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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는 공간

라마찬드라 박사의 두뇌 실험실ㅡ프로이트의 재발견


아래의 글은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의 <제7장, 왜 두뇌는 변명에 익숙해졌을까?>에 나온 내용입니다. 





프로이트의 주장 중에서 비록 덜 알려지긴 했지만 흥미로운 것 중의 하나는, 그가 모든 위대한 과학혁명에 공통적인 단일 분모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약간은 놀랍지만 이들 모두는 우주의 중심에서 '인간'을 퇴위시키고 모욕하는 것들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그 첫 번째는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이다. 여기서 우주의 지동설 혹은 지구 중심적 견해가 지구는 단지 광활한 우주의 한 점 먼지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대체된다. 


두 번째는 다윈의 혁명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유태성숙의 왜소한 털 없는 원숭이일 뿐이며, 최소환 지금의 일시적 성공을 가능케 한 모종의 특성을 우연히 진화시킨 존재이다.


세 번째 위대한 과학혁명은 프로이트 자신에 의한 무의식의 발견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무엇을 장악하고 있다'는 인간적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가 삶에서 행하는 모든 일은 무의식적인 감정, 욕구, 동기 등에 의해 지배된다. 의식이라는 것은 우리의 행위를 사후적으로 세련되게 정당화시켜주는 빙산의 일각과 같은 것이다. 


나는 프로이트가 위대한 과학혁명의 공통분모를 정확하게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는 왜 그것이 위대한 과학혁명의 공통분모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왜 인간은 '모욕당하거나' 권좌에서 물러나는 것을 즐기는가? 인간 종을 왜소하게 만드는 새로운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인간은 무엇을 얻는가?




여기서 방향을 틀어, 우주론, 진화, 두뇌과학이 왜 비단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프로이트적으로 해석해보자.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을 분명히 알고 있으며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우주를 연구해 초시간적인 통찰을 갖게 되면서, 우리가 더 큰 무엇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변화하는 우주, 영원히 끝나지 않는 드라마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우리 자신의 개인적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덜게 된다. 아마도 여기가 과학자들이 가장 종교적인 체험을 하게 되는 지점일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진화의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과 함께, 스스로를 위대한 여행의 일부로 파악하게 해준다. 두뇌과학도 마찬가지이다. 이 혁명을 통해 우리는 마음이나 육체와 구분되는 영혼이 있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무섭기는커녕 우리를 매우 자유롭게 해준다. 스스로가 이 세계의 특별한 존재이고 특권적 위치에서 우주를 쳐다보는 고상한 존재라면, 우리의 소멸은 매우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가 단지 구경꾼이 아니라 시바가 주는 거대한 우주적 춤의 일부라면, 우리의 불가피한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자연과의 행복한 재결합이 된다. 


브라만이 전부이다. 브라만에서 현상, 감각, 욕구, 행위가 나온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단지 이름과 형상일 뿐이다. 누군가가 브라만을 알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브라만이라는 심장의 연꽃 속에 거주하는 자아와의 일체성을 경험해야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슬픔과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고, 모든 지식을 초월한 신비한 본질과 하나가 된다. 

                                                                                                       ㅡ 우파니샤드, B.C. 500





제가 긴 인용문을 올린 이유는 이어지는 글에서 밝히겠습니다. 최대한 짧은 시일 내에 올릴 그 글에서 4차산업혁명이 불러올 미래에 대한 저의 고민이 어떤 것인지 밝히겠습니다. 최근의 저에게는 이념이라는 것이 부차적인 것으로 변했습니다. 한국의 정치판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자들 중에서 제대로 된 인간을 찾을 수 없다고 해도, 종으로써의 인간이 살아남으려면 이념에 매달려 시간을 낭비할 틈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나 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저는 건강도 좋고, (운이 좋으면 내년 초부터, 운이 조금 덜 좋으면 내후년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과도하게 넘쳐나는 살을 조금씩 빼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은 상당히 줄일 생각이며 오프라인 활동을 대폭 늘릴 생각입니다. 살아있기에 해야 할 일들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공부의 양을 줄이고 사람 속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운이 좋다면 사랑하고 싶은 사람도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요. 사람이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