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유족과 시민들의 압박이 청와대의 목을 조여오자 박근혜 정부는 경제위기를 부풀려 이에 맞대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적인 경제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제조업이 약한 나라일수록 경제위기의 여파가 심각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처럼 제조업이 강한 나라는 이런 일반적인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몇 년 째 지속되고 있는 경상수지흑자 행진과 외한보유고의 꾸준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투기적인 금융자본의 탐욕이 일으킨 2008년 금융대붕괴 이후 지속돼온 경제위기는 한국에서만큼은 적용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에서 인용
한국의 문제는 내수경제의 부진에 있는데, 이 또한 박근혜 정부의 진단은 본말이 전도돼 있어 경제위기론을 흘리는 것은 전적으로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내수경제의 부진은 생산의 관점에서 본 구조적이고 기술적인 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분배의 관점에서 본 조세정의와 임금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의 새누리당 정권이 초래한 IMF 환란을 민주정부 10년 동안 극복한 이래 한국의 자금사정은 절대 나쁜 적이 없었다. 문제는 언제나 세계로부터 걷어 들인 돈을 상위 5~10%가 독점하는 것을 방치한 이명박근혜 정부에게 있다. 지난 7년 동안 규제완화와 감세조치, 임금상승 억제와 구조조정으로 내수경제가 망가졌다.
상류층으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여 지방에 지원하는 종부세의 무력화와 법인세 및 각종 조세 감면조치 등처럼 이명박근혜 정부 7년 동안 부의 재분배 기능을 하는 조세정의는 끝없이 후퇴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 때 떨어진 임금이 회복되지 않았고, 최저임금은 생존선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규직은 줄어든 대신 비정규직과 임시직, 파견직과 시간제 일자리처럼 저임금 노동자만 양산됐다. 인턴제도의 확대는 신입사원의 대규모 연봉삭감과 동일한 역할을 했다. 온갖 부동산대책은 강남이나 돈을 쏟아부은 신도시나 분당처럼 부자들의 잔치로만 귀결됐고, 서민이 감당해야 할 전월세가는 미친 듯이 올라갔다.
이에 따라 은행대출은 늘어났고, 이자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재량소득(세금과 생활비 등을 뺀 소득)의 범위를 대폭 축소시켰다. 교육을 통해 차별을 공고히 하는 사교육비 상승은 재량소득을 마이너스로 만들기 일쑤였다. 중하위층의 소비 여력은 갈수록 줄어들었고, 조세도피처로 빠져간 금액은 거의 900조에 이른다.
이명박근혜 정부 7년 동안 내수경제를 죽인 것이 무엇인지 두 개의 슬로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비즈니스 프랜들리’와 ‘줄푸세’다. 이 두 개의 정책기조에는 생산을 늘리는 것만 있지, 그 결과를 어떻게 분배할 지에 대해서는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최경환 경제팀이 내놓은 경제활성화대책도 생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유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민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특별법은 고달프고 억울하고 빈곤해지는 국민 대다수의 삶에 정부가 집중하라는 것이다. 관광산업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중국 관광객의 숙박시설 건설만 얘기할 뿐, 그들이 한국에서 쓴 돈을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지,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국민 대다수가 신명나게 일하고 정부의 정책을 따르게 하려면, 효력이 분명히 예상되는 세월호 특별법부터 통과시켜라. 그것이 곧 민생을 살리는 일이니, 대통령은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도망다니지만 말고. 슬픔과 비판에 빠져 있는 국민을 피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고, 정부도 아니며, 집권 여당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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