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류엘리트의 80% 이상이 미국에서 공부한 시장자유주의 우파(경쟁적 시장, 더 작고 권위주의적인 정부, 오너와 경영진이 지배하는 위계적 대기업, 자기조정시장, 무한대의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등)여서 미국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대선 초반부에 공화당에서는 트럼프가, 민주당에서는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트럼프는 매카시를 연상시키는 극우적 성향이고 샌더스는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니 보수적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양당의 대선후보로는 소화할 수 없는 인물들입니다.



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정치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극우에서 극좌, 전체주의에서 아나키즘까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소련과 동구권의 사회주의(국가사회주의에서 시장사회주의까지 다양했다)가 무너진 1989년 이후 신자유주의의 독주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이런 이념적 다양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시장근본주의적 전체주의 성향이 만개한 미국(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 1, 2》에서 명료하게 밝혔다)에서도 사회주의의 전통은 끈끈하게 이어져 왔습니다. 19세기에는 유럽의 생시몽, 푸리에, 블랑키, 오언과 비견될 수 있는 헨리 조지, 유진 뎁스, 헬렌 켈러 등이 인민당 전성시대(9개주를 석권했다,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를 참조할 것)를 열기도 했습니다.





미국 건국을 주도했고 지금까지 미국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백인 엘리트의 양당과 연방정부가 인민당의 확장을 막기 위해 사회주의 열풍을 말살시켰고, 루즈벨트가 사망한 이후 매카시 광풍으로 미국의 사회주의가 극도로 위축됐지만, 전 세계 사회주의자의 교본이라 할 수 있는 《진보와 빈곤》의 성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와 하워드 진 등으로 이어진 미국의 사회주의는 기본소득(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과는 다르다)을 핵심적 가치로 내세우는데, 샌더스도 일정 부분 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샌더스는 금융자본주의를 해체하고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건강보험체제에 집중하지만, 루스벨트의 뉴딜정책과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을 인정한 케인즈주의보다는 훨씬 좌측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제가 연구할 가치가 없는 자라 별로 아는 것이 없지만, 국가민족주의(수구적 제국주의의 냄새가 난다)와 자유방임 시장경제, 아나키즘적 극우주의(정부를 없애고 자유방임을 극대화하는)를 연상시킵니다. 미국 우파의 한 축으로 연방정부를 없애는 것이 목표인 사회적 복음주의자들(미국 우파를 다룬 《러 라이트 네이션》을 참조하라)이 이런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헌데 이런 미국의 역사와 다양한 종류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모두 다 무시한다 해도, 트럼프와 샌더스가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 대선은 2008년 금융붕괴의 주범들이 연방정부와 양당의 지원 하에 최대수혜자로 바뀐 것에 대한 반발과 분노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금융붕괴의 주범들은 미국 연방정부와 양당의 지원 하에 더욱 부유해졌고, 중하위층은 더욱 빈곤해졌기 때문입니다. 



2008년 월가 발 금융붕괴를 다룬 책들은 거의 대부분 주류의 입장에서 서술했고, 그 때문에 일종의 면죄부를 발행한 역할에 불과해서, 상위 1%가 지배하고 있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경유착(거대 양당, 연방정부, 월가, 군산복합체, 언론, 아이비리그, 허리우드, IT재벌 등의 주류엘리트가 미국의 이익을 독식하는 회전문식 정경유착)의 전모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유일제국 미국을 풍비박산낸 금융붕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정부마저 주류의 이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돌아가자, 좌우를 막론하고 미국 비주류들 사이에서는 극도의 불만과 분노가 쌓여만 갔습니다. 트럼프와 샌더스의 초반 돌풍은 부와 권력, 기회를 독점하고 있는 상위 1%의 주류엘리트에 대한 반발과 분노를 빼면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미국 역사를 철저하게 정치‧경제‧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쓴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1, 2》를 보면 트럼프와 샌더스의 초반 돌풍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며, 충분히 가능한 것에 속합니다. 그들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월가를 점령하라’는 분노한 사람들의 절망과 분노가 트럼프와 샌더스에게로 갈라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비록 트럼프의 돌풍은 현 주류엘리트에 대한 반발의 일환이면서도, ‘월가를 점령하라’로 분출된 중하위 99%의 사회민주주의적 요구에 대한 수구 백인들의 반작용이지만, 샌더스의 초반 돌풍은 클린턴, 오마바, 힐러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보수적인 진보엘리트에 대한 반발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트럼프의 돌풍이 오래 가면 샌더스의 돌풍도 오래 갈 것은 분명합니다.



1929년의 대공황이 우파 전체주의(이탈리아의 파스시트, 독일의 나치, 일본의 군국주의)와 좌파 전체주의(소련의 스탈린)를 탄생시켰듯이, 2008년 금융붕괴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트럼프와 샌더스의 초반 돌풍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다음 총선과 대선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까요? 미국보다 신자유주의적 정경유착이 더욱 강한 나라가 한국이다 보니···   



P.S.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들이 있습니다. 글에서 인용한 책들 이외에도 토마스 페인의 《상식》, 미국 국부들의 《연방주의자 논설》, 찰스 비어드의 《미국 헌법의 경제적 해석》, 한나 아렌트의 《혁명론》, 존 듀이의 《공공성과 그 문제들》, 아인 랜드의 소설 《아틀라스》,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은 무엇인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노엄 촘스키의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8.17 08:49 신고

    민주당에서 샌더스의 돌풍이 어디갈찌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클린턴의 대세론을 꺾을지..

    • 늙은도령 2015.08.17 15:08 신고

      보수화된 클린턴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기를 바라야지요.
      그래야 우리도 바람이 붑니다.

  2. 참교육 2015.08.17 12:29 신고

    시장자유주의 우파를 이렇게 정의해 두셨네요.
    경쟁적 시장, 더 작고 권위주의적인 정부, 오너와 경영진이 지배하는 위계적 대기업, 자기조정시장, 무한대의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너무 멋진 정리네요.
    페북으로 퍼갑니다.

    • 늙은도령 2015.08.17 15:11 신고

      한국이나 외국이나 재벌들이 성공하고, 정경유착이 넘쳐나는 이유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늘 이래서 당합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요.

  3. 耽讀 2015.08.17 13:27 신고

    2017년 우리나라 대선때도 비슷한 사람들이 일전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진보세력들도 당당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란 변수가 있지만 색깔론을 들고나오면 오히려 받아쳐야 합니다.
    색깔론은 방어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공격해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5.08.17 15:14 신고

      북한은 좌파 전체주의이고, 사회주의와는 다릅니다.
      사회주의에는 시장사회주의가 있어서 경쟁적 시장과 기업의 노동자 관리, 민주주의적 이익 배분 등 다양한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정치와 경제,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이루자는 것이 민주적 사회주의입니다.
      자유주의적 사회주위라고도 합니다.

  4. 표르바 2015.08.17 19:17 신고

    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5. 신은죽었다 2016.01.30 12:35 신고

    저는 EBS 사진에 이렇게 답하고 싶군요.
    "땅을 소유하고 이익을 얻는건 눈에 쉽게 보이고 알아차릴 수 있지만 공동체에 이루어지는 이익 봉사는 눈에 잘 보이지 않기때문이다. 땅을 소유하건, 땅을 임대하건. 그 땅의 가치를 필요로하는 사람이 결정하고 그 땅에의해 생산된 것은 최종소비재의 것으로 직접 충족되거나 변형되어 시장에 거래로 봉사를한다." 마르크스주의자라면 시장거래 조차도 등가교환,잉여착취의 개념으로 악 이기에 EBS 내용이 전혀 문제 없다고 보실수는 있겠군요. 왜냐면 토지소유를 통한 어떠한 생산물이라도 근본적으로 착취라고 볼테니까요.
    시장경제, 보이지 않는손 이런것들은 칸트같은 이성비판,경험주의,전통 철학에서 나오는겁니다.
    무슨 수구 전체주의 이런것이 아닙니다.

    자본주의는 소유를 통해 공동체에 이익 봉사를 합니다.
    그게 얼마나 잘보이냐 안보이냐의 차이입니다.
    토지를 예로든건 상상력이 부족하거나 경험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범하는 오류입니다.
    상상이 안가고 토지를 어떻게 이용하고 이용되는지 과정을 모르며 눈에 확 보이는것도 아니고
    그 중간과정은 뇌의 한계로 정리하지 못하고 시작점과 끝만 기억하는겁니다
    토지를 소유했다 내 머리로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돈벌어먹고 잘산다
    그러므로 그들은 분명 놀고먹고 착취하는 계급이다. 끝.

    그런데 정말 궁금한거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마트나 전통시장가서 물건살때 투쟁하나요?
    등가교환이라는 생각을하면 엄청나게 허무하고 나중엔 무의미한 거래에 화가날텐데.
    왜냐면 등가교환을 했는데 만족과 쾌락을 얻는건 있을수가 없는 일이거든요.
    일하러 갈때도 착취당한다고 엄청 스트레스 받을텐데.

    • 늙은도령 2016.01.30 15:02 신고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보시지요.
      마르크스의 <자본론>도 좋고.
      자본주의가 근본적인 차원에서 착취의 체제인지 아실 테니까요.

      땅값은 주인이 올리지 않습니다.
      그 땅을 개척하고, 그 주변에 다른 건물이 들어서고, 과학기술이 발전으로 생산량이 늘거나 하면 저절로 올라갑니다.
      무노동무임금이 자본주의의 원칙이라면 땅값 상승은 100% 불로소득이지요.
      이것이 EBS가 인용한 <진보와 빈곤>의 핵심 주제입니다.
      기본소득제의 개념도 여기에 연원하고요.

      이런 식으로 님의 댓글을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1권에서 다루었던 등가교환이라는 것도 2권으로 넘어오면 시장교환과 노동착취로 넓어집니다.
      아무튼 마르크스적 한계가 여기에서 나오기 때문에, 로자 룩셈부르크의 책까지 더해야 조금이나마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고요.

      자본주의는 생긴 지 20~30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비판의 대상이었고, 각종 규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존속도 될 수 없었던 체제입니다.
      노동착취의 종류는 <자본론> 2~3권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은 마르크스의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등가교환에 대한 마르크스의 분석과 비판은 제2권에 나오는데 당신은 그 사실도 모르고 댓글을 달았으니 책도 읽지 않은 것이지요.

      칸트에서 나온 것이 마르크스라 하는데, 칸트는 그런 것에 관심없었습니다.
      그의 <순수이성 비판> <실천이성 비판> <판단력 비판> <숭고에 대하여> <영구평화론> 등등의 책들에 자본주의와 엮일 만한 것은 없습니다.
      그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치를 사유한 사람이고, 만인의 행복을 찾았던 철학자이자, 예술의 힘을 믿었던 미학자였습니다.
      그는 관념론자이지 경험론자가 아닙니다.

      마르크스에 영향을 준 사람은 뉴턴과 다윈, 헤겔 등이었지 칸트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두세 번 언급한 것이 전부입니다.
      칸트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청년 마르크스의 <철학의 빈곤>도 읽지 않았겠지만 제발 뭘 아는 척 하려면 기본적인 지식부터 갖추셔야죠.
      검색하면 나오는 쪼가리, 사이비 지식 말고요.

      댓글에도 최소한의 예의는 있는 법입니다.
      마르크스가 이렇게 욕보일 정도의 학자도 아니고요.
      인류 역사상 전체 지식인과 홀로 맞서 승리한 유일한 학자가 마르크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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