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해킹이 내부자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미 오바마 대통령과 FBI가 소니 해킹이 북한 소행이며,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비례적 대응을 들고 나와 북한 인터넷망을 다운시킨 것이 미국이냐는 언론의 빗발치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이상하다 했습니다.
돈킹만 사건 조작으로 베트남전쟁을 확장시켰고,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조작을 통해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미국(이런 조작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이 2류 회사로 전락한 소니 영화사의 말만 믿고, 해킹 공격을 북한의 사이버 테러로 규정했으며, 이에 굴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보복을 천명한 것이 너무 성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필자가 소니 영화사 해킹과 관련된 지난 글(소니 해킹과 미국의 대응,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소니 영화사 해킹이 자작극이거나 내부소행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었습니다. 오늘자 언론들의 보도로 필자의 추측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것에서 출발하는 또 다른 의문이 생겼습니다.
아베가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소니 영화사 해킹이 전면에 부상했고,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 정부와 FBI가 나서 북한의 소행으로 몰고가면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를 천명했고, 한국에서는 한수원 해킹이 일어났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북한의 위협을 과대포장시켜, 이를 제지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한국이 일본과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을 무마시키는데 일조했습니다. 그 결과 한미일 정보교류약정 체결에 대한 국내의 반대가 미미할 정도에 그쳤고, JTBC를 빼면 거의 대부분의 언론은 체결 날자를 속인 정부의 거짓말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북한의 인터넷망을 완전 다운시킨 사이버 테러가 한미일 정보교류약정이 체결된 26일 이후로는 일어나지 않았고, 약정 체결이 발표된 29일과 30일 사이에 완전 복구됐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치 한미일 정보교류약정이 체결됐으니 더 이상 북한 인터넷망을 다운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해석될 정도입니다.
아베 내각의 재집권, 소니 영화사 해킹, 북한의 소행이라며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는 FBI, 오바마의 이례적 강경대응과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언급, 오비이락 같은 한수원 해킹, 북한 인터넷망 다운과 복구, 시인도 부인도 않는 미국 정부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 한미일 정보교류약정 체결의 걸림돌이었던 한국의 반대여론을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모든 정부가 거짓말한다는 점에서, 소니 영화사는 <더 인터뷰>의 흥행 성공이 절실했다는 점에서 이번 해킹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고 간 것은 한미일 정상들과 소니 영화사에게는 최상의 호재가 됐습니다. 3국정상은 북한 인터넷망을 다운시키는 압도적 위력을 보여주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협정 체결에 성공했습니다.
일련의 과정에 압도 당한 듯한 국민은 일본보다 더 무서운 미국의 계산 속으로 한국이 빠져드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를 제외하면 대국민 거짓말을 자행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할 응집력을 보여줄 수 없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와는 천양지차로.
세계 언론들이 대대적 마케팅을 해준 덕분에 소니 영화사는 <더 인터뷰>를 통해 상당한 흥행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오직 소니 영화사 해킹에서 유일하게 진실을 말한(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북한만 상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의 피해를 미국에 청구할 수도 없는 북한이 그 분풀이를 어디로 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닌 밤중에 홍두께처럼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대화제의를 하고 나섰습니다. 혹시 모를 북한의 보복을 피하고,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진정한 문제는 다른 데 있는 것 같습니다. 한미일 3국이 MD 체계를 구축해 중국과 러시아 봉쇄에 들어가면 두 국가가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모든 음모론에는 나름의 시대상황이 녹아 있기 마련인데, 멀게는 한미전작권 연기에서부터 소니 영화사의 해킹을 거처 한미일 정보교류약정 체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분명합니다. 한미일 정보교류약정 체결은 미국의 이익에 충실한 한·일·중 간의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한미일 정보교류약정 체결의 최종 승자는 이번에도 예외없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MD 체계 구축을 주도할 미국의 국방부와 군산복합체입니다. 필자가 아베 내각의 재집권을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관점에서 살펴본 글에서 밝힌 것처럼, 소니 영화사 해킹의 진정한 배후는 미국 국방부와 군산복합체의 이익일수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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