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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민의 이름으로 김구의 살생부를 다시 만들자



말도 안 되는 일이 또 자행될 모양이다. '최태민 게이트'의 청산대상인 쓰레기들의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요구에 부응해 단 한 번도 국정을 책임지지 않은 박근혜가 국정의 연속성 운운하며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쇄신에 나설 것 같다는 여론조작용 바람잡이에 나섰다. 국민과 야당은 '박근혜는 퇴진하고 최순실은 하야하라'는 분노의 외침을 쏟아내고 있는데, 친일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현 집권세력은 이번에도 자가면죄부를 발행하는 반동적 모반을 시도하고 있다. 



우병우의 정치검찰이 출국금지조치를 해놓지 않아 중요 서류들을 들고 독일을 도피하는데 성공한 최순실도 세계일보을 이용해 대국민 언론플레이에 나섰다. 이들은 국민 전체를 상대로 역사상 최고의 사기를 치기로 작정한 것이 분명하다. 박근혜의 돌격대장 김진태도 동원됐고, 새누리당 일부에서 '박근혜 유신공주 구하기'의 조짐도 보인다. 최순실과 박근혜가 서로 다른 말을 쏟아내면서 대한민국을 더욱 혼란 속으로 빠뜨리는 칼날 위의 도박에 들어간 모양세다.





쓰레기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박근혜와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비선실세들은 손가락 몇 개만 잘라내는 선에서 개·돼지의 아우성을 빗겨가겠다는 뜻이다. 18대 대통령이 살아있는 최순실도 아닌 죽은 최태민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폭로된 마당에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정유라만 지킬 수 있다면 최순실과 우병우, 정호성, 김한수, 팔선녀 정도는 얼마든지 버릴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악어의 눈물'은 세월호참사의 후폭풍을 잠재우는데 써먹었으니, 이번에는 일정 수준의 피를 흘리는 것으로 '최태민 게이트'의 후폭풍을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자신의 방패막이 역할에 충실했던 헌법재판소만 확실하게 단돌이치면, 국회의 탄핵은 (노무현을 탄핵시켰을 때처럼) 얼마든지 무효화시키거나 대선에서 승리할 때까지 미룰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분노한 개·돼지들이 우리를 박차고 나와 '촛불의 난장판'을 벌인다 해도, 더욱 강화된 명박산성과 살인물대포로 중무장한 야만공권력을 총동원하면 박정희의 필살기였던 계엄령 선포까지도 필요하지 않다는 계산이 나왔을 수도 있다. 자신이 던져준 고기덩어리에 길들여진 쓰레기들의 편파적이고 왜곡된 보도를 통해 박정희 숭배자와 콘크리트지지층에게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처럼 폭력적인 개·돼지 몰이에 나서라고 선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필자가 이런 추론에 이른 것은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한 바지 비서실장 이원종이 "국민에게 아픔도 주셨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를 입고 마음 아픈 분이 대통령"이라며 박근혜 특유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이원종은 박근혜가 위기에 몰릴 때마다 들고나오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통해 '최태민 게이트'마저도 '혼이 비정상인 자들의 집단적 일탈'로 몰고가면서 반격의 깃발을 올린 것일 수도 있다. 



자르고 잘라도 남아도는 꼬리가 있는 박근혜와 입을 맞춘 듯 최순실은 통일교 신문인 세계일보를 통해 박근혜를 쉴드치면서, 자신의 범죄도 함께 자가 면죄부를 발행하려고 시도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최순실과 정유라 등 '최태민 게이트'의 관련자들이 모두 잠적한 상태라 충분히 시간을 끌며 국면전환을 노릴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지지율이 17%로 떨어진 박근혜가 평상시처럼 외부행사에 참여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답이 나온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상상을 초월하는 광란의 굿판임에도, 사이코패스가 아니면 무엇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박근혜가 (여전히 베일 뒤에 숨어있는 또다른) 비선실세들과 입을 맞춘 후 정면돌파를 선택한 이상 제2, 제3… 그렇게 수천 수만의 백남기가 나오는 것까지 각오했을지도 모른다. 김종철과 조기숙 등의 《노무현의 민주주의》를 읽는 중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쓰레기들의 보도를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을 제어할 수 없었다. 



죄의식과 양심이라곤 머리카락 한 올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박근혜가 새누리당의 요구에 따라 국정의 연속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쇄신에 나서겠다니, 국민을 정말로 개·돼지로 여기는 것이 분명하다. 박근혜가 자신의 아버지처럼 끝끝내 국민을 이기려 한다면 목숨을 내놓고 전력으로 부딪칠 밖에야. 이대생이 승리한 것처럼, 성주군민이 승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3.1운동과 4.19혁명을 재현할 밖에야. 



그리고 국민의 이름으로 살생부를 작성하겠다. 백범 김구가 작성했지만 단 한 명도 청산하지 못한 친일부역자 살생부를 오늘에 되살려내, 진정한 독립과 민주주의와 헌법의 이름으로 모조리 단죄하겠다. 청산의 칼날에는 추호의 관용도 없을 테니, 자신이 저지른 범죄들의 대부분을 은폐하기 위해 끝끝내 국민을 이겨려 한다면 목숨을 내놓고 전력으로 부딪치겠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