 되세요.

    • 늙은도령 2015.02.17 15:47 신고

      네, 님도 행복한 나날되세요.
      경기가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터, 항상 돈의 흐름 주목하셔야 합니다.
      잘 안 돌아갈 때는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좋아지면 그 때 다시 채용하더라도 돈의 흐름을 관리 못하면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연휴 잘 보내세요.

  9. 바람 언덕 2015.02.18 10:57 신고

    경쟁프로그램을 지독하게 혐오하는 저이지만,
    오직 K팝스타 만은 빼놓지 않고 즐겨보고 있습니다.
    지난주도 역시 놓치지 않고 보았는데, 이진아의 음악은 정말 독특하더군요.
    유희열의 지적처럼 어떠면 컴플렉스일지도 모르는 목소리를 자신만의 장점으로 극대화시킨
    그녀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귀로 듣는 음악의 위대함을 그녀를 통해 본다고 할까요?
    .
    .
    .
    그런데, 저는 박윤하를 응원합니다. 커험...
    ^^;

    • 늙은도령 2015.02.18 16:41 신고

      크크크....
      즐겁게 보낼 때는 즐겁게 보내야 투쟁할 에너지가 생겨서.
      이제는 새누리당을 집중 공략해야지요.
      박근혜는 이미 끝났으니 새누리당이 정권을 이어받는 것을 막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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