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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통에 대한 손혜원 의원의 신중치 못한 발언에 경계를 표하며


팟캐스트 '정치 알아야 바꾼다'와 '경제알바' '검찰알바' 등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손혜원 의원의 발언들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습니다. 여러 번 구설수에 올랐던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기득권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는 누구도 살려두지 않겠다'는 서울대 교수들과 문재인을 노무현처럼 죽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기레기들의 구역질나는 합작에 힘을 실어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현명하기 때문에 박기영을 사퇴시킬 것'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손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문재인 대통령을 현명(신중하고 지혜로운)하지 못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정치알바'에서의 발언을 SNS에도 올렸습니다. 손 의원의 발언이 옳다면 '박기영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뜻이 됩니다. 박기영을 사퇴시켜야 현명해지는 것이라면, 문통이 그녀를 임명했고, 직접 국민에게 양해를 구했으며,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임명 취지까지 추가로 브리핑시켰기 때문에 문통이 (무려 세 번이나) 현명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손혜원 의원은 틈만 나면 자신이 정치에 입문한 이유에 대해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어서였다'는 말을 합니다. 마케팅과 홍보 분야에서 탁월한 성공을 거둔 전문가라는 특성 때문에 '대통령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국회의원의 된 이후에도 똑같은 말을 한다는 것은 엘리트주의자의 오만함(손혜원은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오만한지 알지 못한다)이 그대로 드러나는 불적절한 말입니다. 홍보전문가로써 이명박 같은 사기꾼과 박근혜 같은 무지한 자를 권좌에 올릴 때는 '만든다'는 말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문재인에게는 어림도 없는 말입니다. 



성공한 자들의 공통적 특성 가운데 하나인 손혜원의 이런 발언들은 박기영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문통이 했을 고민의 양과 질을, 청와대 참모들과의 수없은 토론을, 당시의 상황을 정밀하게 되짚어보는 과정을 거친 후에 나왔다는 사실을 완전히 뭉개버릴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박기영을 임명하면 온갖 똥칠을 당할 것이라는 (자칭) 문재인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문통과 참모들이 현명하지 못해서 이런 결정을 했다는 전제가 있을 때만 손 의원의 발언은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문재인이 어떤 사람입니까? 한국에서 최고로 머리가 좋다는 사람들이 모인 사법연수원을 차석(실제로는 수석)으로 수료한 사람이며, 천하의 노무현은 물론 유시민과 안희정, 김경수 등이 한결같이 따르고 신뢰하며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이명박근혜 9년 동안 문재인을 죽이기 위해 정권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생까지도 뒤지겠다는 현미경·저인망식 사찰과 먼지털기에도 끝내는 문제점 하나 찾아내지 못할 만큼 정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신중하고 지헤롭지 못하면 절대 이렇게 살 수 없습니다. 





그런 문통이, 그런 문통을 보좌하는 뛰어난 참모들이 황우석 사태에 연루돼 있다는 원죄 때문에 충분히 예상되는 반발을 무릎쓰고 지방대 교수인 박기영을 참여정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부활시켜 초대 본부장에 임명할 때는 '현명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한학수 PD가 박기영을 김기춘과 비교한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문통의 고민과 의지는 박수현 대변인의 브리핑에 자세히 나와있었고, 박기영에게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해주면서까지 임명을 강행했을 때는 그것에 합당한, 아니 그 이상의 목표와 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입니다.



과학계(어떤 과학계인지 정확하게 밝힌 언론은 단 하나도 없었다)를 대표해 박기영 임명철회를 요구한 서울대 교수들에게는 모든 언론이 기회를 주었으면서도, 황우석의 배아세포를 다루는 기술은 살려야 한다(그의 범죄는 용서할 수 없다 해도)는 기술사협회의 찬성 표명은 어떤 언론도 다루어주지 않았습니다. 진리를 찾는 과학과 이를 현실상에서 구현하는 기술(공학)의 차이를 무시한다 해도, 이명박근혜 때는 기계적 균형도 지키지 않았으면서도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기계적 균형을 울부짖는 언론들의 일방적 주장에 힘을 실어준 손혜원의 발언은 문통을 현명하지 못한 대통령이나, 여론의 공격을 받아야 현명해지는 대통령으로 추락시켰습니다.



문통은 이로써 인사청문회가 필요없는 인사권 행사마저 여론의 눈치를 살펴봐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박기영 임명에 격렬하게 반대했던 지지자들은 문통의 인사권마저 제한함으로써 '그들이 허락하는 선에서만의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를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문통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불온한 자들에게서 지킨다는 명목으로 문통이 원하는 인물의 임명마저 무효화시키는 쾌거(월권 또는 국민의 권리)를 이루었습니다. 



탁현민 행정관에 대한 집요한 공격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이번 공격은 '노무현 죽이기'와 완전하게 겹치지만 문통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서 사태의 본질이 가려져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갈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다시 말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문통의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는 노통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선례가 생겼습니다. 박기영을 몰아내는데 성공한 과학계가 그녀의 반론에 '자제하라'고 찍어누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들이 제대로 된 과학자라면 집단적 권위와 언론의 일방적인 도움을 동원해 찍어누르는 것이 아니라 박기영의 반론(서울대 교수가 주범)에 사실 관계를 밝히는 재반론을 펼쳐야 합니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 진실 여부에 대한 것이지 일방적 여론몰이로 승부를 갈랐으니 닥치고 있으라는 권위주의적 행태가 아닙니다. 그럴 때만이 20조에 이르는 R&D 예산이 학벌과 소재, 명성 같은 왜곡된 권력에 의하지 않고 필요한 곳에 골고루 지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대표를 할 때에도, 대선캠프를 구성할 때도,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에도 문재인은 자신의 최측근들을 청와대로 데려가지 못했습니다. 필자는, 문통이 첫 번째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그렇게도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던 것이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통은 자신의 사람들을 청와대로 데려갈 수 있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비토와 조작, 왜곡, 선동, 저항, 지지율 하락 속에서도 훌륭한 성적(거의 다 알려지지 않았지만)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박기영이 부활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수장으로 적절한가 그렇지 않은가와 상관 없습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문통과 청와대가 박기영을 본부장으로 임명한 것이 국민에게 받아들여지 않았다고 해서 그녀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해서 그랬다는 식의 발언과 그들이 지혜롭다면 (특정되지 않은) 과학계의 반발과 여론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문통과 청와대를 자기 멋대로 재단하는 것입니다. 문통과 청와대는 면피를 할 수 있을지언정 박기영이라는 인간의 인권은 또 어떻게 된단 말입니까?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인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지율은 떨어지기 마련이고 노통보다도 자신의 사람들을 쓰지 못하고 있는 문통이기에 박기영의 4일이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문통이 일을 줄이려면,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정 경험이 풍부하다 해도, 그래서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해도 탁현민 행정관처럼 문통의 장점을 극대화시켜줄 사람들이 없으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봉하마을을 찾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