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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2014년 박근혜의 대국민담화를 되돌아보면



세월호참사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았고 구조가 모두 끝나자 않은 상태에서 박근혜의 대국민담화가 나왔다. 국가에 큰 일만 생기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관례처럼 돼버린 박근혜는 이번에도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자마자 인류의 안전에 치명적인 원전 관련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UAE로 출국했다. 이 땅의 청년들을 중동으로 보내라는 정신나간 발언도 이것에서 출발한다. 





박근혜의 대국민담화에는 필자가 우려했던 모두 다 담겼다. 세월호참사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 있음을 인정했으면서도, 담화의 내용에 따르면 자신이 절대군주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무소불위의 전권을 움켜쥔 채 제멋대로의 국가 개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민주주의를 최대한으로 축소하면서 독재적 통치를 늘려왔던 지금까지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필자는 세월호참사를 되돌아보며 우려했던 것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공약 파기의 연속, 경기 회복의 부재, 인사참극을 무시한 낙하산 인사의 확대, KBS 보도에 대한 불법적인 개입, 청와대를 동원한 책임 회피, 채동욱 찍어내기와 국정원의 셀프개혁 인정 등 대통령과 정부의 난맥상이 임계점에 이른 상황에서, 세월호참사가 박근혜로 하여금 국정 운영의 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박근혜는 국가 개조의 방안에서도 책임을 회피했다. 거대부처로 탄생할 국가재난처(이곳은 누구로 채울 것인가?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재난구조 전문가들로 넘쳐나는가?)를 총리 산에 두어 대통령은 추후에 사고가 일어나도 총리에게 책임만 물으면 된다. 책임총리제를 실시하면서 총리에게 전권을 줘야지, 그것이 아니라면 실제적 권력은 자신이 휘두르면서 책임은 밑으로 돌리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실질적 책임 회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고 전후의 모든 책임을 해경과 해수부, 안전행정부, 공무원, 기업, 관피아, 끼리끼리라는 공직사회의 문화에 돌렸다. 청와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국정난맥상의 책임은 절대적으로 청와대에 있는 데도 말이다. 게다가 책임에 대한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아무런 내용이 없다(여론의 추이를 보겠다는 뜻, 그래서 외국에 나가지 직전에 발표했겠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에 세월호 참사를 끼워 넣은 것은 오늘 담화의 하이라이트다. 자신의 국정 철학인 비정성의 정상화가 오늘의 담화로써 만능통치약이 됐다. 이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이유로 비정상(기준이 무엇인가? 국정 철학에 동의하지 않으면 비정상인가?)으로 낙인찍으면 어떤 개인과 집단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어제 수백 명의 대학생이 유신독재시절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연행됐다.

 

 

박근혜의 대국민담화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앞세운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저항하면 닥치는 대로 진압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무분별한 규제 개혁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었는데 이에 관련된 전 정권의 인사들과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도 없다. 그러면서도 국회의 동의가 없으면 실현불가능한 각종 법들을 만들어 참사의 최종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야당은 이제 죽을 맛이다. 국민으로부터 천대받는 것도 모자라, 세월호참사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공직 사회에 민간의 참여를 늘리겠다는 것은 정부 업무의 본격적인 민영화를 뜻한다.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신자유주의 우파의 5대법칙이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정경유착은 정부업무의 민영화로 대표되는데 박근혜는 세월호참사의 범인들에게 판결의 권한까지 제공해주었다.



                                                            

 

언론의 오보에 대해선 아무런 지적도 없었다. 대국민담화 덕분에 KBS의 인사와 보도에 개입한 책임에서 청와대는 자유로워졌다. 특검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지나가듯 말했을 뿐, 그것마저도 국회에 공을 넘겼다. 실종자가 여전히 존재하는데 해경의 해체를 결정한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식물화될 안전행정부와 해수부는 이번 정권이 야심차게 출발시켰는데, 그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었다.

 

 

결국 오늘 담화의 핵심은 갈수록 약해지는 국정 동력을 세월호참사를 기점으로 다시 움켜쥐겠다는 것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진행하는 일에 딴지를 걸면 세월호참사의 이름으로 국가의 부패와 비리, 반칙과 편법을 응징하는데 방해하는 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세월호집회를 폭력집회로 규정할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서 연원한다). 이 정도 수준의 국가 개조라면 헌법을 바꾸는 것에 준할 정도여서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오늘 담화의 내용은 지나칠 정도로 이상적이며, 비현실적이고, 실현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내용들로 수두룩하다. 당연히 갈등이 고조되면 박근혜의 입감이 세지며, 당연히 늦어질 처방을 제시함으로써 책임을 전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 마디로 해서 본말이 전도됐고, 국민의 분노를 희석시키 위한 정치적 계산이 곳곳에 숨어있는 대국민 담화였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