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4일 전의 글에서 야당이 외통수에 걸렸다고 말했던 것은, 박근혜와 환관들이 정의화를 시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시기에 맞춰 선거구획정 최종안이 국회에 부의되도록 시간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의 국회통과를 3월10일까지 끌고갈 수 있지만 통과 자체를 막을 수도 없고, 그것 때문에 총선이 연기될 경우 20대국회가 사라지는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두려워했던 역풍의 실체가 여기에서 나옵니다.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가 총선까지 이어질 보장도 없고, 총선 연기로 국회가 실종되면 박근혜의 독재도 막을 수 없다는 두려움이 공포로 확장되면서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총선 승리가 절대과제인 김종인과 비대위원들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외통수에서 벗어나 총선의제를 안보에서 경제로 바꾸는 것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결정의 근저에는 불변의 상수와 하나의 변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한국정치를 좌지우지해왔던 조중동이라는 무적의 족벌수구언론과 이명박의 방송장악과 무더기 종편 허용으로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방송생태계의 친새누리적 편향성을 말합니다. 후자는 사상 최고의 선거운동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필리버스터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의원과 후보들이 받게 될 불공정과 불이익입니다. 



이중에서 후자는 총선 승리라는 거시적 관점과 개개인의 당선이라는 미시적 관점의 충돌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필리버스터로 인지도를 엄청나게 높였지만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에 탈당을 비롯해 여러 가지의 후폭풍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필리버스터에 나서지 못한 현역의원과 영입인사들이 받을 불이익을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봉합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공천권을 활용한 김종인의 권한은 강화될 뿐, 그런 정치적 미담이 실전에서의 승리로 이어질 것이란 보장이란 없습니다.



그러나 후자는 전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김종인 비대위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필자의 주장이 정당성을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전자에 몰려있습니다.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한 김종인 비대위의 주장이 정당성과 현실성을 가지려면, 총선의제를 새누리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안보프레임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유리(?)한 경제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선거의 신'인 조중동과 방송생태계(지상파3사, 2.5개의 종편과 2개의 보도채널)가 친새누리와 노골적인 새누리에서 탈피해 기계적 중립이라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들이 선거의 승패를 가를 선거의제를,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총선까지 지속시킬 가능성이 100%인 안보프레임에서 김종인(과 정운찬)표 경제민주화(와 공정·동반성장론) 프레임으로 바꾸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전제나, 바꿔줄 것이라는 선의가 보장돼야 합니다. 



한국현대사 70년의 적폐를 모조리 뒤엎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래서 나라를 팔아먹어도 기본빵으로 나오는 박근혜의 지지율을 30%대 밑으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던 세월호참사 정국에서도 조중동과 방송생태계는 야당의 편에서 서지 않았는데, 김종인 비대위가 친새누리 편향성을 무슨 수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일까요? 더구나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자발적 선의를 바란다는 것이란! 



러시아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며칠 정도 늦추고 있는 사상 최강의 대북제재안이 UN안보리를 통과하면, 그것에서 분출될 보도의 양이란 총선까지도 지속되고 남을 것입니다. 트럼프의 승리가 조기결정되면 미국의 보수언론들이 대북제재의 실효성 문제를 거론하는 보도도 늘어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쫓겨난 기업들의 정부 배상과 관련된 보도와 사드미사일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보도까지 고려하면 총선의제가 바뀔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총선의제가 안보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결정적 증거는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과 겹치는 사상 최대규모로 진행될 한미(일)합동군사훈련입니다. 최고통수권자의 명령만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북한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을 규모로 펼쳐질 한미(일)합동군사훈련에 북한의 반발이 극단에 이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에 맞서 중국의 무력시위도 늘어난다면 총선의제가 안보프레임에서 경제프레임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이에 비해 필리버스터는 야권의 선거연합에 총선까지 활용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소재들을 제공해줄 수 있는 유일한 보고라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총선의제라 할 수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역풍은 박근혜와 환관들이 쳐놓은 외통수에서 벗어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총선 승패를 결정할 야권 지지층의 투표율 저하라는 더 큰 역풍일지도 모릅니다. 



찻잔 속의 바람에서 제2의 노풍으로 자랄 조짐이 보이는 기세등등함이란 손에 쥔 확실함을 버리고, 그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경제프레임으로의 의제 전환이라는 불확실성을 선택한 김종인 비대위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음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필리버스터의 마지막 주자로 나설 이종걸 원내대표가 필자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무엇을 제시할 수 없다면 더불어민주당 지지를 거둬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평생을 행동하는 사람으로만 살 수 있었던 T.E.로렌스는 《지혜의 일곱기둥》에서 '한 가지 목표를 너무나 오랫동안 바라보면 결코 원하지 않는 우상에게조차 신성(神性)을 씌우게 된다'고 했습니다. 평생을 경제민주화만 바라본 김종인은 자신이 그러하지 않은 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이 야권의 선거연대 승리를 위한 마지막 글이 되지 않도록 '오늘은 사형대에 선 죄수가 내일은 월계수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묘책이 준비돼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김경아 2016.03.02 06:14

    정말 글 잘 쓰세요.. 많이 배웁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김종인은 이걸 읽어도 생각을 안바꿀것 같네요..ㅜㅜ

    • 늙은도령 2016.03.02 19:16 신고

      네, 김종인을 본격적으로 비판할 생각입니다.
      꿈은 우리가 꾸는 것이니 선택도 기적도 우리의 몫입니다.
      그걸 할 생각입니다, 지금부터는.

  2. 耽讀 2016.03.02 07:08 신고

    김종인 대표 정무감각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 괘멸론, 위안부 협상 발언 그리고 필리버스터까지.
    태생이 보수정치인것도 있지만 제1야당 지도자로서 정무 감각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에게 비상대권까지 줬는데, 42일 남은 총선기간 동안 또 어떤 결정을 내릴지, 걱정입니다.
    문재인 대표라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 늙은도령 2016.03.02 19:19 신고

      문재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종인은 생각이 상당 부분 마비됐다는 것, 이제부터는 비판의 대상입니다.

  3. BOW 2016.03.02 08:31

    김종인,전두환 똘마니노릇할때부터 수상하게 여겼다만...
    그것보다 더 경악한건 하필이면 테러방지법과 같이 처리하도록 하게 만들은
    그들의 교활함에 경악했습니다.

    • BOW 2016.03.02 08:35

      결국 어찌되었건 낙동강오리알신세네요.(설령 필라버스터 중단 않하더라도)
      이거지요?!

    • 늙은도령 2016.03.02 19:19 신고

      생각이 고정된 상태입니다.
      그를 비판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으니 제가 달리 가야죠.

  4. 공수래공수거 2016.03.02 08:54 신고

    그나마 JTBC가 어제 뉴스룸에서 왜 테러방지법의 조항들이
    수정되어야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서 비교적 사실대로
    분석을 해주었습니다
    너무 늦었습니다...버스 지나간뒤 손 드는격입니다

    • 늙은도령 2016.03.02 19:21 신고

      저는 JTBC뉴스룸을 믿지 않은 지 오래 됐습니다.
      손석희 자체를 믿지 않게 됐으니 그저 사실관계의 보도로서만 봅니다.

  5. 2016.03.02 09:53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6.03.02 19:23 신고

      박영선은 처음부터 싸움닭이었지 어떤 이념적 성향도 없었습니다.
      그녀를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실망도 크지 않습니다.
      속는 분들이야 그들의 몫이니 더 이상 도와드릴 생각도 없습니다.
      이제는 제 갈 길을 갈 것입니다.

  6. 참교육 2016.03.02 15:25 신고

    김종인을 영입한게 화근입니다. 이제 야당은 끝났습니다.

    • 늙은도령 2016.03.02 19:26 신고

      김종인 비대위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문재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고요.
      싸움의 기술을 업그레이드시켜야지요.

  7. base 2016.03.02 18:41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어느것하나 선택하기가 정말로 어렵지요. 악전고투하며 그 나마 분열을 정리하고 전쟁터에 나가려는데 또 다시 분열을 조짐을 보이면 이젠 정말 절망 그 자체입니다. 문재인 전대표의 나약함을 원망했던 몇개월전의 우리가 김종인의 독선적인 태도를 염려하는 현재의 모습이 되었네요. 이젠 우리가 하나로 뭉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작은 것은 버리고 오직 총선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다같이 밀고 당기며 전진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존 케리 미국무장관이 기자단 앞에서 한 내용의 전체적 맥락은 이미 이 두나라가 북 핵문제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처리할수 있다는 남북문제에 대한 전에없던 급진전된 협의가 이루워진것 같습니다. 이러한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속에서 완전히 외톨이가 되어 오직 권력만 쫓아 나라와 국민을 죽움의 늪으로 끌어 들이는 이 정부와 새누리당을 어찌 해야할지..예리한 분석과 뛰어난 예측으로 쓰시는 글에 늘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세요..

    • 늙은도령 2016.03.02 19:29 신고

      저는 이제 새로운 싸움에 들 것입니다.
      꿈도 우리가 꾸는 것이고, 기적도 우리가 만드는 것이니 새로운 방식의 도전을 보여드릴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보여드릴게요.

      참고로 지적공동체를 위한 여정에 엄청난 진전이 있었습니다.
      제가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정되로 된다면 올 가을에는 파격적인 형태의 지적공동체가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소식은 준비가 조금 더 진행되면 알려드릴게요.

    • 산이 2016.03.02 20:46

      도령께서 진보씽크탱크 하나 만드십니까?
      기대됩니다.

    • 늙은도령 2016.03.03 01:49 신고

      네, 비슷한 것입니다.
      세월호참사 때문에 뒤로 미룬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해주십시오.

  8. 반골 2016.03.02 23:32

    집토끼를 버리고 산토끼를 잡으려는 김종인!
    아마 둘다 놓칠 것 갑습니다!
    김 종인이 더 민주의 계륵이 될거 같에요!
    버릴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는~

    • BOW 2016.03.02 23:55

      어차피 그 사람은 대머리의 거시기를 빨아데던 사람인데 뭘 바라겠습니까?

    • 늙은도령 2016.03.03 01:50 신고

      김종인을 흔드는 자들을 쏙아내야 합니다.
      김종인은 현실정치를 너무 모르는데, 다음 글에서 밝히겠습니다.

  9. 수학 2016.03.04 05:20

    해외 유학생입니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님을 먼타지에서도 실감하고있습니다...
    더군다나 이곳 선진국에서 보는 한국은 더욱더 추악합니다.
    한국에 이런 훌륭하신분이 있어 자랑스럽고, 무슨일을 하시면 도움이 되고싶습니다.

    • 늙은도령 2016.03.04 05:47 신고

      먼저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며칠이라도 글을 줄이고 휴식을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재충전해서 총선 때문에 뒤로 미루었던 일에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할 생각입니다.
      지금보다는 창조적인 일이 될 것 같습니다.
      4월 중에 블로그를 통해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오픈할게요.
      그때 조금 더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최근에 들어 JTBC 뉴스룸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야당과 문재인에 대한 디스가 도를 넘었다 해도,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싸고 뉴스룸이 보여준 행태는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상식과 규범조차 지키지 않았다. 이완구 녹취파일을 야당에 넘긴 한국일보 기자의 취재윤리 운운했던 ‘5시 정치부회의’의 편향성과 오락적 지향이야 여러 번 지적했지만, 손석희가 진행하는 뉴스룸까지 종편 특유의 행태를 보여준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손석희의 뉴스룸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홍문종을 초대해 대화를 나눈 것을 넘어, 오늘은 성완종 유족과 경향신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며 성완종의 녹음파일을 기습 보도한 것은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것이 전혀 없었다. 



경향신문이 성완종과의 녹음파일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그가 정경유착의 적폐를 보여준 범죄자라 해도 유족의 뜻을 존중해서였다. 경향신문은 또한 유족과 상의한 후 녹음파일 원본을 검찰에 넘긴 다음에 통화내용 전문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이런 사실을 거의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녹음파일 사본을 입수(경향신문이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출할 당시 보안 작업을 도와주겠다고 자진 참여한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김인성에게서 받았다. 그 과정에서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한 것도 모자라 뉴스룸 2부를 통째로 배정한 것은 기본적인 언론윤리와 취재윤리도 지키지 않는 부도덕한 행위다.





경향신문은 작년 9월, 비정규직의 애로와 힘겨운 투쟁에 대한 보도를 마다하지 않던 JTBC가 막상 자사의 프리랜서 직원들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이중적 행태에 대해 고발하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오늘의 보도가 이것에 카운트펀치를 날린 것은 아니겠지만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때문인지 손석희는 방송 내내 녹음파일을 입수한 경위에 대해서 경향신문으로부터 입수한 것은 아니라고만 했을 뿐, 유족과 경향신문의 방송 중단 요청도 묵살했다는 사실도 밝히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JTBC 뉴스룸만 시청하는 것도 아닌데,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는 것은 남의 밥그릇을 빼먹는 비윤리적 행태를 희석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





최근 자화자찬에 빠진 JTBC 시사프로그램의 추세를 이어받은 듯, 오늘 JTBC 뉴스룸이 보여준 행태는 특허출원을 앞둔 타사의 기술을 통째로 빼돌린 것과 다를 것이 없다. JTBC 뉴스룸은 일일시청률이 오르고, 단기적으로는 광고수주도 늘어날지 모르겠지만, 경향신문이 입은 피해는 재벌들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돌렸을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오늘의 JTBC 뉴스룸의 보도는 지독히 종편스러운 행태이며,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가 이런 식으로 취재한 것이라면, TV조선과 채널A, MBN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매일같이 중앙일보의 칼럼과 사설을 인용(이미지 세탁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하며, 너무 고까워하지 말아달라는 손석희의 멘트도 도둑이 제 발 저린 것과 무엇이 다른가?





유족과 경향신문은 JTBC를 고발하겠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JTBC 뉴스9이 뉴스룸으로 개편할 때 “힘없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힘있는 사람이 두려워하는 뉴스 그렇게 가겠습니다”라는 모토를 내세웠는데,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보도(별반 새로운 내용도 없었다)에서는 이것과 정반대로 가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고발하는데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해도 JTBC 뉴스룸과 손석희가 하면 모든 것이 용납되는 것도 아니다. JTBC 기자가 성완종의 녹음파일을 입수한 경위가 검찰에서 몰래 가져나온 것이라면 모를까, 오늘의 도둑보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시청자들을 부정한 행위에 끌어들인 것이라 그 책임이 크다 할 수밖에 없다.   



신뢰를 쌓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뉴스룸이 공정보도의 선두주자를 유지하려면 보도부분 총괄사장이자 뉴스룸의 앵커인 손석희는 오늘의 방송에 대해 직접 해명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며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행태와 JTBC 뉴스룸의 행태가 무엇인 다른지, 그것부터 설명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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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녹음파일 방송에 대한 손석희의 해명을 들으면서, 그에 대한 신뢰를 접기로 했다. 그는 경향신문과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등이 제시한 질문, 즉 녹음파일을 입수한 경위와 방법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국민의 알권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을 말해야 했는데 그는 끝내 이것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또한 손석희가 말하는 국민의 알권리도 정당성이 없다. 국민의 알권리란 진실이 은폐되고 왜곡될 때 적용되는 것이지, 경향신문이 추가취재를 하면서까지 성완종의 발언을 진실대로 보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적용될 수 없는 개념이다. 손석희가 말한 문자와 육성의 차이도 경향신문이 전문을 공개한 다음에 방송해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녹음된 음성은 제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  



JTBC와 손석희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경향신문과 프레시안미디어오늘오마이뉴스 등의 기사를 링크하니 참조하기 바란다. 그러면 경향신문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녹음파일의 거의 대부분을 보도했고, 음성의 형태로도 내보냈음을 알 수 있을 테니. 손석희가 정론직필의 대명사라면 최소한 JTBC 뉴스룸 시청자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입수경위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보편적 정의에 대해 정보를 제공했어야 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2015.04.16 07:11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5.04.16 12:50 신고

      알권리 차원이라면 경향신문이 전문을 공개한 다음에 해도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봅니다.
      경향신문이 유족과 의논해서 검찰에 넘기기로 했고, 경향신문이 온라인으로 음성파일을 공개하자고 하자 유족이 이를 반대했습니다.
      예전에 X-파일을 공개한 노회찬이 법정에서는 졌습니다.
      저는 손석희가 이런 것으로 추락할 것이 걱정돼 해명할 때 이용하라고 자세히 적은 것입니다.
      손석희가 이를 잘 대처해야 합니다.
      시청자의 성원과 법은 다릅니다.
      JTBC는 어떻든 중앙일보의 자회사입니다.
      손석희는 임명된 사장이고요.
      그런 면에서 손석희는 늘 불안합니다.

  2. smm 2015.04.16 07:48

    ''단독''에 욕심을 내려다보니 초심을 잃은 모습을 보였군요. JTBC도 종편이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고 지켜봐야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5.04.16 12:51 신고

      손석희가 왜 이런 무리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경향신문이 전문을 공개한 후 음성파일을 공개했으면 이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데....

  3. 공수래공수거 2015.04.16 08:48 신고

    저도 어제 잠깐 2부 뉴스를 보긴 했는데
    그런 뒷 이야기가 있었군요

    어찌되었든 정론직필은 아닌듯 보입니다

    • 늙은도령 2015.04.16 12:53 신고

      수단이 옳지 않으면 목적도 퇴색됩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경향신문과 유족의 고발이 있으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피해가려면 해명을 잘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방주사 차원에서 이번 글을 썼습니다.

  4. 바람 언덕 2015.04.16 11:02 신고

    오늘 글은 아고라에서 반대 의견이 좀 많은 것 같네요.
    아무래도 손석희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사람들에게 아직 남아있다는 반증이겠지요.
    경향신문이 이미 전문을 보도하기로 발표한 마당에 굳이 왜 이런 시도를 감행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속보 저널리즘을 위한 JTBC의 과욕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인지...

    • 늙은도령 2015.04.16 12:55 신고

      전 그것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글을 많이 읽을수록 이 문제에 대해 더 정확히 알게 되고, 뉴스룸 시청자가 늘어날 것입니다.
      저는 손석희가 실족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주사를 놓은 것입니다.
      중앙일보의 자회사이니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을 터, 지금은 중앙일보로부터 칭찬받는 것이 나중에는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전 이 부분까지 고려했습니다.

  5. *저녁노을* 2015.04.16 14:03 신고

    허걱...손석희의 믿음...
    깨지는 것 같아 더 안타깝네요

    • 늙은도령 2015.04.16 14:41 신고

      이번의 것만은 동의할 수 없어서 글을 썼습니다.
      경향신문보다 몇 시간 빨리 내보내는 게 그렇게 중요했을까요?

  6. 세이렌. 2015.04.16 15:39 신고

    손석희님이 왜그러신걸까여..

    • 늙은도령 2015.04.16 16:08 신고

      저는 손석희가 제 질문에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돼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그의 언론인 캐리어에 오점으로 남지 않을 것입니다.




다양한 첨단기술의 발전에 따라 의사와 환자 간의 문진과 진단, 시술과 수술 등의 일체의 의료행위를 철저히 경제 논리에 의거하는 미국의 현상을 보면서, 우리는 현대성의 폭력적 행태가 사회의 모든 곳에 침투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인간의 생명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박근혜 정부가 행정조치(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는 가이드라인)라는 편법을 동원해, 모법인 의료법을 무력화시키며 강행되고 있는 의료민영화와 영리화의 논리도 결국 자본과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의 정당화와 극대화에 있다. 



국가권력기관들의 불법적인 선거 개입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의 민주적이고 정치적인 정당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60~70%와 야당, 의사협회와 보건노조,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의료민영화와 영리화를 강행하는 것은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의 생명마저 돈의 논리에 넘겨버리는 최악의 통치행위라 할 수 있다. 의료민영화와 영리화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도 어긋난다.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규제가 신설되고, 초국적기업과 거대 금융자본의 탐욕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유독 근대이성에 사로잡혀 성장만 외치는 박근혜 정부의 시대착오적 행태는 자신의 임기 동안 성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그 폐해는 다음 정부와 미래세대에게 전가된다. 시대에 역행하는 각종 정책들, 규제의 옥석을 가리지 않는 무분별한 철폐, 온통 장미빛으로 색칠된 ‘통일은 대박’이라는 미래비전은 치적에 대한 지도자의 본능적 욕망과 미래에 대한 대책 없는 낙관주의가 만들어낸 허구의 산물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대체 불가능한 경제학자로 지칭되는 조지프 스트글리츠마저 경제성장이 온기가 국민들에게 흘러내리는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다는 것을 밝혔음에도, 치기 어린 지도자와 정부 및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는 방송들의 설득력 있는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오직 '결과의 낙관론'을 퍼뜨려 국민들을 집단적인 최면상태로 빠뜨리는 것은 현대성의 폭력성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선정적이고 선동적인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여론몰이는 특히 텔레비전에 길들여진 세대에게는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텔레비전과 함께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미디어세대들은 텔레비전이 전해주는 특정 정보에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인 신뢰를 드러낸다. 미국의 교육학자이자 사회학자이며 방송학자였던 닐 포스트만은 '텔레비전에 길들여진 성찰없는 미디어세대'에 대한 기념비적인 저서, 《죽도록 즐기기》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텔레비전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린 시청자란 있을 수 없다. 텔레비전 없이 지내야 할 정도로 열악한 빈곤도 존재하지 않는다. 텔레비전의 영향을 받고 변질되지 않은 수준 높은 교육도 찾아볼 수 없다...이제 텔레비전은 지식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 관한 방법론까지 지시하는, 초 매체적 지위에까지 올랐다...우리 모두는 카메라가 잡은 제한된 각도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브라운관에 비치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 결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편향된 방송을 즐겨 시청하는 50대 후반부터 60대 이상의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흘러나오는 메시지가 사실ㅡ심지어는 진실ㅡ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텔레비전이란 도구(정확히는 텔레비전을 작동시키는 배후의 테크놀로지)가 가치중립적이라고 확고하게 믿어 의심하지 않는 이들은, 특정 방송이 텔레비전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를 생각의 입구에서 출구까지 빛의 속도로 반응하며, 텔레비전에 길들여진 인식의 활동을 일상생활과 여론조사와 투표소에서 분출시킨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세월호 유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장소에서 맞불시위를 벌이거나, '자식 팔아서 그만큼 챙겼으면 됐지'라며 짐승보다 못한 폭언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는 단계까지 치달을 수 있다. 이들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와 거기에 적용된 테크놀로지의 관계가 '두뇌와 정신의 관계와 같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닐 포스트먼은 이런 인지부조화와 길들여진 인식의 편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테크놀로지와 매체의 관계는 두뇌와 정신의 관계와 같다고 할 수 있다두뇌처럼 테크놀로지는 일종의 물리적 기관과 같다그리고 정신과 같이 매체는 물리적 기관의 사용과 관계가 있다하나의 테크놀로지가 특정한 상징부호를 사용할 때나 사회적 위상을 차지할 때그리고 경제적ㆍ사회적 정황 속에 슬그머니 자리잡을 때그 테크놀로지는 하나의 매체로 변모한다테크놀로지는 그저 하나의 기계장치에 불과하지만매체는 기계장치로 인해 생성되는 사회적ㆍ지적 환경과 같다는 뜻이다물론 뇌처럼 테크놀로지는 나름대로 태생적인 편향성을 갖는다바로 이 때문에 경우에 따라 테크놀로지가 쉽게 접목되기도 하며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따라서 과학기술이 중립적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테크놀로지의 역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뿐이다.



과학자들이 '과학적 연구와 발견은 가치중립적이어서 윤리나 도덕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그 자체로 과학적 행위가 가치중립적이라는 특정 가치를 강요하는 것이어서 논리적 모순에 빠져드는 것처럼, 카메라가 제한된 각도에서 찍은 것만 볼 수 있는, 다시 말하면 제한된 각도 밖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이들은 텔레비전에 적용된 테크놀로지의 편향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폐허와 쓰레기장도 카메라 각도와 편집에 따라 예술이 될 수 있고,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다. 



텔레비전에 길들여진 미디어 세대들은 모든 방송 콘테츠가 광고와 협찬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으며, 고가의 텔레비전 광고비와 거액의 협찬을 감당할 수 있는 자들(조직, 단체)이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고려하지 않는다. 방송사들이 먹고 살려면 이들의 구미에 맞는 콘텐츠와 뉴스를 내보낼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자본지향적이고 권력지향적이며, 소수의 상류층의 삶을 지향하는 매체이자 테크놀로지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고민해보지도 않는다.   



게다가 미디어 이론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매스미디어가 내보내는 '메시지는 메타포'라고 말했다. 이는 메시지를 생산하는 '테크놀로지마다 제 나름대로의 어젠다를 내포하고 있다'는 뜻인데, '어젠다'라는 단어에 내포된 의미가 정치적이라는 것처럼, 텔레비전에 적용된 테크놀로지가 그 시대의 지배적 세력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익에 봉사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최악의 초국적 언론재벌 머독



맥루한은 또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인간은 자동적으로 미디어가 전하는 정보(콘텐츠)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미디어는 결국 인간을 그 이전의 인간과 전혀 다른 인식체계를 지닌 존재로 변화시킨다. 맥루한은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를 "기술(테크놀로지)의 영향력은 의견이나 개념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이미지 조작(상징 조작)을 통해 "인식의 방식을 꾸준히, 아무런 저항없이" 바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맥루한이 텔레비전이 내보내는 콘텐츠가 "정신의 감시견을 따돌리기 위해 도둑이 미끼로 던지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현대성을 대표하게 된 가장 대중적인 매체인 텔레비전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최적의 기후조건에서 모든 잠재력을 영상기술로 끌어낼 수 있었"고 정치적 편향성이나 권력 편향성을 지닌 매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텔레비전이 쏟아내는 수백 수천만 가지의 동영상에 인간은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 되는, 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사고의 결여로 확장됐고, 심지어는 뇌의 퇴행을 야기하는 유전적 변화ㅡ리처드 도킨스는 이 유전자를 밈이라고 명명했다ㅡ까지 초래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텔레비전에 적용된 테크놀로지는 '시간을 분초로 나누어 팔아야 하고, 한편으로는 말보다는 이미지가 우선이기 때문에'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폭력적인 것들을 선택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40년 동안 부정적 세계화가 만들어낸 세상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폭력적인 것들은 넘쳐날 정도로 많고, 이런 것이 쌓이면 시청자의 인식뿐만 아니라 "실제 세계가 텔레비전이라는 무대를 통해 상영되는 모습을 본떠 점차 각색"되는 일도 가능해진다. 



무한한 진보가 가능하며, 부수적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최종적인 결과는 낙관해도 좋다는 근대이성이, 1, 2차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현대성으로 넘어가며 선택한 지배적 체제가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에 따른 승자독식을 인정하는 신자유주의였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인류를 자연과 신의 수중에서 해방시켜주고 빈곤과 질병에서 구원해주겠다고 공언한 근대이성은 더 이상 존재할 명분이 사라진다. 무한한 진보와 함께 근대이성이 약속한 것이 '자유와 평등, 박애와 관용, 정의와 평화'의 왕국이었다는 것마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현대성은 이렇게 폭력성과 선정성, 즉시성과 오락성을 띨 뿐 어떤 진지한 담론과 토론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인류는 그렇게 현대성을 확대재상산하는 주류 매체인 텔레비전의 테크놀로지에 의해 전쟁과 테러, 대형사고와 유명인사의 부패와 스캔들, 엽기적인 범죄와 함께 잘 만들어져 섹시함으로 흘러넘치는 아이돌들의 온갖 몸짓들과 모든 이슈를 오락거리처럼 다루는 콘텐츠 처리방식에 따라 가치의 판단기준이 왔다갔다 하는 아노미 현상에 빠져들게 됐다. 



이를 극대화시킨 것이 모든 콘텐츠에 따라다니는 가장 감각적이고 유혹적인 광고의 범람이다. 인류는 이제 광고 없는 공간을 찾기 힘들게 됐고, 이제는 광고에 순응돼 그것이 전하는 현대성의 다양한 욕망과 쾌락행위에 사로잡힌 포로이자 노예의 신세로 전락했다. 눈이 가는 모든 곳에는 어김없이 광고가 걸려있고, 손을 뻐치는 모든 곳에는 광고에서 본 욕망들이 실체를 드러낸 채 기다리고 있다. 필요한 것은 돈이거나, 즐기고 난 다음에 갚는 플라스틱 신용과 전자 신용이다. 



현대성이란 이렇게 즉시적인 욕망과 쾌락의 추구를 창출해낸다. 소비자로 정체성이 재규정된 인간은 어제의 귀중품이 오늘에는 필수품이 돼야 한다. 욕망은 뒤로 미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족시킬 수 없어 돈을 버는 대로 소비하려 달려가는 도저히 만족시킬 수 없는 순간적이고 즉시적인 불만족과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이것이 인간의 행동에 폭력적 요소를 가미하게 되고,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웃과 주차 문제를 놓고 살인도 일어나게 된다. 폭력적 성향으로서의 현대성이 온갖 공포를 양산하고, 타인은 언제나 지옥인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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