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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실패한 모델 따라가는 최경환의 위험한 모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로 내려간 이후 시중의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드는 것은 미국과 영국, 일본 등에서 이미 입증된 예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보통 주식은 6% 정도의 이익률(최근에는 3~4%까지 떨어졌다)을 보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제로에 근접하면 투자자들이 고위험을 무릅쓰고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게 돼있다.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낮춰도 추가대출이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과 《죽은 경제학자들의 만찬》에 자세히 나와 있다. 대신 고위험을 감수한 채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려들었음도 나와 있다. 결과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의 심화로 귀결났다. 극히 일부만 이익을 올렸고 나머지는 손을 털고 나와야 했다.



헌데 이런 법칙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 미국의 무제한양적완화 이후였다. 14조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이 금융시장으로 몰려들어 ‘IT거품'보다 더 높은 주가상승을 이끌었다. 이 덕분에 미국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었으니, 외형상으로만 볼 때 한국도 같은 길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에는 몇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고, 그것 때문에 주식시장의 과열은 위험천만한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첫 번째는 미국의 주식시장에 투입되는 돈의 단위는 연기금과 외국의 헤지펀드 등에 의해서 작전이 먹힐 수 있는 크기가 아니지만, 우리는 충분히 가능할 만큼 규모가 작다는 점이다.





두 번째, 미국의 경우 실물경제를 이끌어가는 대형주들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올라온 것이어서 상승 추세가 견고한 편이다(물론 거품은 이미 형성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경우 경쟁국가와의 환율변수 때문에 모든 세계시장에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어서 상승 추세는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의 증시는 삼성전자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높은데, 두 그룹의 매출과 이익률이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나머지 그룹과 대기업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다시 말하면 미국과는 달리 우리의 실물경제가 너무 안 좋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내수시장의 차이다. 미국은 내수시장이 여전히 세계 1위인데 소비가 늘고 있어 실물경제의 회복과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들도 최저임금과 직원 임금을 인상하고, 소규모지만 부자증세까지 이루어졌기 때문에 선순환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의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의 경우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가뜩이나 내수시장이 작은 데다 주가상승을 이끌고 있는 자금 중 상당 부분이 빚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지금 같은 상승세는 과열을 넘어 거품의 초기 단계가 아닌가 하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경제팀이 주식시장의 상승이 실물경제로 넘어갈 때까지 계속 밀어붙이겠지만, 이는 실물경제 상황을 너무 모르는 얘기다. 아니, 누구보다도 잘 알겠지만 박근혜 정부 동안의 경제성장률 등의 실적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모른 척하는 것이 맞는 얘기리라.



흑인 가면을 쓴 백인정치인 오바마가 석유 기반 경제국가인 미국의 실물경제를 살리고 러시아와 반미성향의 산유국들을 길들이기 위해 사우디와 UAE와 손잡고 유가를 하락시킨 영향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최근에는 이란도 합류해 긍정적 영향은 조금 더 연장될 듯싶다) 이는 모든 국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오래갈 수 없다.  





우리나라 초국적기업과 재벌의 임원으로 있는 필자의 형제와 친구들, 선후배와 통화하면 입사 이래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공통적으로 힘겨움을 표현한 경우는 IMF환란 때도 없었던 현상이다. 최근 재벌들의 계열사 통폐합은 인건비를 줄이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상의 것들을 종합하면 주식시장은 거품이 의심될 만큼의 과열현상임에 틀림없다. 다만 최경환 경제팀이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어떻게든 떠받칠 것이기에 1~2년은 저축보다 이익률이 높게 나올 수도 있다. 곳곳에 부실기업이란 폭탄이 숨어 있기 때문에 ‘도 아니면 모’를 각오한다면 주식시장이 저축보다 수익률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그 수익률도 투자자 전체에게 돌아가는 평균적인 의미이지, 실제 이익을 가져가는 부익부빈익빈의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도 아니면 모’라는 것이 이 때문이며, 그밖에도 우리가 모르는 모르는 것들(unknown unknowns, 블랙스완)이 주식시장 과열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핵심은 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가계의 소득 증대에 달려 있다. 이것에 실패하면 주식시장의 과열이 사상 초유의 디플레이션(저금리 저물가 저성장)으로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중국의 상황도 나빠지고 있고, 일본과 미국의 경기회복세도 비정상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어 세계 경제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주류 경제학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경제 관련 서적을 끊었다가 다시 구입해서 읽기 시작하는 이유도 언제 어디서 블랙스완이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중하위 50%의 지갑을 털어갔는데, 이번에 주저앉으면 중하위 80%까지 그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동산경기활성화와 기준금리 인하로 자산가치 상승을 부추겨온 최경환의 정책들이, 2008년 금융붕괴와 그 이후의 과정에서 분명한 실패로 규정된 통태확률일반균형(DSGE, 대단히 복잡한 경제이론으로 케인스적 재정정책과 프리드먼적 통화정책을 혼합했다. 실물경기변동이론과 신케인주의 DSGE가 있다)을 따라가고 있어 블랙스완의 충격이 회복불능의 단계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최경환 경제팀은 강만수 경제팀보다 더욱 위험한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고위험 고수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인데,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있는 경제환경이 모험을 하기에는 너무나 불안정하다는 것을 최경환 경제팀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주) 통태확률일반균형(DSGE)은 대단히 복잡한 경제이론인데,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면 개별산업이나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을 미시경제적으로 풀어가고, 전체 산업과 시장은 거시경제적으로 풀어감으로써 국가 전체의 사회복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인 경제모델이다. 미국 경제학자들이 대안정기(1980년대 중반~1990년대 말)라고 정의한 시기에는 경기상승과 경기하강이 반복되는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이 발생하지 않았고, 낙수효과도 실현되는 것 같았다. 금융산업(여기서는 낙수효과가 발생했는데 이는 비정상적인 거품을 형성하면서 얻은 천문학적인 수수료 때문에 가능했다)이 주도한 이 시기에 영원한 성장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IT버블 폭발로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해졌고 그래서 나온 것이 통태확률일반균형이다. 



하지만 시장균형가설(보이지 않는 손의 핵심으로 이것은 완벽한 실패로 결론났다)과 낙수효과와 연동돼 있는 이 모델은 2008년의 금융붕괴로 실패한 모델로 귀결됐지만, 오바마 경제팀에 의해 다시 부활했다. 최근에 오바마가 구제금융과 무제한양적완화를 통해 주가가 금융붕괴 직전보다 높아졌지만, 근로자의 소득이 늘지 않자(낙수효과가 일어나지 않자) 최저임금 인상을 시도한 것에서 이 모델의 실패를 또다시 입증했다. 최경환 경제팀도 기본적으로 이 모델에 의거해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것을 넘어 노동시장개혁을 통해 임금마저 깎으려 하기 때문에 실패확률이 더욱 높아졌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