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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당 불 지피는 박영선, 지원하는 5시정치부회의



문재인 체제로는 안 된다는 얘기는 이제 대한민국 모든 언론의 공통된 주제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문재인이 잘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이 정도면 언론이 카르텔을 형성해 문재인 죽이기에 들어간 것이 확실하다. JTBC 5시정치부회의도 이제는 대놓고 문재인 죽이기에 합류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은 일차적으로 문재인에게 책임이 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야당의 역할이 정부와 여당이 제대로 통치하는데 협조하고 적절히 조정하는 것으로 자리매김시킨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표의 야당은 정권탈환이 목표가 아니라 제1야당 유지가 목표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명박근혜 정부 7년7개월에 질릴 대로 질린 수많은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간절히 희망하지만, 문재인의 야당이 그런 것 같지 않으니 비판의 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장악된 지상파방송, 집권세력의 나팔수인 종편과 보도채널은 물론 나머지 제도권언론들이 이것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문재인은 공통의 적이니. 



‘셀프디스’에서 밝힌 것처럼, 지금까지의 문재인은 정치적 카리스마가 없는 리더인 것만은 확실하다. 어떨 때는 안철수보다 카리스마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보여주는 행보는 정권 탈환의 교두보인 총선 승리가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대선행보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는 의심을 받기에 안성맞춤이다.





5시정치부회의가 박영선의 행보와 손학규의 정계복귀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이런 정서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이 대표에서 사퇴하거나 손학규 중심의 신당이 출범하면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리가 가능하다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계속해서 문재인을 흔드는 것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가능하면 정면충돌을 피하려는 문재인의 성품을 비판하는 것과 운동권 세력 중심에서 벗어나 좌우를 아우르는 중도 신당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비례해 문재인을 지지하는 자들의 목소리는 줄어들고, 특정 공간에서 외연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의 입장에서 보면 악순환의 고리가 완벽하게 구축된 것이다. 모든 제도권언론들의 융단폭격과 비토, 정권 교체를 갈망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날선 비판,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자들의 노골적인 반란, 변함없는 지지자들의 고립된 응원, 심지어는 노무현과 비교되는 것까지 문재인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추세가 쌓이고 쌓여 견고해지면 문재인에게 반격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데 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 했는데 바로 그런 형국이라 할 수 있다. 계파로서의 친노에 대한 끝없는 비판이 친노의 무력화에 성공했듯이, 이제는 문재인만 남은 형국이다.



이제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진보좌파의 전통적 가치를 영원히 추방하려고 한다.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가 확정된 지난 30년 동안,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의 척도를 나타내는 각종 불평등과 차별이 늘어났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되돌아보지도 않는다.



세계화 정도가 심화되고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하루하루의 삶이 힘들어지는 것이 지난 30년의 변화였으니 그럴 수도 있다. 문재인이 퇴진하고 친노가 사라지고 나면 (친이, 친박은 살아있어도) 이 모든 역주행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면, 그럴 가능성이라도 만들어낸다면 필자도 문재인과 친노 비판에 합류하고 싶다.



박원순과 이재명, 안철수가 전국구로 떠올라 문재인과 경쟁하는 것이 야권으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 손학규와 안희정도 가세하지 못할 이유도 없으리라. 그 밖의 숨어있는 인재들이 튀어나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으면 더욱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과 친노를 무력화시키거나 퇴출시킨 다음에 그런 것들이 진행된다면 야권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야권의 분열은 총선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문재인과 혁신위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하자는 것도 기득권 양당체제를 종식시키고 다당제로 가기 위함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한민국이란 운동장이 극도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고, 제도권언론들이 그것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미 그들은 기득권이고, 그래서 현재의 상황이 변하지 않을수록 좋다. 약간의 변화는 허용하겠지만 그 이상을 반길 이유란 없다.



한국 정치판을 바꾸려면 다당제는 필수다. 하지만 그것으로 가기 위한 타임스케줄이 총선 전에 신당을 차리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총선 다음에 다당제로 가는 것이 나을지, 충분한 토론과 고민이 있어야 할 듯싶다. 전자가 낫다면 야권이 분열이 빠를수록 좋고, 후자가 낫다면 문재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