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화산 폭발과 대형 지진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지질학과 지구물리학, 지구화학의 도움(메이저 석유회사에 가장 정확한 정보가 있다)을 받아야 하지만, 필자가 이 세 가지 학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오래 전에 읽었던 세 권의 책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구물리학적으로는 《코스모스》에서, 지질학과 지구화학적으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도쿄로 향하는 대형 지진의 경제적 파장에 대해서는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도쿄로 향하는 대형 지진과 후쿠스마 대지진이 초래한 원전폭발을 다룬 책들은 찾지 못해서 기억력에 의존했습니다.
대형 지진을 일으키는 것(화산 폭발은 대류 현상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글로 다룰 생각)을 이해하려면 지구의 내부구조부터 알아야 합니다. 지구는 6634~6,371km의 지구 중심으로부터 내핵(고체금속)과 외핵(액체금속), 하부 맨틀과 상부 맨틀, 지각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내핵에서 외핵으로, 외핵에서 하부 맨틀과 상부 맨틀로, 그 다음에 지각에 이르기까지 37~40억년에 걸친 지구의 형성과정에서 5단계의 구조가 생겼습니다.
각 구조를 구분하기 위해 3개의 전이대가 있는데, 수소덩어리였던 내핵은 엄청난 압력(지표면의 300만배)과 화학적 변화에 의해 헬륨으로 이루어진 고체금속이 되었고, 나머지 수소덩어리는 액체금속 형태로 외핵을 이루었습니다. 그 사이에 내핵과 외핵을 구분하는 전이대가 자리 잡았습니다. 그 위에 지구 자전과 액체금속인 외핵의 영향 때문에 '흐름'이라는 의미의 하부맨틀과 상부맨틀(둘 사이에 전이대)이 자리잡게 되었고, 최정적으로 세 번째 전이대 위로 지각이 형성됐습니다.
지구의 수명은 50억년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태양이 초신성으로 폭발하면 지구도 산산조각나기 때문입니다. 태양이 초신성으로 폭발하기 전 단계인 백색왜성에 이르면 지구가 혹독한 빙하기에 처하기 때문에 생명체의 멸종은 10억년 이상 앞당겨집니다. 인류는 공멸도 마다하지 않는 자기파멸적 탐욕 때문에 그 이전에 멸종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인공지능이 기술특이점을 넘으면 인류는 2100년도 넘기지 못할 것이란 최고과학자와 관련 전문가들의 경고가 속출하고 있다), 거대한 화산 폭발과 대형 지진에 의해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의하면 '지구에서는 하루 평균 두 차례 정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며, 주로 태평양 연안을 비롯한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구의 자전과 중력 및 전자기력의 작용 때문에 상하부의 맨틀(지구 부피의 82%, 질량의 65%)이 움직이면서 화산 폭발과 대형 지진이 발생합니다. 지하에서 이루어지는 핵실험과 초대형 댐의 건설, 대규모 석유 시추 등도 화산 폭발과 대형 지진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지진은 주로 맨틀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 두 개의 판이 서로 만나는 곳에서 발생합니다(지진은 판 내부에서도 발생하는데 확실한 연구가 없어 생략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두 개의 단층이 만나는 지점인 캘리포니아의 샌앤드레이어스와 페루, 일본, 괌 등의 단층대(환태평양 지진대)입니다. '두 개의 판이 서로 충돌하면, 한쪽이 밀려날 때까지 압력이 높아져' 지각(지구 부피의 0.3%에 불과)을 뚫을 만큼 커지면 지진이 발생합니다. 보통 '지진이 일어나는 기간이 길어지면, 그렇게 쌓인 압력이 높아져서 지진의 강도가 지수함수적으로 폭증합니다.
예를 들어 7.3인 지진은 6.3인 지진보다 50대나 더 크고, 5.3인 지진보다는 2,500내나 더 큽니다. 후쿠시마 대지진이 9.0에 이르렀으니 그 피해가 계산불가능할 정도로 컸던 것입니다. 도쿄로 향하는 대형 지진과 후쿠시마 대지진을 다룬 책들을 보면 2020년대 이후에 9.0 전후에 이르는 대지진이 도쿄 근처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지질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옵니다. 그들은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가 원전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서 방벽을 높이는 등 예방대책을 주문했지만 일본 정부와 원전마피아가 이를 묵살했습니다.
도쿄 근처가 위험한 이유는 세 개의 지질학적 판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도쿄 근처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대형지진일 가능성이 높고, 세계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을 정도의 미증유의 피해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지진 발생의 역사를 다룬 책을 보면 관동대지진(1923년, 20만명 사망)과 고베 대지진(1995년, 진도 7.2, 6,394명 사망, 1,000억달러의 피해, just in time으로 세계를 제패한 도요다의 성공으로 적정재고량이란 개념을 무시했던 일본 기업들의 사업구조까지 바궜다)까지 포함해 수많은 지진이 도쿄를 향하고 있다는 연구가 상당히 축적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따르면 경제적 손실이 7조달러(2002년 기준)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앤서니 기든스의 《기후변화의 정치학》에 따르면 34조 4,000억달러(2009년 기준)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날린 금액이 4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도쿄에 대지진이 일어나면 세계경제는 회복불능의 연쇄붕괴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걱정거리(필자의 생존시에 일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는 일본 규슈에서 일어난 지진이 한반도의 남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글을 쓸 때는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나기 전이었다)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만 놓고 보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활성단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한반도 남단에 노후 원전이 밀집돼 있다는 점에서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교훈을 무시할 수만은 없습니다. 한국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더해진다면 대한민국은 진정한 의미의 헬조선으로 빠져듭니다.
얼마든지 돈을 빼돌릴 수 있고, 사업의 본거지까지 옮길 수 있는 슈퍼리치와 자본가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겠지만 하위 99%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제감정기와 한국전쟁보다 더욱 참혹한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필자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진과 화산 폭발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간의 능력으로 화산 폭발과 대형 지진을 막을 수 없다면,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비는 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만 가능합니다.
모든 건물에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노후 원전의 폐쇄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아울러 일부의 원자력공학자들이 핵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원자로(핵폐기물을 태워버리는 방식) 개발에도 정부지원금이 늘어나야 합니다. 모든 원전을 동시에 폐쇄하는 것은 독일처럼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있는 복지선진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기에 노후 원전의 폐쇄와 핵폐기물처리장 건설부터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확보하거나, 모든 국민이 지금보다 훨씬 가난하게 사는 것에 합의할 때까지 노후 원전 폐쇄와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을 더 이상 미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나칠 정도 많은 전기에 중독된 상태입니다. 전 세계에서도 한국 만큼 전기를 흥청망청 쓰는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민간과 공공부분, 개인에 이르기까지 전기 소모량은 타의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에 이것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헬조선에서의 탈출은 불가능합니다(이번 총선에서 녹색당이 원내진출을 이루지 못하고, 정의당이 절반의 승리에 그친 것은 두고두고 아쉽기만 합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5,000달러를 넘어서면 행복지수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연구가 말해주듯, 성장담론에서 벗어나 극단의 불평등들을 완화하는 방식의 공존과 상생을 구현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적 성장지상주의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심판한 것이 총선 민심이라면, 전 세계와 일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지진을 남나라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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