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전체를 이끌어가는 대법원의 우경화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사법부의 편향성을 막아왔던 노무현 시대의 독수리 5인방이 임기를 마친 이후, 이명박이 임명한 대법원의 우경화는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권은희 기소와 김용판 무죄와 한명숙 유죄를 통해 사법부의 우경화가 종료됐음을 선언했고 이는 원세훈의 무죄를 예견케 하고 있다.





정치경제적 사건에 대한 최근의 대법원 판결을 보면 시장자유주의 우파의 논리에 따라 판결이 이루어지거나 현 정권에 유리하게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정치적 사건만 따로 놓고 보면 우파의 논리가 압도적으로 반영된 것을 알 수 있다. 대법원이 사법부 전체의 우경화와 정치화를 견인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번 판결에서 명확히 드러난 것처럼, 대법원의 우경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한명숙의 유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며, 그 수위가 어느 정도에 이를까 하는 것만 남아 있었을 뿐이다. 유신시대의 대법원을 떠올리는 김용판 무죄선고 이후 5년이나 끌고 온 한명숙 사건의 심리에 들어간 것도 국가 전체가 우경화에 발맞춰 이루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대법원이 한명숙의 유죄를 판결하기 위해 그 동안 그들이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을 높이겠다며 누누히 강조해오던 공판중심주의(강압과 회유 등이 이루어졌을지 모르는 검찰의 수사내용보다 법정에서 자유롭게 이루어진 발언에 무게를 두는 것)도 내버린 채,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나온 (믿을 수 없는) 증거를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우경화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한명숙 유죄 판결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8대 5로 결정됐다는 것이 명백한 증거다. 정치적 사건에 관해서는 법정에서의 공방에 중심을 두지 않고 대법관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수적 우세로 판결을 내린 것이어서 대법원의 판결행태가 지극히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우경화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만 남았다. 그것은 원세훈의 정치와 대선개입에 대한 고등법원의 최종 판결(대법원이 원심 파기환송시킨 상태)이다. 김용판의 무죄 판결과 한명숙 유죄 판결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고등법원은 두 가지 모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처럼 모양새를 갖추려면 정치개입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하되 최소의 벌금형과 집행유예에 그칠 수도 있다. 이것도 고등법원이 대법원 한명숙 유죄 판결의 영향력을 최소한으로 잡았을 때의 희망사항이다. 원세훈이 고등법원에서 (대선 개입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 박근혜의 정치적 정통성은 완벽하게 회복된다.



이럴 경우 박근혜 정부의 폭주는 빨라지고 규모는 커질 것이기에, 고등법원의 원세훈 무죄 판결은 한반도 전체를 우경화의 격랑 속으로 끌고 갈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대법원의 김용판 무죄 선고와 한명숙 유죄 선고가 갖는 시대적 의미가 얼마나 큰지 국민(특히 청년과 노동자, 진보 성향의 유권자)이 체험하는 것만 남았다.





원세훈이 대선 개입에 관해 무죄판결을 받으면 종편에서는 친노와 문재인을 향한 공격이 극에 달할 것이며, 야당을 공격하는 최고의 무기로써 총선까지 두고두고 우려먹을 것이다. 박지원의 최종심도 만찬의 재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야당의 혁신 작업은 거대한 암초를 만난 것과 같다. 그들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던 친노와 문재인의 패권정치로 호도되고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극우세력들이 원했던 것처럼, 북한이 대북확성기를 향해 로케포를 쐈고 국군이 대응사격을 했으니, 남북 고위급대화의 결과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우경화가 매카시적 광기로 뒤덮일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런 과정에서 대공황 직전에 이른 경제위기는 총선의 향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남북 고위급대화의 결과에 따라 야당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용판 무죄, 한명숙 유죄에 이어 원세훈마저 무죄 선고를 받는다면, 대법원 발 우경화는 대한민국을 폭력적 광기로 몰아갈 수 있다. 조중동과 종편의 광적 보도 하에 정치검찰과 국정원의 공안정국이 유신독재의 부활을 역사의 무덤에서 불러 오는 것도 간단해졌다. 북한과의 전면적 위기만 잘 넘기면 박근혜는 그 동안 자신의 뒷목을 잡던 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제왕적 여왕의 일방독주 때문에 삼권분립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과 청와대로 통일된 대한민국, 각자도생은 고사하고 제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겨울 만큼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IMF 외환위기 때처럼, 이런 상황이 너무나 반가운 자들이 술잔을 부딪치며 ‘브라보’를 외치는 광기 어린 소리들이 고막을 뒤흔들고 있다. 그 끝에 원세훈이 환하게 웃는 것이 어른거린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최홍대 2015.08.21 04:21 신고

    직접 판사를 만나보니..그들이 균형적인판결을 내려주리라고 생각하는것은 완전히 빗나간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 늙은도령 2015.08.21 05:07 신고

      그럼요, 판사들은 사법고시를 합격해 엘리트적인 삶만 살아온 자들입니다.
      제대로 된 판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들은 정치를 보고 여론을 살피며 권력을 돌아보며,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법리적 해석을 내립니다.
      절대 법률에 나온대로 하지 않습니다.
      판사와 법철학은 다릅니다.

  2. 2015.08.21 09:00

    비밀댓글입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5.08.21 09:03 신고

    갈수록 정치판 보기가 싫어집니다
    나라가 반으로 나뉜 느낌입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식입니다

    • 늙은도령 2015.08.21 16:07 신고

      그렇지요, 그게 문제입니다.
      제멋대로 상황에 따라 판결의 근거가 달라집니다.

  4. pascon 2015.08.21 10:32

    아전인수의 전형이네요.
    한명숙의 유무죄 판단은 13:0 전원일치로 유죄입니다.
    좌편향된 김일성 장학금 혜택을 입은 일부 판사들의
    잘 못된 판결을 대법원이 바로 잡이줘야 합니다.

  5. 나를 갈지 마오 2015.08.21 11:57

    글을 똑바로 씁시다.
    한명숙 동생이 전세집 얻어 갈 때 낸
    수표가 돈을 줬다 하는 사람이 끊은 수표라 합니다.
    내가 돈을 받지 않았다면 당연히 큰소리 치고 억울함을
    호소 해야 하지요 그러면 수표 확인 하면 바로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뭐라 했나요
    정치적 보복 자기 한사람으로 끝내 달라고요????
    국민 가지고 놀지 마라 그러세요

    • 늙은도령 2015.08.21 16:10 신고

      그래서 한명숙이 알았다는 증거는 없는데?
      그렇게 따지면 박근혜 친척들이 저지른 범행은 어떻게 설명할래요?
      대법원은 공판중심주의를 하겠다고 하다가 한명숙만 공판중심주의를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무죄가 5명이나 나온 것이구요.
      한명숙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죄를 지었다면 누구나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이라면 자신들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지요.
      사안 별로 대법원이 말을 바꾸면 그것은 법치주의가 아닙니다.

  6. 불법자금수표 2015.08.22 11:07

    박근혜 사촌형부 윤씨가 뇌물을 받았다던데, 뇌물 준 사람은 윤씨를 보고 뇌물을 준게 아니라 대통령을 보거 준 거잖아. 뇌물 준 사람이 대통령 보고 줬다고 하면 정황상 대통령 뇌물 수수가 되는 거네요.

    • 늙은도령 2015.08.22 16:40 신고

      권력이 유무죄를 결정하는 것이 한국입니다.
      권력이 있으면 무죄고 권력이 없으면 유죄입니다.
      박근혜와 한명숙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도 그러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정한 공판중심주의도 버렸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7. 진검승부 2015.08.23 09:19 신고

    신들린 것 같아요.
    좀 균형잡힌 국가가 되어야 아이들 교육에도 좋을텐데....씁쓸합니다.

    • 늙은도령 2015.08.23 21:51 신고

      네, 기본적으로 균형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그 다음에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에 들어가야 합니다.



사유하는 인간이기를 그만두고서는 

사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철학적 웃음으로밖에는

대답할 길이 없다.



위의 인용문은 미셀 푸코의 말입니다. 천만다행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본방사수하지 않은 행운으로 해서, 그러나 재수 없게도 TV를 틀자마자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쪼가리들로 인해 저절로 떠오른 내용입니다, 썩소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대충 그까이 것’ 하며 보는 대도 허튼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정난맥상과 콩가루 청와대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 것을 빼면 ‘이것을 왜 내가 계속해서 봐야지?’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언론에 나온 얘기를 되풀이하는 것이 신년기자회견이라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모든 질문을 숙지하고 있었다는 듯이 일방통행을 하고 희망사항만 나열할 것이면 대국민담화로도 충분했습니다. 다 알고 나만 모르면 그것은 거짓이고, 정윤회 문건은 찌라시라 인적쇄신은 없을 것이며, 상사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 항명이 아니고, 국회의 출석요구가 정치공세라고 인식한다면 구태여 신년기자회견까지 열 이유는 없었습니다. 



또한 구속 중인 재벌총수 사면도 법무부가 알아서 할 것이라면 굳이 대통령이 나설 이유가 없었으며, 경제 얘기만 되풀이할 것이면 경제부총리로도 충분했습니다.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 입증된 상황에서 1인당 GDP 4만달러를 달성하면 무엇 할 것이며, 통일은 대박이라고 주문을 외우면 '뿅'하고 통일이 된답니까? 





작년의 기자회견보다 못한 오늘의 기자회견은 더 이상 논평할 것이 없어 여기서 끝낼까 합니다.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한 백약의 무효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신년기자회견이 그랬습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겨우 2년이 지났을 뿐, 아직 무려 3년이 남았다는 사실이 공포 그 자체입니다. 정치공안검찰에 ‘참 잘했어요!’라며 표창장이나 주었으면 그나마 솔직했을 것입니다.



진화론과 양자역학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베르그송은 「창조적 진화」에서 “의식을 지닌 존재자에게 있어 존재란 변화한다는 것, 변화란 성숙한다는 것, 성숙이란 자기 자신을 한없이 창조하는 데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 후, “그러면 존재 일반에 관해서도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습니다.



오늘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인터넷을 통해 힘들게, 정말 힘들게 다 본 후의 제 대답은 이러합니다, 아니요!! Never!! 의식이 고착화돼 변화가 없고, 변화가 없어서 성숙되지 못하며, 그래서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하는 존재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꼬장닷컴 2015.01.13 07:24 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 국민을 괴롭히는 좀비정치는 계속될 것입니다.
    남의 말을 안 들으니 꾸준히 자기 말만 할 수밖에요.
    말씀처럼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는 것이 국민적 재앙이네요.

    • 늙은도령 2015.01.13 13:41 신고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문고리 3인방에게 힘을 실어줬으니까요.

  2. 공수래공수거 2015.01.13 09:53 신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구렁이가 어떻게 담을 넘어가는지 보여준
    것 같네요

  3. 바람 언덕 2015.01.13 11:35 신고

    저도 오늘 이 주제로 썼는데,
    한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이제 저 지긋지긋한 신년기자회견도 많아야 두번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3년도 채 남지 않았네요.
    그때까지 버티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이후가 더 걱정이네요, 사실.
    후후...

    • 늙은도령 2015.01.13 13:42 신고

      그녀가 대통령에 있어도, 끝난 후의 일도 다 걱정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해요.

  4. 달빛천사7 2015.01.13 13:49 신고

    아직도 3년이군요

  5. Chris (크리스) 2015.01.15 06:20 신고

    에고...답답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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