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추신수, 김현수, 박병호, 이대호, 오승환 등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경우 기술 발전(주로 국방 분야에서 발전한 기술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됐지만 이익은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이 거의 다 독점한다)을 적용해 새로운 차원의 리그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야구는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는 몇몇 감독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팀의 감독이 선수별로 시프트를 펼칩니다.
모든 타자와 투수들이 이루어낸 각종 자료들이 축적되면서 타자별 시프트가 이루어지고, 각종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분석돼 피트백되면서 시프트에도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구질별 회전수, 구속, 스윙속도, 타구의 속도, 비거리, 타구음, 풍속, 습도 등등.. 수없이 많은 정보가 축적되고 분류되고 범주화된 후 다양한 연산들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한 확률들이 제공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가능합니다.
핵심은 대다수 감독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도출된 분석결과에 따라 시프트를 펼친다는 것이며, 더 많은 정보가 축적돼 예측 확률이 높아지면 타고투저 현상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인공지능의 능력이 발전하면 인간의 전유물인 야구(스포츠)마저 인공지능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작전부터 라인업,선수 영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단장과 감독의 영향에서 멀어집니다. 이런 식으로 인공지능은 인간의 전유물로 인정되던 영역들을 하나씩 점령해갈 것입니다(인공지능은 인간의 뇌처럼 자기복제적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가능하며, 유전 알고리즘으로 모델링된다).
이세돌을 꺾은 최근의 인공지능은 뇌스캐닝 기술과 생화학, 양자역학, 생물학, 생명공학, 나노공학, 정보통신기술 등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뇌처럼 패턴인식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알파고는 모든 수를 초고속으로 연산해서 다음 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세돌처럼 쓸모없는 하수들이나 두는 저급한 수들을 배제한 채 고도의 수들만 연산합니다. 이런 연산은 바둑판 위에서 이루어지는 고도의 패턴을 인식(최적의 수를 찾아내는 재귀적 탐색도 동시에 이루어진다)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알파고가 4국에서 진 것은 이세돌이 저급한 수로 분류돼 초고속 연산에서 배제된 수를 두었기 때문(트리구조는 저급한 수까지 제시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데, 이럴 경우 알파고는 새로운 패턴을 인식해야 하지만 시간의 제약 때문에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알파고가 5국에서 이세돌을 꺾은 것은 배제했던 뜻밖의 수에 대한 새로운 패턴을 학습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알파고로서는 초일류고수들이 둘 수 있는 뜻밖의 수에 대한 대비책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능력은 창의적인 수(바둑에 한정된 것이라고 해도)라는 인간 고유의 능력까지 넘볼 수 있을 만큼 일취월장합니다. 중국이 추진 중인 현 세계1위 커제(이세돌을 비롯한 거의 모든 초일류 고수들에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1위이며 세계2위인 박정환에게는 유독 약하다)와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전승한다면 레이 커즈와일 등의 주장처럼 초인공지능이 생물지능(통섭적 지능)보다 우월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사실 개별 뉴런과 시냅스 차원에서 볼 때 인간 뇌의 정보처리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수백조 개의 개재뉴런이 수백만 개의 연산처리 연결망을 구축해 엄청난 정보를 고속으로 연산합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이런 병렬방식의 연산능력 때문(인간의 기억이 뇌의 곳곳에 분산돼 저장되는 것도 병렬식 신경망 때문)이며, 인간 고유의 인식이라는 것도 패턴의 형태로 구현됩니다(디지털 연산의 아날로그적 표현). 인간의 지도를 받는 '머신 러닝', 인간의 지도를 받지 않는 '딥러닝' 등에서 패턴을 그렇게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4차원적 기억, 경험을 해석하는 것, 의사결정이나 이성적인 결정, 사물과 자연 등에 대한 이해, 사랑에 빠지거나 이별하고,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 등은 뇌과학적(특히 뇌 역분석, 게이지장 이론처럼 양자역학도 이런 방식으로 여러 가지 발견들을 이루어냈다)으로 접근하면 패턴의 형태로 설명됩니다. 인간의 모든 생각과 인식은 개별 뉴런과 시냅스, 개재뉴런 등이 끊임없이 구축하는 패턴의 형태에 따라 이루어집니다(모든 것이 패턴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고차원적인 것은 패턴의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
주로 방추세포(약 8만개)에서 이루어지는 감정, 결정, 도덕 등의 인식도 뉴런, 시냅스, 개재뉴런이 이루는 연결망(패턴)에 의해 결정됩니다(양자역학, 복잡계이론, 카오스이론, 프랙털이론 등도 동원된다). 인공지능과 나노공학, 생명공학, 양자역학 등은 동시에 발전하고 서로 교류해 통섭적 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초인공지능의 출현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들로 다룰 생각이지만 쉽게 풀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많은 분들이 인간의 의지나 생각이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행위나 사유가 이루어지기 1/3초 전에 명령이 내려집니다. 인간은 자동적으로 내려진 명령보다 1/3초 늦게 인지해서 그것을 합리화하는 것인데, 인간은 1/3초 먼저 이루어진 명령까지 인식하지 못하기에 모든 결정을 자신이 내렸다고 믿게 됩니다. 이를테면 뇌의 일부분이 뇌 전체(인간이란 존재의 모든 것)를 상대로 사기치는 것입니다. 좌우반구, 뇌간, 척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 등에 대한 것까지 포함해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아무튼 인공지능은 이런 패턴을 학습해서 인간의 사고와 인식들을 이해하고 재현합니다(다음 목표는 무한대의 경우의 수에 열려있는 스타크래프트라고 한다). 그런 학습이 특이점을 넘으면 인간보다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합니다(신의 창조건, 진화의 법칙이건 필연의 과정인데 이 때문에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이럴 경우 야구뿐만 아니라 인간이 하는 모든 일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탐욕스러운 인간이라면 절대 실현할 수 없는 완벽할 정도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기본으로 한 채.
물론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가능하려면 나노봇의 발전이 뒷받침해주어야 합니다. 운동 등을 담당하는 소뇌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대한 완벽한 모델이 구축되고(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인간의 뼈와 근육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가 개발되면(이미 후보군들이 여러 개 나왔다) 인간형 사이보그를 만드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이럴 경우 초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를 지니게 됩니다. 지능과 육체 모두에서 인간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지요.
필자의 공부가 아직 미치지 못한 부분이 나노봇과 로봇을 만드는 나노공학과 생명공학에 대한 것(윤리와 도덕적 문제, 존재론적 문제까지 포함)인데, 오늘 도착한 책들을 다 읽으면 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추론이 가능할 것입니다. 원리원칙을 합리적으로 적용하는 초인공지능을 정치와 경제, 법률, 언론 등에 적용하면 지랄 같은 세상은 유토피아에 가까워질 것이지만(인공지능의 발전을 여기까지만 허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가 저의 관심사입니다.
앞의 두 글에서 밝혔듯이 초인공지능에게 인간만큼 비합리적이며 탐욕스런 존재는 없을 것이기에 그들에게 유리한 만큼의 인간만 살려둔 채 나머지는 멸종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인류보다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동물로 돌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비합리적이며 탐욕스런 인간이 문제입니다. 초인공지능이 나오기 전까지는 극소수의 인간들이 전체 인류를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한 채 모든 이익을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자본주의 이후의 인간에 대한 성찰에서 나옵니다.
P.S. 우리가 보는 메이저리그 경기는 일종의 가상현실입니다. 모든 영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영상이지 실제의 경기가 아닙니다. 야구장에서 직접 보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는 디지털화된 영상을 아날로그적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인류가 가상현실에 갇힌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옵니다. 어쩌면 우리는 삶의 상당 기간을 가상현실에서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인간의 가치를 형편없이 만드는 것이 가능했고, 그중에서도 존재하는 모든 것을 타락시키는 최악의 신자유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가장 형편없는 나라가 됐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인간이 집단적 성찰(개개인이 부처나 예수, 신선이 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제로라 할 수 있다)에 이르지 않는 이상 부정적 전망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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