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동 국립묘지에 가면 한 사람이 있다.
언제나 내 편에 서있었던 단 한 사람
몇 분, 어쩌면 며칠 늦춰진 죽음에 대한 근원적 공포에
가뜩이나 푹 들어간 두 눈을
있는 힘을 다해 깜빡이지 않은 채
한없이 동그란 회색빛 검은 시선으로 나를 놓아주지 않았던 분
아무런 말도 없는 몇 분 간
조금 앞에 있는 죽음과
바로 뒤에 있던 삶이
두려움에서 공포로, 떠남과 붙들 수 없음으로 요동치던 그때
창밖으로는 요란한 불길과 날카로운 경고음이
빛의 속도로 영겁회귀하는 작은 공간에서 몸부림쳤다.
더 이상 부를 수 없는 이름
양자요동처럼 떨고있는 사람
떠남은 광속으로 다가와선
영원히 엉킨 시선에 느릿느릿 부딪쳐
하나의 점, 하나의 선, 하나의 파편, 하나의 습기, 하나의 눈물로 차올라선
세상 첫날의 파편처럼
세상 끝날의 연기처럼
시간이 바람에 채여 뚝뚝 떨어진다.
동작동 국립묘지에 가면 한 사람이 있다.
언제나 내 편에 서있었던 단 한 사람
사랑을 가르쳐준 단 한 사람
자신의 멍에는 나두고 내 멍에만 보듬어준 단 한 사람
모든 걸 용서하라고 말하던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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