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로 허공에 날아간 돈이 14조달러(약 1경 6000조, 경제규모 세계 13위인 대한민국이 1조 1000조 정도 나간다) 정도됩니다. 2008년 이후 세계경제가 회복되지 못하는 것도 이때 사라진 돈을 만회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영국, 유로존, 일본 등이 (국가와 국민, 미래세대를 담보로)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지만 (폭락했던 주가만 회복됐을 뿐) 세계의 실물경제가 여전히 죽을 쓰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천문학적인 공적자금과 무제한 양적완화로 주가가 회복됨에 따라 상류층은 잃었던 돈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잃어버린 10년' 동안 중산층은 무너졌고 하층민은 빈곤층으로 추락했습니다. 상위 1%의 재산은 극단적인 불평등의 시대였던 19세기에 근접할 만큼 늘어났습니다. 그것이 혈세를 빨아먹는 정부사업의 형태던, 공기업의 민영화던, 감세와 면세의 형태던, 해외투자의 방식이던 빼돌리던 국가와 국민, 미래세대를 담보로 만들어진 돈들의 대부분이 이들의 수중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토마스 프랭크의 책제목처럼,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드는데 성공한 시장 우파'가 정경관언 유착이란 반칙과 특권, 부정과 비리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1929년의 경제대공황을 능가하는 경제대침체의 10년 동안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쏟아낸 천문학적인 혈세와 무상대출을 독식하는 사업체제를 구축했고, 떼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보여준 19세기에 준하는 극단적인 불평등이 이런 방식으로 고착화됐습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불평등 증가의 속도를 상당히 줄였지만,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시장 우파(친일부역→미일유학→개발독재→시장근본주의)가 주도한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줄푸세'로 인해 대한민국의 불평등은 미국에 이은 2위(OECD가입국 중에서, 사회복지가 형편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1위)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마다 비중은 다르겠지만, 촛불집회에 참석한 연인원 160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의 분노에는 입시지옥, 청년실업, 중년파산, 노인빈곤으로 대표되는 극단적인 불평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분야에서 지배엘리트과 이익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시장 우파의 반칙과 특권, 부정과 비리의 카르텔(정경관언 유착)을 해체에 준할 정도로 분해한 후 새로 조립해야 합니다. 촛불혁명의 시대정신이 적폐청산과 국가개조인 것도 이 때문인데, 이럴 경우 더 이상의 독점과 축재가 불가능해질 시장 우파의 카르텔이 문재인을 죽이기 위해 안철수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대동단결을 이루었습니다.
시장 우파는 '하위 99%의 부를 상위 1%에게 이전하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는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로 청년실업, 중년파산, 노인빈곤의 대가로 천문학적인 부를 독식하고 세습할 수 있었습니다. 안철수의 지지율 폭등은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안철수가 자신의 정체성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시장 우파의 본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입니다.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라는 안철수의 발언이 이래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안철수가 북한의 미사일을 전혀 방어할 수 없는 사드 배치의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우파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인 국민의 혈세와 공기업의 민영화, 국가부채로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보복쯤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습니다. 4대강공사, 자원외교, 방산비리, 세월호참사, 메르스대란, 가습기살균제 참극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시장 우파에게 국가라는 존재란 국민을 착취하기 위한 마르지 않는 이익의 원천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리처드 피트 등이 《불경한 삼위일체》에서 적나라하게 파헤쳤듯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것을 넘어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시장 우파'의 득세는 이명박근혜 9년을 넘어 안철수를 통해 '사탄의 맷돌'을 계속해서 돌리려는 모양입니다. 진보매체까지 포함한 기성언론의 문재인 죽이기와 사드 배치로도 모자라 한반도를 전면전의 위기로 내몰고 있는 미국의 대선개입까지, 시장 우파의 생명연장(정권재창출) 프로젝트는 안철수의 지지율 폭등과 정체성 드러내기로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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