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아고라에 알밥 논객(보수 논객과는 다르다)과 알밥 댓글이 본격적으로 득실대기 시작한 첫 번째는 문재인 의원이 당대표선거에 출마한 다음부터입니다. 이런 현상의 배후에 박지원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새정연 당대표선거에서 지지후보 없음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있음은 당연합니다.
두 번째는 전혀 준비되지 않아 끝없이 헤매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라 말할 수 없는 증세’에 분노한 서민과 유리지갑들이 본격적으로 복지 확대를 요구하고 나왔을 때입니다. 무상급식이 오세훈의 ‘땡규’ 주민투표로 전국적인 공론화가 이루어지고, 폐족이었던 친노의 부활과 함께 야당의 지방선거 승리로 연결된 경험이 새누리당으로서는 몸서리치도록 두려웠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사안 때문에 아고라는 알밥 논객과 알밥 댓글로 난장판이 됐습니다. 그들이 쓴 글들은 근거도 빈약하고 논리도 형편없지만, 서로를 밀어주거나 연속해서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아고라에 글을 올리는 많은 논객들의 좋은 글들을 밀어내고 묻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이들은 공격적인 주제를 선정해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정부에 불리한 사안이 도출되면 그것을 변명하고 희석시키기 위해서 글을 올립니다. 테러 수준에 해당하는 그들의 글들은 초딩도 썩소하게 만드는 형편없는 글이지만, 일부 논객이 아고라를 등지는 것까지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종의 테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존재했던 댓글 테러는 진화를 거듭해 새누리당과 정부의 비판자인양 하면서 아고리언들이 댓글을 다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이는 아고리언 사이의 소통과 토론을 막는 것이어서 생각보다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고라 고사작전의 핵심은 갈수록 진화하는 댓글 테러입니다.
미르네르 같은 슈퍼논객들이 활동하던 당시에 아고라의 영향력은 어지간한 제도권 언론보다 높았습니다. 인터넷업계의 독점적 사업자로 올라선 네이버는 상대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때는 필자가 글을 올리지 않았지만, 아고라의 명성은 다른 통로를 통해서 지겨울 정도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이 두 가지 사안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노무현이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은 청렴결백한 서민적 지도자의 상징 같은 존재입니다. 수많은 아고리언들이 서민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은 아고라의 여론을 중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복지 확대는 수많은 아고리언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선별적 복지는 표로 환원될 수 있는 정치권의 이익에 따라 수혜자가 달라지지만, 보편적 복지(중위소득 바로 아래를 목표로 한다고 해도)는 지지정당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권리로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보편적 복지는 사회경제적 평등에서 출발하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입니다. 이럴 경우에만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고 존엄한 존재로서의 삶의 질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고대 민주주의의 상징인 ‘아고라’도 사회경제적으로 평등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적 공간이었습니다.
문재인으로 상징되는 서민 지도자와 사회경제적 평등(역사적으로 볼 때 착한 성장은 이런 상황에서만 이루어졌다)을 실현하는 복지 확대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하나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귀찮고 국가재정을 이용해 분할통치를 선호하는 새누리당으로서는 끔직한 결과입니다.
알밥 논객과 알밥 댓글이 늘어난 것은 필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고라 운영자들이 이런 무차별적인 테러에 맞서 제대로 된 글들을 ‘오늘의 아고라’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서민의 소통장으로서 아고라의 영향력이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알밥 논객보다 알밥 테러를 줄이기 위해 댓글 신고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입니다. 다른 논객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댓글을 많이 보는 편입니다. 댓글에서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며,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쉼 없는 노력을 통해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듯이, 다양한 서민의 소통장인 아고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조금만 노력하면 알밥 댓글 테러를 줄일 수 있으며, 그것이 아고라를 통해 아고리언들의 여론을 정치권에 전달하고 압박하는 최상의 방법입니다.
사진 출처 : 아고라 화면 캡처,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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