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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는 공간

왜 사람이 먼저인가 ㅡ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에 대해


제가 빠른 시일 내에 앞의 글에 대한 추가적인 답글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늘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추가적인 공부를 통해 특이점주의자들의 주장이 상당 부분 과포장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과학과 기술(공학)의 발전 속도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다양하며 하나로 수렴되고 있지만, 일정 시점을 지나면 양자역학이 밝혀낸 물리적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드렉슬러가 주장했고 커즈와일이 떠들어대는 분자조립자(단백질로 세포를 만드는 리보솜에서 영감을 얻었다)이며, 뇌의 역설계를 통한 초인공지능으로의 도약입니다. 스몰리와의 논쟁에서 드렉슬러가 인정했듯이 분자조립자는 양자 간섭의 한계(그밖에도 몇 가지 한계가 더 있다)를 벗어날 수 없으며, 개개의 뉴런 단위에서 의식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광유전학의 발전이 아무리 빨라도 역설계된 뇌를 작동시키려면 분자조립자와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뇌에서 일어나는 일의 90% 이상을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는, 다시 말해 거의 에너지를 쓰지 않은 채 90% 이상의 일들을 처리하는 인간의 뇌는 20W라는 적은 전기로 돌아갑니다. 헌데 어마어마한 수의 트랜지스터나 대체 물질로 된 저장매체가 필요한 뇌라면 얼마의 전기가 필요할까요? 그것이 제대로 돌아갈까요? 작동시 발생하는 열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원자에 가까운 크기로 줄어든 저장매체간의 양자 간섭과 전기누수는 어떻게 막을까요? 문제점은 수없이 많습니다). 



초인공지능에 이르는 방법에는 물리법칙에서 벗어날 방법이 몇 개 있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최소 80~100년은 더 걸릴 것입니다. 이것도 가능성이지 확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과학이 우주에 존재하는 것을 모두 다 밝히고 역설계할 수 있다는 기세여서 어떤 가능성도 얘기할 수 있지만, 그 중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중우주나 평행우주, 초끈이론 등은 어떤 미래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인류원리는 그중에서 하나만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하니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물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최근의 과학은 200~300년 안에 모든 인간이 신처럼 영생에 이를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리적 신체를 갖지 않은 채 정신적 존재로만 살아야 한다면 정신병에 걸릴 확률이 거의 100%에 이르지만 몸을 포기할 수 있다면 정신적 존재로 영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영성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발전할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영생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초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 세상을 천지개벽하는 차원으로 뒤바꿀 것은 확실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그 정도에 이르면 인류가 극소수 천재들의 미래놀음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올 것입니다. 제가 초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파고들며 극도의 혼란에 빠진 것도 과학기술의 최첨단을 따라가려는 빌어먹을 노력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10~20년만 지나면 평범한 분들에게도 닥쳐올 혼란을 저는 조금 일찍 경험한 것이라고 할까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이전의 혁명과는 달리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1~3차 산업혁명까지는 지나고 난 뒤에야 이름이 붙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오기도 전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온갖 문제가 발생합니다. 미래는 모두의 것이며, 모두에게 열려있는 것인데 소수의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미래를 이렇게 만들겠다고 오만방자하게 떠들고 나온 것이 초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입니다. 



신이라도 된듯이 만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인간 이상의 비생물학적 지능을 만들어 우주를 깨우고, 다시 말해 우주를 이루고 있는 것들을 재편해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고 지배하겠다는 것이 초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입니다. 이에 동참하기 위해 인간은 생물학적 육체를 버리고 정신적 존재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것이 싫다면 써로게이트(대리인)나 로봇을 통해 영생에 들고 우주를 여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들 중 누구도 과학기술이 이를 수 있는 최종 지점에 대해서는 떠들어대면서도 그것에 이를 때까지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로드맵이나 청사진은 누구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간은 없고 끝만 있습니다. 과정은 모두 사라지고 꿈같은 미래만 떠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거대한 지적사기라고 합니다. 똑똑한 몇몇 놈들이 미래는 우리가 알아서 만들테니 평범한 것들은 따라오기만 하라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고 현대의 과학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을 조금은 빨리 파악한 것이며ㅡ틀릴 수도 있다ㅡ인간의 몸을 하찮은 것으로 만드는, 다시 말해 아픔과 슬픔, 고통과 비극, 실패와 좌절 등에서 수없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 인간의 삶을 형편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4차 산업혁명입니다. 종교의 근본주의적 성향과 영성의 유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최대한 높은 차원의 행복이나 영생 등을 추구하느라 몸이라는 존재를 낮추는데 주저하지 않았으며, 부처나 예수처럼 깨달아야 한다며 평범한 삶을 부정했습니다. 



우주의 거대함, 장엄함을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에 널려있다는 소립자는 뇌의 연결보다 숫적으로 적은데, 그 놈의 우주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고 우주의 거대함과 장엄함에 비하면 인간이란 존재가 티끌만도 못하다고 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정신적 존재로 우주를 여행할 수 있으면 대체 얼마나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절대다수는 깨달음에 들지 못할 것인데, 보다 높은 차원의 영적 깨달음에 그렇게도 목메면서 절대다수의 삶을 폄하할까요? 



뇌과학 중에서도 신경물리학과 인지신경과학에 집중하고 있는 저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래의 물리학이 어떠할지 공부해야 하지만, 저의 고민이 머무는 것은 절대다수의 평범함에 있습니다. 10~20년 후에는 모든 사람들이 제가 하는 고민을 하겠지만 지금의 제가 해야 할 일이란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의 문제점들을 지적함으로써 본격적인 토론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토처럼, 사람사는 세상과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조금이라도 오래갈 수 있도록 떠들어대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면, 그것을 주도하는 놈들이 인류의 절대다수인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솔직하게 고백하고 허가를 받으라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사라지는 양질의 일자리는 얼마나 많을지, 늘어난다고 하는 일들이 얼마나 저질의 일자리인지 고백해야 합니다.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부와 권력의 집중은 어떻게 될지, 복지와 부의 재분배는 어떻게 되는지, 우주를 개발하면 절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익이 돌아가는지, 누구부터 생명이 늘어나고 권력이 강화되며, 영생에 들어 우주를 지배할지  솔직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미래를 극소수가 결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미래는 모두의 것이지, 몇몇 똑똑한 놈들이 독점할 수 없습니다. 




P.S. 안철수가 같은 자가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이번의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극우와 극좌 모두에게 문제가 있듯이 극중(과학적으로 이런 것은 존재할 수 없다)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명박과 트럼프가 성공한 CEO라는 공통점이 있다면 안철수도 어느 정도는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심판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철수 같은 자들을 현실정치에서 퇴출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