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참사 335일째 되는 날이다. 언론과 국민들이 보기엔 특조위가 출범해 여러 활동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우리는 활동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그날, 250명의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304명의 소중한 목숨들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때 우리는 슬픔을 넘어 참담했고, 무력해서 미칠 만큼 미안했고, 구하지 못해 터질듯이 분노했습니다. 그날 그렇게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침몰할 때 우리는 다짐했습니다.



어른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 했기에, 우리는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대한민국 개조를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335일이 지난 어제, 우역곡절 끝에 출범한 세월호 특조위의 이석태 위원장(세월호 유족 추천)이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세월호 특조위가 출범한지 3개월이 됐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청와대, 새누리당, 정부가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시키지 말라”며 특조위 자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현 집권세력의 방해공작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그 동안 특조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흔드는 여러 차례 시도가 있었다”고 말한 뒤 “지난 20일, 특조위 내부 자료가 다시금 부당하게 유출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특조위 실무지원단 공무원이 청와대, 새누리당, 해양수산부, 경찰 등에 우리 업무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는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당시)가 '세월호 특조위는 세금도둑‘이라며 특위 출범을 가로막은 것도 ’특조위 설립준비단의 공식안도 아닌 것을 해수부에서 특조위에 파견한 공무원이 임의로 가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현 집권세력의 세월호 특조위 무력화가 도를 넘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는 또한 “지난 2월 17일 특조위의 단일안을 정부 측에 송부했으나 정부는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 답변이 없다”며 “만일 정말로 정부·여당이 특조위의 조직과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입법예고한다면, 위원장으로서 중대 결단을 하고 국민 여론에 호소하며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위시해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별다른 의지도 없고, 원하지도 않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통과가 그들의 마지노선이었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야당도 세월호 특조위가 정쟁의 대상이 될 것을 염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 인양은커녕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는 영원히 바다 속에서 갇혀 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현 정부 하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입니다. 바닷물의 염분이 세월호를 부식시켜 인양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만에 하나 새누리당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세월호 재판이 끝남과 동시에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불행한 사고 중에 하나로 기록되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며칠 만 더 지나면 참사 일주기인데 세월호 특조위는 해체되기 일보직전입니다.



그날 이후 가장 맑은 날의 햇살에도 슬픔이 담겨 있는데,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의 잔인함은 봄 내움을 전해오는 바람에도 유족의 눈물과 회한으로 얼룩지게 만듭니다. 오로지 물질과 이익만 말하는 대한민국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이 머무를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이렇게 죄스러운 적은 없었습니다. 국가(정부)가 국민의 목숨을 허투루 여기는 곳에서 죄스러운 마음마저 사치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이 어제 죽어간 사람들이 그렇게도 간절히 원했던 내일이라지만,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팽목항의 시간은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있습니다.



그날의 충격과 슬픔, 미안함과 분노를 잊지 못하는 분들은 세월호 특조위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최소한 304명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아직도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를 위해서라도 세월호 특조위가 정상 가동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우리가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 살려한다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지 못할 만큼 세속에 찌들었다고 해도,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시키는 자들에 맞서 싸워야 함은 대한민국이라는 공통의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지키는 일입니다.





슬픔에, 미안함에, 무력함에 304명의 영령을 저 차가운 바다 속에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리려고 노력한 모든 이들의 죽음과 노력을 허망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세월호 특조위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국민의 이름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명령해야 합니다.  



우리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도록 진화했고, 그래서 진실의 가치가 무엇보다도 앞서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에 얽혀 있는 매듭은 304명의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이었인지, 최선을 다한 진실규명의 결과를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매듭을 풀 수 있는 진실은 여전히 바다 속에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건져 올릴 능력이 있습니다. 화해와 용서는 진실을 찾는 작업이 끝났을 때 가능한 것이지, 이렇게 힘으로 뭉갠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한 명 이상은, 명백히 필자처럼, 생명보다 귀한 것이 없다는 믿음 때문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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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두 2015.03.24 07:54 신고

    차라리 잘됐습니다. 정부가 활동을 안해야 세훨호 희상자를 이용해서 닭근혜를 공격할수 있죠.

    • 늙은도령 2015.03.24 17:44 신고

      그러기에는 유족들의 한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세월호가 유실되기 시작하면 책임자 처벌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힘들구요.
      안타깝습니다.

  2. 耽讀 2015.03.24 08:28 신고

    박그네정권이 얼마나 나쁜정권인지 보여주었습니다. 비겁하고 파렴치합니다. 어떻게 저런 일을 자행할 수 있습니까.

    • 늙은도령 2015.03.24 17:45 신고

      짐승들입니다.
      국민을 속이고, 또 속이고, 또 속이고.... 그러다 죽음까지 이른 것입니다.

  3. 바람 언덕 2015.03.24 09:25 신고

    세월호 참사...
    정권이 바뀌지 않는다면 진실이 밝혀질 리가 없습니다.
    대선부정사건과 같은 맥락입니다.
    저는 이런 사안은 강력한 휘발성이 있는만큼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강력한 야당의 부재가 못내 아쉽지요. 이럴 땐...
    암튼, 이 정권 아래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됩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 늙은도령 2015.03.24 17:46 신고

      유족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전 세월호 참사를 항상 가슴 한 쪽에 담고 삽니다.
      그들의 영혼을 저승에 보낼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그럴 것 같습니다.

  4. 랩소디블루 2015.03.24 09:34 신고

    아직 1년이 되지 않았군염 작년에 날따뜻할때 일어났던 일이지욤 사건이 시간이 지나도 많이 기억을 하긴해야겟죵

    • 늙은도령 2015.03.24 17:49 신고

      그럼요, 이 문제가 이렇게 묻히면 향후에도 이런 경우가 생길 때 묻힐 거에요.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존재이유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은 양보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밝혀서 일벌백계하지 않는 한 국민의 목숨값이 너무 싸구려가 됩니다.

  5. 공수래공수거 2015.03.24 10:01 신고

    곧 1주기가 다 되어 가는데 또 어떤 술수를 쓸지..

    • 늙은도령 2015.03.24 17:49 신고

      끝까지 미적거리다 끝낼 모양입니다.
      이 정권 하에서는 답이 없어 보입니다.

  6. 머무는바람 2015.03.24 10:11 신고

    ㅜ.ㅜ 그냥 화가나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참 부끄럽네요

  7. 레사벨카 2015.03.24 10:19 신고

    이넘의 정권은 1년이 다 되도록 도대체 제대로 한게 뭔지...꿈많은 아이들..어른들이 물속에 잠들어있을때 제대로 한게 있는지...에휴....슬픈고..화나고...

    • 늙은도령 2015.03.24 18:02 신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이건 나라도 아니에요.
      정말로 이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8. 참교육 2015.03.24 10:36 신고

    결국 세월호가 국정원의 소유라는 의심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듯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분통이 터집니다.

    • 늙은도령 2015.03.24 18:03 신고

      언제야 세월호 유족들과 실종자들의 슬픔을 안아줄 수 있을까요?
      도대체 몇 명의 국민이 죽어야 나라가 바로 서겠습니까?
      답답한 노릇입니다.

  9. 『방쌤』 2015.03.24 11:24 신고

    정말 가관이네요. 정말 이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지키기는 개뿔...그저 어른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10. 꼬장닷컴 2015.03.24 12:08 신고

    정말 분노가 치미네요.
    국민들 이제 정말 정신차려야 합니다.
    도령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늘 건강 하셔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5.03.24 18:07 신고

      세월호는 제가 당한 것처럼 남아 있습니다.
      저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해결됐으면 합니다.

  11. 나비오 2015.03.24 12:11 신고

    사람이길 포기한 것이죠
    짐승이 차라리 더 사람스럽겠네요 ㅠ

  12. Cong Cherry 2015.03.24 14:23 신고

    저도 미개한 종북세력의 빨갱이 인가봅니다.
    그농의 종북 그놈의 빨갱이... 언제쩍 시대에 살고있는지.... 3주쯤 뒤면 1년인데... 속이 문드러집니다.

  13. 봄빛 2015.03.24 15:09 신고

    시민들 기억에서 가물가물 하기전에 다시금 꼭 되새김질을 누군가는 해야된다고 생각하던차 역시 도령님께서 올리셨군요.
    정기적으로 세월호 사고를 각인시켜서 이번 정권이 못한다면 다음. 다다음 정권에서라도 천안함과 세월호 만큼은 전국민이
    사실을 사실대로 알아야만 된다고 생각합니다. 친일 세력들을 정리 못함에 국론이 분열되었듯 두 사건을 정리 못하고 넘어간다면 제 2의 국론분열은 자명할것입니다.

  14. 단적비 2015.03.24 16:02 신고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않도록 절대ㅜ잊어선안됩니다

    • 늙은도령 2015.03.24 18:40 신고

      그럼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지요.
      이를 위해서 정부는 끝까지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15. 덕산 2015.03.24 17:11 신고

    참 마음이 아픕니다.
    그 어떤 변명도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늙은도령 2015.03.24 18:41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이것이 무슨 정치적 이해를 따질 것이 아닌데....
      답답합니다.

  16. Chris (크리스) 2015.03.24 18:48 신고

    정말 갑갑합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 늙은도령 2015.03.24 19:04 신고

      네, 어떻게든 매듭을 지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집권기간을 다 보낼 모양입니다.

  17. 쩡은&참인간 2015.03.24 19:59 신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은 나라에 미래는 없을거에요.

  18. JSP 2015.03.25 23:11 신고


    이명박근혜를 찍어준 그 종자들은 그들의 선택에 과연 후회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다음에는 그들을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까요?

    직접적 책임자는 이 정부가 될 수 있겠지만 궁극의 책임자들은 이 정부에게 표를 주고 더러운 새누리 종자들에게 표를 준 그 종자(종북이라는 말에 비해 너무나 좋은 말이죠)들 입니다. 그럼 과연 그들은 그 사고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낄까요?아닐겁니다. 오히려 희생자들의 가족에게 보상이 주어지면 그것을 시기하며 오히려 유가족을 욕하는 돈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해 보일 뿐일 겁니다.

    혹여나 정권이 바뀐다면 그때나 진실의 반정도를 들여다 볼 수 있을 지 모르죠.

    • 늙은도령 2015.03.26 00:51 신고

      네, 그래서 이런 글을 쓰는 것입니다.
      어차피 이념적으로 굳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중도라 하는 사람들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다음에 언론을 바로 잡으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지금보다 몇 배는 좋아진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19. 소피스트 지니 2015.03.29 15:48 신고

    세월호를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을 넘어서는 국민적 분노가 있어야 합니다.
    1년이 다 되어가는 때까지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이 나라의 정부를 비판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 국민들이 너무 착해요. 가장 큰 책임은 언론에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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