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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미디어오늘의 성급한 보도와 세월호 유족과 만난 문통


'[단독] 정부 차원의 세월호 조사위원회 없던 일로' ㅡ 여러분들은 이 기사의 제목에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필자는 이런 제목의 미디어오늘 기사(8월 14일)를 클릭하며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퇴색한 것을 고발하는 보도인가?'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통의 의지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장관을 비롯해 고위공무원 몇 명만 바뀐 해수부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클릭했습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청와대 혹은 국무총리실 직속의 조사기구를 만드는 방안과 검찰 재수사 등을 놓고 검토해왔다. 해수부가 보고한 문서에 따르면 조사기구 관련 논의는 없던 일이 된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석달여 후엔 2기 특조위 법안의 처리가 예정된 상황이어서 2기 특조위가 가동될 경우 조사위원회의 위상이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에 띄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검찰 재수사의 경우, 박상기 신임 법무부장관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검찰이 다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이외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볼 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과제는 향후 세워질 2기 특조위로 그 역할이 모아지게 됐다.



사람마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 미디어오늘의 기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해수부의 문서를 [단독]으로 입수한 것처럼 보이는, 또는 보이도록 유도한 미디어오늘의 기사가 문재인 정부의 진상규명 의지에 의문을 표한 대단히 성급한 기사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기사가 나간 이틀 후, 청와대에서 세월호참사의 유족들과 만난 문통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없던 일로 한 것은 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였음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오늘을 즐겨 찾는 필자가 이번 글을 쓴 이유는 한국의 언론들이 문재인 정부를 감시할 의무는 있지만 그것 때문에, 또는 그것과 상관없는 속보경쟁(광고와 관련돼 있다)에 매몰돼 문재인 정부를 궁지로 내모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혁명의 힘으로 정권을 탈환했다지만, 며칠 전에야 첫 번째 내각을 구성할 수 있었던 문통에게 '이 공약은 왜 지키지 않느냐, 저 공약은 또 지키지 않느냐'며 닥달하는 언론의 행태는 문재인 정부를 실패로 안내할 뿐입니다. 





김용민이 애용하는 단어를 빌리면 'X도 아닌 언론들'이 대부분의 광고와 협찬을 쓸어가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보수화된 포털들이 조중동과 연합뉴스, MBC와 KBS 같은 'X도 아닌 언론들'의 기사만 사랑하고 비호하는 까닭에 [단독]이나 [속보]를 남발하고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지 않으면 네티즌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현실도 모르지 않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가난한 조중동' 소리를 들을 정도라면 미디어오늘 같은 매체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해서,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문재인 정부가 언론진흥기금 같은 것을 조성해 열악한 환경의 언론들을 도와주는 방안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조중동의 배만 불려주었던 신문발전기금과는 달리 깨시민과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독립위원회를 통해 언론의 투명성과 독립성, 신뢰도 등을 평가해 일정 기준을 갖춘 작은 언론들부터 지원금을 분배하는 것입니다. '장충기 문자'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국언론의 역겨움에서 벗어나려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기금의 조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이대로 둘 수 없는 공영방송의 정상화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타락을 메꿀 수 있는 언론들이 충분하다면 정권교체에 계량화하기 힘든 공헌을 한 팟캐스트와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명박근혜와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친일수구세력, 독점재벌과 사학재벌로 대표되는 부패 기득권에 기생해 부와 권력을 누려온 기레기들은 존재 자체가 사회적 흉기라면, 그들에 맞대응할 수 있는 언론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담배값에 붙는 세금 중 일부만 돌려도 좋은 언론들을 양성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근혜 9년의 신자유주의적 대국민사기극 때문에 국민의 스트레스가 늘어났고, 그 때문에 담배 소비가 늘어났다면 그중의 일부를 좋은 언론들을 양성하는데 사용해 국민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면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에고, 쑥스러워라^^). 현대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중요성이 정부를 이루는 3부보다 중요하다고 한다면 민주적 언론환경의 구축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문재인 정부가 '국민이 주인인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려면 좋은 언론들이 많을수록 성공확률은 높아지지 않을까요?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도 든든한 지원군이 많다면 임기 내내 이어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진 출처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