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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JTBC 뉴스룸만이 국정원 적폐청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정희의 중앙정보부를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은, 독재자가 그 많은 국민과 기업, 언론, 학교, 단체들을 억압하고 착취할 수 있었는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유신독재 시절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필자 같은 학생들도 박정희를 비판하고자 하면 주위에 중앙정보부의 감시라고 느껴지는 무엇이라도 있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 다음에야 할 수 있습니다. 중앙정보부는 존재하는 자체로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공산당보다 더한 공포를 국민에게 주입시켰습니다.





중앙정보부는 어디에나 있었고ㅡ그렇게 느껴지도록 국민을 세뇌했고 위협했고 감시했으며ㅡ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와 헌법과 인권 위에 군림했습니다. 국가의 안보가 아닌 정권의 안보를 조직의 목표로 삼았던 중앙정보부는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고, 언론과 기업들을 제멋대로 다룰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박정희에게 충성을 다하는 대신 모든 국민 위에 있는 만인지상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습니다. 해병대가 귀신을 잡는다면 중앙정보부는 신을 잡았습니다.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후보자를 검증하고 내세우고 떨어뜨리는 것도 다반사로 일어났습니다. 박정희에 저항하는 현역의원들을 트럭으로 실어나르며 개 패듯이 팬 적도 있었습니다. 여당이 거수기 노릇에 충실해진 것도 이때부터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정권에 해가 된다면, 해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면, 정국 불안 때문에 이를 잠재울 희생양이 필요하다면 납치와 고문, 조작과 살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언론만이 아니라 재벌과 대기업에 국정원 직원이 상주하거나 그에 준하는 감시를 받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했으며, 일부 재벌에서는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람들의 사상까지 검증했습니다(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박근혜 시절에 필자의 동생을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이 있었다). 중앙정보부의 감시망은 외국 주재 대사관과 영사관, 각종 한인협회 등을 통해 유학생과 이민자들에까지 미쳤습니다. 한국인이라면 중앙정보부를 두려워하지 않은 채 산다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중앙정보부에서 안기부를 거쳐 국정원에 이른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역사는 민주정부 10년을 빼면 보수정권의 안보와 집권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악마의 집단이었습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상당한 수준의 개혁이 이루어졌지만 이명박이 집권하면서 10년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화했습니다. JTBC 뉴스룸의 특종으로 알려진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선거개입 및 대국민심리전 등이 그 결과에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정희 유신독재의 중앙정보부처럼 이명박근혜 9년의 국정원은 만악의 근원이었습니다. 이들의 범죄들을 밝혀내는 것은 이명박근혜 9년의 모든 것들로 퍼져갈 수 있는 핵폭탄급 휘발성을 지닌 작업입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선정한 13가지 의혹들은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자행된 국정원의 범죄들 중에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 13가지 의혹들을 조사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과 단죄가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국정원을 송두리째 바꾸는 작업이 뒤를 이을 수 있습니다. 



북한의 광기 어린 도발이 계속되고, 이에 대항해 미국과 중국의 미친 짓거리들이 난마처럼 얽혀들지만 않는다면, 그래서 국내의 여론이 두 쬭으로 갈라지지 않는다면 국정원을 정보기관으로 바로세우는 일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도 그렇겠지만,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해야 직성이 풀리는 기성언론과 야당들, 극좌와 극우주의자들이 평화와 전쟁을 두고 각자의 목소리만 높이는 것입니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행정권만으로 북한과 중국,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국내의 여론마저 양극단으로 갈라지면 국정원 개혁을 제대로 진행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안보 이슈가 극대화되면 국정원 개혁에 반발하는 힘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정원의 적폐를 청산하는 작업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극적인 죽음으로 내몬 것과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이 지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제멋대로 주물렀던 부패 기득권들과 지배엘리트들의 반노·반문정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지금까지도 '모든 것이 노무현 때문'이라는 생각이 강고합니다. 이것 때문에 문통의 국정원 적폐청산과 개혁에 대해 '정치 보복이 아니냐'는 친이계와 자한당, 바른정당, 반문언론들의 반발이 격렬한 것이기도 하고요. 13가지 의혹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반발의 강도도 더욱 커지고 전방위적으로 퍼져갈 수 있습니다. 





이명박근혜의 부역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공영방송과 그밖의 언론들은 노무현의 비극적인 죽음에 동참했던 경력 때문에 국정원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이로부터 자유롭고 박근혜가 이적단체로 규정한 JTBC 뉴스룸만이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13가지 의혹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언론들이 국정원 보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70%까지 떨어진 지금,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었으면 합니다. 팟캐스트와 SNS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촛불혁명의 결과인 문재인 정부의 힘은 깨시민들의 지지와 깊은 신뢰에서 나오기 때문에 지지율 하락은 위험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정원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면, 민주정부 10년의 실패를 문재인 정부가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힘을 실어주었으면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