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가 누구보다도 절실한 문재인을 침묵하도록 만들어놓은 채, 김종인과 홍창선 및 비대위와 공천위원들, 더민주 주요 당직자들, '시민표창 양비진쌤'까지 포함해 김종인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눈에 보인다. 그들은 총선 승리를 내새워, 조중동과 국민의당의 친노·운동권 퇴출 요구를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그 동안 중도와 합리적 보수의 눈으로 봤을 때 눈에 가시 같은 존재들을 속아내고 있다.
이들의 판단은 집토끼만으로는 절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통계에 근거하고 있다. 총선투표율이 50%대에서 정체된 것은 (SNS를 이용하는 지지자까기 포함해) 죽어도 더민주를 찍는 집토끼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이 낮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선거에서 졌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선거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이러니 저러니 온갖 불만·불평을 쏟아내는 집토끼일수록 투표율이 낮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제 업로드된 '시민표창 양비진쌤'의 대담자들도 현재의 선구제도(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투표하지 않는 40%대의 무당층이나 투표거부층을 사로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유시민이 제기한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여야의 전체 득표율이 50대 50임에도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구성된 소선거구제 때문에 국회를 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의 이익에 무섭게 결집하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상류층과 저학력·저소득층, 60~80대, 경상도를 핵심으로 하는 인구구조)이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에 적합하도록 구성돼 있기 때문에 중간층과 무당층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무조건 지는 게임이다. 필자가 투표율이 75%를 넘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하늘이 무너져도 1번을 찍는 35%(이들 모두가 투표한다는 가정 하에)보다 최소 5% 이상의 여유분이 남아야 한다.
소선구제와 인구구성, 비례대표(정당투표) 등을 고려하면 야권이 5% 이상의 득표를 끌어내야 한다. 필자처럼 하늘이 무너져도 새누리당을 찍지 않는 유권자비율이 35%(이들 모두가 투표한다는 가정 하에)라고 할 때, 최소 5%에 이르는 중간층과 무당층의 표가 필요하다. 80%대라는 꿈의 투표율에 이르면 박근혜 탄핵과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2/3 의석수 확보도 가능하다. 새누리당이 모든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가동해도 조중동 폐간까지 진보 진영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이것이 바로 새누리당 없는 세상이다!).
이런 정치공학적 계산 때문에 문재인을 침묵하도록 만든 채, 지상파3사와 조중동(JTBC까지 모든 종편 포함), 국민의당의 요구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위해 호남을 판돈으로 도박(특히 경향, 한겨레 주류, 프레시안, 미디어오늘)을 벌이는 진보매체, 범야권 공영방송을 표방했지만 녹색당과 노동당 등은 포함하지 않는 '시민표창 양비진쌤'까지, 5~10% 이상의 중간층과 무당층에 노골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을 삼고초려해 영입한 것도 이런 시나리오 상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중간층과 무당층의 특징이 '정치가 밥 먹여줘? 누가 정권을 잡든 똑같아. 그냥 꼴보기 싫은 놈들이라도 없었으면 좋겠어'라는 것으로 수렴된다면, 경제민주화의 상징(성공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이자, 박근혜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과대포장된 김종인이 정청래와 강동원 등을 쳐내는 것은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정청래(이재명이 차기대선주자로 떠오를 수 있느냐의 바로미터)와 강동원의 컷오프에 SNS 이용자를 중심으로 상당한 저항이 일어나고, 그들 중 상당수가 투표 거부를 선택한다 해도 전체 득표율로 따지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비해 정청래와 강동원을 비호감·비정상으로 생각하는 5~10%의 중간층과 무당층에서 끌어올 수 있는 득표율이 2~3%는 된다는 계산이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정청래의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다. 그건 정지적 자살과 같기 때문이다).
정치공학적으로만 보면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이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십상시, 새누리당과 조중동 등의 폭정과 막장질을 막으려면 박근혜스럽고 새누리당스러운 짓도 마다할 수 없음이 야권의 현실임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푸코가 누누이 강조했고, 현대물리학의 거장이었던 리처드 파인만이 말했던 것처럼, 세상일이란 예상할 수 없는 사건에 의해 단절되거나 새로운 단계로 비약할 수도 있으며, 모든 역사가 말해주듯이 예측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권력이라는 것이 이런 변수들을 제거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관리·조정하는 것이고, 정보통신기술과 감시 메커니즘이 발전하면서 권력의 힘이 폭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 승리에 이르는 길은 권력의 작용이 아닌 정치의 작용이라는 경험적 직관이 아직까지는 유효하다. 정청래와 강동원의 컷오프는 물론, 금의환양할 가능성이 높아진 김한길과 천정배, 정동영, 주증용, 문병호, 박주선 등에게 전략공천(단수공천 포함)이 이루어진다면 김종인 체제의 더민주는 필패할 것이다.
집토끼가 흥이 나지 않으면 중간층과 무당파층에게도 매력이 사라진다. 이것은 이념과 소신의 문제도, 가치와 비전의 문제도, 정치공학과 선거전략의 문제도 아니다. 그냥 흥이다. 사람사는 세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흥겨움 말이다. 좋지 아니한데, 기쁘지 아니한데 누가 투표장에 갈 것이며, 한 사람이라도 설득하려 할 것인가? 민주주의는 피를 빨아먹고 자라는 나무지만, 피에서 제공받는 것은 부정이 아닌 긍정의 에너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페이스북의 성공요인이 '좋아요'에 있다는 것은 디지털시대를 관통하는 절대진리를 말해준다. 필자 같은 아날로그적 인간에게는 너무나 닭살 돗는 요소지만, 탄생의 순간부터 디지털문화에 익숙한 세대들(19~39세, 집토끼의 핵심)에게는 '좋아요'를 클릭할 수 없다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더민주 비대위와 공천위의 늙은이들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정청래(와 강동원)을 죽이고 김한길과 주승용(천정배, 정동영.박주선, 문병호)을 살린다면 그때는 끝이다.
더민주가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의당과 녹색당, 노동당 등의 진보정당과연대하는데 있다. 19~39세의 투표율이 총선 승패를 가를 것이며, 이것이 가능하려면 국민의당과의 야당 통합이 아니라, 대선에서의 연정으로 이어질 진보정당과의 선거 연대에 있다. 50대 투표율의 총선에서 중간층과 무당층이라는 불확실성에 투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
청춘이 흥에 겨워 춤추고 노래하게 하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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