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에서 인용하겠다.
직무에 더 적합한 자격을 갖춘 흑인보다 백인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주는 그 비용을 치르기 마련이란 뜻이다. 베커의 추론에 따르면, 직무에 최적인 사람이 선택되지 않는 경우에만 기업주에게 경제적 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에 차별은 곧 비용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와 같은 상황이 곧 언제 차별이 있었는가를 정의하는 좋은 지표라는 것이다. 이런 정의에서 기업주의 동기는 무시된다. 직무에 적합한 자격을 갖춘 흑인이 고용되지 않은 이유가 순전히 기업주의 편협함 때문인지 다른 직원들이 흑인과 함께 일하는 걸 거부했기 때문인지 고객들이 검은 얼굴을 보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이유이든 간에 채용되었어야 마땅한 흑인이 채용되지 않았다.
이 사실만으로도 차별이 있었다는 걸 우리에게 알리기에 충분하다...(이런 불편한 베커의 분석에는 적잖은 문제가 있다.) 차별하는 사람에게 경제적 비용이 뒤다르는 경우에만 차별이 존재한다는, 차별에 대한 베커의 정의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현실 세계에서 기업은 편견 때문에 가장 뛰어난 지원자를 고용하지 않고도 경제적 비용을 치르지 않을 수 있다. 가장 뛰어난 지원자가 고용되더라도 많은 직원 중 한 명에 불과하다면 그를 놓친다고 기업의 이익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베커의 정의에 따르면, 이런 경우에 차별은 없었던 것이 된다. 한편 집주인이 인종차별주의자여서 백인 세입자만을 선택하더라도 그 세입자들이 집세를 꼬박꼬박 지불하고 집을 깨끗하게 유지한다면 경제적 손실이 없을 수 있다. 베커의 이론에서는 이런 경우에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다.
고 박원순 시장의 마지막 4년도 마찬가지다. 그가 피해자에게 가한 성추행(거듭말하지만 김재련 변호사가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않았기에 아직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이 있었다고 해서 그의 모든 생이 오염되고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삶은 순간의 연속이며, 수많은 일들이 축적되고 쌓인 결과다. 공이 있기도 하고, 엄청나게 많기도 하고, 과가 있기도 하며, 상당히 적을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치명적일 수도 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일생이 마지막 몇 년의 치명적인 잘못(정확히 규명되지도 않았으며 그렇게 추론되고 있을 뿐인)으로 결정된다면 끝만 좋으면 된다는 최악의 가치관이 만연할 위험도 커진다. 온갖 악행을 자행한 자가 죽음을 앞둔 마지막 몇 해만 좋은 일을 한다고 그의 일생이 대차대조표 상에서 천국행 티켓을 제공받을 수 있다면 누가 착하게 살겠는가. 보수 기독교인들이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식의 일방통행은 무임승차자에게도 힘을 실어주는 것이며, 그것을 넘어 모든 사람이 죽음의 순간까지 완벽한 삶을 살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강압이나 다름없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생각으로는 무수히 많은 죄를 짓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을 저지르고, 어떤 때는 의식적으로도 나쁜 짓을 한다. 나는 잘못과 죄를 저지르기에 더 착해지려고 하며 더 죄책감에 시달리며 권리보다는 책임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
김재련 변호사가 말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무엇을 목표으로 하는 것인가? 진상을 규명하고 싶다면 간접적 증거가 아닌 직접적 증거를 내놓아라. 이런저런 방식으로 해석될 수 없는 그런 증거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그런 증거를 내놓으란 말이다! 많은 서울시민은, 나 또한 어김없이, 그밖의 많은 국민들이 박원순 시장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황망스러운 마지막을 안타까워한다. 목숨보다 더 귀중한 것이 있다면 제발 말해 달라, 김재련 변호사!
https://www.youtube.com/watch?v=S500ny1y_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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