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의 세월호X를 다시 봤습니다. 8시간 49분을 또다시 투자할 가치가 충분한 다큐멘터리이지만, 이번에는 자로의 세월호X가 노력 대비 공명도 작고 공론화에도 실패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때문에 두 번째 시청에서는 비판적 시각으로 세월호X를 봤고, 자로와 김관묵 교수가 본 진실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픈 전의 폭발적인 관심에 비해 오픈하고 난 뒤의 반응이 너무나 작아 그 이유를 찾아야 했습니다.   





두 번째 시청을 하고 나니, 제가 세월호X에 대한 두 번의 글에서 놓쳤던 것은 그가 인용한 자료의 신뢰성과 출처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이것을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파파이스의 자료들과 일일이 대조해서 확인해 본다는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저의 일이 아니며, 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잠수함 충돌설을 확정하는 전반부와 파파이스의 작업을 부정하는 중후반부로 나눠지는 자로의 세월호X는 박근혜 정부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도 있는 다큐멘터리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자신이 보았다는 세월호참사의 진실이 정부가 제사한 침몰원인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잠수함 충돌에 의한 것이었다는 자로의 세월호X는 전반부만 제시한 채 끝냈다면 상당한 울림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가 인용한 자료들과 과학적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료의 신뢰성과 출처를 확인해야 하고, 진도 VTS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AIS기록과 레이더 항적과 영상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잠수함 충돌설에 무게를 주기 위한 그가 종횡무진으로 풀어간 각종 자료들의 총합적 결과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문제는 세월호참사가 잠수함 충돌(정확히는 외력)에 의한 '해상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라는 것에 무게중심을 실어주고 보니, 304명을 수장시킨 박근혜 정부의 구조작업과 세월호 실소유주 논란, 김기춘과 구원파의 첨예한 대립 등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자로는 당황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로가 찾아낸 것이 해군의 무사고기록과 1조가 조금 넘는 잠수함 수출입니다. 자로의 주장대로라면, 이것 때문에 박근혜와 김기춘이 정권의 운명을 걸고 해군에 휘둘렸다는 것인데… 글쎄요? 



자로의 주장이 정당성을 지니려면 해군의 무사고기록과 잠수함 수출액이 박근혜와 김기춘으로부터 304명의 국민과 정권의 운명보다 값어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제는 거의 모든 것들이 드러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면면만 놓고 봐도 자로의 주장은 설득력이 너무 약합니다. 쓰레기들과 부역자들의 충성 경쟁에 힘입어 세월호참사에 대한 피로감 조성에 성공한 정부가, 그에 맞춰 세월호참사를 '해상에서 일어난 교통사고'가 맞다는 증거를 내놓으면 '세월호 7시간'도 파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박정희 신화와 무소불위의 삼성전자그룹 및 재벌들, 새누리당과 쓰레기들마저 사지로 내몰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지금에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로의 세월호X'가 공개되자마자 거의 모든 언론에서 사라졌고, 공론화의 물꼬도 트지 못했으며, 후반부 작업 때문에 전반부의 노력마저도 무력화될 위기에 처한 것이 이것을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유병언 소유의 회사가 핵폐기물처리 사업권을 싹쓸이했고, 세월호 화물칸과 국정원의 연관관계를 다룬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도 고의침몰설에 무게를 실어주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로는 오랜 작업 끝에 잠수함 충돌 같은 외력설에 이르렀는데 그것에 정치경제적 정당성을 부여하는데서 크게 흔들린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로도 이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지나칠 정도로 하나에 몰두하다 보면 눈이 흐려지기 마련이고, 냉정한 이성을 유지하기 힘든데 자로(김관묵 교수는 파파이스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싶었을 것)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자로는, 김관묵 교수의 도움을 받아, 어마어마한 노력 끝에 잠수함 충돌 같은 외력설에 이르렀고, 해군을 끌어들여 정치경제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는데, 그것으로는 그밖의 숱한 의혹들을 속시원하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다른 것은 몰라도 잠수함 충돌설을 유력한 가설로 확정하려면 세월호참사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가장 많은 과학적 노력을 기울였고, 지금도 기울이고 있는 '김어준의 파파이스'의 '세월호 고의침몰설'(김지영 감독과 자문단)을 논박하는 것이 최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공론화를 위한 사전작업일 수도 있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확신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로와 김관묵 교수는 그들이 본 진실도 가설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파파이스(와 한겨레, '그것이 알고 싶다', '이규연 스포트라이트' 등)의 가설도 그대로 놔두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과학적 검증은 그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자로의 세월호X도 반증되지 않은 하나의 가설이기에 그 정도의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파파이스의 가설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 바람에 자로는 세월호X의 중후반부(거의 6시간)를 '세월호 고의침몰설'을 부정하는데 할애했습니다. 첫 번째 봤을 때는 몰랐는데 다시 한 번 보니까 중후반부에 인용한 자료와 항적, 기록, 사진, 영상들은 전반부만큼 촘촘하지도 않았고, (레이더에 적용된 기술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그것과 비슷한 테크놀로지로 구성된 통신장비를 개발했을 때의 경험에 비교해봐도 증거의 자의적 해석(갈지자 항적에 대한 부정과 왼쪽 엔진이 꺼지지 않았다는 증거사진 등)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은 다음 정부로 넘어갈 것이며, 인양작업이 증거인멸로 점철된 것 같으니 이것만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했으면서도, 세월호참사에 관한 글을 다시 쓰게 된 것은 자로의 한계를 따지기보다는 박근혜를 하루라도 빨리 끌어내리고 부역자들까지도 청산하려면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세월호참사에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모든 폐해들이 집약돼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명박근혜 9년의 퇴행이 모두 다 담겨있어 체제혁명으로 가는 지름길에 다름아닙니다. 



'거지 갑'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되면 세월호의 빠른 인양과 진상규명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니 그때까지 자로도 자신의 한계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보다 정리된 자료를 2기 세월호특조위에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했으면 합니다. 그럴 때 자로와 김 교수의 노력이 빛을 발할 것이며, 선체에 남아있을 증거들을 기존의 가설들과 비교해서 확정하는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아직도 세월호(구멍이 많이 뚫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에 있기를 바라는 9명의 미수습자를 가족의 품에 보내줄 수 있습니다. 지난 1000일 동안 해수부와 중국 인양업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침몰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힐 수 도 있을 것이며,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진실은 때로 추악할 수도 있습니다. 진실은 아름다운 끝을 보장하지도 않습니다. 진실은 과학적으로만 증명되는 것이 아니며 때로는 정치적으로 증명되기도 합니다. 진실 규명이 해피엔딩(자로의 주장으로 세월호참사가 공론화되고 인양이 빨라지고, 덤으로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바뀔 수도 있다!)보다 새드엔딩(자로의 주장이 진실처럼 포장돼 해군이 반박하면 모든 것이 끝날 위험이 있다!)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로의 노력은 전반부만 하나의 가설로 평가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한겨레, JTBC, SBS 등과 함께 하는 파파이스의 다큐멘터리를 기대하며 세월호유족과 분노한 시민들에게 세월호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새해의 첫 번째 선물이고 하루라도 빠른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이 두 번째 선물이기를 바랍니다. 박근혜와 모든 부역자들을 한 번에 때려잡기 위해서라도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로와 김관묵 교수의 노력에 경의를 다시 한 번 표하며.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6.12.31 10:34 신고

    강력한 특조위가 다시 구성되어야 합니다
    자로님도 그걸 바랄것입니다

    한해동안 수고하셨고 고생하셨습니다
    2017년에는 더욱 건강하신 모습으로 멋진 글 기대하겠습니다^^

  2. 슈나우저 2016.12.31 19:53

    파파이스 인텐션 2017년 4월16일 개봉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론 파파이스엥커 설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믿습니다만..

    오늘 병신년 마지막날 서면집회를 마치고
    오늘은 초량 일본영사관 소녀상 설치지점까지
    약 5km를 행진 중에 있습니다.

    새해는 사람 사는세상,불평등과 반칙없는
    새로운 세상에서 더욱더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기원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늙은도령 2017.01.01 01:54 신고

      촛불의 위대한 혁명에 관해 글을 쓰려다 하루 미뤘습니다.
      많은 분들이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승리의 기억을 그렇게 쌓고 있습니다.
      그것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학자들의 탁상공론에 불과했던 것들을 시민의 힘으로 실현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기적의 연속입니다.
      촛불의 기억을 잊지 마시기를 바랄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둘리토비 2016.12.31 22:58 신고

    아직 세월호X를 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더 세월호 광장을 찾아가는 것이 제가 할 최선이라 생각해요.

    늘 현장은 그 나름대로의 느낌이 있습니다. 오늘도 여전했습니다.
    늙은도령님의 직관적인 관점에 늘 배웁니다.
    새로운 2017년에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내면의 가치와 우리가 바라보는 너머의 행복에 대해서 더욱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늙은도령 2017.01.01 01:57 신고

      세월호참사는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아이들의 죽음이 헬조선으로 떨어진 대한민국을 바로잡는 위대한 동력이 됐습니다.
      살아서 새해를 같이 볼 수 없지만 하늘에서 대한민국이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쓰는 것을 보며 아픔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짐이 되지 않고자 노력합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 과유불급 2017.01.01 14:27

    다양한 가설이 언론에 노출되어 사람들의 머리속에 전달 및 입력되어 데이터되다 보면 세월호에 진실은 더욱 밝히기 힘들어집니다.
    우리가 밝히고자 하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세월호의 고의침몰이죠. 아직 바닷속에 있는 미수습자들과 희생된 모든 분들에겐 그것을 밝히는것만이
    최선일것입니다. 세월호에 관한 다른건 개인적으로 관심없습니다. 그날 보여준 박그네 정부의 대처방법에는 분명 속셈이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손바닥으로 어디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지... 강력한 특조위를 구성해서 반드시 밝혀야 될것입니다.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하고 있는 박그네 정부에겐 관용이 필요없습니다. 함무라비의 법전처럼 응징해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7.01.01 22:27 신고

      확실한 변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제대로 알고 행동해야 합니다.
      한 번만이라도 국민이 깨어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부디 오늘의 깨어남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5. 참교육 2017.01.01 16:42 신고

    정유년 새 아침 복많이 받으셨습니까?
    촛불이 밝힌 새 아침 우리는 희망을 엽니다. 선생님의 수고가 큰 힘이 됩니다.
    건강하시고 새해는 우리의 지혜와 열정으로 국민이 주인되는 세상을 앞당깁시다. 고맙습니다.

    • 늙은도령 2017.01.01 22:22 신고

      네, 교육에 대한 님의 열정도 이 나라를 좀더 좋은 나라로 만들 것입니다.
      국민의 상당수가 깨어났으니 이제는 달라질 것이에요.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하게 바꿔야 합니다.

  6. 토마토 2017.01.02 08:12

    무슨일이 있는걸까요... 박지만 비서가 사망하고나서 주진우 이상호 김어준도 급히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들이 건재하다는 무언의 협박일까요? 아님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요?

    • 늙은도령 2017.01.02 16:20 신고

      저도 궁금합니다.
      하도 사람들을 잘 죽이는 집안이라 의심이 갑니다.
      악마의 집안입니다.

  7. mangrove 2017.01.02 09:41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이 맞다고 봅니다.
    기획한 놈, 지시한 놈, 실행한 놈, 방조한 놈, 은폐한 놈... 이 놈들은 반드시 단죄되어야 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처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7.01.02 16:20 신고

      네, 살인교사는 살인보다 더 나쁜 행위입니다.
      이들을 용서한다면 이 나라가 제대로 서지 못합니다.
      철저한 응징이 가해져야 합니다.

  8. 예원 2017.01.04 09:07

    세월x다봤습니다. 인텐션 후원자이기도하구요.
    김감독님의 영화를 빨리개봉하는거 바라지않습니다. 김감독님과 김총수의 반론이나 어떠한 코멘트가 없다는것이 의아합니다. 어떠한 의견이라도 주시는것이 바람직할것입니다. 우린 모두 누가 맞고안맞고 편가르는사람들이 아니라 진실을 알고싶은 사람들이니까요.진실을 위해 두 파수꾼팀의 토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늙은도령 2017.01.04 16:06 신고

      올 4월 16일에 개봉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두 개의 다큐멘터리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공론화에 불을 지필 것입니다.
      물론 그전에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돼 세월호가 인양되면 최상이고요.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
      저는 그 이전에라도 공론화가 되도록 계속 글을 쓸 것이고요.

  9. 현성훈 2017.01.05 18:24

    세월x의 주장에 대한 파파이스의 입장표명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파파이스가 나몰랑 하면 안됩니다.

    • 늙은도령 2017.01.05 21:27 신고

      4월 16일에 맞춰 다큐멘터리를 영화관에서 오픈한답니다.
      그들도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0. 블랙피쉬 2017.01.06 10:29

    김관묵교수 인터뷰에서 레이더에 나왔다면 쇠붙이밖에 없다는 말에 신뢰성 팍 떨어졌고
    레이더에 잠수함이 잡힌다는 전제를 하고 영상을 만든것 같던데 그것땜에 너무 신뢰성이 떨어져 끝까지 볼 수 가 없더군요.

    • 늙은도령 2017.01.07 09:06 신고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유력한 하나의 가설입니다.
      이것을 통해 반반 가설이 나오면 그렇게 공론화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가설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11. expert 2017.01.28 13:50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시청자 게시판에 아래와 같은 의견도 있습니다.

    JTBC 스포트라이트의 세월X 자로 방송을 보다 객관적으로! (1) - (5) 5편
    천안함의 잠수함 충돌 가능성 : No Way ! 세월호의 잠수함 충돌 가능성 : No Way ! 2편



이번 글은 세월호참사를 통섭적 시각에서 접근한 글입니다. 세월호참사에 다양한 정치철학과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얽혀있는지 거칠게라도 보여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저는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2권의 책이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이란 부제를 가진 레이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와 '데이터를 이해하는 알고리즘의 예술과 과학'이란 부제를 택한 피터 플래치의 《머신 러닝》이었는데, 썰전에서 유시민이 칼 포퍼와 하이에크를 인용하자 생각이 확장이 이루어진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두 권의 책 중에서 《특이점이 온다》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의 '수확 가속의 법칙'을 다룬 입문서인데, (책에 나오는 내용이 실현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볼 때) 지금까지 제가 공부해온 모든 것들을 뛰어넘는 놀라운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인공지능이 기술특이점을 넘으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기 때문에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것은 정경관 유착의 참혹한 결과라고 해도,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란 현 집권세력 전체가 하나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온갖 거짓말과 탄압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린 과정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진화처럼 기술 발전이 선형적(가우스적 수학에서 많이 나오는 일정한 기울기가 유지되는 직선에 근접한 곡선)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특정 시점(일종의 임계점으로 '곡선의 무릎'이라고 한다)을 넘어서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신자유주의적 부패와 비리가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세월호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는 동안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정부들이 재난대책에 관한 메뉴얼조차 갖추지 않았고, 이명박근혜 정부는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마련해둔 재난대책 메뉴얼마저 파기해버려서, 구조와 진상규명, 인양 등이 과거의 해상참사 때보다 더욱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세월호참사의 구조와 후속대책을 두고 유시민이 박근혜와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면 칼 포퍼와 하이에크를 인용한 것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노예로의 길》과 《자유에의 헌정》의 저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자본주의와 자유》와 《화폐경제학》의 저자인 밀턴 프리디먼과 함께 영미식 신자유주의의 양대 거두였습니다. 《과학적 발견의 논리》와 《열린사회와 그 적들Ⅰ, Ⅱ》, 《추측과 논박Ⅰ, 》의 저자인 칼 포퍼는 패러다임 이론을 통해 정상과학이란 개념을 정립한 《과학혁명의 구조》의 저자 토마스 쿤과 쌍벽을 이루는 과학철학자로 신자유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미식 신자유주의가 하이에크에서 시작된 것을 유시민은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또한 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칼 포퍼가 《열린사회와 그 적들1, 2》와 《역사법칙주의의 빈곤1, 2》에서 신자유주의적 정치철학을 정립한 것도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칼 포퍼는 영미의 신보주의자들에게 레오 스트라우스에 버금가는 영향을 미쳤다). 그는 두 권의 책(총 4권으로 변역된)에서 전체주의의 철학적 기원인 플라톤과 역사결정론(뉴턴 역학과 다윈 진화론에 영향받은)을 정립한 헤겔(변증법)과 마르크스(변증법적 유물론)를 비판하면서 정치(역사)철학을 정립했습니다.





썰전에서 유시민이 말했듯이, 현재의 체제를 인정하는(변증법의 正에 해당한다) 자유주의적 보수주의는 부분적이고 점진적인 개혁(反)을 통해 열린사회(合)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끈임없는 개선에 집중합니다(공학적 세계관). 현재의 체제(기득권의 다른 표현)가 최상은 아니더라도 차상은 된다고 생각하는 자유주의적 보수주의(합리적 보수와 개혁적 보수라는 형용모순이 이와 비슷한 개념)는 최상에 이르지 못한 부분들을 차근차근 고쳐(보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자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진보적 자유주의(노무현과 문재인의 이념)는 현재의 체제가 최악(세월호참사 이후의 기득권의 행태)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차악(세월호 침몰)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시민이 말했던 것처럼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은 급진적인 개혁을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시민이 불평등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국가의 역할)에 대한 진보와 보수의 인식이 다르다고 한 것도 이런 차이에 근거합니다. 



유시민이 세월호참사의 책임을 부정하는 박근혜를 비판하며 '도덕과 원칙의 부재'를 언급하자, 전원책이 '도덕과 원칙'은 보수의 개념이라고 주장한 것에 강하게 반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옵니다. 유시민이 급진적 개혁을 부정하며 부분적인 수리(보수라는 단어의 뜻)를 통해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보수에게 '무슨 도덕과 원칙이 있느냐'며 신자유주의적 폐해의 정치경제적 원조인 칼 포퍼와 하이에크를 인용한 것은 적절한 것이었습니다.



두 석학의 잘못된 성찰에서 기원하는, 민주주의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정치철학의 차이가 세월호참사와 만나는 지점입니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등이 정치적인 사안인 이유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신자유주의는 정치철학과 국가(정부)는 물론 존재하는 모든 분야에서 '도덕과 원칙(과 정의)'를 삭제합니다. 신자유주의가 번성한 나라일수록 극단의 불평등과 끝을 알 수 없는 타락과 부패가 만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보수를 표방한 현 집권세력과 쓰레기들이 세월호참사를 '해상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치부하며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책임을 부정하고, 세월호유족에게 '자식의 목숨을 팔아 거액을 챙는 자들'이라고 벨레보다 못한 발언이나 내뱉고, 세월호특위와 유족들의 진상규명을 집요하게 방해하고, 그들에게 폭력과 종북이란 낙인까지 찍는 반인륜적 짓거리도 서슴지 않고, 세월호인양과 세월호특위의 운영에 들어가는 돈을 '세금 도둑'으로 몰아가는 파렴치함까지 보여주며 시간만 끌 수 있는 것도 민주주의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이해의 차이 때문에 '도덕과 원칙'을 삭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최악의 불평등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자 정부가 도덕과 원칙(과 정의)도 없는 통치술을 남발할 수 있는 것도 정치철학의 부재에서 나옵니다. 대한민국이 유럽의 복지선진국가처럼 민주주의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높은 나라였다면 세월호참사 이후에 보여준 박근혜의 행태는 탄핵을 넘어 법정 최고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새누리당은 해체를 면할 수 없으며, 쓰레기들(특히 KBS, MBC, 연합뉴스TV)은 폐간과 폐방을 면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참사는 도덕과 원칙도 없는 국가 전체를 개조하겠다는 급진적인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신자유주의적 참사의 전형입니다.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던 김종인 체제의 더민주와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민생과 부실기업 구조조정(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에도 똑같은 것들 들고나왔다)을 내세워 뒤로 미루는 행태는 민주주의와 국가의 역할을 부정하는 최악의 정치공학입니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가 대한민국을 개조하고 민생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처방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행태이자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마저 거역하는 정치적 범죄에 해당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6.04.22 08:25 신고

    역사에 독불장군으로 남기전에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반성하고
    참회를 하여야 할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21세기 최악의 군주로 남을것입니다

    • 늙은도령 2016.04.22 14:10 신고

      이미 최악의 군주입니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만들어야 합니다.

  2. 耽讀 2016.04.22 08:45 신고

    유시민이 세월호 2주기 추모에 가지 않은 김종인(개인 자격갔다지만 사실상 안 갔습니다)과 안철수에게 '정치 왜 하세요'라는 말이 정곡을 찔렀습니다. 정치란 도덕과 원칙 바탕 위에 출발해야 하는 데 그들을 정치공학을 들이댔습니다. 안철수는 세월호보다 민생이 우선이라고 했지요. 세월호보다 더 중요한 민생이 어디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썰전과 노유진을 보고 들을 때마다 유시민 참 아쉽습니다. 그가 정치에 다시 발을 내딛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바람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 늙은도령 2016.04.22 14:12 신고

      유시민은 썰전 이외에는 일체의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유럽도시기행으로 1년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문재인 옆에 유시민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3. 단두대 2016.04.22 13:18

    언론을 왜곡하고 진실을 숨기고 거기다 설상가상
    책임추궁에는 적반하장으로 유가족들에게 뒤집어씌우고...
    그런 놈들은 소위 공인 혹은 공인기관이란 것들이
    베충이가 오뎅인증샷 올린것과 똑같은 짓을 한 겁니다.
    물론 개인자격이 아니라 공인 혹은 공인기관이기 때문에
    전부 단두대로 보내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6.04.22 14:14 신고

      단두대로 보내야 할 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윗층의 비리와 반칙의 형태를 하도 많이 봐서 전경련과 어버이연합의 탈선은 놀랍지도 않습니다.
      저들의 리그는 지독할 정도로 얽혀있어서....

      전경련은 무조건 해체해야 합니다.
      전세계에 이런 조직은 없습니다, 일본만 빼면.

  4. cvate 2016.05.01 16:36

    cvate 비밀번호 어떤거 모르기도하내요 내용댓글이다양하기도하지만요글제목이랑내용도 길지만요 이어서 그리고 댓글달때에 영어만 쓰면은 어떤 댓글이안달리고 그리고이름영어만써두안달리는것같고요글요 fce

  5. 하이 2016.06.09 00:35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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