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도 제 견해는 최소화했습니다. 안희정의 대연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근거로 제시하는 노무현의 대연정을 노통의 입으로 알려드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노통이 연정에 대한 생각을 처음 밝힌 것은 2005년 6월 24일 당정청 11인회로, "정부와 여당이 비상한 사태를 맞고 있다. 야당과 연정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안 통과가 안 된다. 우리 정부는 내각책임제적 요소가 있으니까 국회의 다수파에게 총리 지명권과 조각권을 주면 국정이 안정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대다수의 인사들이 반대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고요. 





노통은 2005년 7월 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우리 정치,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기고문을 통해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없고, 미국처럼 개별 의원을 설득하거나 협상할 여지가 없"고 "대통령에게 법도 고치고 경제도 살리고 부동산도 잡고 교육과 노사문제도 해결하라고 하는데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대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이것마저도 한나라당과 언론에 의해 개헌 시도로 의심받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정략적으로 받아들여지자 노통은 '당원동지에게 드리는 편지'를 통해 정권교체 수준의 대연정을 제안하며, 전제조건과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하고 한나라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이라면 한나라당이 응할 리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연정이라면 당연히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열린우리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야당도 함께 참여하는 대연정이 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연정은 대통령 권력하의 내각이 아니라 내각제 수준의 권력을 가지는 연정이라야 성립이 가능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권력을 열린우리당에 이양하고, 동시에 열린우리당은 다시 이 권력을 한나라당에 이양하는 것입니다. 


권력을 이양하는 대신에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지역 구도를 제도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선거제도를 고치자는 것입니다. 굳이 중대선구제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어떤 선거제도이든 지역 구도를 해소할 수만 있다면 합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당장 총선을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적 합의만 이루어지면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을 구성하고, 그 연정에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하고 그리고 선거법은 여야가 힘을 합하여 만들면 됩니다. 



우리 정치의 많은 문제가 지역주의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지역구도 하에서 정치인이 선거에서 이기는 길은 끊임없이 상대방 지역과 상대 당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자극하고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것입니다. 의정활동도 오로지 지역감정과 지역이기주의를 중심에 놓고 대결하게 됩니다. 지역으로 편을 가르고 대결이 심화될수록 지역민심은 더욱 단결하는 구조이니 정책정당도 대화정치도 설 땅이 없어집니다. 


이 일을 하자면 모두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정권을 내놓고 한나라당은 지역주의라는 기득권을 포기해야 합니다. 어느 하나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고, 하기만 하면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일입니다.





노통은 민노당과의 소연정으로는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권력을 한나라당에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대연정을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면 '상생과 포용의 정치가 가능하고, 욕설과 야유, 싸움질로 얼룩진 소모적 정쟁과 대립의 문화도 극복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이렇게 '분열 구도가 해소되면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양극화 해소와 노사정 대타협 등 민생경제 문제도 제대로 풀어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노통은 대연정의 노림수를 다음과 같이 봤습니다. 



노 대통령은 연정이 성립될 가능성은 없지만 만일 성립된다면 한국 정치를 급격히 발전시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이유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풀기 위해 여야가 하나가 되어 토론을 하다 보면 의원 개인의 이념, 정체성과 가치관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의 보수적 의원과 한나라당의 보수적 의원이 하나가 되고, 한나라당의 진보적 의원과 열린우리당의 진보적 의원이 하나가 되는 등, 지역주의를 뛰어넘어 의원의 이념적 재정렬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조기숙 외 《노무현의 민주주의》에서 인용).  



현행 헌법이 프랑스 헌법을 모델로 했기 때문에 독일 모델보다는 프랑스의 동거 정부를 추구한 노통의 대연정은 지역주의의 상당 부분이 세대투표로 대체됐고, 그 덕분에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가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추었기 때문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안희정의 대연정에 반대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왔습니다. 대연정을 할 경우 이명박근혜 9년의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적폐청산도 불가능하다는 것도 작용했습니다. 





안희정의 대연정이 노무현의 대연정과 다른 것도 이 때문이며, 촛불혁명과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안희정의 대연정이 더민주의 대선후보를 거쳐 대통령이 되기 위한 것이라면, 노무현의 대연정은 대통령으로서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도 다릅니다. 노무현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도록 제왕적 통치수단인 4대권력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을 만큼 자신의 성공보다는 국민의 성공과 미래세대의 행복에 헌신했습니다. 



나에게 자꾸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조언하지 마십시오. 그건 나의 목표가 아닙니다. 내가 만일 조 수석의 조언대로 해서 성공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다음에 정권 재창출할 수 없을 겁니다. 국민은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피로가 있고 내가 본 선진 민주국가 어디에도 한 정당이 8~10년 이상 집권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쪽은 후보군이 많고 그들이 경선을 통해 체구를 불리면 우리는 매우 힘든 선거를 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권이 넘어갔다가 다시 올 수 있도록 기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고, 정권이 다시 왔을 때 필요한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이 깨어있어야 하고 국민들이 어떤 게 올바른 정치인지 학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내가 대통령으로서 실패한다면 국민은 그 교훈을 토대로 새로운 학습을 할 것입니다. 나는 실패하더라도 국민이 성공하도록 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조기숙 외 《노무현의 민주주의》에서 인용).



필자가  '나는 노무현을 통해 미래의 지도자를 봤다'라는 글을 썼던 것도 노통의 대연정 제안에 담긴 자기희생과 국민 성공에의 강력한 열망입니다. 노무현은 분명한 신념과 일관된 목표를 가진 정치인이자 대통령이었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국민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승부수를 던질 줄 알았던 위대한 지도자였습니다. 대연정 제안도 그런 것들 중에 하나였고 그가 정치를 하던 시절의 시대정신이었고, 그가 떠난 이후의 정치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자기희생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호도가 50%에 이르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오랫동안 1위를 유지하고, 꾸준히 상승하는 것에서 보듯 국민들은 이제 노무현과 참여정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화답하고 있습니다. 이명박근혜 10년 동안 소수 지배층의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은 끝없이 퇴행했고, 반칙과 특권을 남발했지만 깨어있는 시민들은 꾸준히 늘었고, 노무현의 동지인 문재인은 더민주를 혁신하는데 성공했고, 촛불은 대한민국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연정이라니요? 아래로부터 뜻과 의지를 모아 위로 치솟아 오르는 노무현의 신념과 정신, 가치가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만개시키려 힘을 모으는 중에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대연정이라니요? 이제 변화는 시작됐고,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변화가 다 끝난 양 대연정이라니요? 변화하는 중에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아닙니다. 변화는 끝나야 변한 것입니다.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대연정이나 이익의 카르텔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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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둘리토비 2017.02.12 22:31 신고

    어렵네요. 대연정..........

    노무현 전 대통령때의 그 내면의 가치가 오늘날에 제대로 계승되고 있는 것일까요?

    • 늙은도령 2017.02.13 00:56 신고

      지금은 계승과 발전 양면을 봐야 합니다.
      대연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소연정은 가능해도 대연정은 정치와 민주주의에 맞지 않습니다.

  2. 耽讀 2017.02.13 07:49 신고

    진보개혁세력이 보면 안희정 대연정은 논란이 많습니다.
    안희정이 대연정을 주장했다가 비판이 심하니 너무 쉽게 노무현을 끌어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대연정은 대통령제하에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권력구조 개편 없이는 대연정은 불가능하지요.
    내각제체제에서 하기 때문이지요. 안희정은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새누리당을 비롯한 기득권 적폐청산이 먼저이겠지요.

    • 늙은도령 2017.02.13 18:25 신고

      원래 현행 헌법은 사실상 내각책임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한국의 헌법을 내각제국가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책임총리라는 것이 내각제의 근간을 이룹니다.
      주요 보직에 대통령과 여당, 야당 추천이 있는 것도 내각제적 요소이고요.
      이것 때문에 제가 이번 글을 쓴 것입니다.
      안희정이 말하는 민주주의와 정치, 대연정은 정치학과 정치철학으로 봤을 때 곳곳에서 모순이 발견됩니다.
      그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어설프게 알고 있습니다.
      그의 민주주의, 정치, 대연정은 행정적이지 정치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희정의 장기적 비전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지금은 적폐청산으로만 정권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상당 부분 그럴 수 있으니까요.

  3. 공수래공수거 2017.02.13 08:12 신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이 성공했더라면
    우린 미국식 양당 정치가 그 기틀을 잡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7.02.13 18:28 신고

      저는 한국은 다당제가 좋다고 봅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양당제가 아니면 돌아갈 수 없는 국가연합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한 주 정도의 크기인데 너무 미국을 따라가려 합니다.
      다당제에 소연정이 답이라고 봅니다.

  4. 참교육 2017.02.13 13:08 신고

    저는 안희정 갈수록 더 싫어집니다.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고 민족의 장래를 위하기 보다 그의 욕심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 늙은도령 2017.02.13 18:30 신고

      그러게요.
      자꾸 이상하게 나가네요.
      최근에 대연정은 거둬들인 것 같은데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5. 과유불급 2017.02.13 17:20

    한마디로 개똥같은 소리입니다. 어찌 노통때와 시대적 상황이 엄연히 다른 지금의 상황에서 청산적폐 대상인 개누리와 기득권 세력과의 대연정이라뇨? 안지사는 "포용과 화합"이란 단어로 노통을 팔아먹고 돌팔이 약장수로 만들셈입니까? 이명박그네 정권에 면죄부를 주는것도 모자라 국정운영의 어느정도는 같이 할 수 있다는게 실성을 하지않고서야 발언의 수위가 한마디로 수구적 코미디네요. 감정조절이 안되고 분노조절장애가 일어날 지경입니다.
    촛불민심을 그렇게 받아드리지 마십시오.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6. 무예인 2017.02.13 23:00 신고

    노무현 대통령의 마인드는
    국가가 국민을 위한 정책(정치) 이거 였는데...

  7. merryjanet 2017.02.14 00:49

    요즘 안희정 지사가 주장하는 대연정에 관해선 사실 큰 관심도 없고, 수긍할 수는 더더욱 없었는데,
    방금 끝난 sbs 국민면접을 보고나니 뭐 그리 염려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치고올라오는 지지율에 모두 너무 예민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문 대표랑 그렇게 토론하자고 강조를 하길래 혹시나 유시민 급이려나 했더니만...
    유려한 말투는 아니어도 시청자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진정성이 보여야 호감이 가는건데,
    안 지사는 자칭 엑소에다가 너무나 의식하는 알맹이 없는 말투, 심하게 혹평하자면 변두리 개척교회 목회자같은 화법이랄까...
    아마도 질문자에 의해 수시로 변할 수 있는 민주주의와 대연정에 관한 의견을 갖고 있을 뿐이란 느낌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별 실망할 것도 없고, 굳이 신경쓰며 반응할 필요도 없을 거 같네요.
    다만, 오늘 김진태 급으로 울분을 일으킨 안철수의 막말은 그냥 넘길 수 만은 없을 거 같네요.
    열폭으로 치부해버리고 말기도 너무 너그러운 거 같고...

    • 늙은도령 2017.02.14 02:08 신고

      안철수는 어차피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는 정치생명이 끝난 상태입니다.
      다음 총선에서 호남의 보수적 유권자들이 얼마나 표를 줄지 모르겠지만, 그분들이 아니라면 이번 대선으로 정치에서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도 마지막이라는 것은 아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니 별로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것으로 지난 대선을 퉁치면 그만입니다.

  8. 2017.02.14 16:05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7.02.14 18:42 신고

      너무 피상적입니다.
      행정가와 정치인의 관점이 오락가락합니다.
      멋은 있는데 내실이 부족합니다.
      조금만 더 멀리, 넓게, 달리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땅한 대선후보가 없어 반기문에 구애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더민주 내 김종인계와 안희정이 은퇴를 요청한 손학규 등이 제3지대론과 반문을 기치로 개헌 몰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개헌의 필요성은 9~10개 조항(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는 것, 지방분권 강화, 검찰과 사법부의 민주화와 독립을 위해 지방검찰총장·대법원장·지방법원장의 직선제 명시, 고등법원 내 상고심 설립이나 대법원판사 숫자 확대, 국민참여재판의 강화, 결선투표제 도입, 대통령 연임제나 책임총리제 도입, 경제민주화 조항 확대, 의무교육 확대 등)이면 충분한데, 조기대선이 분명해지자 퇴출과 청산의 대상들이 촛불의 명령에 반하는 정치공학적 개헌 논의를 수면 위로 띄위기 위해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필자가 9~10개 조항을 바꾸는 개헌에 찬성하는 것은 보수층과 무당파(정치혐오와 정치냉소 모두를 포함한)층, 중도층이 진보층을 앞도하고, 주류와 비주류 언론 모두가 비판하는 상황에서 독일과 프랑스의 장점을 혼합한 비례대표 정당명부제(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날 수 있지만 특권을 줄이면 나쁠 것이 없다)를 들고나온, 그 당시의 노무현의 원포인트 개헌에 한해서입니다. 이명박근혜 9년의 역주행과 박근혜 게이트의 반작용으로 촛불집회가 체제혁명의 수준까지 고조된 지금에는 노무현의 원포인트식 개헌도 진보적 정권교체 이후로 미루어야 합니다. 





헌법은 국가와 국민이 지켜야 할 '기본권 규범'이자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규범'이지 기득권의 권력회득 수단이 아닙니다. 87헌법이라 회자되는 현 헌법의 문제점도 대화와 토론에 의한 협치의 정치가 힘든 상황에서 단임제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들면 레임덕에 빠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5년 단임 때문에 임기 초반에 무리한 정책을 남발하도록 만들고, 대법원장과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을 대통령이 임명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로 빠질 가능성과 이에 병행하는 지방분권의 약화, 시대에 뒤쳐진 노동권 보장의 협소함, 허울뿐인 사회적 기본권 보장, 토지초과이득세법·택지소유상한법·종합부동산제제처럼 불평등을 줄이는 토지공개념 불인정과 협소한 해석 등에 집중돼 있지, 나머지 조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개헌은 이런 것들에 대한 정치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을 줄줄 외고, 행간의 뜻까지 꿰뚫고 있는 김제동이 주장하는 것처럼, 현재의 헌법만 지켰어도 대한민국은 청춘과 미래세대, 전업주부의 희생, 불평등성장의 피해자인 상당수 노인들의 빈곤을 특징으로 하는 헬조선에 이르지도 않았습니다. 개헌을 이렇게 쉽게 말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일이며, 기득권세력이 집권이 불리할 때마다 들고나오는 장난감도 아니고, 자유와 평등과 정의 등을 증진시키는 만병통치약도 아닙니다. 



현 헌법에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허용하는 내용이 전무합니다. 검찰과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민주화 이후의 모든 성과를 모조리 뒤엎어버릴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이것도 깨어있는 시민들의 연대와 정치참여가 활성화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이 좌절했던 부분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쓰레기 언론들과 타락한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거짓말과 선동에 놀아나 이명박 같은 사기꾼과 박근혜 같은 후천성 지진아에게 표를 주지 않는 한 현 헌법으로도 훌륭한 민주공화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나오지만, 이 또한 어떤 내용의 민주주의와 어떤 시기의 개헌에 찬성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개헌을 하려면 한국정치의 문제가 헌법에서 기원하는 것인지, 그것보다는 선거법·선거제도·정당제도의 문제·민주주의와 헌정주의(법의 지배 또는 법치주의를 말하며 공화국의 핵심이다. 대통령이 검찰과 사법부를 동원해 독재를 펼치는 '법에 의한 지배'와 정반대에 위치한다)의 부조화·높은 선거연령·극단적인 정경유착 등에서 나오는 것인지, 헬조선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정치경제적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인류 역사상 사례를 찾을 수 없고, 정당정치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완벽하게 극복하고 있으며,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상당 부분 극복하고자 하는 촛불혁명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에서 다음 대통령을 임기 3년의 과도정부로 만드는 개헌은 최악의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사회(공동체)의 회복, 불평등과 차별의 축소, 정경유착의 종식, 언론의 자유, 무한경쟁 타파, 지역주의 퇴출 등을 목표로 내세운 촛불혁명의 꿈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촛불혁명의 꿈을 실현하려면 개헌보다는 선관위에 의한 자의적인 제한과 단속이 가능하고(표현의 자유 억압),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부패한 기득권세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법부터 개편해야 합니다. '돈은 막고 입은 푼다'는 취지와 정반대로 작용하고 있는 선거법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촛불의 꿈을 이루는 것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진보정당의 약진과 다당제의 출현을 가로막는 선거제도(지역주의를 강화하고 비례대표성을 약화시킨 승자독식의 소선구제)도 개편해야 합니다. 



반기문이 소선구제를 중대선구제로 개편하자고 한 것에는 비례대표성이 빠졌기에 정치적 꼼수에 불과합니다. 상당한 시간과 토론이 필요한 개헌은 촛불혁명의 꿈을 무위로 돌릴 최대의 장애물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더민주 내부의 개헌파 의원들(열린우리당 시절 내부에서 노무현의 개혁을 끊임없이 흔들고 방해하다 탈당했던 의원들이 연상된다!)은 도대체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어떤 개헌을, 어떤 시기에 하겠다는 것인지 그것부터 확실하게 밝혀야 합니다. 개헌을 공론화하는 것이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함께 밝혀야 합니다.   





불평등과 차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종이 한장 정도의 차이라도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진보적 방향으로 기울어지면 개헌이 아니더라도 협치의 정치는 물론 보편적 복지가 안정적으로 시행되는 세계 최고의 민주공화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유시민이 썰전을 넘어 JTBC 신년특집토론에서 또다시 언급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와 그의 부역자들이 문제였던 것이라면 개헌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장기적인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도 늦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부와 권력의 독점이 가능해지고, 한 번 구축되면 뒤집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네트워크효과로 국가 단위의 경계와 제도, 법률, 규범, 관습에 구애받지 않는 초국적기업들의 횡포가 극에 달한 지금(무엇보다도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근대》와 《유동하는 공포》를 보라), 미시적 접근과 거시적 접근을 구분하는 것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소 50만 명이 모이는 촛불집회가 오래갈 수 없다는 것과 촛불집회의 화두에 개헌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것이 아니라면 개헌은 시급한 것이 아닙니다. 



헌법에 담기기 마련인 이념과 가치는 거시적으로 접근하되, 선거법과 선거제도, 선거연령처럼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법률과 제도는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촛불혁명의 꿈을 실현하는데 훨씬 유리합니다. 87민주혁명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지만, 이명박근혜 9년의 역주행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른 한국정치는 나라 전체의 정치문화가 유럽의 선진국들에 미치지 못하고, 시민사회가 약하고, 지방분권이 무늬 뿐이고, 언론의 자유가 대단히 허약한 것들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한 편의 글에 개헌과 선거법, 선거제도, 정당제도, 정치의 사법화, 정치문화 등을 모든 다 담을 수 없지만, 미래는 미래세대에게 맡기고 60대 이상은 그들을 믿어주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밀어주는 것이 최선이라면, 기득권세력의 이합집산과 그를 바탕으로 정권재창출의 동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개헌은 정권 교체 이후로 미루고 청춘과 미래세대, 여성 등에게 기회를 주는 선거법과 선거제도, 선거연령 개편에 집중하는 것이 촛불혁명의 꿈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7.01.03 10:28 신고

    개헌 필요하지만 당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당장 할수도 없지만 바꿔야 할 내용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 차차기 대통령 선거전에 하는것이 제일 맞다고 봅니다

    • 늙은도령 2017.01.03 17:07 신고

      네, 그러합니다.
      개헌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적 지식이나 공부가 깊어야 합니다.
      역사도 마찬가지고, 경제와 사회, 교육에 대한 것도 알아야 합니다.
      개헌이 너무 쉽게 얘기되고 있습니다.
      극히 일부의 문제 때문에.....

  2. 둘리토비 2017.01.03 22:04 신고

    넘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정치인들이 개헌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처럼 촛불민심이 개헌이 아닌데,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을 하는지....

    오죽하면 제가 <지금 다시, 헌법>이란 책을 보고 있을 정도에요~

    • 늙은도령 2017.01.03 22:08 신고

      네, 우리 헌법은 몇 가지 점만 빼놓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잘 만들어진 헌법입니다.
      몇 가지도 정치문화가 성숙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답답합니다.
      더민주 내부에서 김종인이 흔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개헌을 말할 때가 아닙니다.

  3. 낭중지추 2017.01.04 10:17

    도령님 의견에 동감입니다 손대야 할것은 헌법이 아니라 선거법이죠 대폭 수정해야 합니다 투표연령 투표시간 심지어 투표함도 투명으로 바꿔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중학교를 졸업한 나이면 선거권을 줘도 된다고 생각됩니다 17세!!! 아이들은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어른이 되어가기도 하니까요

    • 늙은도령 2017.01.04 16:19 신고

      네, 백 퍼센트 동감합니다.
      이것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4. mangrove 2017.01.04 10:27

    적극 공감 합니다.

    새누리의 개헌의 명분은 현재 국정농단 및 파행이 대통령제의 문제이지 당사자인 박근혜 및 최순실, 그리고, 새누리당 자신들의 잘못은 아니다라는 데서 출발합니다.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 특히 새누리당이 헌법을 무시하고 유린 했으며, 권력을 사사로이 사용하여기에 생긴 문제를 대통령제라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라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왜곡시키고자 하는 야비한 술책입니다.

    백번양보해서 대통령제가 문제라면, 결국은 대통령제를 선택한 나라는 모두 같은 문제를 겪어야 했고, 미국은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졌어야 합니다.

    특히, 이 시점에서는 어떤 개헌에 대한 논의도 주장 되어서는 안되며, 자칫 걱정이 되는 것은 대통령 중임제에 대한 개헌논의가 왜곡되어 새누리가 주장하는 개헌에 찬성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저는 어떤 개헌논의도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 합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대통령 탄핵이며, 탄핵 후 정권교체후 촛불민심을 반영한 철저하고도 피비린내나는 개혁 및 숙청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그 후 어느정도 안정화가 되고 국정이 정상화 된다면, 대통령 중임제에 대한 개헌과 공수처 신설 및 검찰총장 직선제, 국정원 해체등 말씀하신 폐해가 되는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개헌을 논의 해야한다고 생각 합니다.

    특히 무엇보다도 개보수당은 철저하게 응징해야 합니다. 유승민이 JTBC 신년토론에서 한 소리는 절대 납들할 수 없는 발언이었습니다. 당시 대선에서 이명박은 최순실에 대한 개입과 비선 실세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어서 보고서까지 만들었는데, 유승민이 비서실장으로 그것을 몰랐다는 것은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개돼지로 보는 소리 입니다. 저는 오히려 친박보다도 개보수당이 더 악랄하다고 생각합니다.

    • 늙은도령 2017.01.04 16:23 신고

      네, 맞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님의 주장에 동감합니다.

      유승민과 개보수당도 하나 다를 것 없는 놈들입니다.
      헌데 그들은 국민의 손으로 퇴출시켜야 하는 것이라 국민이 깨어나야 합니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청산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장점이자 한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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