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도덕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발끝으로 서는 자는 확고하게 설 수 없으며,
보폭이 가장 넓은 걸음으로 걷는 자는 가장 빨리 걸을 수 없다.
하려고 하는 일을 자랑하는 자는 어떤 일에도 성공하지 못하며,
나는 얼마 전에 이렇게 말했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이놈의 비루한 삶 속에서
시대의 아픔을 증거했던 시인과 소설가가 새로운 오적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첨단의 스크린을 통해 전해오는 말들이란
어느 독재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의 웃지 못 할 마당극
바람아, 이 집요하고 광적인 권력욕을 세상 곳곳에 전해다오
대를 이어 충성하는 자들의 교언영색 속에
왜국의 천황에게 바친 탐욕과 반역의 글자들이 하나하나 되살아오고
미국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자들이 전쟁의 광기와 함께 슬금슬금 기어나오고
섬뜩한 살의를 숨긴 우리네 역사의 지울 수 없는 슬픔들이 울부짖고 있음을
바람아, 너마저 고개를 돌려 버린
저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 민족의 말이기는 하나
그 속에 담겨 있는 독재자의 향수와 대를 이은 충성의 비굴함에
과거의 일들로 하여 현재가 붙잡히고
미래마저 어둠의 심연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바람아, 풀보다 빨리 눕는 것이 난장이의 비애라고 해도
그보다 빨리 일어서는 것도 우리네 난장이임을 알려다오
너로 하여 뿌리 깊은 나무가 이리저리 흔들려도
거역하지 않는 그런 움직임에 진정한 강인함이 숨어 있음을
그들에게 세상을 바꿀 힘은 없다 해도
서로 기대고 보듬고 함께하는 아주 작은 열망들로 하여
산을 옮기는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음을
하나의 촛불에서 한 줌의 바람으로
바람을 타고 번져가는 미약한 열기들로 해서
불통의 철제 산성과 국정농단의 차벽마저 무너뜨리는 횃불로 타올랐음을
바람아, 증거해 다오
삶의 8할이 너와 같은 귀천의 순간까지
소녀들의 촛불로 일어섰고
한 줌의 열기들로 해서 거대한 에너지로 불타올랐음을
여전히 태워야 할 남은 것들로 해서
1073일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9명의 영혼들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성주에서는 유일제국의 수족으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 정부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음을
오늘에는 이렇게 말한다.
꿈꾸면서도 외치지 않는 자에게 용기를
지켜보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자에게 투지를
결말을 상상하면서도 처음에 저항하지 않은 자에게 결단을
현실의 한계에 짓눌려 침묵하는 자에게 참여를
개인의 자유와 견해의 다름을 주장하는 자에게 연대를
그리고 모든 이들이 죽음에 이르러 마침내 내려놓을 고뇌의 여정에 대가 없는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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