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은 무너져 내린 비궁을 샅샅이 뒤졌다. 그는 일환에게 육경을 깨우라고 했지만, 비궁만은 자신이 직접 확인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제천은 무너져 내린 비궁의 잔해들을 일일이 살펴보았고, 천년 동안 처음 느껴본 의문을 풀 단서를 찾아냈다.

 

 

 

 

“이것 봐라? 류심환, 이놈이 나를 속였어! 감히 나를, 천년의 주재자인 나 제천을! 클클클.. 클클.. 크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하하!!”

 

 

 

 

하나의 떠 있는 눈이 격하게 흔들렸다. 제천은 그렇게 한참동안 분노에 찬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에 따라 비궁 주변이 통째로 흔들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주변 수백 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두 놈이었어, 두 놈!! 류심환, 이놈이 나를 속였어. 클클클! 처음이야, 천년 동안 나를 속인 놈은 류심환이 처음이야. 크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류심환, 네 놈부터 없애주마. 흔적조차 남겨놓지 않겠어. 무영, 이 어린놈은 그 다음에. 클클, 클클, 크하하하하하하하하!!! 날 속였어, 내가 무림을 주재해왔던 바로 그 방식으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천이 직접 움직였기에 류심환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천년이란 긴긴 시간 동안 무림의 모든 것을 주재할 수 없다. 제천이 하나의 떠 있는 눈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도 무림 전체를 관장하기 위해서였다. 숫자가 얼마 안 되는 수하들로 무림 전체를 감시할 수 있었던 것도 제천이 하나의 떠 있는 눈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천은 이를 위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무한공력을 이룬다 해도 육체라는 형태를 유지한 채 천년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단 한 곳에 있으면서도 모든 곳에 있을 수 있는 방법이란 떠 있는 시각의 형태를 취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한 줌의 진기로 이루어진 하나의 떠 있는 눈, 그러나 모든 곳에 동시에 떠 있을 수 있는 기(氣)의 형태로 자신을 나눌 수 있었다.

 

 

 

 

그것은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검은 물질과 비슷해서 스스로의 운동을 통해 하나의 떠 있는 눈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었고, 무림 전체를 감시할 수 있도록 수천만 개의 떠 있는 눈으로 분산해서 존재할 수 있었다. 각각의 떠 있는 눈을 연결하는 것은 자체의 진동에서 얻은 극히 미약한 기였다.

 

 

 

 

하지만 모든 기는 동일한 운동을 통해 창출되고 서로의 기를 주고받기 때문에 통일성과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모든 눈이 미약한 기로 연결돼 있기에 무엇으로도 자를 수 없었고, 존재의 형태를 기로 바꿨기에 천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렇게 무림 전체에 퍼져있는 각각의 눈들이 보는 것을 모든 눈이 동시에 볼 수 있었다.

 

 

 

 

헌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류심환이 제천을 속일 수 있었다. 류심환도 무영의 수련을 숨기기 위해 기의 형태로 수련을 함으로써 자신을 감시하는 눈을 속일 수 있었다. 기를 속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기의 형태로 수련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류심환은 천년 동안 천상천과 천외천을 속일 수 있으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는 천상천이 배출한 최고의 천재였던 검강천도 역천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이어오던 생각이었다. 그가 천년 동안 천상천을 감시하는 존재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천상지무를 대성한 이후였다.

 

 

 

 

검강천은 천년 동안 어떤 천주도 이르지 못한 최후의 경지에 이르자, 천상지무가 반쪽의 무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쪽만으로도 어떤 무공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이런 결과는 천상지무를 처음 만들 때부터 의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부터 검강천은 류심환과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됐지만, 정확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다만 그는 류심환과의 비무를 통해 천상지무의 반쪽이 류심환이 펼친 무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검강천이 류심환에게 천상지무의 최고 경지를 보여주며 한 가지 단서를 단 것도 이 때문이었다.

 

 

 

 

두 무공을 하나로 합치면 어떤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판단했고, 이를 류심환에게 알려주었다. 일극무원결을 만든 류심환이라면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검강천은 천년 동안 천상천은 물론 무림 전체를 속이고, 천상지무라는 반쪽 무공만으로도 절대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만들었다면, 도박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류심환은 검강천의 기대처럼 두 무공을 하나로 합칠 수 있었고, 천년의 전설에 하나의 거짓과 하나의 비밀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나의 거짓은 검창천이 깨달은 천상지무와 파천태극무검이 하나의 무공에서 갈라진 두 개의 무공이란 사실이었다. 하나의 비밀이란 그것을 실행한 제3자가 있다는 것이었고, 그의 능력의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생각해야 할 것은 천년 동안 생명을 유지한 채 무림 전체를 감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고, 류심환은 삼라만상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근본 원리와 일치하지 않으면 천년을 이어올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모든 무공의 근원이자 삶의 기원인 기의 형태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무명이 수련하는 동안 류심환이 50장 떨어진 비궁에서 기의 형태로 무영과 똑같은 수련을 한 것이 이 때문이었다. 무영이 수련 중에 펼치는 기와 자신의 기를 일치시켜 하나이면서도 둘인 상태로 무공을 수련했고, 제천을 속일 수 있었다. 기를 속이는 것은 기만이 가능하다. 피아를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들면 의심이 들 이유도 없으므로.

 

 

 

 

다만 류심환도 천년의 주재자가 음의 기운 형태로 존재할지, 양의 기운 형태로 존재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천년을 살아서 무림을 주재한들, 기의 형태에 머문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천년의 주재자라면 무림을 자신의 손아귀에 두려는 욕망이 끝이 없을 터, 자신과 같은 돌발변수가 생긴다면, 그리고 천년의 주재자가 아니면 처리할 수 없다면 기의 형태에서 인간의 형태로 변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부터 류심환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의 흐름을 살폈고, 음과 양의 조화가 깨지는 현상을 몇 번이나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음의 기운이 클 때 그런 현상을 더욱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천상지무와 파천태극무검이 음양 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무공 같지만, 일극무원결을 통해 두 개의 무공을 동시에 운용하면 양의 기운이 미약하나마 강하게 작용할 수 있었듯이, 천년의 주재자는 음의 기운 형태로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류심환이 제천의 수하들과 세외문의 감시자들이 서로 다른 문파의 소속이란 것은 알지 못했다. 또한 류심환이 두 개의 무공을 완벽하게 하나로 합친 이후에는 자신을 감시하는 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천년의 주재자였지, 그의 수하들이 아니었다.

 

 

 

 

류심환은 그때부터 한 가지 원칙하에 움직였다. 그것은 누군가를 속이려면, 그 누군가가 천년 무림 역사상 최고의 경지에 오른 단 한 명의 무인이라면 자신부터 속여야 한다는 원칙. 삼혼부터 시작해 자신까지 속일 수 있을 천년의 주재자를 속일 수 있을 것이며, 그럴 때만이 무영의 수련이 절대변수가 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검강천이 무영을 데리고 류심환 앞에 나타났을 때부터 시작됐다. 류심환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검강천의 죽음을 목도하며, 천년의 거짓과 비밀을 푸는 것을 무영에게 맡기기로 결심했고, 한 치의 어김도 완벽하게 이어올 수 있었다. 무영을 위한 안배들도 그런 차원에서 진행했던 것이고, 동시에 삼혼에게 완벽한 자유를 주고 싶었다.

 

 

 

 

무영이 천년의 주재자를 꺾는 것까지 보장할 수 없지만, 류심환은 최대한으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마침내 무영은 고금제일의 경지에 올랐고, 천년의 주재자와 맞설 수 있는 수준에 이렀음을 알 수 있었다. 천상지무와 파천태극무검과 일극무원결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 곧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법칙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류심환은 천년의 주재자를 속이는데 성공했다. 하나가 가능했다면, 그 다음도 가능한 것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끝없는 변화를 창출했으면서도 본질에 이르면 변한 것이 없는 삼라만상의 법칙이 증명해왔지 않은가. 류심환이 생각하기에 무영의 성취가 그러했다. 무영의 성취에 관한 한 천년의 주재자는 주재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류심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은 무영과 삼혼, 삼영, 그리고 삼성처럼 현존하는 무림인들의 몫이지, 자신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류심환은 무영을 위한 마지막 안배를 위해 일주일만 더 천년의 주재자를 속이면 됐다. 그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떻게든 해내야만 했다.

 

 

 

 

하지만 제천이 직접 움직였기에, 어디에나 존재하는 그의 감시망을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류심환도 제천처럼 기의 형태로 움직이지 않은 한의 그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제천이 류심환을 찾아낸 것은 단 반나절 만이었다. 류심환은 최소 이틀 정도는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네가 천년 전설의 거짓이냐?”

 

 

 

류심환이 삼장 앞에 떠 있는 하나의 눈을 향해 물었다. 천년의 주재자가 음의 기운을 취하고 있음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 형태가 하나의 떠 있는 눈이라니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었다.

 

 

 

“후후. 그렇다면?”

 

 

 

하나의 떠 있는 눈, 제천이 답했다.

 

 

 

“어지간히 급해나 보군, 직접 모습을 드러낼 정도면?”

“클. 건방진 놈.”

“그 상태에선 아무것도 못할 텐데?”

 

 

 

류심환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는 천년의 주재자가 하나의 떠 있는 눈의 상태에서 완전한 인간으로 변할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기의 형태로 있는 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컬컬!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군. 네가 내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나 본데, 컬컬,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한 번은 만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컬컬! 그래, 좋아. 이제 만났으니 어떡할 건데?”

“몇 가지 궁금한 것부터 물어봐야지.”

“궁금한 것?”

“응.”

“응? 응! 컬컬컬! 컬컬컬컬! 좋아, 좋아. 뭐가 궁금한데?”

“우선 네 이름.”

“내 이름? 클. 그건 말해줄 수 있는데, 그 다음은?”

“내가 너를 무시하고 하고자 하는 일을 계속하면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그게 궁금해?”

 

 

 

류심환은 하나의 떠 있는 눈의 형태로 있는 천년의 주재자가 말을 나눌수록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천년의 주재자는 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음에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내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류심환은 천년의 주재자가 무림 전체에 퍼져 있는 기운을 하나로 합쳐 인간의 형태로 돌아온다면 무공의 신이라도 그를 제압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몇 수 위야. 어쩌면 최악이라고 가정했을 때보다 더 강한 것 같아. 무영이 이 자를 상대할 수 있을까? 내 안배가 쓸모없는 것이 되는 것은 아닐까?’

 

 

 

류심환은 처음으로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천년 무림을 주재해왔다면, 그의 능력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것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다. 존재의 형태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면, 그것이 신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를 속일 수 있었잖아? 완벽하다면 구태여 저런 형태로 있을 필요가 없어. 뭔가 약점이 있을 거야. 절대나 전능은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류심환은 시간을 끌며 방법을 찾아야 했다. 천년의 주재자가 저런 형태로 자신을 찾아왔다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반증이 아닌가? 류심환은 뇌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뭘, 그렇게 생각해? 내게 질문할 것이 두 개밖에 없어? 그럴 리가 없잖아? 물론 질문을 많이 하고 아무리 생각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어. 나를 한 번 속인 것만으로도 너는 무림 역사상 최고고 그 대가는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어. 다음 질문이 뭐야? 그 질문에 따라 네놈이 살아있을 수 있는 시간을 결정할 테니, 충분히 생각해서 해야 할 거야.”  

  1. 뉴론7 2014.09.26 05:36 신고

    류심환과 제천의 대면 잘읽고 감니다.

  2. 태봉 2014.09.26 06:47

    갈수록 흥미진진합니다 새벽녁에 수고하셨어요^^

    • 늙은도령 2014.09.26 06:50 신고

      이러다간 천검지로의 3부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2부에서 끝낸 소설인데, 고민되네요.

  3. 박창식 2014.09.26 09:17

    님의 다른 글도 꼼꼼하게 읽지만
    무협은 날마다 기다려 집니다.

    • 늙은도령 2014.09.26 16:53 신고

      블로그의 내용들이 무거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올렸는데...
      정말 3부를 써야 할 것 같네요.
      에고.. 그럴 시간이 나올지?

  4. 태봉 2014.09.26 12:03

    책을 내시면 좋겠고요 한권의 분량이 안되시면 석삼이라고 이왕 3부도 쓰세용^^

    • 늙은도령 2014.09.26 16:55 신고

      그러려면 많은 시간을 내야 합니다.
      제 건강 상 다른 글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협지를 책으로 내면 팔리기나 할까요?
      그냥 소장용 이상은 안 될 것 같은데....
      그리고 책으로 내려면 많은 퇴고해야 합니다.
      아무튼 고민해 보겠습니다.

    • 태봉 2014.09.27 12:08

      아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군요
      건강 생각하시고 쉬엄 쉬엄 하셨으면 좋겠네요

    • 늙은도령 2014.09.27 21:20 신고

      네,알겠습니다.




무영이 천상귀원검를 완성하던 날, 그 빛의 축제가 시작된 곳, 그곳에서 또 한 번의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하나의 빛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천공을 뒤덮은 것과 그것이 검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똑같은 날에 있었다.



다른 것은 칠흑의 어둠을 삼키는 검강의 진행이다. 빛의 축제는 시작부터 셀 수 없는 검강으로 시작돼 그대로 이어졌다. 검은 어디에나 있었으나 처음부터 그랬다. 어디를 봐도 검이 있었고 그 검은 끝없는 검강의 정수를 모두 담았다.



콰과쾅!!!



그날처럼 똑같은 폭발이 일자, 빛의 해일은 출발점부터 주위의 모든 것을 휩쓸어 갔다. 막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라 해도 뚫고 나갔다. 산봉우리가 그대로 관통됐고 절벽이 절단 났다.



팟! 팟! 팟!!



부딪치는 모든 것은 검강에 의해 뭉툭뭉툭 잘려나갔고 산산이 부서졌으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검강의 해일 앞에 버틸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것으로 하나의 검에서 시작된 빛의 축제는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공연을 마쳤다. 이날의 천지개벽은 같은 시간에 일어난 빛의 해일이 보여줬던 것과 이렇게 달랐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가자. 이 정도면 충분해. 아저씨가 원하는 것도 다 이루었어. 1년이란 시간을 단축한 것도 일극무원결 덕분이야. 아저씨께 고맙다고 해야지. 삼영도 성취를 이루었으면 좋을 텐데.”



무영은 일부러 누구라도 들으라는 듯이 또박또박 말했다. 무영이 마침내 류심환의 안배를 모두 다 이룬 것이다. 이는 무영이 파천태극무검의 기본 검결의 문제점을 찾아 두 절대무공을 하나로 합치는데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일극무원결의 더 깊은 오의도 찾은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그는 류심환이 예상했던 최대치보다 1년이나 기간을 앞당긴 것으로 보였다.



이제 무영은 고금제일의 경지에 이르러 뜻하여 이루지 못할 것이 없는 무인의 반열에 올랐다. 겨우 열일곱 살 6개월의 나이에 무영은 천년 무림의 역사를 뒤바꿀 수 있는 최고의 고수로 성장했다.



“역천의 놈들, 다 죽었어.”



무영이 오년 만에 한껏 호기를 부린다. 그의 미소가 시리도록 눈부셔 태초의 하늘을 닮아 보인다. 무영은 서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금제일이라 할 만한 기도가 은은히 퍼져 나왔다. 그것은 일상의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호신강기의 일종으로 절대무인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었다.



“할아버지들과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지. 가서 깜작 놀래 켜야지.”





그가 대기(帶氣)처럼, 바람에 실린 청명한 기운처럼 흘러간다. 딱히 설명할 것도 없다. 무영이 이미 대기이며 바람인 것을.



헌데, 그가 나온 곳을 돌아보니 천목산이다. 그것도 비궁에서 불과 오십 장 밑에 나 있는 작은 동굴이다. 무영 자신도 나와서 보니 류심환이 설명한 비궁이란 것이 자신이 머물던 불과 삼십 장 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천상지무를 완성해 무영이 천상귀원검의 무위(武威)를 보여줄 때 어떻게 네 명의 환(幻)과 여섯 명의 력(力)에게 들키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하나의 떠 있는 눈, 제천에게 무영은 어떻게 들키지 않은 것일까. 그것도 바로 코 밑에 있었는데, 도대체 무영이 오년을 수련하는 동안 그들에게 들키지 않은 것일까.



“그때 아저씨도 천상지무를 펼치신 것 같았는데 그 이유가 이것이었어. 아저씨가 함께 하고 계시다는 느낌이 떠나질 않았는데 이것이었어.”



무영이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오년을 동굴 속에서 무공을 연마하고 나와서 보니, 자신을 위한 아저씨의 마음과 정성이 정말 어떤 것이었는지 무영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무영은 류심환이 마련해둔 안배의 절묘함에 감탄했고 한 순간도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던 그 안배 속에 숨어 있는 노력에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랬어. 내가 팔을 앞으로 내밀면 거기에도 아저씨가 있는 것 같았고, 검의 방향을 꺾기 위해 팔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또 거기에 아저씨가 있는 같았어. 내가 깨면 아저씨도 깼고 내가 잠에 들면 그제야 아저씨도 잠에 드는 것처럼 느껴졌던 이유가 이것이었어.”



그는 몰랐었다. 왜, 검을 뻗고 그으며 자르는 동작 하나하나마다 아저씨가 함께 움직이는 것 같았고, 호흡 하나 하나마다 아저씨가 함께 숨 쉬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늘 자신을 떠나지 않는 아저씨의 걱정이나 그것에 기댄 여린 마음의 막연한 그리움이라 생각했다. 외로움에 지친 못난 영혼이 아저씨께 떼를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난 알지 못했어. 하루 열두 시진 내내 나의 작은 동작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날 천외천의 감시로부터 숨겨주기 위해 아저씨는 나와 똑같이 5년을 보낸 것이었어. 나의 하루가 아저씨의 하루였고 내 성취의 모든 단계가 아저씨의 보살핌이었어. 난 어리석게도 이를 몰랐어. 그저 난 내 성취에 만족했을 뿐이었던 거야.”



무영의 눈에 지난 오 년 간의 순간순간이 주마등처럼 펼쳐졌고, 그 어디에도 아저씨가 함께 했었음을 하나씩 확인해 갔다. 무영은 그런 과정을 통해 지난 5년 동안 천상천과,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 분명한 신비 문파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무영은 류심환이 자신과 함께 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자신의 성취가 류심환의 가늠할 수 없는 희생 속에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저씨는 나를 위해 하늘마저 속이려 했던 거야.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똑같이 되풀이함으로써 자신에게 모든 감시의 시선들이 머물도록 만든 거야. 아저씨는 이미 노출된 상태이니, 혹시 모를 위험에서 나를 지켜주신 거야. 내가 오년 동안이나 머물렀던 곳 바로 50장 위에서.”



류심환의 안배란 그런 것이었다. 천년의 전실을 주재하는 자들로부터 무영이 고금제일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지켜주는 것이 그의 안배의 핵심이었고, 또한 삼혼으로부터 삼영의 성취를 이룰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무영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때까지, 그를 구태여 숨길 필요가 없을 때까지 류심환은 무영이 무공을 수련하던 50장 위에서 무영과 똑같은 수련을 진행함으로써 제천과 세외문의 감시를 피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천년 무림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에게 속았다면, 류심환이 처음으로 그들을 속였던 것이다, 무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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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하하! 크하하하하! 드디어 이루었다. 내가 무림 천년 사에 최고의 깨달음에 이르렀다. 크하하하! 크하하하하!!!”



류심환이 비궁을 무너뜨릴 심산인지 미친 듯이 웃었다. 그것은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자만이 낼 수 있는 광포한 웃음이며 포효(咆哮)였다. 당연히 그 순간에 무영이 파천태극무검을 대성해 여의일도파천황을 시전했고, 그래서 류심환도 똑같이 그 초식을 펼쳤다. 그 위력이야 다시 말해 무엇 하랴. 비궁은 완전히 박살났고 존재했던 흔적들도 사라졌다.



그때 류심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던 하나의 떠 있는 눈, 제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루었어. 드디어, 아니 예상보다 1년이나 앞당겨 이루었어. 허허허, 이렇게 대견할 수가, 이렇게 기쁠 수가! 허허허. 무영아, 네가 이루었어. 네가 일극무원결을 통해 여의일도파천황마저 이루었어. 허허허, 이제 제대로 된 한 번의 실전만 치르면, 네가 나보다 먼저 최후의 경지에 이르겠어. 허허허허! 허허허허!’



그렇게 류심환이 자신과 무영에게 지독히도 모질었던 운명을 털어내며 웃을 때 무영이 동굴에서 나왔다. 무영이 그가 원했던 경지에 이르렀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류심환은 무영이 동굴에서 나올 때 미친 듯이 웃었다. 천년의 진정한 주재자에게 들리도록. 천년 전설의 하나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을 향해 통쾌하게 웃었다.



그는 지난 오년 간 단 한 순간도 무영이 있는 곳에서 시선을 거둔 적이 없었다. 무영이 일극무원결의 진정한 오의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일각의 일각도 나누어 무영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보았다. 그 긴박했던 순간순간을 지켜보며 무영의 깨달음이 한 걸음 한 걸음 일극무원결의 정수에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았고, 그 정수에 이르러 무공수련을 끝낼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무영에게서 시선을 거둔 적이 없었다. 그래서 류심환은 무영이 동굴을 나오는 순간 미친 듯이 웃었던 것이다.



“크하하하! 크하하하!!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의 원수는 들어라. 내가 고금제일의 경지에 이르렀다. 네놈이 내 검에 죽어 저승에 가서도 잊지 못하게 그렇게 죽여주마. 너의 근육 하나하나를 끊어버릴 것이며, 너의 혈관 하나하나를 잔인하게 도려낼 것이다. 기다려라. 내가 이제 경지에 이르고 너를 벌하러 간다. 너의 영혼의 마지막 조각까지 갈기갈기 찢어 죽이리라. 크하하하! 크하하하하!!!”



류심환은 천년의 주재자가 들으라는 듯이 최대한 자인하게 말했다. 무영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그의 연기는 계속됐다. 그는 무영을 위해 안배해둔 모든 것들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니, 그것을 확인할 때까지 천년의 주재자를 속이기 위한 연기를 계속해야 했다.



‘무영아, 삼혼과 삼영을 만나면 내 소식도 전해주려무나. 그 동안 수고했고 고마웠다고. 이제 세상은 너 하기에 달렸으니 말함에 가벼움이 없고 행함에 있어 태산보다 진중해야 한다. 복수는 강호에 든 이상 벗어날 수 없는 필연의 고리이지만, 그것이 다시 돌아와 다른 복수를 낳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네가 한 걸음 걸으면 세상도 신세계로 한 걸음 더 들어갈 것이고, 네가 한 번 시선을 주면 그곳이 곧 신천지일 것이니 언행에 추호의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될 것이야. 아저씨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야. 힘들겠지만 너는 운명을 넘어 네 스스로가 운명의 주인이 되길 바랄게. 진심으로 축하한다, 무영아. 아들 같은 무영아.’



그것은 영혼의 울림이었다. 또한 지난 오년 간 한 순간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던 그의 조바심이 팽팽했던 허리끈을 푼 것이었고, 마침내 무공을 대성한 무영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공간과 시간을 건너 뛰어 무영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그 영혼의 울림이 삼혼과 삼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무영의 영혼에 또렷한 떨림으로 전해졌을 때, 바로 그 순간의 무영은, 몸 전체가 귀처럼 쫑긋거렸고, 심장이 노을 지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붉은 퍼덕임처럼 쉴 새 없이 뛰었고, 마음은 막 일어선 아이의 발가락처럼 그 울림을 향해 한껏 모여들었고, 영혼에선 하나의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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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과 류심환이 하나 된 재회의 순간, 그들과 정반대 편에 서서 천년의 음모를 진두 지휘해온 제천에게 처음으로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그는 지난 오년 간 류심환이 진행했던 무공수련과 겹쳐지는 것 같은 또 다른 움직임을 느꼈다. 너무나 미약해 류심환의 무공수련에서 나오는 잔상 같기도 했지만, 가끔은 서로 다른 움직임 같기도 했다.



허나, 류심환 정도의 경지에 이른 자가 현 무림에는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그런 이해하기 힘든 느낌을 류심환이 펼친 초식의 잔상이라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었다. 류심환의 이룬 경지가 너무나 막강하다 보니 천하의 제천마저도 의문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그만큼 류심환이 이룬 경지가 그의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헌데, 그는 이 모든 수련과정을 끝낸 류심환의 광소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자신이 류심환이라면 저렇게까지 광호함을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지금까지 자신이 지켜본 류심환은 저렇게 말할 자가 아니었다. 그가 검강천을 만나기 전이라면 모를까, 그 이후의 류심환은 무공의 성취가 극에 이르렀다고 해서 광호함을 드러낼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류심환이 천상지무를 완성한 삼년 전부터는 자신의 존재 여부를 막연하게나마 알게 됐을 터, 자신이 류심환이라면 그렇게까지 의식적으로 웃을 이유가 없었다. 결국 그는 지난 오년간의 모든 일들을 하나씩 다시 떠올려봤다.



‘그러고 보니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어. 그 느낌들, 분명 이상했어. 뭔가 있어, 내가 놓친 무엇이.’



처음으로 떠 있는 눈으로서의 제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이 외적으로 드러났을 때는 떠 있는 하나의 눈 전체가 양쪽으로 늘어나며 가늘어졌다.



“일환!”



그가 자신의 의심에 힘을 실었다.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너무나 분명했다. 류심환은 이제 만만한 상대가 아니며, 그에 의해 자신이 놓친 무엇이 있을 정도라면 그것부터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천년을 주재한 그가 절대 인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는 변수의 등장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일사분란한 운동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 길거리에 있는 돌 하나, 목초 하나 자신의 계획에서 벗어나 있으면 안 된다. 제천의 미간이 더욱 깊이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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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혼은 막 새로운 삼혼지문의 칠백삼십 번째 수련과정을 마쳤다. 주군의 상세한 설명이 담긴 해설서를 가지고 파천태극무검의 기본 검결을 익히는데 걸린 삼년을 빼면 지난 이년 간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새로운 삼혼지문을 수련했다.



허나, 기본 검결을 완전히 익혔는데도 불구하고 파천태극무검의 핵심 검결로 이루어진 새로운 삼혼지문은 대성할 수 없었다.



‘주군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기본 심결을 익히는 데만 꼬박 삼년이 걸렸고, 기의 흐름과 검이 그리는 선까지 일일이 그려놓은 운결의 해설서를 가지고도 또 이년을 매달렸어. 그런데도 아직 반도 이해하지 못했어. 주군의 경지가 이 정도에 이르러 있었다니. 지금껏 헛살았어. 나, 불혼은 어리석기가 한량이 없는 놈이었어. 허허, 주군의 깨달음이 이렇게 깊은 것도 몰랐으니. 허허허, 헛산 게야. 지난 세월이란 모두 다 허당이었어.’



두 번째 빛의 축제가 있던 날, 불혼은 이런 생각을 했고.



“우아! 미치겠네! 도무지 모르겠어. 잡힐 듯 잡힐 듯 가물가물하기만 해. 주군의 해설을 호흡 속에도 각인시켰고, 생각의 허튼 순간에도 새겨 넣었는데 몸통은 어디 가고 왜 팔과 다리만 보이는 거야! 우아와!! 돌아버리겠어!!! 힘들게 구워삶아 조심조심 다 벗겨놓으니까, 여장남자가 나오는 꼴이잖아! 내게도 달린 것이 거기서 오줌을 누고 있느냔 말이야!! 우아아아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야!! 나 도혼이 돌아버리겠다고. 우아아아악!!!”



도혼은 도무지 끝을 보여주지 않은 새 삼혼지문의 운결에 아예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으며.



‘주군, 이 못난 놈을 탓해주십시오. 주군의 상세한 해설서과 그림까지 갖고서도 이렇게 깨닫지 못하고 제 자리만 맴도는 이 못난 놈을 탓해주십시오. 주군의 깊고 높은 은덕에 아직 무엇도 보은하지 못하는 이 못난 신하의 불충을 벌해주십시오. 주군…’



속혼은 새 삼혼지문을 깨닫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이 못내 마음에 걸려 속아리만 깊어져 갔다. 다만, 삼혼 모두는 주군이 만든 새 삼혼지문을 수련하는 중에 천외천의 안배가 얼마나 가공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주군이 말한 하나의 거짓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 뒤에 자리하고 있는 천년의 비밀은 터럭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천외천의 노리개일 뿐이었던 지난 백년에 가까운 삶이 얼마나 허망했는지 깨달았다.



그래서 불혼은 한없이 답답했고, 도혼은 미쳐서 돌아버리기 직전이었고, 속혼은 그런 자신들의 삶을 이렇게라도 보듬어 주는 주군의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살아 숨 쉰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다.



어쨌든 주군의 성취는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주군의 성취를 빠르게 따라가고 있는 무영의 속도에 새삼 감탄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에 비하면 자신들이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 삼혼은 새로운 삼혼지문의 거대한 벽 앞에 멈춰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무인으로서의 자괴감도 커져만 갔다.



바로, 그때였다. 무영이 헤맸던 것과 똑같이 지난 6개월 동안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삼혼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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