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증세내용(서민증세와 부자감세)과 내년도 예산 편성은 가장 만만한 유리지갑을 터는 것을 넘어, 중하위층 여성들의 저출산과 미래세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어서 성차별적이고 반국가적이다. 대한민국의 고령화사회 진입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을 감안하면, 저출산을 부추기는 내년도 예산안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자본주의가 본격화된 이후의 인류의 성장이란 여성을 희생양으로 이루어진 차별적인 역사였다. 최근에 들어 여성의 취업률이 높아졌다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진실 왜곡의 극치를 보여준다. 일부 업종에서 여성 취업률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가 초래한 것이지 여성이 만든 것은 아니다.
경력 단절과 유리천장으로 대표되는 승진에서의 여성의 불리함은 OECD 가입국 중에서도 최악에 속한다. 저출산 기조가 바뀌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며, 극한의 다이어트와 취업성형이 보편화된 것에서 대한민국의 성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세계에서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가장 심한 한국적 특수성과 세계 최고의 저출산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들이다. 가족의 해체와 1인가구의 확산, 이혼가족의 빈곤화와 삼포세대의 증가, 노인빈곤과 자살률 최상위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해 저출산을 강화시킨다.
이런 현실에서 저항이 가장 적은 유리지갑을 털어가는 것도 모자라 무상보육 예산과 무상교육 예산마저 전액 삭감되거나 대폭 축소된 것은 담뱃값․주민세․자동차세 인상보다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정규직 여성들이 이러할 진데, 저임금 비정규․임시직 여성들의 경우로 확대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커진다. 재정적자 확대를 감수하며 경제활성화에 올인하는 내년도 예산안이 여당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통과한다면 당장 내년도부터 각종 부작용들이 현실화될 것이며, 경제활성화에 실패하면 여성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특히 여성의 경력 단절은 저출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결혼 연령을 늦추는 것을 넘어 결혼 자체를 거부하는 비율을 급속도로 높인다. 그것의 옳고 그름을 넘어 동남아의 빈국에서 노총각들의 배우자로 젊은 여성들이 수혈되는 것은 결혼의 상품화가 극에 달했음을 말해준다. 다문화라는 말에 숨어 있는 현실은 미래의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족의 해체와 사랑의 타락으로 귀결된다.
이는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의 피해로 이어진다. 여성이 행복하지 못하면 남성들의 행복도 그에 비례해서 나빠지고 가족의 행복도 위기에 처한다. 결혼의 조건이 갈수록 돈놀이가 되고, 고령화와 저출산의 악순환에 따라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무상보육과 무상교육이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 세계에서 보육비와 교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1%가 승자독식을 할 수 있는 비결이 차별을 공고히 하는 것이고, 보육과 교육에 드는 비용을 최대화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내년도 예산편성이 99%에 속하는 여성과 중하위층의 피해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상실했다. 여성 대통령과 여성적 리더십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잔인하다.
내년도 예산은 근본부터 다시 재편성돼야 한다. 국회의 조정을 거칠 때 쪽지예산의 증가도 막아야 하지만 무상보육과 무상교육의 확대를 위한 예산은 되살려야 한다. 대한민국 공론장에서 여성의 비중이 어떤 나라도보다 열악한 상황에서 예산상의 불이익까지 주어진다면 양성평등은커녕 사회경제적 평등에서 출발하는 민주주의의 퇴행마저 피할 수 없다. 모든 독재는 차별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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