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보다 8.1%(450원) 오른 6천30원으로 결정됐다. 2016년 최저임금 시급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26만27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1512만3240원이 된다.
노동부가 발표한 2015년 상용직 노동자의 월급평균이 262만6000원이었니, 최저임금은 내년을 기준으로 하고 노동자 평균월급은 올해를 기준으로 해도 평균 100만원의 차이가 난다. 연간으로 치면 1200만원이며, 복지후생비용까지 따지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로 추정된다고 하니, 현재의 환율(1136원)로 환산하면 3408만원이 된다. 내년도의 실질성장률을 제로로 놓고 봐도, 내년에 최저임금을 받고 1년을 꼬박 일하는 노동자는 국민소득 평균의 절반도 벌 수 없다는 결론이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1인가구의 중위소득(전체소득자 중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소득으로 기초수급자를 결정할 때 사용된다. 한 국가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낼 때 주로 사용된다)이 2천337원이니, 이것을 내년에 적용해도 무려 5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최저임금을 받는 맞벌이 커플도 중위소득에 미치지 못한다.
2008년 이후 가계부채 상승률이 가계소득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고, 선진국이 될수록 낮아진다는 엥겔지수도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최저임금 상승률도 2007년 이후로 한 단위에 머물렀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구매력지수로 봐도 생활임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가 급증하고 있지만, 법적처벌을 받는 건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OECD 가입국 중에서 불평등이 확대되는 속도가 가장 높고, 비정규직과 저소득자가 늘어나는 비율도 다른 가입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고, 사회복지임금은 가입국 중 최하위며, 노인빈곤율과 자살율과 출산율도 최하위에 속하며, 청년실업률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어제 결정된 2016년도 최저임금을 비판하기 위해 인용할 수 있는 통계는 이것 말고도 수두룩하다. 전문적인 경제학자나 불평등에 관해 9년 동안 공부해온 필자가 아니더라도 최저임금과 생활임금 대해 두세 시간만 인터넷 검색을 하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이 얼마나 반노동적인지 알 수 있다.
구매력 기준으로 환산한 최저임금
시장자유주의 우파가 주도해온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극단에 이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모든 국가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생활임금에 맞춰 최저임금을 결정했지만,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를 외면했다. OECD의 권고사항도 무시한 이들의 결정은 상용직 근로자의 임금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내수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은 전무해졌다.
방대한 자료를 통해 부의 불평등이 민주주의가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음을 밝힌 《21세기 자본》과 세습자본주의에 준하는 불평등이 만악의 근원임을 밝힌 《평등이 답이다》 등을 거론하지 않는다 해도, 이 땅의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이 메르스보다 더욱 치명적인 전염병이라 할 것이다.
미국의 역사를 파시즘적 진보ㅡ학살과 차별, 전쟁으로 얼룩진 팽창 일변도의 경제성장ㅡ의 피해자들인 인디언과 흑인 노예, 백인 하인, 여성, 이민자, 광부, 저임금노동자, 사회주의자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를 보면 최저임금이 생활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이유에 대한 짧은 언급이 나온다.
주 40시간 노동을 확립하고 아동노동을 불법화한 1938년의 최저임금제는 많은 사람들을 배제하고 매우 낮은 최저임금을 설정했다.
같은 책에는 다음과 같은 결과까지도 나온다,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수없이 많은 파업이 벌어졌던 이유와 작은 성공들이 무용지물로 변해버린 과정을 설명한 다음에.
뉴딜이 끝났을 때, 자본주의는 본래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수백만 사람들에게 루즈벨트를 영웅으로 만들기에 충분할 만큼의 도움이 있기 했지만, 공황과 위기를 야기한 바로 그 체제 ㅡ 낭비와 불평등의 체제이자 인간의 필요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체제 ㅡ 는 여전히 굳건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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