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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 무협소설ㅡ천검지로

제3장 ㅡ 5년만의 재회 모든 것이 꾸며진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내가 그를 찾아 비궁을 나섰을까. 천 년을 이어온 전설이 하나의 거짓과 하나의 비밀이 조작해낸 인공적 설정인 것을 알았다면 나는 무공 최후의 단계에 이르렀을까. 그리고, 그 경지에 이르는 길을 알고도 화월곡에 오년이나 머물러 있었을까. 그때까지 나는 운명을 비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운명이란 놈은 나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나는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는 내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신의 영역에서만 가능하고, 운명의 최종 형태를 안다면 난 하루도 더 살 이유가 없다. 너무 재미가 없을 것이고, 어떤 자유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에. 세상 속에 있는 것,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조건이자 인류로 이루어진 세상.. 더보기
천검지로 1장ㅡ운명, 5년 전의 약속 “초식명은 천지빙결검류(天地氷結劍流)라 하네. 한천마결의 제1초지.” 검강천은 극음지기의 정수, 빙혈류를 천상천의 천상무극진기(天上無極眞氣)에 실었다. 빙혈류가 만든 적홍의 음강이 점점 투명해졌다. 색의 변화는 투명함으로써 오히려 적홍의 음강보다 더 강렬하게 보였다. 어쨌든 차가운 음강 아닌가. "비록 제1초식이라 해도 각 빙강마다 다섯 단계의 변화가 있네. 단순히 음강의 격발만은 아니라는 것이지." 말과 동시에 그는 자신의 손 안에서 키운 음기의 결정체, 구를 맹렬하게 돌렸다. 수천 가닥의 음강이 일어나 앞서 펼친 것들과 함께 잠시 공중에 머물렀다. 지잉! 징-! 공명이 대기를 갈랐고, 비온 뒤 수많은 빛이 구름을 뚫고 땅까지 쏟아지는 광경이 이것 아니면 무엇이랴. 그 장엄한 광경에 눈이 부실 때, 1.. 더보기
천검지로ㅡ서장 서 - 운명, 그 오년 전의 약속1 드디어 운명을 바꿨다. 운명이 틀어놓은 물줄기를 제 자리로 돌려놨다. 누군가, 그것도 운명이라 한다면 나는 또 그 물결을 돌릴 것이다. 하나의 거짓과 하나의 비밀로 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또 죽어갔는가. 그놈의 연극을 중원이란 무대에서 내리고, 다시 돌아온 비궁(秘宮)에서.. 무천의 하늘에서.. 나 류심환(柳心煥)이 기획하고 무영이 주연한 연극(演劇)을 그놈의 무대 위에 올렸다. 운명을 내가 바꿨다. 긴 여정의 시작은 내가 한 사람을 만난 것으로 시작됐다. 나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어, 내가 하늘 밖의 하늘, 그 후예의 자리를 버리고 무작정 비궁(秘宮)을 떠나 그를 만나 비무(比武)를 청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지금 내 앞에 그가 서있다. 하늘 위의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