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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구체제 지배엘리트의 반격, 이재용의 석방을 끌어내다


구체제의 회귀로 종지부를 찍은 프랑스혁명이 말해주는 것은 구체제를 지탱했던 지배엘리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말해줍니다. 짧은 역사로 인해 지배엘리트의 힘이 약했던 미국만이 혁명에 성공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한나 아렌트의 《혁명론》을 참조). 혁명의 산물인 수정헌법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새로운 지배엘리트의 이익을 반영하는 도구(찰스 비어드의 《미국헌법의 경제적 해석》을 참조)로 이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혁명이 실패로 끝난 것이지요. 





이런 역사의 교훈들이 말해주는 것은, 지난 겨울 전 세계의 칭송 속에 위대한 승리를 거둔 촛불혁명의 성공 여부는 촛불정신을 헌법에 담아내는 것과 함께, 구체제의 지배엘리트를 얼마나 많이 청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박근혜를 파면시키고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것은 최소한의 승리에 불과합니다. 정치와 경제, 사회의 핵심을 독점하고 있는 구체제의 지배엘리트를 촛불정신에 합당한 인물들로 교체하고, 구체제로의 회구를 불가능하게 만들 헌법 개정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그리하여 구체제의 지배엘리트가 어떤 방법으로도 혁명을 뒤집을 수 없는 불가역적 단계에 이르면, 촛불혁명은 완전히 성공한 최초의 시민혁명으로 인류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촛불시민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구체제의 지배엘리트 대부분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기대했던 것보다 느리고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도 구체제 지배엘리트의 반발과 발목잡기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의 최대 약점은 많지만 촘촘하지 못한 시민의 네트워크에 비해 적지만 촘촘하게 얽힌 지배엘리트의 네트워크가 압도적이면서도 효율적이라는 점입니다. 더 이상의 혁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자유주의적 통치술(푸코의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을 참조)의 핵심이 시민의 네트워크가 최대한 헐거워지도록 서로의 연결점을 분리하고 단절시켜 권력에의 굴종과 자기검열을 내면화시키는데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명박근혜 9년이란 신자유주의적 통치술이 극대화된 시기였고, 그 근원에 박정희 신화를 만들어낸 구체제 지배엘리트의 70년(일제강점기의 35년도 포함하면 기간은 더욱 늘어난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민주정부 10년에도 막강했던 이들의 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전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혼밥 논란에서 비트코인 광풍을 거쳐 평양올림픽까지 이들의 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의 반격과 저항이 먹히고 있다는 증거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다행히 상승 추세로 반전했지만)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개헌의 사회주의 논란에서 화룡점정에 이르렀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추세의 연장에서 보면 이재용의 집행유예 선고와 석방은 구체제 지배엘리트의 저항이 (일시적이라고 해도) 명백한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배엘리트의 최정점에 있는 이재용의 집행유예와 석방은 이들에게 구체제의 회귀로 가는 상징을 넘어 실질적인 승리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의 체제라고 하는 것이 생명을 다했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굴러온 관성 때문에 완전히 멈출 때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립니다. 바로 그 기간 동안 혁명의 주체인 시민들은 조금씩 흩어지고 지치고 실망하기 마련이고, 지배엘리트는 야금야금 권력을 되찾고 구체제로의 복귀에 성공해왔습니다. 토크빌의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혁명》을 보면 이런 과정이 자세히 나와있고, 지금까지 전 세계의 모든 시민혁명이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가장 성공한 영역이 정치 분야라고 하지만, 상당히 많은 최근의 연구들은 이마저도 신화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화됐지만 전통의 선진국에서도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극우·수구 민족주의가 발흥하는 퇴행의 증거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대처와 레이건의 부활을 연상시킨다!)으로 역주행의 추세는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전 세계가 역주행의 추세에 급브레이클 건 촛불혁명 이후의 대한민국을 주시하는 것입니다. 자유한국당과 안철수 일당으로 대표되는 정치엘리트,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언론엘리트, 검사와 판사로 대표되는 사법엘리트, 고위관료로 대표되는 행정엘리트, 재벌총수로 대표되는 경제엘리트(4대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위험수위를 한참 넘었다), 학교법인으로 대표되는 교육엘리트 등이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시민의 지원 속에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루어낸다면 지배엘리트의 역주행에 대항하는 시민혁명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검이 이재용 재판을 세기의 재판이라고 말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면, 시민혁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촛불혁명이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검은 대법원을 통해 고법의 판결을 뒤집으려 할 텐데, 그것이 가능하려면 지난 겨울의 간절함과 열망이 되살아나야 합니다. 적어도 그에 준하는 깨어난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필요합니다. 노통이 말했던 것처럼, 그것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이며 사람이 먼저인 세상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니까요.



#Me-Too

#이명박 구속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