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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빛의 간섭, 경찰의 재연이 비과학적인 이유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이다. 빛은 태양처럼 강력한 중력을 가진 행성의 주변을 지날 때 휘는 것도 입자적 성질 때문이다(상대성이론은 이런 관찰을 통해 증명됐다). 이런 입자적 성질과 가시광선 영역대의 파동 때문에 이것이 외부조건에 의해 교란을 받으면 색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카멜레온은 얼마나 위대한가!).





이것을 빌어먹을(영어로 fucking이라 한다) 빛의 간섭이라고 한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기본적으로 적‧녹‧청으로 이루어진 빛의 입자들은 파장의 크기에 따라 겹쳐지며 색깔이 변한다. 인간의 눈과 CCTV의 렌즈도 이런 식으로 색깔을 인지하고 반영해 짝퉁 재연을 걸러낸다. 흰색은 세 개의 색이 중첩되는 부분에서 일어난다.



헌데 유병언처럼 자살한 것으로 확정된 국정원 직원의 마티즈 번호판은 얄궂게도 녹색과 흰색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경찰의 해명처럼 빛의 간섭이 일어난다고 해도 녹색은 녹색으로 나오고 흰색은 흰색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 증거가 번호판 전체가 하얗게 나오지 않고 검은색 부분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경찰의 재연처럼, CCTV 꼴리는 대로 선택적 빛의 간섭이 일어날 수 없다. CCTV의 렌즈도 적‧녹‧청에 기반해 모든 색을 인식하기 때문에 초록색만 하얗게 변할 수 없다. 또한 범퍼 부착물은 검은색이어서 빛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검은색은 의도적인 조작이 없는 한 무조건 검은색(빛을 반사하지 않기 때문)으로 나타난다.





CCTV가 국정원을 두려워하는 경찰의 압력을 받지 않은 한, 달리고 있는 마티즈 영상을 보면 검은색이었던 부분은 모두 검은색으로 나타났지 검은색 범퍼 부착물처럼 아예 사라지지 않았다. 앞의 글에서 주장했듯이 전방 조명등 윤곽의 검은색과 바퀴의 검은색 등이 분명하게 잡힌 것과 비교할 때 빛의 간섭이 범퍼 부착물에서만 일어나 투명해지지 않는다.



유독 마티즈 번호판에 강한 조명(이건 어디서 왔지? 혹시 누구의 레이저?)이 집중돼 하얗게 보였다고 해도, 번호판 고정 볼트처럼 검은 부분은 여전히 검게 인식됐다는 것은 빛의 간섭이나 조명의 양, 미세먼지 농도, 빛의 반사각도, 마티즈의 속도를 모두 고려한다 해도 경찰의 재연결과가 나올 수 없다. 경찰의 해명은 과학적으로 볼 때 대단히 사이비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연일 실시간검색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마티즈의 속도를 알 수 없지만 ‘6시 18분쯤 화산2리 버스정류장 앞으로 이동하는 영상’에서는 번호판, 부착물, 안테나가 분명하게 인식됐으니 이런 환장할 노릇이 어디 있겠는가. 둘 간의 차이를 렌즈의 화질이 떨어져 발생한 일이라고 한다면 CCTV 제작업체만 억울할 노릇이다(감사원은 경찰의 CCTV 구입예산의 집행내역을 감사하라!!).





아무리 화소가 떨어진다고 해도 Bayer Mosaic Pattern이 작동하는 한 경찰의 기기묘묘한 해명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없다. 의혹을 푸는 유일한 방법은 경찰이 확보하고 있는 마티즈 관련 모든 영상을 공개하면 된다. 빛과 조명, 속도와 렌즈가 합작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경찰이 하고 있는 것인지 간단하게 확인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도 자랑했던 정부3.0에 관계영상을 모두 다 올리면 정부의 투명성도 올라가고 국민의 불신과 의혹도 해소될 수 있으니 일석이조도 이런 일석이조가 없으리라. 새정치민주연합에는 국정원 직원의 로그기록을 보내주는 것까지 이루어지면 박근혜 정부의 투명성 정도는 가히 천하제일에 이르리라(그래도 7시간의 미스터리는 밝혀지지 않겠지만). 



증거인멸에 혈안이 된 국정원이 문제의 마티즈를 폐차했기 때문에 경찰의 재연영상을 객관적으로 다시 재연할 필요가 있다. 문득 이런 광고카피가 떠오른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침대는 과학이다." 허면 서로 다른 CCTV 영상은 무엇이 가구이고 무엇이 과학일까? 과학적으로 볼 때 녹색 번호판이 하얗게 찍힌 것보다 검은색 범퍼 부착물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 의심스럽지 않을까?  



쓸데없이 친절한 주) 왜 하필 적녹청인지 이해하려면 기본입자(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로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이 이에 속한다)를 이루는 6종류의 쿼크가 적색과 녹색과 청색을 띠기 때문입니다. 즉 모든 색채는 적녹청의 세 가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디지털TV에서 색을 구현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 색의 조합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주) 우리가 속지 말아야 할 것은 마티즈 번호판이 국정원 해킹 및 사찰의혹의 핵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의혹을 풀기 위한 핵심은 국정원 중앙서버나 자살한 직원의 컴퓨터 로그기록를 파괴하지 않았다면 거기에 진실이 있습니다. 마티즈 영상이 사실으로 판명됐다고 해서 국정원 해킹 및 사살 의혹이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절대 속지 마십시오, 집권세력의 프레임 설정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