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가장 걱정했던 일이 일어났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환율전쟁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4대 경제권이, 1929년의 경제대공황 직전처럼, 모두 다 환율전쟁에 뛰어들었다. 아인슈타인를 비롯해 수많은 석학들이 걱정했던 3차세계대전이 정치경제의 핵폭탄인 환율전쟁의 형태로 발생했다, 4대경제권이 모두 마이웨이를 외치면 각자도생에 참여한 상태로.
1929년의 대공황은 1차세계대전의 피해를 만회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전통적인 방법을 동원해 경제부흥에 전력을 다했지만, 기대했던 효과가 나오기 전에 선진국들의 금융시장이 먼저 붕괴해 세계대전에 준하는 규모로 발생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은 각자도생에 전력했고, 이탈리아와 독일, 일본에서 파시즘이 발흥하는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수억 명이 사망한 2차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이에 비해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폭발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각국은 경제부흥을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이란 월가와 런던금융가가 세계금융을 지배하고, 각국 정부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초국적기업들의 독점구조가 세계경제를 지배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복지국가 구축의 꿈이 산산조각난 상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각국 정부가 각자도생을 위한 노력에 들어가도 그 혜택을 독점하는 것은 세계금융집단(거대 헤지펀드와 파생상품을 다루는 거대 투자은행이 핵심)과 초국적기업, 전 세계 인류의 0.1%에 불과한 슈퍼리치라는 뜻이다. 죽어가는 세계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계 4대경제권 모두가 무제한 양적완화와 환율전쟁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지만,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위험을 등에 진 삶'이며, 줄일 수 없는 불평등의 심화다.
기술발전에 따른 혜택을 독점하는 사측의 탐욕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정부의 성장주의 노선 때문에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지 않는 현재의 신자유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날 방법이란 없다. 4대경제권 모두가 무제한 양적완화와 환율전쟁을 벌이지만 그 모든 것의 혜택이 하위 90%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만에 하나 세계경제가 살아난다 해도 상위 1%(최종적으로는 상위 0.01%)가 이익을 독점할 뿐, 하위 99%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왔기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중국의 조치가 초국적기업과 대기업의 수출을 늘릴지 모르겠지만, 수입품 가격의 폭등(물가상승을 의미함)을 초래해, 생필품가격과 공공요금의 폭등으로 이어질 경우 하위 99%의 삶은 더욱 고달파진다는 것이다. 특히 부채가 많은 가구(하우스·렌트푸어)와 영세자영업자, 수입에 의존하는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들은 한계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재기의 기회가 주어질 여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다. 위안화 절하처럼 중국정부의 조치가 미국의 수출액을 줄이는 것보다 수입액을 줄이는 효과가 더 크게 나온다면 추가 금리인상이 앞당겨질 것이고, 그 반대라면 추가적인 금리인상의 시기가 늦춰질 것이다. 만일 미국의 상황이 전자로 귀결된다면 금리인상의 폭이 커질 것이고, 횟수도 많아질 것이고, 인상주기도 짧아질 것이다.
이럴 경우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진 한국의 가계부채가 폭발할 가능성은 거의 100%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선다 해도 중국경제의 경착륙이 심해지고 미국의 금리인상 폭이 크고 빨라진다면 가계부채의 폭발을 막을 수 없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무엇도 가능한지라 제대로 된 대처가 불가능하다. 부정적 세계화를 바로잡지 않는 한 각국의 중하위 99%에게는 지옥만이 도래할 뿐이다.
여기에 북한의 핵실험의 여파로 남북한의 충돌위협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남북경색이 국지전 이상의 전쟁위협으로 높아지면 외국자본의 한국증시 이탈이 빨라지고 커질 수 있다. 또한 수출품목에 대한 보험료가 높아질 것이고, 바이어들은 리스크 감수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리스크가 계속 높아지면 공급선을 바꿀 수도 있고 이에 따라 관광객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수출기업에도 타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고, 수익성 악화에 따른 연봉하락과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다. 이는 관광객 하락과 함께 내수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며, 단기적으로 볼 때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한은 한국경제의 상수이기 때문에 변수로 전환되지 못하도록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이것에 관해 무능력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이밖에도 가계부채의 미래에 대해 영향을 미칠 것은 유가하락이 20달러 초반까지 떨어지거나, 극적인 반등의 조짐을 보여주면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의 경제위기와 폭발 직전에 이른 러시아를 비롯해 후발산업국들로 경제위기가 폭발적으로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미래의 일은 누구도 예측을 할 수 없지만, 영국과 미국, 일본과 유로존을 거쳐 중국과 후발산업국들까지 환율전쟁에 뛰어든 이상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정말로 민생을 걱정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초국적기업과 재벌에게 집중된 각종 면세혜택을 폐지하고, 누진적인 부자증세와 대폭적인 가계부채 탕감에 나서야 하고, 이재명과 박원순이 실시하려는 청년배당을 전국 단위로 넓히고, 임금피크제와 별도로 청년할당제를 강제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실업부조와 육아휴가의 활성화를 통해 재취업의 기회과 보육대란에 대비해야 한다.
그것 말고는 정부의 노력으로 작금의 경제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무능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외교적으로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경제규모에 대비 국가의 영향력과 경쟁력이 지금처럼 형편없던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불행하게도 보수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예언이 옳았음만 입증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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