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와 함께 미국 정치판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가 최악의 슈퍼엘리트 정치인 힐러리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슈퍼엘리트와 슈퍼세습가문, 다선의 자연귀족 정치인,유대계 월가 자본, 초국적기업의 슈퍼경영자, 헐리우드의 슈퍼스타 등이 지배하고 이익을 독점하는 미국 기성정치의 핵심인 과두정치와 세습자본주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질릴대로 질린 유권자들이 미국을 한꺼번에 전복시킬 수 없어 행정부부터 무너뜨린 것이 트럼프 당선의 본질이다. 





유럽에서는 보수에 속하는 미국식 진보와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민주당 유권자들에 비해, 수구와 보수를 대표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상위 1%의 미국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컸기 때문에 샌더스는 상위 1%의 전형인 힐러리에 졌던 것이고, 트럼프는 상위 1%의 전형인 젭 부시 등에게 이긴 것이다. 그런 거대한 열망과 분노가 본선에서도 그래도 적용돼 트럼프가 모든 기득권의 공격과 배척 속에서도 기적의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민주당의 기득권 엘리트주의자(=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들이 샌더스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 공화당에 완패한 선거 결과의 근원에 자리하고 있다.



흑인의 가면을 쓴 백인 대통령 오바마의 편향적 국정 운영에 실망한 상당수 흑인들과 히스패닉계들이 트럼프에 표를 던지거나 투표에 불참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어제는 한국 재벌의 미국 법인장들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중상위층에 오른 아시아계의 상당수도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는 얘기도 들었고, 기독교적 가부장주의를 추종하는 여성들의 상당수도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이런 다양한 계층과 인종, 출신들이 '상위 1%를 위한, 상위 1%에 의한, 상위 1%의 행정부(연방 정부)'를 무너뜨리려면 특권층을 대표하는 힐러리를 선택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 때문에 힐러리에게 여성이라는 것을 덧씌워 패배를 논하는 것은 가장 비열하고 저급한 짓이다.오바마가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라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흑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해야 했는지, 단죄해야 할 금융지배를 더욱 강화시킨 것을 막지 못했는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대선은 '막장드라마' '바닥으로의 경주' '최악을 피해 또다른 최악을 선택하는 선거' 등으로 폄하됐지만, 그 밑바닥에는 상위 1%의 미국을 전복시키기 위한 하위 99%의 반란이 자리하고 있었다. 심지어 인종·성별·지역 차별이나 이념몰이,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 등을 조장하는 언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적 올바름'도 이번 선거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그것조차도 극단의 불평등을 이용해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상위 1% 정치인의 위선으로 치부돼 폐기처분 당했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보면 벨 에포크 시대가 가장 불평등한 시대(상위 1%가 국가 전체 부의 80~90%를 차지했다)로 나오는데, 레이건이 당선된 이후 40년만에 미국의 불평등은 벨 에포크 시대로 맹렬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존 미클레스웨이트와 아드리안 울드리지의 《더 라이트 네이션》과 글렌 벡의 《글렌 벡의 상식》 등을 보면,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시장우파, 보수층은 이런 불평등의 원인이 고학력·고소득의 상위 1%가 독점하고 있는 행정부와 의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레이건-프리드먼 조합이 주도한 영미식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전 세계를 파멸로 몰고간 것을 넘어 출발점인 미국까지 파멸로 몰고가자 세계화의 피해자인 미국의 중하위층들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고, 그것이 정치적 힘으로 표출된 것이 트럼프의 당선이다(샌더스 돌풍도 근본적으로 동일한 이유에서 나온 반세계화·반기득권 정서다). 하위 99%의 부를 상위 1%에게 이전하는 것인 신자유주의 통치술이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고 대변해준 트럼프에 열광한 결과(자살행위가 될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주류사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와 《달리는 기차에 중립은 없다》 등을 보면 수백 년 동안 축적된 상위 1%에 대한 하위 99%의 분노와 복수, 피해의식들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폭발 직전까지 팽배해 있음을 말해준다. 그들은 상위 1%가 지배를 이어가는 핵심 논리인 미국의 영광보다는 극단의 불평등과 차별이 난무하는 국내의 모순을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상위 1%가 주고받는 미국이란 나라는 부자지만, 국민은 가난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공약이 미국이란 나라마저 가난하게 만들 가능성이 100%라는 데있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부자국가가 된 것은 기술(특히 제조업)의 선도국이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최고 98%에 이르는 상속과 증여 및 초고소득에 대한 누진세에 있었다. 불로소득과 3대째 이어지는 상속에 관해서는 100%를 때린 적도 있다. 이것 때문에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국가로 우뚝 선 것인데, 트럼프의 공약은 이것과 정반대여서 미국마저 가난한 국가로 만들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공약 중에는 진보적인 것들도 있지만, 그것 역시 고립주의와 보호무역과 연결돼 있어서 미국을 파탄으로 몰고가는데 일조할 것이다. 트럼프의 위세가 살아있는 취임 1년 정도는 레이건처럼 미국을 파탄지경으로 몰고가는 온갖 짓들(제일 중요한 것이 상속·증여세 폐지, 초국적기업이 이익을 국내로 들여올 때의 법인세율 인하ㅡ일종의 조세도피처 역할 등)을 남발하겠지만 그의 기세는 2년차부터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며, 조기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허면 트럼프의 당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 어떨 것인가? 좋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진보세력이 그렇게도 비토하는 한미FTA에서 거두었던 이익들의 상당 부분을 토해내야 할 것이다. 미군 철수를 내걸고 방위분담금을 올리라거나 미국산 무기 수입을 늘리라고 압박할 것이다. 한국 제품들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수시로 부가할 것이며, 슈퍼301조를 발동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것이다. 노무현이 최소의 가격으로 회수했지만 이명박근혜가 사실상 포기한 전시작전권을 어마어마한 비용을 받고 팔아넘기려고 할지도 모른다. 





역사상 최악의 북한정책인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폐기되겠지만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전력을 다해야 할 트럼프가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종전협상을 통해 변수를 최소화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선제타격을 가하는 것은 고립주의에 반하기 때문에 고민할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미국의 이니셔티브를 포기할 정도로 고립주의에 올인한다면 일본의 무장을 완벽할 정도로 풀어줘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온갖 것들을 예측해볼 수 있지만, 미국의 제국적 힘이 예전만 못한 현재의 시점에서 트럼프 당선이 불러올 후폭풍에 대해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트럼프가 뭐? 지금이 최악인데 왠 호들갑? 한미동맹, 그것이 영원할 것 같아? 남북문제, 우리가 주도권을 잡으면 돼. 너무 신경 쓸 것 없어. 트럼프 당선 전에는 고민도 하고 신경도 써야 했지만, 당선된 지금에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상해 준비를 철저하게 해두면 그만인 문제로 변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하루라도 빠른 박근혜의 하야와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자들의 청산작업이다. 박정희 신화와 종북몰이, 상장만능주의로 서민과 노동자, 미래세대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몬 자들을 단죄하는 것이다. 



11월 12일에 전국적으로 200만 명이 넘으면 박근혜 하야가 결정되고 전국적으로 300만 명이 넘으면 이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모조리 바꿀 수 있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자.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EMC 2016.11.10 01:30

    안녕하세요 선생님.

    트럼프는 한국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더라고 여기 북미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심각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힐러리를 대표로 한 미 기득권에 저항하고, 빈부격차만 늘린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저항은 그렇다 치더라도
    트럼프의 지지층 절대 다수인 서민층과 특히 교외 시골에서 사는 보수 백인 유권자들은 자기네 세상이 왔다고 쾌재를 부르고
    지네 멋대로 행동할 겁니다.

    이들은 절대로 다른 그룹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이들이 아닙니다.
    가뜩이나 심했던 인종주의는 하늘을 찌르게 되니 소수층 들이 동네북이 되는건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미국을 백인만의 사회로 만들려고 하겠지요.
    캐나다도 겉으로는 열린 사회처럼 보이지만 속을 보면 트럼프 지지자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 그게 두렵습니다. 캐나다를 트럼프의 미국처럼 만드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미쳤습니다.
    캐나다는 그래도 표면적으로는 다문화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싱겁더라도 정책적으로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고
    한국은 늦게나마 시민들이 정신을 차리고 행동하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지만
    앞으로 트럼프와 미국의 실책으로 전세계에 닥쳐올 위기를 생각하면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6.11.10 05:45 신고

      1차 세계화가 만들어낸 극도의 불평등, 우생학의 범람,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에서 나온 적자생존, 칼 스미트의 독재 찬양, 1929년의 경제대공황, 파시스트와 나치의 집권 등이 한 데 모여서 2차세계대전으로 이어졌네.
      그때의 경험으로 인류는 평등과 공존을 중시하는 1945~1975년의 황금기를 맞았어.

      미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2차 세계화)가 초래한 극단적 불평등, 파시스트와 나치를 합친 것 같은 트럼프,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민자에게 덧씌워진 우생학적 인종차별 등이 그때와 동일하지.
      미국에서 벌어진 일은 신자유주의적 통치술과 세계화가 종지부를 찍는 과정에서 마지막 반동으로 저학력, 저소득 백인들과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여성, 중상류층에 진입한 흑인들이 트럼프를 선택해 기성정치부터 무너뜨린 것일세.

      이것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와 히틀러의 나치가 집권하는 과정과 완전히 동일하지.
      이런 과정은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이네.
      체제는 효력을 다해도 관성으로 10년 정도는 더 흘러가지.
      그 과정에서 마지막 반동의 반격을 하기도 하네.
      트럼프가 그러하고 전 세계적으로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힘을 받네.
      국가마다, 지역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겠지만 브렉시트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극점에 이르렀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트럼프로 인해 극점을 찍었다는 것일세.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겠지만 이런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것이 인류의 역사였네.
      인간이란 종족이 과거의 고난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비합리적이고 탐욕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이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이란 나라의 부실함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네.
      이민자와 불법체류자, 소수민족, 이슬람계에 대한 테러가 범람하겠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일세.
      반작용은 언제나 작동하네.
      미국은 최악의 경우 내란상태와 비슷한 것이 벌어질 수 있네.
      분열될 수도 있고.

      이런 이유들로 초반만 잘 넘기면 생각보다 큰 피해는 없으리라 보네.
      트럼프로 인해 미국이 샌더스가 표방한 사회민주주의로 넘어갈 것이네.
      트럼프의 미국에 반발해 유럽의 통합이 화폐통합에서 재정통합과 노동통합으로까지 진전될 수도 있네.
      이럴 경우 미국은 완전한 외톨이가 될 걸세.
      공산당의 일당지배를 유지해야 하는 중국이 유럽과 손잡을 테니까.

      트럼프의 당선은 비극이지만 칼 폴라니가 목격한 <거대한 전환>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을 50년이나 지나서 이루는 것으로 이어질 걸세.
      트럼프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1년 차에 집중적으로 저항해야 하네.
      전 세계적으로 반미정서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터, 그것을 잘 활용하면 만악의 근원인 미국이 제국에서 그저그런 큰 나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네.
      그럴 경우 인류는 지금보다 더욱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네.
      트럼프는 자신의 공약 중 30%도 실현하지 못할 것일세.

      너무 멘붕에 빠질 필요는 없네.
      트럼프라고 해서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닐세.
      공화당이 적극 협조하면 문제지만, 그것도 1년을 넘지 못할 것이네.

      너무 비관만 하지 말게.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필연이므로, 지금부터는 어떻게 대항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네.
      그렇게 힘을 모으면 트럼프의 미국이 패배자로 전락할 것일세.


  2. 참교육 2016.11.10 09:50 신고

    혼자보기 아깝습니다.
    페북으로 퍼갑니다.

    • 늙은도령 2016.11.11 00:58 신고

      네, 이제 슬슬 세상이 바닥을 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의미의 전환이 가능합니다.
      인간은 작은 단위에 허덕이지만 거대한 단위의 이념이나 체제도 작은 것으로부터 균열하니까, 오랫동안 기득권을 유지해온 40년의 신자유주의도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이제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네요.

  3. 공수래공수거 2016.11.10 09:55 신고

    미국인들의 가치판단 기준을 잘 보여준 선거였습니다
    나쁜년,약한년보다는 미친놈이 그래도 좀 나았던 모양입니다

    이제 7시간이 밝혀질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확정 증거가 필요하긴 하지만 양심선언이 곧 나오길 기대합니다

  4. 맹그로브 2016.11.10 13:39

    가깝게는 마지막에 FBI가 이메일 수사를 재개 한 것이 화근이었으며, 멀게는 이메일 스캔들 후에 샌더스에게 양도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자감세는 즉 서민증세로 이어진다는 것을 지난 10여년간 우리는 겪어 보았는데, 차악을 뽑는다는 이번 미국대선에서 결국 미국이 선택한 것은 최악을 뽑고 말았네요.
    새누리 및 청와대가 이 결과를 두고 부산을 떠는 모습을 보니 빨리 퇴진시키고 하루속히 새누리는 박멸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드는 군요.
    연준 금리가 올라갈지.... 이것부터 우리는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늙은도령 2016.11.11 17:22 신고

      언제나 나라가 자신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못된 놈들이 어느 나라나 있습니다.
      나라의 주인은 모든 국민인데, 그런 놈들이 나라를 망칩니다.
      트럼프는 백인 대통령이 됐습니다.
      미국 백인들의 미친 짓거리가 트럼프라는 광인을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미국은 지금보다 몇 배 이상 망해야 정신을 차립니다.

  5. 2016.11.10 15:19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6.11.11 17:25 신고

      미국은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망해야 정신을 차립니다.
      전 세계가 이런 난리를 겪는 것은 미국의 상위 1%가 만든 것이고, 백인 상류층들이 동조한 결과입니다.
      미국이 정신을 차리지 않은 한 세계는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트럼프가 미국을 더욱 망쳐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니까요.
      미국이란 나라가 자정기능이 있는지 트럼프의 임기 중에 밝혀질 것입니다.

  6. 과유불급 2016.11.10 23:08

    조웅 목사님 폭로는 대부분 사실이었어 ㅠㅠ
    그땐 미친놈 취급했지만...



북한의 ‘유감 표명’에 대해 논할 생각은 없다. 도발을 인정한 것인지, 군인이 다리를 잃어서 유감이라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고위급회담의 결과는 박근혜 정부가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의 여론 환경을 지배하던 극우세력과 종편의 카르텔에서 한 발 벗어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명박이 조기레임덕에 빠진 이후, 이 땅의 지배세력들은 한국의 모든 분야에서 민주정부 10년의 흔적들을 지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들의 첫 작품은 낙하산과 조인트를 동원한 방송장악과 비열한 방식으로 진행된 노무현의 죽이기였고, 국정원을 유신시대의 중앙정보부로 회귀시키는 것과 대규모로 종편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은 극우세력에 힘을 실어줬고, 거창한 출범과는 달리 0%대 시청률에 허덕이던 종편에게 영원한 먹거리인 안보상업주의에 올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해주었다. 일베의 등장과 활성화도 빠르게 진행됐고, 민주화 운동과 5.18광주항쟁 같은 것에 빨간색이 무차별적으로 칠해졌다.



가랑비에 옷이 젖게 마련이듯, 이런 과정을 통해 그때그때의 여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 전체의 여론 환경이 빠르게 우측으로 이동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부패, 비리 등이 끝을 모르고 이어졌지만, 현 집권세력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볼 때만 이해가 가능하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 사령부가 불법댓글을 통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것과 그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국정원과 군이 멀쩡할 수 있었던 것도, 여론 환경의 우경화가 아니면 박근혜의 불통과 면죄부 발행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박근혜도 이런 여론 환경을 바꿀 이유도 없었고, 오히려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일들(세월호참사와 정윤회 문건, 성완종 리스트, 메르스 대란, 국정원 해킹의혹 등)이 계속되면서 그 안에 안주해버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것이 수천 년을 이어온 진리인데, 빚의 속도로 움직이는 디지털시대에서 7년7개월이면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 땅에 구축된 거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리고, 국가 전체가 우경화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해일 같은 것이어서 진보 진영은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극우세력과 종편 전성시대는 이렇게 구축됐고 구조화됐으며 강력해졌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레이저 여왕도 이것에 갇혀버렸고, 무능한 야당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국민은 이런 흐름에 올라타 자발적 복종에 이르던지,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했다. 정치, 특히 야당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졌고, 그것이 계파싸움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여론 환경을 뒤집어버릴 어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극우세력과 종편의 전성시대를 종지부 찍을 방법이란 없지만, 가랑비는 한쪽의 옷만 적시는 것은 아니다. 일방독주는 항상 부작용을 일으키며, 그런 작용에 대한 반작용이 조금씩 세를 넓혀갔고, 일방적 우경화와 온갖 실정의 엔트로피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축적됐다.



정치와 경제, 외교, 국방, 교육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론 환경을 뒤집어버릴 수 있는 천재지변이 일어났고, 레이저 여왕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종류나 여지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한반도의 안정을 요구하는 미국과 중국의 압박도 피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 일본의 도발도 극에 이르렀다. 레이저 여왕에게도 탈출구가 절실해졌다.



남측에서 정식 사과도 아닌 유감 표명이라도 받아들인 것은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가 어떻게 자화자찬하던, 극우세력과 종편, 보수화된 언론들이 어떻게 포장하던 유감 표명을 받아낸 것은ㅡ대가로 무엇을 줬는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ㅡ남북관계에 관한 한 박근혜가 이명박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 





이것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중국 발 경제위기의 본질과 파장에 대해에서 밝혔듯이 박근혜 정부가 경제 몰락의 위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면 북한 리스크를 줄여서 경제적 탈출구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엿 같지만,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유감 표명’이라도 받아낸 것이 엄청난 성과인양 떠들어대도, 남북의 특수성 때문에 대놓고 반박하기도 힘들다.



남북한의 합의를 언제,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지, 그 이상의 무엇이 준비되어 있는지, 이것을 부불려 총선에 얼마나 활용할 것인지, 국민은 이런 것들을 감시해야 한다. 일단 이명박의 망령부터 넘어서야 다음이라도 있기 때문에. 북한이란 상수가 최소화됐을 때 진정한 승부도 가능하기 때문에, 유감 표명을 받아낸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이제는 남북 문제에서도 주도권을 잃어버린 새정치민주연합이 답해야 한다, 제 살과 뼈를 도려내는 혁신이 어디까지 할 것이고, 정권탈환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떻게 실현하려고 하는지, 구체적인 청사진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떠나간 지지자들을 어떻게 되돌릴 것이며, 정권 탈환을 위해 정치생명을 온존하게 바칠 것인지, 배수의 진을 칠 의지와 용기가 있기는 한 것인지? 

 


P.S. 정부와 종편이 이번 합의를 박근헤의 원칙이 통한 것이라고 지나칠 정도로 우려먹으면, 지금까지의 상황을 시계열상으로 펼쳐놓고, 하나하나씩 반박하는 글을 올리겠습니다. 이번 회담의 결과는 북한의 주장에 상당한 신빙성을 실어주는, 그런 수준의 합의에 불과합니다. 국민에게 내놓지 못하는 이면의 합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며칠 지켜보면 대강의 윤곽이라도 그려질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2015.08.25 06:24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5.08.25 07:41 신고

      나와야 합니다.
      나오게 만들어야 하고요.
      정의당의 약진도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다당제가 돼야 한국 정치는 달라집니다.

  2. 『방쌤』 2015.08.25 07:11 신고

    제발 이번만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솔직한 마음으로는 크게 기대가 되지도 않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짝 바래봅니다

    • 늙은도령 2015.08.25 07:43 신고

      부디 그러하기를.
      너무나 무력한 야당을 보고 있으면 답답할 뿐입니다.
      문재인은 승리보다는 새누리당 정부가 최악으로 가지 않게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목표가 무엇인지, 자신의 진정성을 지지자가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하는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5.08.25 08:16 신고

    오늘로써 박근혜정부 후반기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다수의 바램대로 ( 아전 인수격인 해석이겠지만)
    합의가 되었으니 이제 혹세무민하겠네요..
    이럴때 야당이 나서야 하는데 한총리건등 너무 위축되어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8.25 17:05 신고

      네, 무용담처럼 떠들어댈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것과 싸워야죠.

  4. 참교육 2015.08.25 09:25 신고

    순진한 국민들만 속이면 된다는 수구 꼴통들..... 경제니 서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5. 바람 언덕 2015.08.25 10:38 신고

    새정치연합...
    새정치연합...
    전 도대체 이 자들의 존재의 의미를 못 찾겠습니다.
    이제는 정말 새누리 2중대라는 오명을 벗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ㅜㅜ

    • 늙은도령 2015.08.25 17:08 신고

      집권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국회의원만 유지하면 된다는 것 같습니다.
      제1야당이 더 편하다는 것이겠지요.

  6. 耽讀 2015.08.25 13:34 신고

    박그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하나는 남북관계 회복입니다.
    적어도 노무현 정부 말기 남북관계만큼 회복하고 퇴임하기를 바랍니다.
    그가 박정희 딸이기 때문에 김대중-노무현보다는 색깔론에 자유롭습니다.

    • 늙은도령 2015.08.25 17:10 신고

      남북관계는 보수정부가 풀어야 뒷말이 없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저도 불만이 없습니다.
      그 다음을 진보 진영이 이어가야 하는데 그것이 없습니다.

  7. 머무는바람 2015.08.25 23:10 신고

    휴 야당이 너무 일을 못 하네요 ㅜ.ㅜ

    • 늙은도령 2015.08.26 00:04 신고

      저는 잘했다고 봅니다.
      이후의 전략이 분명하게 준비돼 있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그것은 차차 고쳐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8. 가난한여행자 2015.08.26 04:37 신고



    종편에서 전쟁을 해야한다는 방송을 식당에서 보고,,,,
    저! 새끼들은 무슨생각을 하고있는것인지?

    수도권,경기권 2000만명 전쟁터 사정거리에 있는 나라는 전쟁역사상없는데..
    외국유명 연구소시뮬레이션 ,,일주일 전면전 100만정도 희생 되고 우리나라는 최빈국으로 떨어지는데

    아무리 종편 이지만 ,, 중학생들도 아니고. 그것을 듣고 흥분하는 노친네들,,,


    우리나라 자칭 보수들은 과연 전쟁같은 위기 상황에 대처 할 능력이 있는지?

    제 생각에는 다 도망갈것 같네요

    특히 이명박은 싱카폴로 갈것 같네요


    자기이익을 위해 민족간에 전쟁위기로 몰아넣는 집권자와 아부하는 새누리당과 종편
    그리고 개인의영달을 위해 앵무새처럼 떠드는 종북 놀이 하는 지식인들

    아무리 무능한 야당이라고 하지만 집권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 악마들을 정리 해야 합니다



    명쾌한 글 잘보고갑니다

    • 늙은도령 2015.08.26 05:25 신고

      잘못된 애국심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데 종편들의 행태가 그러합니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거리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어차피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 하에 마구 질러대는 것이지요.
      그것은 통쾌해 보일지 모르지만, 정신과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일종의 정신 세뇌이며 선동입니다.
      천벌을 받아도 모자란 범죄를 서슴없이 펼치는 것입니다.



이 땅 특권층의 원조인 박정희의 딸로서 대통령에 오른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현대의 대통령은 개인의 철학이나 정치 여정, 국민과의 소통능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중매체와 권력기관을 이용한 정치마케팅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님이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전과가 14범이나 되는 이명박이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매스미디어와 보수언론을 총동원한 정치 마케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매스미디어와 결합된 정치마케팅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는 평범한 정치인을 과대 포장하고 매끈하게 다듬어, 신화적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매스미디어를 동원한 정치마케팅이 대한민국을 기업으로 치환시킬 수 있었고, 대통령 선거가 최고의 CEO를 뽑는 것으로 변질됨에 따라 이명박이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듯이, 독재자인 아버지를 압축성장의 신화를 통해 민주화의 포석을 깔아놓은 전설의 지도자로 재포장해낼 수 있었기 때문에 딸이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밖에도 저급한 정치공학적 술수들이 더해졌지만, 핵심은 이것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 결과, 국정은 국민에 대한 공약 파기와 인사 실패의 연속이었고, 온갖 불평등과 각종 부조리가 양산됐으며, 나라는 회복 불가능한 빚의 굴레에 빠졌들었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사라진 뿌리까지 부패한 나라가 대한민국이 됐습니다.





정윤회 관련 문건은 국정의 난맥상이 금단의 성역, 청와대 내부에서 가장 심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문건과 관련된 것들이 검찰 수사와 보수와 관변언론의 물타기와 왜곡,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 등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청와대마저 대통령이 관리하지 못하는 권력의 암투장이 된 것입니다.



제대로 된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기업 개혁이 필요하고, 누구도 건들지 못했던 군대의 온갖 비리를 잘라내고, 무너지는 경제를 민주적으로 재구축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고, 미래를 위해 출산율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것 등에 전념해야 함에도, 청와대 내의 더러운 권력 암투에 따른 인사난맥상과 국정 운용의 비효율성이 도를 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만들어졌건, 스스로의 힘으로 대통령에 올랐건 간에 정윤회 관련 문건의 등장은 대통령의 정치력과 국정 장악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당정청이 보여주는 불협화음과 국정난맥상은 바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음을 정윤회 관련 문건이 말해줍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의 유출에 방점을 둔 권위주의적이며 독선적인 발언이나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이자 무능력의 정수입니다.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을 보고 있으며 사태의 본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까? 





제발 자신을 돌아보십시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대통령으로서의 박근혜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시지요. 능력이 안 된다면,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과 야당과 시민단체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경청하십시오.



권력 놀음에 취해서 저급한 권력 암투를 불러오지 마시고, 청와대에서 나와 거리의 얘기들을 들어보십시오. 청와대 내부에서 이런 암투가 벌어질 정도면 그 진위 여부를 넘어 국정 난맥상은 현재의 인물들로는, 지금까지의 대통령이 보여준 국정 운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권력은 하루살이 같은 것입니다. 여론이란 돌변하는 것이고, 지지란 얼마든지 철회가 가능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이제 자신을 바로 보시지요. 당신의 권력이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대통령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권력 놀음과 암투에 취한 자들이 아니라.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의 미스터리’도 결국은 이런 자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탄생의 시점부터 이 정부를 ‘찌라시 정부’라 하는 것도 돌아보시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부터 시작해 기레기 언론의 한바탕 난장을 거쳐 유족들의 분노와 슬픔의 단식까지 찬찬히 돌아보십시오.



조기레임덕, 하야, 탄핵까지..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 자신과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세계일보가 정윤회 관련 문건을 보도하면서, 추가로 폭로할 문건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언론을 틀어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권력은 하루살이 같은 것입니다. 철벽 같았던 닉슨이 무너져내리는 것은 불법적인 도청이 아니라 대통령에 오른 후에 한 거짓말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의 청와대가 그러하고, 대통령의 대응이 그러합니다.  



                                          


  1. 공수래공수거 2014.12.03 08:50 신고

    역사이래로 가장 찌질하고 비열한 권력투쟁을 보는듯합니다
    지도력없는 군주아래의...

    • 늙은도령 2014.12.03 16:33 신고

      지도력만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너무 사람을 믿지 않아요.
      심지어 청와대 수석까지도.....

  2. 뉴론7 2014.12.03 09:10 신고

    요즘 또다시 떠들썩 하죠 머리가 아프네요

    • 늙은도령 2014.12.03 16:33 신고

      지금까지 나온 것이 빙산의 일각인데도 그러니 얼마나 더 시끄러울까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