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공개서한을 SNS에 올렸습니다. 문프가 1박4일의 일정으로 방미해 트통을 만나고 온 다음이라 그의 공개서한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무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며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온 핵심 원인을 찾아내야 다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김어준과 정세현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듯이 제멋대로 말하고 해석하는 것들은 모조리 무시해야 합니다. 최근의 트통과 김 위원장은 이전과 완전히 달랐기에 이전까지의 판단에 기대 오늘의 사태를 해석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북미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 수 없고, 트통의 뇌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추측하면 안 됩니다. 트통의 주변에 포진한 자들이 제대로 보고했다고 믿을 수도 없는 일이고요.
수많은 책과 논문, 외교자료 등을 통해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을 공부해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강경파(군산복합체, 통신업체, 월가, 허리우드, 보수연구소, 주류언론, 대학 등에 포진해있다)와 양당을 지배하는 주류엘리트의 반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이들은 반트럼프 전선을 구축한 채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키기 위해 트통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기 때문입니다.
볼턴으로 대표되는 강경파의 ‘리비아 모델’ 언급, NYT와 CNN 같은 주류언론들(특히 진보적 성향이 강한)의 ‘북한판 마셜플랜’ 등은 북한을 패전국가로, 김정은을 지상에서 없어져야 할 지도자로 취급한다는 뜻이어서 북한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김정은이 시진핑을 급하게 만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이며, 트통이 이를 언급한 것에서 강경파와 주류언론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음을 말해줍니다. 볼턴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고요.
문프의 외교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북미정상회담이 성사 직전까지 왔지만, 평화협정 체결에 이르려면 미국과 중국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북미간에 갈등이 커지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한미군사훈련을 강행한 것도 미국과 중국이 반대하면 남북의 노력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선제적 양보만으로 모든 일이 진행될 수 없는 것도 고려해야 하고요.
저의 지식에 근거한 추측과 판단이라 아무런 권위도 갖지 못하지만, 자신이 주도한 국제협약이라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가 예상되면 파기하기 일쑤인 것이 미국의 역사라 그들부터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연방정부와 양당의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으며, 주류언론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아이비리그를 통해 순혈주의를 유지하는 미국의 주류엘리트를 바로 아는 것이 평화협정 체결로 가는 핵심입니다.
아울러 북한이란 나라의 자존심과 김정은의 두려움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북한은 유일제국 미국에 맞서 70년을 버텨온 유일무이한 나라입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은 아니었지만,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위협과 압박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는 자존심 하나만은 어떤 나라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것에 상처를 가하면 북한의 강경파가 가만히 있지 않으며, 김정은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김정은의 두려움은 비핵화로 가는 길이 리비아의 가다피처럼 자멸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불확실성에서 나옵니다. 문프만 믿고 70년 적국의 비주류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져야 하는 것이 두렵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통의 혈맹인 중국의 시진핑이 미국에서 받아내야 할 것들의 상당하는 부분을 약속했거나, 거래의 달인인 다시 말해 장사꾼 기질을 버릴 수 없는 트통을 믿지 말라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에서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온갖 얘기들이 조중동을 비롯해 기레기들과 자한당, 바미당 등을 통해 매일같이 터져나오니 문프만 믿고 가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소야대의 국회에 발목 잡혀 ‘판문점 선언’도 비준을 얻지 못하는 한국의 정치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한다 해도 여소야대의 국회가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요.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보수당이 패할 경우 트럼프 탄핵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도 골치 아픈 불확실성입니다. 김정은이 두려운 만큼 트럼프도 조급한 것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과 행동들이 이어지니 이런 사단이 나지 않았나 판단됩니다. 안타깝지만 평화협정 체결을 반대하는 막강한 세력들 때문에 문프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다시 한 번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주기를 바랍니다. 이것을 빼면 다른 돌파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트통의 공개서한을 보면 그의 처지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프를 믿고, 민족의 염원을 믿고 전화부터 걸어주기를 바랍니다. '판문점 선언'에 나온 것처럼 남북미중 지도자들이 직접 만나 되돌릴 수 없는 담판을 짖는 것이 유일한 해결방법입니다. 트통이 자신의 사인이 들어간 공개서한으로 북미정상회담 무산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알린 이유와 문프가 NSC 대책회의 이후 소통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을 곱씹고 곱씹어보면 답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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