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1심이지만 권은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판결문을 보지 못해 확신할 수 없지만 이번 판결은 김용판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원세훈의 선거법 위반 사건도 파기환송한 대법원의 판결과 상충된다. 박근혜의 정치적 정통성이 걸린 문제라 정치검찰이 무조건 항소할 텐데, 권은희가 2심과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두 개의 판결이 상충되기 때문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이 김용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에 재심에 들어가는 경우에만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 원세훈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고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원세훈은 검찰이 위법의 증거로 제시했던 것을 취소하는 바람에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끌어내는데 성공했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자신이 제출한 증거를 스스로 거둬들인 (박근혜 정부의) 지독히 정치적인 검찰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어디엔가 숨겨두었을) 새로운 증거를 제시할 경우, 원세훈의 유죄 선고는 유효하게 된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양심은 남아있었던 듯한) 대법원은 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내면서도 원세훈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던 것이다. 대법원이 보기에도 유죄는 확실하기 때문에 검찰이 증거를 거둬들였다 해도 유무죄 판단을 보류함으로써 고심의 판결을 뒤집지는 않았다.
결국 김용판의 무죄를 뒤집고 원세훈의 유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지독히도 정치적이며, 김기춘에 이어 우병우에게도 장악돼 친새누리 매체들로부터 등신 취급받는 정치검찰이 (시궁창에 쳐박아버린 법적 양심을 걷어올려 깨끗이 씻은 후에 검찰과 국정원 내부에 꼭꼭 숨겨두었을) 유죄의 증거들을 제출하지 않은 한 권은희의 재판과 김용판·원세훈 재판을 하나로 묶어 박근혜의 정치적 정통성을 부정할 방법이란 없다.
검찰이 기소독점권과 기소편의성을 독점하는 조건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충성을 다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공수처를 신설하거나 검찰총장과 지검장들을 선거로 뽑아야 한다. 이것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완전히 확보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명박근혜 정부의 정치검찰을 보지 않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다. 사드 배치 폭탄돌리기와 우병우 국기문란 사태로 정신없는 상황에서 권은희의 1심판결이 핫이슈로 부상할지 알 수 없지만, 검찰의 정치적 행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세 마디만 덧붙이면, 음지에서 양지를 조작하는 국정원, 지금 쫄고 있나? 너희도 누구처럼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느라 가슴이 새까맡게 타버렸나? 역사의 정의는 어떤 식으로든 실현되는 법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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