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의 불명예스러운 퇴출 이후, 강직하기로 유명했던 최강욱 변호사를 볼 수 없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과 역할에 매진했던 최강욱 변호사를 팟캐스트나 유튜브 등을 통해 볼 수 없다는 것이 정봉주 퇴출에 따른 파장처럼 느껴져 아쉽기만 합니다. 팟캐스트를 오랫동안 함께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나마 정봉주를 옹호할 수밖에 없었던 잘못이 강직한 그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었나 봅니다.

 

 



기본도 갖추지 못한 프레시안의 보도가 벼락처럼 정봉주에게 떨어졌을 때, 저는 미투 운동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몰라 페미니즘을 전공하거나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20대 여성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들 모두는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미투 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페미니즘을 힘겹게 공부하고 있는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정봉주 사건이 미투 운동에 속하는지 물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답은 뜻밖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정봉주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들의 답은 저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습니다. 그들은 프레시안 보도를 기준으로 하면 미투 운동에 해당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성추행으로도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받은 성(폭력)교육과 성추행 경험을 근거로 할 때, A씨는 키스를 거절했고 정봉주는 그에 따랐기 때문에 미투 운동과 성추행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정봉주 사례까지 미투 운동이나 성추행으로 몰아가면 남성이 여성과 함께할 공간이 극도로 줄어들며,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에 우호적인 남성까지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럴 경우 진보의 가치와 상당 부분이 겹치는 페미니즘 운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으며, 서지현 검사의 위대한 용기로 불이 붙은 미투 운동도 진보진영에만 치명상을 안긴 채 보수진영의 정치적 소재로 소비될 것을 걱정했습니다.  

 

 

그들은 이어 페미니즘과 미투 운동에 열려있는 진보진영에서 폭로들이 쏟아지는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페미니즘과 미투 운동을 가열차게 벌이기 위해 성누리당에 들어갈 여성들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정봉주의 거짓말로 개별 사례로써의 정봉주 사건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었지만, 성폭력 폭로들이 민주당에서 주로 나왔음에도 지지율에 큰 변동이 없었던 것에서 이들의 우려가 보편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여성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반대로 페미니즘과 미투 운동을 불편하게 여기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들의 답은 저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페미니즘과 미투 운동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데, 오늘 문득 최강욱 변호사가 떠올랐습니다. 유시민에 버금가는 최강욱을 팟캐스트나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큰 손실처럼 다가왔던 모양입니다.

 

 

저에게는 유시민 작가에 이어 최강욱 변호사가 팟캐스트 패널 중에 최고였기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김어준과 김용민에 비하면 최강욱의 잘못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의 부재는 적폐세력에게만 좋은 일입니다. 정봉주의 퇴출에는 추호의 아쉬움도 없지만 그와 함께했다는 이유로 해서 반성의 기간을 보내야 하는 그의 부재가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는 것인지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조재현의 활동재개에는 절대적으로 반대하지만, 최강욱 변호사의 활동재개에는 찬성합니다. 정봉주를 옹호하면서도 단서를 달았고 매우 조심스러워했던 그였기에 더욱 더 그러합니다. 서지현 검사가 김어준 공장장을 찾아간 이유에 동의하고, 안태근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미진한 것을 고려한다면 최강욱 변호사의 활동재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해서 물어봅니다, 최강욱 변호사님 뭐하세요?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여강여호 2018.05.05 07:05 신고

    저도 고개가 좀 갸웃거려지긴 했습니다.
    어쨌든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제대로 바른 말 하는
    사람을 잃어버렸다는 게 아쉽군요.

  2. 공수래공수거 2018.05.05 12:28 신고

    팟캐스트를 듣지 않아 최강욱 변호사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미투운동이 이상하게 변질 되어 가고 있다는것은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3. 도비 2018.05.05 12:30

    https://www.youtube.com/watch?v=uvyFjLPg3Yc 새로 시작하네요

  4. 웃어요항상 2018.05.05 13:44 신고

    오늘 재방송으로 외부자들보니 거기나오셨더라고요 강직한 최강욱변호사님

  5. *저녁노을* 2018.05.05 14:30 신고

    유유상종이라 여기기에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6. 최미경 2018.05.05 14:50

    정봉주 전의원도 돌아오고
    최강욱 변호사님도 시민의 곁으로 돌아와주세요
    밝은 목소리 듣고싶네요~

    • 늙은도령 2018.05.05 14:57 신고

      정봉주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최강욱 변호사는 5월 경에 돌아온다네요.
      전국구를 새로 개편해 최강욱 변호사가 이끌어간다네요^^

  7. 참교육 2018.05.05 18:42 신고

    정봉주,.....저는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아서 이와 관련된 얘기들이 생소하네요.

    • 늙은도령 2018.05.05 18:59 신고

      정봉주는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만 그 때문에 억울하게 피해본 사람들은 구해줘야지요.
      최강욱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8. 호미 2018.05.07 23:52

    정봉주 거짓말이 더 치명적이고요. ..힘들게 미투가 된다 안된다 따지기 전에요 50대 후반 남자가 팬심으로 찾아온 딸 같은 대학생 키스하고 그 이상 기대하면서 수작찔 한거 더럽고요...

    • 늙은도령 2018.05.08 00:27 신고

      그 처음에 잘못을 인정했으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기본적으로 정봉주의 인성이 개차반이엇던 것이지요.


나는 또한 배제당한 삶의 폭력성의 실상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은 '삶'이라는 이름을 갖지 못하며, 그런 삶의 유폐 상태는 삶의 중지나 유예된 사형 선고를 의미한다. 

                                                                                    ㅡ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에서 인용



미투 운동을 촉불시킨 서지현 검사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찾았습니다. 서 검사가 미투 운동을 보수 진영의 정치적 음모로 폄훼하고 정봉주를 비호했다며 영생할 수 있을 만큼의 욕을 먹은 김어준을 찾은 이유는, 그가 미투 운동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미투 운동을 촛불혁명의 촉진된 변이(다윈의 자연선택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단기간의 진화를 말하며,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을 부활시킨 신다윈주의의 핵심)로 보는 저에게는 두 사람의 만남이 대단히 상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저는 정봉주의 부적절한 행위가 미투 운동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궁금했습니다. 티라나 버크가 성폭력 경험을 SNS에 공유하면서 해시태그를 다는 것으로 시작한 미투 운동은 '1. 성별과 무관하며 2. 성폭력 피해자들을 드러내고 보호해야 하며 3. 여성 피해자가 많기 때문에 여성들이 주도하는 건 당연하지만 남성을 적으로 두지 않으며 4.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자에 그 느낌을 강요하지 말고 5. 명망가들에 대한 참여는 부정적이지 않으며 6. 펜스룰을 경계해야 한다'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이중에서 어떤 것들이 정봉주의 부적절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에 최민희 전 의원이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 덧붙인 '1. 권력 관계 하에서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생했을 때 2. 현재와 미래의 직업적 가치가 훼손됐을 때 3. 성범죄가 동반될 때' 등을 참고하면 더욱 수긍하기 힘들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염려를 뒤로한 채 A씨를 만나러 간 얄팍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문제의 카페 룸에서 정봉주가 저질렀다는 부적절한 행위가 그의 인생을 끝장낼 만큼 심각한 성폭력인지 헷갈렸습니다.



문제의 카페 룸에서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 이상의 일들이 있었다면 모를까, A씨는 자신의 자유의지로 왔고, 둘 사이에 권력적이거나 젠더적 위계관계가 성립되는 것도 아니었으며, 정봉주가 자신을 안고 키스를 하려 하자 A씨가 거부했고, 그가 이를 받아들여 모든 상황이 종료됐는데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끝장낼 정도의 범죄로 다루어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싸가지 없는 진보'의 대명사인 진중권이 큰소리쳤던 거야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정봉주와 피해자 A씨 간에 벌어진 일이 미투 운동에 포함되고, 그것으로 인해 정봉주의 커리어에 종지부를 찍을 만큼의 중죄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행위 자체에 대한 반론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보도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프레시안의 공격은 목표한 바를 이루었습니다. 펜스룰이 남성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습니다. 안태근의 성폭력과 안희정의 성폭력, 이윤택과 김기덕의 성폭력에 분노했던 남성들이, 심지어는 자살을 선택한 조민기에게 동의할 수 없었던 남성들마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습니다. 한 여성에게 가한 폭력이 모든 여성에 가한 폭력과 같은 것이라면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은 모든 남성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기에 미투 운동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여성이 당한 공포의 크기와 기간 등을 생각할 때 남성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봉주를 퇴출시키기 전에 그에게도 일정한 시간은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정봉주가 서울시장에 출마를 선언하는 것에 맞춰 폭로함으로써 그를 극도의 혼란 속에 빠뜨리고 모든 것을 빼앗아야 했을까요? 그날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폭로가, 그보다 더욱 심한 상황에 맞서야 하는 다른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폭로의 방식이 손석희의 뉴스룸과 프레시안의 방식처럼 선정적이고 폭력적으로 진행된다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악착같이 저항하거나 조민기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태근의 성폭력은 정봉주의 부적절한 행위에 비하면 변명의 여지도 없을 만큼 중죄임에도 서지현 검사는 2차, 3차 피해에 시달리며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야 외출이 가능한 상황까지 내몰렸습니다. 폭로의 목적은 하나도 이루지 못한 채 미투 운동의 촉발자가 미투 운동의 피해자로 전복돼 버린 것이지요. 


원천적 배제의 수단인 펜스룰은 각각의 분야에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남성들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입니다. 각 분야에서 성공과 독립에 도움이 되는 노하우와 인맥, 경험 등을 남성들이 독점하는 것이 펜스룰입니다. 유리천장이라는 것도 근본적인 차원에서 보면 펜스룰에 기인합니다. 서지현 검사를 도와줄 동료와 선배 검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개인 차원의 성폭력은 미투 운동이 아닌 성범죄에 대한 개별적 처벌에 지나지 않습니다. 미투 운동이 사회문화적인 운동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서지현 검사도 김어준 총수가 미투 운동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어서 블랙하우스의 문을 두드렸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말이 맞다면 김어준에게 가해진 욕과 비난을 거둬들여야 하며, 정봉주에게도 그날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사과(사죄)나 변명의 기회를 한 번쯤은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A씨가 정봉주의 사과(사죄)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반성이나 변명의 장은 마련해줌으로써 이후의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동시에 미투 운동을 더욱 높은 차원으로 끌여올릴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토론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미투 운동을 최고의 인권운동으로 끌어올려 보다 많은 피해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여성들이 당한 피해를 남성들이 깨닫도록 만들고 진정한 의미의 해원의 과정과 함께 가해자를 처벌하고, 권력과 위계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안태근이 성폭력을 자행할 때 침묵으로 일관했고, 범죄를 숨기기에 급급했으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달라는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가한 것도 모자라 가해자에게 면죄부나 발행하는 빌어먹을 검사들과 조직이기주의를 이대로 둘 수 없다면 말입니다. 다양한 처지와 상황에 놓인 피해 여성들을 한꺼번에 구할 수 있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하나 잘못을 바로잡는 승리의 경험들을 축적하고 발전시켜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TV조선 폐방 청와대 청원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P.S. 정봉주가 퇴출당한 것이 그날의 일을 진실공방으로 몰아간 것 때문이라면 이번 글은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습니다. 김어준에게 가해진 욕과 비난이 철회돼야 하는 것만 빼고요.  



  1. 공수래공수거 2018.04.20 07:42 신고

    행동이 당시 사회상에 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의사에 반하는 일은 해서는 안 되는것이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진리입니다

    • 늙은도령 2018.04.20 08:01 신고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을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쉽지 않더군요.
      정신분석학과 후기구조주의, 심리학, 정치학, 경제학, 인류학, 지리학, 철학 등까지 모든 학문을 다 다루니 어지럽기만 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2. 김소라 2018.04.20 22:13

    지금 미투운동은 본질과는 너무 멀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이야기는 아직은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자에게 득이 되는것이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수련받는 의사에게는 일을 같이 하면서 선배에게 배우는게 많은데, 그런 기회가 없어지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경쟁에서도 불리해지겠지요. 아직은 선배의사는 남자의 비율이 훨씬 많으니까요. 어쨌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화가납니다. 언론들의 날카로운 판단은 어디에 구워먹었는지... 말도 안되는 기사들만 갖다 붙히니 말입니다. 진정한 미투운동은 저도 환영이지만 지금같은 개인사를 마치 미투인냥 고하는 요즘 행태에 화가나 글 남겨봅니다.

    • 늙은도령 2018.04.20 23:29 신고

      맞습니다.
      저도 같은 지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이 개인적인 고발과 해원의 과정으로 변질되는 바람에 사회문화적이고 제도적인 것들에 대한 토론이 빠져버렸습니다.
      특히 기득권 언론의 암묵적 단합은 미투 운동을 선정적이고 폭력적으로만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남성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여성들이 그들의 노하우를 배울 기회를 놓칩니다.
      힘을 키우고 연대를 늘리는 기회도 함께 줄어듭니다.
      펜스룰은 치명적이고요.
      정보나 인맥, 통로가 차단돼 유리천장을 심화시킵니다.
      남성이나 조직을 적으로 만드는 방식이 아닌 친구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젠더적 위계와 성적 불평등이 커질 뿐입니다.

      언론이 대화의 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여성이 겪는 고통과 차별도 제대로 알릴 수 있습니다.
      변화의 계기를 찾아야 합니다.



"문재인은 아직도 호남을 모른다



위에 링크한 기사는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이관후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필자는 여러 편의 글에서 스쳐가는 방식으로 진보매체들의 한계와 고리타분함을 비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비판은 가급적 자제했습니다. 문재인이 '질서있는 퇴진'을 전제로 더민주를 수권능력이 있는 정당으로 바꾸는데 성공한 상황에서 괜한 분란만 자초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던 더민주의 추락을 막고 반등에 성공한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을 총선의 선장으로 영입한 이후에는 더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문재인이 어떤 경로와 이유로 김종인을 영입했는지 알 수 없었던 필자로서는, 김종인이 보여준 퇴행적 행태(필리버스터 조기중단, 오만방자한 야당통합, 셀프공천, 청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례대표 학살공천, 당무거부, 모욕적인 방식의 정의당과의 선거연대 파기 등)를 비판하는 것 이상은 할 수 없었습니다. 



필자의 눈에는 확실했던 총선 승리가 연기처럼 날아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건강까지 악화됐지만, 필자는 총선 한 달 전에 새누리당의 과반수 붕괴를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사실상의 박근혜 탄핵으로 드러난 총선 민심 참조). 총선이 끝난 후에는 선거 결과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글을 올렸고, 광주·호남의 반문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루트를 가동해 일정 수준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표본집단이 너무 적기 때문에 필자의 판단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호남홀대론과 반문정서를 다룬 것들이라면 모조리 검색해 꼼꼼히 살펴봄으로써 모집단의 신뢰성을 높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 중에 <프레시안>에서 이번 기고를 접하게 됐습니다. 정희준, 김욱, 장은주, 윤중대 등이 펼친 패권주의 논쟁을 접한 후 <프레시안>은 꼴도 보기 싫었는데, 호남홀대론과 반문정서를 다룬 이관후의 기고를 보게 됐고, 미루고 피했던 비판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이관후는 더민주가 정당투표에서 3위로 밀렸기 때문에 국민의당에게 졌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근거로 '국민들(유권자도 아닌)이 더민주에게 제1야당으로서 파산 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비약도 이런 비약이 없습니다. 이관후에게는 정당표에서 3위로 밀린 것이 지역구에서 1등한 것을 무력화시키고도 남는 모양입니다. 그에게는 유권자들의 교차투표와 세대별 투표에 영향을 미친 온갖 요인들과 승자독식의 소선구제는 언급할 가치도 없나 봅니다. 





그는 또한 '더민주가 '전라도당'이라는 색채가 엷어졌기 때문에 전국전당이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관후에게는 경북과 광주·호남은 전국에 들어가지 않는 모양입니다. 초딩보다 못한 자의적 해석은 '더민주의 비전은 호남을 버릴 때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것까지 마구 달려갑니다. 이 정도면 정신병자의 수준에 이르렀다 할 수 있습니다. 한국현대사와 제1야당의 역사를 모조리 부정하는 이런 단세포적 분석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제멋대로의 비약만 가득한 이관후의 주장은 '기실 호남은 호남 출신의 대표를 당선시키고자 한 적이 없고, 대의명분에도 크게 집착하지 않으며, 집권능력만 본다'는 낡아빠진 논리로 호남 비하(비열한 말장난)까지 나아갑니다. 그는 김종인을 영입한 사람이 문재인이라는 것은 빼놓은 채, 김종인의 오만방자한 닥질 때문에 3월초까지 호남에서 앞서 있었던 지지율을 모두 다 까먹었다고 주장(이 부분은 필자도 동의)합니다. 



이때 이탈한 광주·호남 유권자의 정당표가 국민의당으로 옮겨가면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석수가 6~7석에 그쳤다면 지금과 같은 세력을 과시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관후의 김종인 비판에는 100% 동의하지만, 그것이 국민의당 비례대표 당선자 절반으로 줄었다면 '지금과 같은 세력을 과시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지 논리적 정합성을 도저히 찾을 수 없습니다.



양자역학적 정치경제학이 세를 넓히는 2016년에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도 제시하지 않는 논리적 허술함이란 기가 찰 노릇입니다. 이관후의 막가파식 논리 전개가 여기에서 그쳤다면 그래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김종인이 국민의당을 도왔다'는 제대로 된 비판에서 '광주가 원한 것이 부산에서 새누리당과 처절하게 싸우는 것이었기에, 문재인은 광주를 무시했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논리로 이어지는 것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문재인이 김홍걸과 광주를 방문했을 때, 한 할머니가 '호남을 믿고 부산에서 더 힘써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나왔는데, 이것을 광주 전체로 확장하면 이런 결론은 가능합니다. 이관후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 있는지 '오마이TV'가 동행취재한 영상을 아무리 돌려봐도 이런 결론의 근거가 될 만한 추가적인 내용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관후는 이런 결론을 토대로 문재인의 광주방문이 호남의 민심 이반으로 이어져 국민의당의 광주·호남 독식을 초래했다고 주장합니다. 대단히 조중동스러울 따름입니다. 



이관후는 부산의 결과는 어떻게 설명하려고 이런 주장을 펼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수많은 여론조사업체들이 새누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터무니없는 선관위의 규제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시점에서 발표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이관후의 주장과 정반대로 나옵니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통계마저 무시하는 그의 결론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명제가 떠오릅니다. 그가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근거는 다음과 같은 21일자 <전남일보>의 주장입니다.

     


"문 전 대표의 (호남순례를) '김홍걸 마케팅'으로 평가절하하고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문 전 대표가 냉랭한 호남 민심을 만회하기 위해 김 위원장을 '정치적'으로 앞세운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또 문 전 대표가 호남참패에도 불구하고 자중하거나 반성하는 모습 대신 자신의 대권에만 의식한 행보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관후는 한글 공부부터 다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판이 있다'와 '지적도 있다'는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을 말하는 표현이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가 기고의 모든 부분에서 논리적 비약을 일삼았던 것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비판하기 위함이라도 '이 정당의 지지율은 총선 직전 불과 한 달 사이에도 큰 폭으로 움직였고, 우연히 선거 직전에 상승했을 뿐'이른 것에서 허탈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무리 여론조사기관의 수준이 형편없다고 해도 '우연히 선거 직전에 상승했을 뿐'이라는 주장은 손발이 오그라들어 읽는 제가 창피할 정도였습니다. 필자는 여론조사결과가 왜 이렇게 엉망진창이었는지 알고 싶어서 전문가에게 자문까지 구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 총선이 끝난 후 많은 여론조사기관들이 내놓은 제대로 된 결과들은 절대로 '우연히'라는 단어로 폄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기고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이관후는 '여소야대를 만드는데 야당에서 잘 한 사람은 거의 없고, 이 지경의 여야 정당들을 두고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국민이 위대했다'는 사탕발림 뒤에, '국민들은 야당이 국회를 장악해서 한국사회의 문제를 좀 주도적으로 해결해보라고 기회를 주었으며, '헬조선'이라는 한국사회의 불평등, 고령화, 일자리와 복지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이 잘 대처를 못했다고 평가했고, 미덥지는 않지만 야당이 한 번 해보라'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이번 글을 정독한 분들이라면 눈치챘을 것입니다. 이관후는 기고의 초입에서 '국민들이 더민주에게 제1야당으로서 파산 선고를 내린 것'이 총선 결과라는 주장했으면서도, 정반대의 결론으로 글을 마치는 용감무쌍한 전복적 변화를 보여줍니다. 그의 논리적 모순은 이것 말고도 몇 가지 더 있습니다. 호남은 오로지 집권능력만 본다는 통념에 근거해 문재인과 안철수가 손잡고 정권 교체를 이루라고 합니다. 



결국 '도로 새정연'으로 돌아가라는 것이 이관후의 최종결론입니다. 살다살다 이처럼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된 기고는 처음 봅니다. 필자가 경향신문 구독을 끊은 것이 정희준의 형편없고 광기어린 친노비판 때문이었는데, '패권주의 논란'에 이어 이관후의 기고까지 접하며 <프레시안>도 완전히 끊어야 할 판입니다. 김종인은 즉각 사퇴하고 사과를 해야 하며, 박경미 당선자도 사퇴해야 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나 극단적입니다.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이라는 이관후가 이번 기고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알지만, 글쓰기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도 지키지 못한 이따위 글로 누구를 설득하고 무엇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떤 매체에 기고를 하고 어떤 내용을 담던 개인의 자유고 존중해야 하지만, 사실관계 확인도 부족하고 기본적인 수준의 퇴고도 거치지 않은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글은 자신의 얼굴에 침뱉기를 넘어 <프레시안>의 수준까지 땅바닥에 처박는 일입니다.   



필자가 노무현의 정신을 공유하는 친노이고, 문재인의 열성지지자라 해도 이처럼 허접한 글은 분노를 넘어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여기에서 통하는 분석이 저기에서는 통하지 않는 상호모순적 이중성이 이번 총선이 결과라고 해도 전문가의 분석글마저 논리적 모순과 비약을 보인다면 너무한 것 아닙니까? 이관후의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없지만, 혹시라도 진보적 성향을 지녔다면 사유의 깊이를 늘리고, 쓰레기 같은 책이나 사설에 근거하지 말고, 보다 충실한 글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최소한 학자를 자처한다면, 객관적인 데이터와 호남의 결과에 미친 다양한 변수들을 다 살펴본 다음에 글을 써야지, 강준만류의 저질 정치평론을 논리적 근거를 삼거나 자신의 희망사항만 나열하는 그런 글들은 피했으면 합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진보가 분열을 일으킬 만한 요인은 모조리 나왔기 때문이며 최신 과학기술에서 보여주는 성취들은 진보가 일치단합하지 않는 한 인류의 종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제발, 세상을 다양하고 통섭적인 차원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그노시스 2016.04.24 13:39

    귀한글 감사히 보고있습니다.
    프레시안도 이관후따위의 수준이지요.

    • 늙은도령 2016.04.24 17:56 신고

      정말로 문제입니다.
      진보매체들이 돈이 부족해서인지, 콘텐츠가 형편없습니다.
      이관후의 기고는 글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기절할 노릇이었습니다.
      프레시안에 올리는 글이니 그렇게 막섰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서강대학교 정치연구원의 수준이라면 걱정이 태산입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진보학자들의 멈춰버린 성장을 질타했습니다.
      이들은 최근의 책과 연구만이 아니라 고전부터 모든 것들을 공부하고 성찰해야 하는데 지극히 좁은 영역의 지식 가지고 난리를 칩니다.
      그러니 수준이 형편없을 수밖에요.

      특히 강준만류의 '싸기지진보'론은 저질이다 못해 자해의 수준입니다.
      비판의 철학적 깊이가 너무나 형편없어서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내던졌는지 모릅니다.
      이들은 무엇이 싸가지인지, 진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 유권자들의 변화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고루하고 편협하고 교조적인 비판만 늘어놓으니 안철수가 이렇게 과포장되는 것이지요.

      이런 자들을 모조리 쓸어내야 하는데...
      에고, 건강의 문제 때문에 조금씩만 하고 있습니다.
      진보는 발전적 해체를 시도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처음부터 다시 조립해야 합니다.

  2. 耽讀 2016.04.25 08:49 신고

    이관후 다른 글도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비난만 할 줄 알지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자질도 없는 사람입니다.
    전형적인 교수들 글입니다. 교수들이 행정과 정치에서 책임있는 자리에 앉았을 때 무능합니다. 이관후도 그런 사람입니다.
    뿐만 아니라 호남을 파악하는 눈과 능력 조차 없고, 민심을 읽는 자질도 없습니다.
    민심은 이관후도 심판했습니다. 부끄러운 줄 모릅니다.

    • 늙은도령 2016.04.25 16:34 신고

      글 자체도 모순투성이고 오류투성이입니다.
      이런 자들이 진보학자라고 떠들어대니 한심하기만 합니다.



지상파3사의 출구조사만 놓고 볼 때 다섯 가지는 확실하게 드러났습니다. 첫 번째는 박근혜의 환관정치와 새누리당의 저질·패륜·막장질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광주와 전남 유권자들이 본격적으로 호남패권주의를 가동했으며, 이념적으로는 자유주의적 보수(중도보수) 성향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입니다. 세 번째는 필자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지만 정의당의 득표율이 예상보다 낮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세월호참사, 국정교과서, 위안부협상에 막장공천과 옥새파동이 더해진 결과가 사필귀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조중동과 종편 및 MBC의 조폭적 광기와 반민주적 막장질에 대한 레드카드, KBS와 YTN, 연합뉴스TV, SBS의 정권편향적 보도행태에도 옐로우카드가 주어졌습니다. 이들은 야당심판론에 무게를 실었지만 유권자는 정권심판론으로 답한 것이 새누리당의 과반수 붕괴(최종 결과는 제1당 붕괴)입니다.



두 번째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수도권과 광주·호남의 민심이 완벽히 분리된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에 '호남 자민련의 탄생'을 빼면, 며칠 동안 이에 대해 다루어야 할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민주주의의 성지였던 광주와 호남이 진보 정치와 완벽한 이별을 고했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적 보수(중도보수)로의 전향이 분명해졌습니다. 이는 반문정서와 막장공천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안철수의 국민당이라는 그들만의 당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광주와 호남의 유권자들이 호남패권주의라는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보수연합'입니다. 광주·호남의 결과만 놓고 볼 때 '광주 자민련'이 새누리당과 연대하는 것이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하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당장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손잡고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나설 수 있습니다.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는 새누리당으로서는 국민의당과 연정을 내세워 안철수를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분당을 피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으니 안철수만 상종가를 치게 됐습니다. 반기문의 변수와 분당의 변수도 있어서 그것에 관해서는 아래에 링크한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당통합(야권 연대)은 문재인 전 대표의 정계 은퇴를 전제로 할 때 가능한 일인데, 부산과 영남, 수도권에서 더민주가 선전했기 때문에 문재인의 정계 은퇴와 상관없이 수많은 논란이 나올 것입니다. 어쩌면 광주·호남에서의 완패 책임을 지고 문재인 전 대표가 정계 은퇴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정의당에 정당표를 몰아달라고 했던 것이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함이었는데 결과가 불가능하다고 말해줍니다.



출구조사만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정의당과의 교차투표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만일 최종결과도 출구조사와 거의 일치하고 비례대표 득표율도 높게 나오면 문재인의 열성지지들이 문재인을 정계에서 은퇴시키는 역할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낮은데 비해 더민주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높다는 것은 문재인 열성지지자들이 교차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더민주 지역구 후보들의 당선이 많다는 것은 정의당 지지자들은 교차투표를 했다는 뜻입니다. 국민의당 후보에게 표가 분산됐음에도 더민주 당선자가 많고, 경합지역도 많다는 것이 정의당 지지자들이 교차투표했음을 말해줍니다. 또한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서도 교차투표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더민주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김종인 비대위체제의 공천과 유세가 유효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는데 있습니다. 



지역구 당선자에 비해 비례대표 당선자가 적어야, 부산과 경남에서의 선전을 내세워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호남에서의 완패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출구조사 결과만 놓고 볼 때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박영선, 이종걸, 최명길, 이철희, 김성수, 박경미 등의 김종인계가 모두 다 당선됐기 때문에 친노의 부활이 이들을 막지 못한다면 문재인의 대선 도전은커녕 정계 은퇴의 가능성만 높아질 것입니다. 



세 번째는 김종인 비대위가 국민의당에게 광주와 호남을 넘겨주는 대가로 정의당만 죽인 꼴이 됐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이 대표로 있을 때 선거 연대를 확정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인데 두고두고 아쉽기만 합니다. 정의당(진보 정당)이 방송에 노출되는 것이 많아지거나 유권자의 사표방지심리를 넘지 못하는 한 제3당이 될 수 없다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심상정과 노회찬처럼 인지도가 높은 후보만 당선된 것에서 보듯, 승자독식의 소선구제 하에서 진보 정당이 약진하려면 팟캐스트와 SNS, 각종 커뮤너티 등으로는 제도권 방송의 영향력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졌습니다(최종 결과로 보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필자가 3달 정도 페이스북에 집중했지만 페친을 맺은 분들의 대부분이 50대이며, 확정성도 비슷한 연령대의 중복되는 분들이 많아서 진보정당으로의 파급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옳았던 것 같습니다. 



팟캐스트와 SNS 등이 광주와 호남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는 경향과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같은 진보매체에도 똑같이 적용되는데, '노유진의 정치카페'와 파파이스도 이것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이런 면에서 파파이스 93회가 말해주는 것은 상당하다). 정의당의 참패에서 보듯 진보정당의 고민이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최종결과가 나오면 추가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광주와 호남을 보수 성향으로 분류해야 할지 판단하기 힘들지만, 이곳을 기준으로 하면 문재인의 정계 은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과 진보 진영의 총체적인 환골탈태(인적 교체가 핵심)가 필요한다는 것만 말해주는 것이 출구조사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영입인사들의 당선이 늘고, 부산과 경남의 선전이 끝까지 이어질 경우 정반대의 결론이 나올 수 있으며 아래에 링크한 글이 그 첫 번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나락 2016.04.13 21:33

    국민의당만큼 더불어민주당도 중도보수란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혹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진정야당이라 우기겠지만
    또다른 사람은 국민의당이 진정야당이라 우길것이란것.
    문제는 둘다 보수화되었다는 것입니다. -,-

    • 늙은도령 2016.04.13 21:53 신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보 정당이 약진하려면 기존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하나하나 분석해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합니다.
      광주와 호남의 경우 팟캐스트를 믿고 글을 썼는데 완전히 틀렸습니다.
      결국 진보의 고리타분함을 비판하던 것이 맞다는 뜻입니다.
      이 시대에 맞는 진보를 새로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해졌습니다.
      진보의 공부와 성찰이 지금 같은 수준이라면 앞으로도 희망이 없습니다.
      조금 어렵더라도 철학적인 면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인적 교체는 무조건이고요.

  2. 둘리토비 2016.04.14 00:04 신고

    늙은도령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평상시의 부분에서 진보의 새로운 정립은 분명 시대의 필수과제라고 여깁니다.
    철학적인 면에서 시작해야한다고 하셨는데, 이를테면 독서나 인문학의 보다 튼실한 컨텐츠를 확보해서
    정책적인 부분으로 실행하는 노력이 뒷받침 되야 하겠죠.

    생각이 많아지는 지금입니다~

    • 늙은도령 2016.04.14 00:25 신고

      네, 21세기의 진보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부터 시작해야 할 듯합니다.
      정치철학적 이해가 튼튼해야 정책과 공약도 제대로 나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진보적 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면 노령화에 따른 보수화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정치와 경제, 문화와 교육 등에서 근본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이고, 청춘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그런 21세기의 진보를 정립해야 할 듯합니다.
      총선 때문에 잠시 동안 미뤄두었던 책들도 다시 읽고 총선을 깊이 있게 분석해 미래의 길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6.04.14 08:07 신고

    일단 새누리당의 과반수를 저지했다는데 의의를 두겠습니다
    이후 정국이 한바탕 회오리가 칠듯 하군요
    각자 셈범에 골몰하고 잇을것입니다

    새누리는 새누리대로,더민주는 더민주대로..국민의 당도 마찬가지고
    정말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 선거였습니다

    • 늙은도령 2016.04.14 08:14 신고

      네, 대단히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한 결과입니다.
      이 글은 출구조사만으로 쓴 글이기에 70% 정도만 의미가 있습니다.

  4. 耽讀 2016.04.14 08:33 신고

    대선을 행햔 지난한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호남 참패와 이철희세력 당선이 문재인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언론들도 가만히 나두지 않겠지요.
    문재인이 설혹 아웃되더라도. 안철수가 민주세력 지도자로 나가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1년6개우러 참 지난한 싸움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늙은도령 2016.04.14 08:40 신고

      친노의 부활이 어떤 역할을 할지, 정세균의 선택이 어떨지, 더컷유세단이 어떻게 나올지, 김종인과 문재인의 담판이 어떤 결과로 나올지, 안철수와 합당을 추진할지... 앞으로도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머리가 아파 죽겠네요.

  5. 헤헤 2016.04.14 14:01

    이미 수년 전 문재인이 들고 나온 정파연합제를 통한 야권 통합이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뒤늦은 상상을 해봅니다. 조국 교수가 더민주와 정의당의 통합을 꺼내든 것도 같은 상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현재까지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개혁 진보진영의 스탠스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대성공을 거둔 것도 그와 무관치는 않아 보입니다. 보수와 진보를 모두 담아낸다는 것은 이론적인 이야기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향후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도 각 당의 이념성향에 따라 재편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다만 아직은 새누리당의 영남 패권주의가 공고한 편인데, 과연 앞으로 그 산을 어떻게 넘어야 할지 새누리가 참패한 지금 이 시점에도 걱정이 앞섭니다.

    • 늙은도령 2016.04.14 22:30 신고

      지금은 지켜보는 것이 최상의 선택입니다.
      확실하지 않을 때는 정보가 늘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1년 반이나 남은 대선까지 수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기에 초조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문재인의 판단을 흐린 자들이 누구인지, 자신의 한계가 무엇인지 문재인도 겸허한 자세로 되돌아 봐야 합니다.
      바닥까지 내려와 자신을 봐야 합니다.

  6. 무예인 2016.04.14 19:44 신고

    ^^
    정의당과 민주당 연대가 필요 했는데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은 지역이 많아 보입니다.

    • 늙은도령 2016.04.14 22:31 신고

      참 묘한 결과입니다.
      일종의 역설들이 모든 것을 지배했습니다.



정부가 메르스 퇴치에 자신이 없다며 항복을 선언을 했습니다. 병원 내에서 감염이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보건당국이 초등대응에 실패해 제대로 된 정보를 중소형 병원과 의료진에 제공하지 않아서인데, 정부가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과 간병문화(의료보험체계의 문제다)가 잘못된 양 몰아간 것도 무려 24개에 이르는 병원 명단을 숨기기 위함이라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폐쇄된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에어컨 필터에 묻어있고, 의사와 간호사를 통해 전염된 것이 확인된 것은 어떤 병원이라도 제대로 된 대처가 없으면 병원 내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인데 병원 명단 공개를 미루는 짓거리 때문에 전국으로 감염환자가 퍼지고 말았습니다(사실상의 공기 전파에 의한 전국 확산).



프레시안과 뉴스타파와 네티즌을 통해 해당 병원 명단이 공개되고, 문제의 의사가 삼성의료원 소속임이 연합뉴스 등을 통해 공개된 이후에도 대부분의 언론이 문제의 병원을 초대형병원으로, 문제의 의사를 35번째 환자로만 되풀이하며 정보를 차단하는 것도 정권의 안위만 생각한 극단적 비밀주의와 그것이 불러온 보건당국의 무사안일 때문이었습니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이 이러하고, 방역의 책임자인 보건당국(복지부 책임이 가장 크다)의 무능함과 거짓말이 온갖 혼란과 공포를 조장한다면 차라리 대통령이 방미하는 것이 메르스 퇴치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듭니다. 그렇게 메르스 4적의 연결고리를 깨뜨려야 메르스 퇴치가 가장 빨리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극도의 혼란은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복지부와 병원협회, 청와대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휘능력을 믿을 수 없음은 당연한 반응입니다. 전 세계가 한국의 방역체계를 불신을 표명할 정도라면, 초당적 조직을 만들어 메르스 4적을 배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내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정파적 이익에서 벗어난 초당적 조직이 구성되면 정부와 지자체, 의료당국과 국민으로 이어지는 신뢰의 방역체계가 구축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해 전면에 나선 박원순 시장과 정부가 진실공방을 벌일 필요도 없습니다.



만에 하나 불통과 아집의 상징인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지금과 같은 대형 재난이 벌어진 것이라면, 차라리 대통령이 메르스 퇴치의 정부조직 지휘권을 일정 기간 초당적 조직에 양도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일 수 있습니다, 오늘의 복지부와 지자체 합동 기자회견의 내용처럼.





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추가적인 사망자를 막고, 확산 속도를 늦춰 추가 감염자를 최소화하는 것이며, 이럴 때만이 국민의 혼란과 공포는 안정세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종이 아니라면, 변종이어도 치사율이 낮다면, 한국의 의료체계로 얼마든지 메르스를 퇴치할 수 있습니다.



불안과 공포는 예상할 수 없는 모르는 것에서 나옵니다. 칸트의 어법을 빌리자면, 알고 있는 적으로부터의 공격은 막아낼 수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내부로부터의 공격은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국민은 지금 무정부 상태와 비슷한 패닉에 빠져 있으니 신뢰의 회복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합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로부터 하나라도 배운 것이 있다면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국민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곧 국민입니다. 그에 앞서는 가치와 이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메르스 4적이 신뢰를 복원할 수 없다면 초당적 조직이 지휘를 맡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미 작동되기 시작한 것 같은 정부 차원의 메르스 출구전략을 이들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출구전략의 결과가 여당의 승리를 빼면 아무것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만들어놓은 당사자들에게 메르스 출구전략까지 맡길 수 없음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요구이자 권리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6.08 08:54 신고

    WHO에 의해서 경고를 받았군요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더 인터뷰>의 제작사 소니의 해킹에서 시작돼, 북한의 보복 선언과 소니사의 개봉 취소를 거쳐, 검은 가면의 백인 대통령 오바마의 이례적인 강경발언과 그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영화 홍보에 성공한 소니사의 재개봉까지, 일련의 과정이 한 편의 잘 짜진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내내 찜찜했는데 '프레시안'과 SBS, 가디언 등의 보도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전혀 그답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이 '비례적 대응'을 천명한 후 북한의 인터넷망이 다운됐는데, 이것에 미국이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유의 NCND(No Confirm and No Deny,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로 일관하는 미국 연방정부의 대응은 미국의 IT 전문업체 <Mashable>이 입수한 메일과 GOP의 트위터, 인터뷰 등이 공개된 것 때문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서 인용



<Mashable>이 입수한 메일을 보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소니 영화사 해킹이 북한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관측이 가능합니다. GOP(God'sAstls, 평화의 수호자)가 소니 영화사 최고경영자와 이사진들에게 보낸 메일에 따르면 소니 영화사 해킹의 목적이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북한과는 무관할 수도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익명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은 AP는 GOP의 해킹이 국가 지원을 받는 해커들보다 정보의 자유를 추구하는 '핵티비스트'들이 쓰는 수법으로, 이들이 북한의 공격을 모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의 가디언지도 소니 영화사 해킹이 금전적 요구에 따른 것이며, 이런 내용이 소니 영화사 웹사이트에도 떴었던 내용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소니 영화사로부터 큰 손해를 입었다. 우리는 이것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원한다. 우리의 피해를 배상하라. 그렇지 않으면 소니 영화사는 전면적인 공격을 받을 것이다. 당신들은 우리를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결코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현명하게 행동하는 게 좋을 것이다.”



프레시안에서 인용



GOP 회원이 12월 4일, 프리랜서 기자인 토마스 폭스―브루스터에게 보낸 트위터 내용이 알려지면서 소니 영화사 해킹이 북한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트위터 내용에는 자신을 '북한의 해킹팀(North Korean Hacking Team)'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북한이 사용하는 공식명칭인 'DPRK'와 달라 GOP가 북한을 사칭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소행으로 여겨지는 북한 인터넷망 다운에 맞춰 소니 영화사가 <더 인터뷰>를 개봉한 것을 볼 때, 다음과 같은 트워터 내용은 그리 간단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트워터조차 북한의 사주를 받은 고도의 심리전일 가능성이 높지만,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일련의 과정을 무조건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트위터의 내용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소니 영화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영화 <더 인터뷰>에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활동이 <더 인터뷰>와 관련된 것처럼 광범위하게 보도되고 있다. 이는 이 영화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잘 보여준다. 이 영화는 대규모의 해킹 공격을 야기할 정도로 위험하다. 소니 영화사는 돈을 위해 지역 평화와 안전을 해롭게 하고 인권을 침해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더 인터뷰>에 대한 뉴스는 우리로 하여금 소니 영화사의 범죄를 숙지하게 한다. 소니의 활동은 우리의 철학과 배치된다. 우리는 소니의 탐욕에 맞서 싸울 것이다.”



프레시안에서 인용



GOP는 12월 8일 소니 영화사와, 실제보다 영화나 드라마상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의 보유자로 알려진 미 연방수사국(FBI)에 보낸 메일과 조롱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사이버 공격도 가능하다는 경고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니 영화사와 FBI는 일체의 언급을 피하고 있는데,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나올지 예단을 버리고 냉정하게 지켜볼 일입니다. 



자신들을 알리기 위한 GOP의 일방적 주장이거나, 북한의 지원을 받는 것을 숨기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일수도 있지만, 소니 영화사 해킹이 북한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여지는 남겨둬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인터뷰>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세계 최고의 기업에서 2류기업으로 전락한 소니 영화사와 오바마 행정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되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협박 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이미 소니 경영자들에게 우리의 요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그들은 수용을 거부했다. 당신들은 우리에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격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등 모든 것이 괜찮다고 여기는 것 같다. 우리는 다시 우리의 경고를 보낸다. 우리를 피하고 싶으면 우리의 요구를 이행하라.  그리고 즉각 지역 평화를 깨고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테러리즘 영화 개봉을 즉각 취소하라. 소니와 FBI, 당신들은 우리를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완벽하다. 소니의 운명은 전적으로 소니의 현명한 반응과 조치에 달려 있다.”





갈수록 실제 현실과 닮아가는 사이버 세상의 광기는 정보에 대한 비대칭적 접근을 타파해 민주주의의 전파와 질적 향상과 확대에 공헌하겠다는 당초의 취지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세계화처럼 전 지구가 하나의 시스템 하에 통합되고 있는 사이버 세상의 광기는 그 피해가 가늠하기 힘들 만큼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는 공간적 한계와 막대한 비용이 최후의 보루입니다. 하지만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사이버 세상에서는 파국을 불러올 사이버 대전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가 없습니다. 네티즌 모두가 냉정해지고 지혜로워지지 않으면 사이버 세상은 인류의 종말을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사이버 세상에 대한 권력의 검열에 저항해야 하듯이, 자본에 의한 기술적 악용을 감시하고 맞서야 합니다. 



자유란 그것을 표현할 상대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마찬가지로 자유를 실현할 평등한 공간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권력과 자본이 야기하는 사이버 공간의 광기는 이념적 가면을 뒤집어쓴 위험천만한 폭력에 다름 아닙니다. 게다가 한반도의 긴장은 원전 해킹으로 말미암아 감당하기 힘들 만큼 높아져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4.12.26 08:15 신고

    관심 끌기 마케팅이 성공한듯 보입니다
    좋든 좋지 않은 일이든 우선 세간의 관심을
    끄는것이 목적일수 있습니다

    X레기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4.12.26 12:57 신고

      네,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작위적입니다.
      몰락하는 소니가 무슨 짓인들 마다하지 않을 상황인데, 그 일환에 미국 정부가 호흥해준 것 같습니다.
      물론 북한의 소행일 수도 있고요.

  2. 소피스트 지니 2014.12.26 16:15 신고

    너무나 좋은 정보에 감사합니다. 이런 글 어디서 못보았습니다.

  3. 동의합니다 2014.12.28 08:37

    2 류 회사로 전락한 소니의 막장 드라마...
    정말 적절한 표현입니다.

    이미 소니는 예전의 명성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삼성과 엘지에 밀려 있는데다
    그들이 자본을 대고 있는 소니픽쳐스
    (예전에 이 회사는 파라마운트 소유였는데 경영난으로 소니에게 넘어 간 걸로 압니다)
    조차 죽을 쑤는 상황에 이런 일이 벌어지니...

    그나 저나 노이즈 마케팅으로 한 몫을 본 셈인데
    누구나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이런 저질 코미디를 보러 갈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

    미국인들의 북한 정권에 대한 증오심을 부채질 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보면
    아무리 북한 정권을 싫어하는 사람조차
    같은 우리 민족인 대다수의 북한주민들의 처참한 삶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불편해지는 심기를 어쩔 수 없군요.

    정말 평화롭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이다지도 힘든 것인지...

    • 늙은도령 2014.12.29 21:49 신고

      소니는 신자유주의적 변신을 꽤하며 2류로 전락한 회사입니다.
      그들은 제조업을 포기하면서 세계 최고의 기업에서 2류로 전락했고 지금은 일본에서조차 친미적 2류기업으로 평가되는 회사입니다.
      그들이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게 좋은 재료를 선사한 것이고, 노이즈 마케팅을 미국 연방정부가 대신해주었습니다.
      북한이 최악의 정부라 하여 미국이나 다른 해커들이 인터넷망을 다운시킬 권리는 없습니다.
      헌데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습니다.
      21세기 들어 세계는 더욱 퇴행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자본주의의 끝에서 짐승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먼저 세월호 '고의침몰설'이 파파이스의 끈질긴 노력 속에 정점에 이르고 있는 것에 경의를 표합니다. 유족에게 직접 들은 세월호의 미스터리한 출발부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오보의 행진, 국정원 실소유주 논란을 거쳐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차원에서 진행된 세월호특별법 무력화, 세월호유족에게 빨간색 칠하기, 세월호추모집회의 폭력화 유도, 안철수 탈당쇼에 가려진 세월호특위의 청문회, 유족마저도 차단하는 의문투성이의 세월호 인양에 이르기까지 세월호참사가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다가 지겨운 것이 됐습니다. 


세월호 청문회를 외면한 지상파3사의 박근혜 눈치보기와 패륜적인 종편의 빨갱이 타령 속에서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9명의 희생자는 세월호 합동분양소에서조차 명패로만 남아 있습니다. 이런 롤러코스터 같은 부침 속에서도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전력해온 파파이스의 노력과 수없이 많은 시민들의 노력은 대한민국이 헬조선으로 추락하는 속도를 줄이고 반등의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의 총합이 '세월호 고의침몰설'까지 이른 지금,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 논란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총 3편의 글에 담아본 그날의 논란들을 기억의 저장소에서 호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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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새로운 차원이 문이 열렸습니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는 25일 오후 광주지법 목포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2개월간 바닷물에 잠겨 있던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을 복원해서 법정에서 직접 열어보고 확인했다"며 "증거 보전 신청을 한 노트북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포렌식 결과 한글 파일 형태의 '국정원 지적 사항'이라는 파일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2월 26일에 작성돼 2월 27일에 최종 수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선내 여객구역 작업예정 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약 100여 건의 작업 내용과 작업자 이름 등이 기재돼 있습니다. 이 문건은 2012년 10월경에 청해진해운이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세월호의 증축작업을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는 것을 뜻합니다. 세월호가 첫 운항에 나서기 보름 전에 증축을 마치도록 본사 차원에서 작업지시를 내린 것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부정했지만, 그래서 어리석었던 것이 증명됐지만 인터넷을 파다하게 채웠던 음모론의 일부가 실체(이것에 대해 국정원은 부정했다)에 다가가는 좁은 문은 열린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대책위도 세월호의 실소유주는 청해진행운이나 유병언과 그의 가족이 아니라 국정원일 수 있으며, 최소한 세월호 증축과 운항에 깊숙히 관여했다는 합리적인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총 5장인 이 문건에는 구체적으로, 천정 칸막이 및 도색 작업, 자판기 설치, 분리수거함 위치 선정, 바닥 타일 교체, 샤워실 누수 용접, 배수구 작업, CCTV추가 신설 작업, 해양 안전 수칙 CD 준비, 천정 등 수리, 침대 등 교체, 세월호 직원들의 3월 휴가 계획서, 2월 작업 수당 보고서 등을 작성해 보고하도록 지시했으며, 환풍기 청소 작업, 조립 작업, 로비 계단 트랩 이물질 제거 작업, 탈의실 수납장 신설 등까지 지적을" 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유병언의 죽음이 확정되고, 그의 아들도 체포됐다는 것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을 때 세월호 재판에서는 핵폭탄급 진실이 터져나왔지만, 언론과 방송에서 거의 보도되지 않아 철저히 묻혀 버렸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세월호 운항 관리 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에 따라 이루어진 일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지만, 이 문서의 내용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작성된 것이라 세월호 참사에 따른 보고 계통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국정원이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어, 세월호가 얼마 운항하지도 못하고 침몰될 것을 알았다면 이런 문건들을 작성해서 보고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는 마치 범죄를 저지른 자가 내가 범인이라며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남긴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음모론의 내용처럼, 세월호의 실제 주인인 국정원이 적정한 때가 되면 배를 침몰시켜 원하는 바(각종 음모론의 주장처럼, 그것이 정치적 목적이던, 거액의 보험금이던, 핵 관련 것이든)를 얻으려고 했다면 이런 문건을 남겨둘 이유가 없습니다.  


파파이스 팀들이 수없이 반복된 영상 분석을 통해 발견한 것처럼, 세월호 선원으로 보이는 자가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세월호참사의 기록들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이는 물체(선박에 장착된 블랙박스 같다)를 빼돌리는 장면도 국정원 실소유주 논란이나 세월호 고의침몰설에 무게를 실어줍니다. 박근혜가 그렇게도 테러방지법 통과에 목매는 이유도 국정원의 중앙정보화를 이루기 위함도 있지만,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불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복원된 선원의 노트북에서 나온 문건들로 해서 국정원이 세월호 실소유주가 아니라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에 따라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한 것이라는 국정원의 주장은 신뢰성을 잃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대책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도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국정원을 상대로 제대로 된 (성역 없는) 수사를 감행했던 특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문건의 등장(파파이스 팀이 발견한 방송화면과 미국 CNN의 보도영상까지 더해야 한다)으로 인해 하나의 음모론이 완성될 것 같습니다. 필자의 지식과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총동원해도 세월호참사의 전 과정이 의문투성이였는데, 국정원 문건으로 인해 그 동안 난마처럼 얽혀 있던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이어지는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특히 수사권이 없는 특별법이 유족과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로 제정되면, 새누리당과 족벌언론을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를 천안함 폭침과 묶어 빨갠색을 칠하는 전가의 보도를 이용해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실제로 세월호참사를 바다에서 일어난 일종의 대형교통사고라고 하면서 배상과 특혜의 문제로 변질시키는데 성공한 집권세력의 프레임 전환이 대성공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특별법에 성역 없는 조사가 가능하도록 강제적인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안철수와 김한길 체제의 새정치민주연합을 믿을 수 없으며,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기가 추락했을 때 블랙박스 해독에만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세월호참사가 일어난지 100일 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배상이니, 국가유공자에 해당하는 특혜니 하면서 집권세력이 단 3일만에 전환에 성공한 조중동프레임에 따라 진실에서 멀어지는 출구전략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해주십시오. 국회가 아닌 거리에 민주주의와 정의가 있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들, 국정원과 정치검찰, 권력의 도구로 변질된 야만공권력에 맞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줘야 합니다. 최소한의 양심과 보편적 정의를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무려 250명에 이르는 아이들의 죽음을 회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필자도 건강이 좋아지는 데로 세월호 촛불집회에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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