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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썰전에서 유시민의 고백성사가 뼈아팠던 이유에 대해



오늘의 썰전에서 유시민이 민심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고백한 것은 제가 이번 총선의 특징 중 하나인 '조중동과 여론조사기관, 정치평론가의 몰락'에서 다루려고 했던 것입니다. 방송 자체가 쓰레기이니 사이비 전문가와 평론가들이 판을 칠 수 있었고,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형편없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유시민과 정봉주, 김어준처럼 팟캐스트 진행자들도 광주·호남 민심의 변화에 이렇게까지 무지했다는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총선 직전에 쓴 두 편의 글에서, 광주·호남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보수 성향의 50대 이상에 집중된 현상이기 때문에 문재인의 광주·호남 방문을 기점으로 민심이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팟캐스트와 SNS 등에 기반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에서 국민의당이 가져갈 표들은 더민주와 새누리 양측에서 나올 것이기에 서로 상쇄될 것이라면, 전통지지층의 이탈이 심각한 새누리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새누리당의 과반수 확보가 힘들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던 근거는 제 주변에서 일어난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30~50년 동안 주구장창 새누리당만 찍은 분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들은 (엄청난 고학력임에도 불구하고) 박정희의 압축성장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좌파(더 깊이 들어가면 종북과 노조)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심리를 공유합니다. 박정희 시대의 주역으로서 장관과 차관,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 등에 오른 분들도 수십 명에 이릅니다.  



이명박근혜 정부의 미친 짓거리 때문에 한국경제가 IMF 외환위기보다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을 알면서도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그들이 막장공천(특히 유승민 죽이기)과 옥새파동에 이르러서는 새누리당에 표를 주지 않겠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박정희와 박근혜를 분리하는 경향까지 보여주었습니다. 박근혜의 폭정 때문에 

박정희 신화까지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면 새누리당에게 따금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빠르게 확산하는 것도 지켜봤습니다. 





그들은 종편(jtbc 포함)의 보도행태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종편의 단골패널인 저질 전문가와 평론가들에 대한 비판은 조롱을 넘어 적의의 표출에 이르렀습니다. 친새누리 매체들의 저질·패륜·막장 보도가 새누리당 지지층의 이탈을 견인하는 꼴이었습니다. 저는 그분들 덕분에 강남과 분당처럼 새누리당 지지층이 집중된 곳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들 대부분이 안철수 지지로 돌아선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보수진영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지녔으며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새누리당의 과반수 확보가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 이르는 것은 별로 어려운 추론도 아니었습니다. 국민의당으로 빠져나갈 더민주의 이탈표가 이들의 표와 상쇄될 수준에 이를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김종인도 우습게 보는 그들의 경력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새누리당의 과반수 붕괴와 더민주의 수도권 선전을 예상할 정도로는 충분했습니다.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형편없다는 것까지 더하면 새누리당의 과반수 붕괴를 주도한 자들이 친새누리 매체들과 그들에 기생해 살아가는 패널과 여론조사기관이라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필자가 '정의의 역설'이라고 말했던 것이 이것이었는데, 문제는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팟캐스트 진행자들과 SNS 등의 강자들도 광주와 호남 민심에 관해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필자도 여기에 휩쓸려 의도적으로 정의당을 밀어주는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시작은 김종인 비대위가 정의당과의 야권연대마저 파기함으로써 문재인 죽이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시점이었고, 그 때문에 새누리당의 압승을 피할 수 없고 정의당의 약진이 불가능해졌다는 위기감이 증폭된 것은 유시민의 영향이 컸음도 사실입니다. 비슷한 위험을 느꼈을 문재인 열성지지자들의 집단적 광기(문재인과 김종인을 운명공동체로 묶어두는 것)가 문재인 죽이기로 귀결될 가능성을 줄여보려는 과대망상적 오판도 한몫했습니다. 



유시민이 고백성사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봅니다. 김종인이 문재인의 천적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고,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분석글을 올릴 것이지만, 광주·호남의 민심 변화에 대한 오판은 제가 글을 쓴 이래 최악의 오점으로 남을 것은 분명합니다. 친새누리 매체들과 사이비 평론가들을 비판하느라 진보정당의 환골탈태를 모색하기 위한 공부와 글쓰기를 뒤로 미룬 것도 후회스럽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파국이 아닌 희망의 서곡으로 만든 주역이 청춘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필자에게 가해질 청춘의 비판(인격모독적 비난이 아닌)은 즐거움일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할 것이란 예측을 정의당의 약진에 어떻게라도 접목시키려 했던 읍소 전략도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말했으면서도 제 자신이 그것을 부정한 것이기에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P.S.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광주와 호남을 석권했던 것은 두 가지 원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하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이고 나머지는 김종인 비대위의 미친 짓거리입니다. 이에 대한 글은 밤 8~10시 사이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