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노동시장 개혁이 개악임을 드러낸 대국민담화



여왕의 일방적인 대국민훈시에서, 재계의 입장에 기반한 노동시장 개혁의 본질이 드러났다. 자신이 하는 말의 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왕이니 대국민훈시에서 (누군가가) 써준 것을 읽기만 했던 노동시장 개혁의 본질이 재계의 이익을 챙기고 공공부문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재계는 선이고 재계의 이익이 국익이며, 노조는 악이고 장년의 정규직노동자는 국익에 반하다고 보는 여왕은 자신이 대독한 대국민훈시에서 (얼마의 연봉이 고액인지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식이 대학생이나 청년실업자일 가능성이 높은 장년정규직에게 임금피크제를 실시해, 청년고용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재계의 입장에선 치통 같은 존재인 장년노동자의 연봉을 때내 교육이 필요 없는 화려한 스펙의 비정규직 청년 고용에 사용할 수 있으며, 각종 면세혜택을 받는 것도 모자라 정부로부터 고용지원금(세금이 투입된다)도 받고, 장년정규직의 복지후생비용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사조가 아닐 수 없다.



여기까지는 여왕이 대독한 대국민훈시에 노동시장 개악의 본질이 드러나지 않았다. 일자리나누기로서의 임금피크제가 제 역할을 하려면 노동시간의 단축, 고용주와 노동자가 동의하는 임금보존, 신규직원(청년만 고용한다는 보장이 없다)에게 제공되는 양질의 일자리 등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왕의 대국민훈시가 아무 문제없이 흘러가면 그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우주가 그것까지 도와줄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온 것이 실업급여를 50%에서 60%로 올리고, 기간도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린다는 부분이다.



이는 여왕이 밀어붙이고 있는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면 상당히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퇴직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재계사랑이 극진한 여왕의 임금피크제가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천국을 만들려는 노동유연화에 있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다.



이명박이 그랬던 것처럼, 재계의 이익이 곧 국가의 이익이라고 국민을 세뇌시키고 있는 여왕이 자신의 재위기간 동안 (자신이 전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국가부채를 늘려서라도, 법정다툼이 필요 없는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하도록 노동유연화를 완결 짓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밝힌 것이다.





이것이 여왕의 한계인지, 퇴임 이후를 대비한 의도적인 발언인지 확인하려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야 하지만, 이것마저 차단했으니 여왕의 노동시장 개혁이 현재와 미래의 노동자들을 재계와 고용주의 노예로 만들기 위한 개악인지 확인하려면 노동유연화가 실시된 이후에야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인 경제상황과 그것에서 나오는 각종 시그널로 인해 한국경제가 극도의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해진 지금,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국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민의 삶의 질이야 개판이 되도 수치상의 경제성장률은 올라갈 수 있다.



특히 저유가의 도움으로 실질적인 물가가 올라가고 있음에도 명목상의 물가는 낮게 유지되고 있으니, 임금피크제가 노동유연화임을 속이는데 적기라 할 수 있다. 담뱃값과 경차 취득세,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의 서민증세와 슈퍼추경의 연례화 등으로 조금 올라간 실업급여를 충당할 수 있으니 이런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속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헌데 노동시장 개악을 밀어붙이는 이유 중에 아직까지 공론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대형노조의 파괴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대상 중 상당수가 대형노조 소속이기 때문이다. 시장자유주의 우파인 여왕과 재계의 이익이 교차하는 곳에 아직도 파괴하지 못한 공공부분 노조와 대형사업장 노조가 자리하고 있다.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 하에 노동유연화가 보편화되면 노조가 설 자리가 사라진다. 전교조의 불법화에서 보듯, 공공부문 노조와 대형사업장 노조만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양대 노총은 텅 빈 휴지통이 된다. 대한민국이 지배엘리트와 재계를 위한 비정규직 천국으로 추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복지와 사회안전망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하위 90%에게는 삶의 마지막 보호막인 건강보험체제마저 탐욕의 의료민영화에 길을 내주고 있으니, 임금피크제의 이면에 자리한 것들로 인해 여왕의 노동시장 개혁은 개악을 넘어 지옥의 재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복지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임금피크제와 노동유연화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단 그것들로 해서 현재와 미래의 노동자가 일방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만 그러하다. 정치가 공존과 상생이라는 사회경제적 정의를 실현하지 못할 때 국가는 국민을 노예화한다, 이명박근혜 정부처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P.S. 아래에 링크한 기사는 여왕이 기자회견을 피한 이유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간단히 다루었기 때문에 참조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4대 개혁'   묻힐까봐?   기자들   질문   안   받은   박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