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가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Ballistic Missile Defense, BMD)의 일환이라는 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미국 서부지역의 종말단계(장거리 미사일이 지상에 떨어지는 마지막 단계) 사드 포대 4개와 괌, 일본의 전초탐색기지, 알래스카 메인레이더로 구성돼 있는 BMD는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일본의 전초탐색기지로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탐색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도할 가능성이 사라진 미국으로서는 중국과의 동북아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면 BMD의 완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일본의 오키나와와 한국의 경북지역(성주)을 후보지로 상정한 채 한국과 일본 정부와 물밑작업을 해왔다. 반미정서가 매우 강한 오키나와의 경우 미군기지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지방정부와 주민의 저항이 심한 것에 비해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에 긍정적이었다.
기술적으로도 봐도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비행금지구역과 겹치고, 중국과의 거리가 멀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에 비해 성주는 산지라는 단점이 있지만 2,000km를 이 잡듯 탐색할 수 있는 X밴드 레이더의 실효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부채꼴 탐색을 하지 않고 북한을 향해서만 고정시키겠다고 하지만 이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주한미군이 한국정부에게 알리지도 않고 탄저균 실험을 하는 등 과거의 사례를 통해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다.
성주 배치의 이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국 정부가 사드 운용에 필요한 제반 부지와 시설 등을 제공해야 하고, 이후 전력과 용수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최소비용만으로 BMD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다. 다음 백악관 주인이 트럼프가 되는 것을 무조건 막아야 하는 오바마 정부로서는 BMD 옹호론자인 힐러리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사드의 성주 배치 확정을 밀어붙일 필요성이 매우 컸다.
더민주가 사드의 성주 배치에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전대미문의 줄타기를 고집하는 이유도 이런 것들 때문이다. 더민주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철희 등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를 고려해야 한다는 발언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그의 판단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떡 줄 생각도 없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는 우리네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필자만이 아니리라.
임시 대표인 김종인이 '한 번 결정된 외교, 안보 결정은 바꾸기 힘들다'며 '사드 배치 결정 철회와 공론화를 요구하며, 한국정부가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에 국회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문재인의 담화(헌법 60조 1항에 근거)를 일언지하에 일축(김종인의 특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즉, 더민주가 지금 집권하더라도 사드의 성주 배치를 되돌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뜻이다.
육영수의 선영이 있고,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열성지지자였던 성주군민들이 박근혜 사진을 뜯어내고, 새누리당을 집단으로 탈당하고, 성주군민에게 빨갱이 딱지를 붙인 TV조선 기자들을 내쫓고, 서울로 상경해 더민주를 방문했을 때도 전략적 모호성(욕먹지 않을 적당한 수준의 반대)을 유지하며 손을 잡아주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쯤되면 김종인과 이철희의 더민주는 집권한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시 말해 성주군민의 표도 필요없고, 전통적인 새누리당의 표밭이 뿌리 채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그들을 끌어들여 지역구도를 타파(노무현의 꿈이었다)할 생각도 없으며, 오로지 집권했을 때를 가정해 미국의 눈밖에 나지 않는 데만 신경쓰는 것이 현재의 더민주다. 지난 총선에서 제1당의 지위에 올랐고,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이 살아있는 더민주가 이 모양이니, 송영선(야권의 X맨일 수도 있지만)이 밤샘토론에 나와 '11억 중국 거지떼들'이라는 망언도 내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필자가 여러 번 비판했던) 손석희의 뉴스룸과 jtbc보도부문의 활약이 없었다면 사드의 성주 배치가 별다른 저항없이 진행됐을 수도 있다. 그나마 온라인 상에서 정의당과 수많은 시민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이 정도까지 왔지, 김대중과 노무현을 배출한 더민주에게 의지했었다면 황교안의 희망대로 '일개 포병 중대'가 아닌 '많을수록 좋은' 사드 배치가 추진됐을 수도 있다.
사드가 일단 배치되면 확장적 군비경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중국의 경제단절(동북삼성 정부의 반대가 극심하겠지만)이라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할 마지막 지렛대도 사라진다. 결국 현재의 더민주가 집권해도 수도권 방어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래서 추가적인 미국무기(패트리어트 미사일) 구입을 피할 수 없는, 사드의 성주 배치를 되돌릴 가능성은 제로라 할 수 있다.
박근헤 정부는 가만히 나눠도 무너진다. 부자 몸조심 노릇에 재미들린 더민주는 부스러기만 주워먹어도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의 고통과 함께 하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실익만 챙기면 되는 배부른 돼지'가 좋은 모양이다. 원내대표 우상호는 파파이스에 나와 대권후보가 문재인이 될지, 다른 사람이 될지 모른다고도 했다. 김종인과 우상호, 이철희로 이어지는 라인에서 무엇인가 확실한 집권전략이 있는가 보다, 고통받는 성주군민과 국민의 분노를 개, 돼지의 비명인양 치부해 버려도 되는.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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