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는 국가의 존재 이유만 묻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참사는 정부로 대표되는 국가의 역할과 통치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묻는 것이다. 그것이 최대국가이던 최소국가이던, 최대 통치이던 최소 통치이던, 정부가 자유와 사회에 대한 필요악이던,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차악의 선택이던, 그런 것들에 대해서만 묻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참사는 국가의 역할과 통치자의 존재 이유, 즉 국가와 통치의 목적과 필요성에 대해 묻는 미증유의 참극이다. 달리 말하면 5년 동안 국가를 대표하고 국민을 통치하는 주체로서의 정부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해 묻는 것이다. 절대군주제나 권위주의, 파시즘적 전체주의와 국가사회주의보다 우월하다고 확인된 민주적 통치의 목적과 존재 이유에 대해 묻는 것이다.

                              

 

세월호참사는 지난 40년 동안 일방적인 세계화를 추진한 신자유주의적 통치술의 추악함과 끝없는 탐욕, 기득권의 직무유기에 대해 묻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곳에 침투해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정당성에 대해 묻는 것이다. 경제가 정치를 대체해버린 자본의 논리가 민주주의의 가치마저 잠식하는 것에 대해 묻는 것이다. 

 




세월호참사는 수구 기득권의 먹이사슬이 피지도 못한 아이들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 것이다. 어떤 음모론들이 난무한다 해도 세월호참사는 갈수록 벌어지는 불평등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에 대해, 국가의 존재근거이자 통치의 나침판인 국가이성과 통치이성이 더 이상 유효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현대의 민주주의란, 미셀 푸코가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에서 증명했듯, “피통치자들의 합리성이 곧 통치의 합리성에서 규칙화의 원리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최고지도자의 통치행위가 피통치자의 합리적인 의지와 뜻에서 벗어나지 않고, 예측가능한 수준에서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의 위대한 성찰,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격언과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라는 현대민주주의의 근간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면, 박근혜가 모든 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단의 대처라며 내놓은 '해경 해체'에 이의 있다고 절규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특권화된 기득권의 암묵적인 합의이자, 사상 유례가 없는 정치적 꼼수를 거둬들이고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으라는 국민과 유족들의 요구이자 명령이다.

 

 

작년에 작고한 울리히 벡이 말한 대로,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모든 개인들에게 세상 모든 곳에 널려 있는 ‘위험을 등에 지고 사는 삶'을 강요하지 않았다라고 해도, 현재와 같은 국민국가의 탄생은 전체 인구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미셀 푸코의 《안전, 인구, 영토》를 참조). 전체 인구는 배타적 영토 안에 사는 개인들의 총합이기 때문에 국민 한 명 한 명의 안전보장이 곧 통치의 목적이자 역할이며 존재의 근거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참사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그 어떤 특단의 조치라도 민주적이고 정치적인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그것이 사상 최악의 인재이던, 막을 수 없었던 천재이던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지도 못했고, 그런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던 정부가 사후대처에 있어서도 실패할 경우 피통치자들이 통치자에 주었던 정치적 정당성과 통치의 정통성은 유효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무려 304명이나 되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이것만으로도 탄핵대상이고, 통치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마당에, 무능한 것이 만천하에 알려진 정홍원 총리를 재임명한 것도 모자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수습을 담당해야 할 2기 내각의 후보자들이 온갖 추문에 휩싸여 있는 자들이라는 것은 어떤 이유와 정치적 권한을 내세워도 정당화될 수 없다. 

 

 



세월호참사는 이념의 문제도 아니고, 기존 정당이나 기득권 집단에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세월호참사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줄푸세’로 대표되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통치의 합리성과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며,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자본의 탐욕과 정치의 부재에 대한 민심의 옐로우카드다. 그것도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란 불법과 개표조작의 증거들 때문에 한 장은 이미 주어진 상태다.

 

 

야당과 국민이 지닌 거의 유일한 통치의 견제장치인 청문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수석비서관회의에서만 소통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방식은 나머지 한 장의 옐로카드까지 합쳐 레드카드로 바뀔 뿐이다. 세월호참사를 이용해 자신의 통치기반을 재정립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늘의 뜻이라 하는 민심의 바다를 건널 수 없다. 역사는 국민에 반하는 지도자의 최후가 어떤지를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참사를 더 이상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지 말라. 국민이 꺼내든 옐로카드는 대통령만이 아니라 집권세력 전체에 해당됨을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 제도권 방송들도 명심해야 한다.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세월호를 인양해 실체적 진실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 뿐이며,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가 이루어질 때만 가능함을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철수와 김한길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국정조사에서 보여준 것이란 박근혜 정부의 사후대처를 비난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지, 침몰 원인의 구조적인 문제와 정부의 대처에서 드러나는 은폐의 시도들에는 접근조자 못하고 있다. 하긴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2중대에 불과하니 무엇인들 제대로 하겠느냐만은.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P.S. 이 글에 첨부한 사진들(위의 4장)은 오늘 단원고에 가서 아이들이 공부했던 교실에서 찍은 것입니다. 책상 하나하나마다 친구들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저승에서 이승까지 달려온 아이들의 영혼이 머물고 있는 듯해 가슴이 미어질듯 먹먹했습니다. 칠판을 비롯해 교실과 복도의 곳곳에 적혀있는 수많은 얘기들과 완성되지 못한 기억들, 간절한 바람들이 소중한 추억들 속에서 잊지 말아 달라고, 진상규명을 꼭 해달라고 간절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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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6.01.13 07:27 신고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참으로 부끄롭고 미안합니다. 이런나라에 산다는게 부끄럽습니다. 페북으로 퍼갑니다. 좋은 글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2. 耽讀 2016.01.13 07:42 신고

    304명을 지켜내지 못한 것도 탄핵대상이지만,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철저히 가로막는 것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김한길-안철수 체제는 이를 밝힐 능력도 마음도 없었습니다. 무능을 넘어 무책함 자들이었습니다.
    세월호 거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6.01.13 15:29 신고

      인양작업 자체를 유가족에게 오픈하지 않고 있습니다.
      팽목차도에서 24시간 망원경으로 살펴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6.01.13 08:48 신고

    세월호,단원고 영상만 보아도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어제 졸업식 경향이 찍은 영상은 정말 슬프게 하는군요
    나쁜 나라입니다

  4. 바람 언덕 2016.01.13 12:16 신고

    이 문제만 생각하면 이 나라의 끝이 보입니다.
    세상 어디에 이런 나라가 있을까 하는 생각 뿐입니다.
    끝까지, 기억해서,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어른들의 의무이자 사명입니다.

    • 늙은도령 2016.01.13 15:27 신고

      이런 추악한 정부는 다시 없습니다.
      유가족들은 당시의 당대표와 원내대표에게 불만이 많았습니다.
      결국은 그들의 여당을 위한 정치노름만 했던 것이지요.
      국민의당에 다 몰려간 자들 말입니다.

  5. 냥이사랑 2016.01.13 14:12 신고

    세월호 유가족의 심정을 너무나 잘 알지요!저 역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라...
    사는내내 명치끝이 아프고 활짝 웃어보지도 못하는 심정을ㅠㅠ 오늘 박그네 담화 듣자니 홧병이 확 도집디다.어떻게 모든 인식이 저럴 수 있을까 싶었답니다 총선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6.01.13 15:26 신고

      감사합니다.
      어제 아이들의 교실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떠올려봤습니다.
      참으로 슬프더라고요.
      미안햇고...
      유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작업을 참관도 하지 못하게 해수부가 방해하고 있어 34시간 망을 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죽일 놈의 정부입니다.

  6. 요원009 2016.01.13 17:06 신고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하겠다는 것"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다 나왔는데요?

    무리한 과적으로 배가 기울면서 사고가 났고, 책임자 200여명이 처벌 받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나왔습니다.

    물론, 공무원들의 현실감 떨어지는 재발 방지 대책은 당연히 보강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는데, 마치 하나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글을 쓰시는건 잘못된거 아닌가요?



    이런 문단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하겠다는 것".
    "세월호참사의 후 벌어진 솜방망이 처벌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 재발방지"라고 표현하는게 더 알맞지 않겠습니까?

    ㅏ 다르고 ㅓ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6.01.13 17:16 신고

      세월호 출발 당시부터, 지금까지 유족들이 직접 확인한 것들은 다릅니다.
      또한 세월호도 인양되지 않았고요.
      유족들이 현장에 들어갈 수 없게 해수부가 막고 있고, 인양을 핑계로 진실규명을 하염없이 미루고 있습니다.
      제대로 밝혀진 것이 있습니까?
      유병언과 관련된 자들이 거의 다 풀려났고, 해경과 구원파도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김기춘은 무시할 수 있었고, 해운조합의 퇴직 공무원들은 면책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뭐가 해결됐다는 것입니까?
      온갖 것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한데...
      눈이 있으면 더욱 찾아보시고, 발이 있으면 유족들을 만나 진실에 대해 들어보십시오.
      알고자 하면 재판 결과들을 확인하고, 해경 관계자들과 세월호특위를 무력화시킨 자들이 어떤 영전을 했고, 국회 진출도 가능하게 됐는지 살펴보시고.
      만일 이런 노력도 없이 댓글을 단다면 차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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